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여기가 미스트 섬…….”
“그 1312번 블록과 비슷하지 않아요?”
철혈패군의 철혈 기사단은 주변을 둘러보며 술렁였다.
10대마경인 미스트 섬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개발 지역에서 본 수많은 요소에 비하면 적응할 만했다.
그럴 만했다.
개발 지역은 말 그대로 운영진이 개발, 업데이트를 위해서 만든 실험실.
만들다 폐기된 맵이나 이벤트 콘텐츠의 프로토타입, 혹은 아직 출격하기 전인 네임드 보스 몬스터들이 가득한 마경이었다.
몬스터 사냥에 특화된 철혈 길드.
그중에서도 철혈패군의 직속인 철혈 기사단이 아니었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했을 곳.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었다.
“그럼 이제 플레이어 PVP를 해도 되는 건가?”
“난 퀘스트 좀 받고 싶어.”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말하는 철혈 기사단원.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현, 시연 자매가 파프닐에게 물었다.
“야, 파프닐.”
“네?”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야? 다 아저씨 냄새 나는데.”
“어, 언니!”
대장장이 동생, 시연이 급히 시현을 제지한 뒤 고갤 숙였다.
“죄송해요. 저희 언니가 너무 말이 날카로워서…….”
“아니 뭐, 리하나에 비하면야…….”
“그런데 파프닐 님, 저분들은 대체 어디서 온 분들이길래 이렇게…….”
“흠?”
“마치 그……. 무인도에서 10년쯤 있다 나온 분들 같아서요.”
10년은 아니고, 1년쯤이긴 했다.
“제가 채용한 길드원들입니다. 깊은 곳에서 사냥만 하던 분들인데 이번에 어렵게 모셨지요.”
“아…….”
“먼저 1호를 따라가 계시면 됩니다. 저는 이 친구들과 이야기할 게 있어서.”
“그래요.”
세 사람을 보낸 파프닐은 철혈패군에게 미리 준비한 종이들을 내밀었다.
“이건?”
“계약서다. 현실에서도 효력이 있다는 법적 자문까지 받고 왔지.”
철혈패군은 내용을 훑었다.
현실에서 나름 규모가 되는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다.
다른 사장들은 골프니 룸살롱이니 하는 것에 정신을 팔았지만, 그는 어느 정도 법적 지식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보기에, 이건 구린 구석 하나 없는 완벽한 계약서였다.
심지어 조건도 좋았다.
세후 월 3천만 원 상당의 호라이즌 골드, 수행한 레이드 및 길드 세력전에 따라 성과급 지급.
과거 철혈패군이 정점에 위치했을 때도 이 정도 조건은 상대 길드와 명운을 건 출혈 경쟁을 할 때나 나오는 것이었다.
“……엄청나군.”
철혈패군은 진심으로 놀랐다.
설마 이 정도의 조건을 제시할 줄이야.
내색하진 않았지만, 절반만 제시했어도 자신은 넘어왔을 거다.
그럴 만했다.
흑기사로 위장한 파프닐에게 속아 개발 지역으로 넘어간 지 1년이 지났다.
어떤 퀘스트도, 상호 작용도, PVP도 없이 사냥만을 끝없이 계속하는 나날의 반복.
캐릭터는 성장했지만 그 힘을 쓸 곳이 없자, 자신을 길드원들은 점차 지쳐 가고 있었다.
-돈은 받으니 하긴 하는데……. 뭔가 좀 깝깝하네요.
-전……. 그만둘까 싶습니다.
만약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다면.
철혈 기사단은 자신만 남아 있었을 거다.
저 파프닐이 그걸 모를 리 없을 거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의도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이 정도의 조건이라.
“……대단하군.”
“응? 그거 아닌데?”
“뭐라고?”
파프닐은 대답 대신 테두리에 표시가 된 계약서를 건넸다.
다른 계약서와 달리 철혈패군이란 닉네임이 적혀 있는 전용 계약서.
대부분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마지막 내용에 특약 조건이 한 가지 더 달려 있었다.
[추후 프론티어 길드 내 초대형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에 참가 우선권 제공.]“……이건.”
“통화로 이야기했던 내용이지. 물론 거절할 자유도 있어. 참가하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그쪽 마음대로라는 이야기다.”
“……!”
철혈패군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머릿속에 커뮤니티의 게시판들, 그리고 각 채널에서 나오는 방송들이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고,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적을 사냥한 철혈패군과 철혈 기사단원들.
모두가 감탄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갑자기 존댓말을?”
“적이라면 모를까, 이제 밑으로 들어갔으니 절대 충성해야지요.”
“…….”
어디선가 맡아지는 쌈마이한 감성!
파프닐은 헛기침을 하고 대답했다.
“조금 불편하니까 딱히 그러지 않아도 괜찮긴 한데.”
“그럼 안 됩니다. 위계질서가 흔들립니다.”
“…….”
참, 그랬지.
철혈패군은 철혈 길드 시절부터 이런 쪽에서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아랫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겠지만, 윗사람이면 나쁘지 않은 이야기.
“잠깐, 이 항목은?”
철혈패군이 계약서 한쪽을 가리켰다.
[호라이즌 골드의 환전은 지정한 브로커에게 일임한다.]“이 부분의 브로커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만.”
“아, 적혀 있지 않았나?”
파프닐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라르라고, 믿을 만한 유저지.”
“제라르라면…….”
“그래, 헤르메스의 날개에 있는 제라르가 맞아.”
“그 제라르와……! 놀랍군.”
수많은 상인, 비전투 계열 유저들이 모여 만든 상인 길드인 헤르메스의 날개.
제라르는 그곳에서 사천왕이라 할 수 있는 상임위원의 위치에 오른 자였다.
현재는 만물상 다파라와 경쟁 중인 그.
그런 그가 브로커를 해 준다면, 최소한 돈 떼먹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었다.
“수수료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신용할 수 있는 건 확실하지. 세금 처리는 덤이고.”
“제라르라면야……. 좋습니다.”
별문제 없이 넘어가는 철혈패군을 보며, 파프닐은 속으로 씩 웃었다.
‘계획대로군.’
이미 제라르와는 이야기를 해 두었다.
철혈 기사단의 급여를 환전할 때 그 이익의 절반을 나누기로 말이다.
‘골드를 현금으로 환전 시 들어오는 비율은 대략 7할. 그중 브로커의 이율인 1할 중 절반이 내 몫이겠군.’
한 사람이 환전을 할 때마다 5%의 이익이 추가로 들어오는 셈.
최고 수준의 급여를 주지만.
이런 식으로 부수적인 이득을 챙긴다면 생각보다 손실은 크지 않다.
물론 철혈 기사단이 골드를 그대로 재투자한다면 그건 오롯이 그들의 것.
하지만 파프닐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장기짝이 강해질수록 그만큼 강한 던전을 싹쓸이할 수 있을 테니까.
“자, 그럼 가 볼까.”
파프닐은 철혈 기사단과 시현, 시연 자매, 존스 박사를 데리고 흑마법사 캠프에 합류했다.
“이 사람들은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기 두 분은 대장장이와 문신사, 그리고 이분은 모험가. 그리고…….”
“대장장이?”
“오오!”
시현과 시연 자매는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흑마법사도 지팡이를 쓰고, 해골병들도 검을 휘두르며 갑옷을 입어야 한다.
그뿐인가.
건축에 필요한 기둥이나 벽, 망루 등을 만드는 데도 대장장이의 기술은 다양하게 쓰였다.
역시 기술을 배우려면 공돌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수많은 곳에서 쏟아지는 박수!
반면 철혈 기사단은 환영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경계를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철혈 기사단 인원 중 성기사, 신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교국의 첩자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개발 지역에 있으면서, 기존에 직업을 얻었던 주신과의 연결이 끊겼기 때문.
그런데 놀랍게도 힐링이나 신성 스킬은 정상적으로 써지고, 심지어 효과도 최상위권이다.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 공유기가 속도 빠른 인트라넷으로 전환된 셈.
물론 흑마법사들이 쉽게 그 사실을 믿을 수는 없었다.
파프닐도 딱히 그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사냥이지 서로 믿는 게 아니었으니까.
“자, 그럼 인원도 준비됐으니 슬슬 개척 작업을 들어가 볼까?”
캠프도 구색을 갖췄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섬 개척을 진행할 차례.
흑마법사들이 일반 지역들을 개척하고, 네임드 몬스터들이 있는 곳은 철혈 기사단을 동원해 처리한다.
이렇게 속도를 내면 미스트 섬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개척 계획은 시작부터 뒤로 미뤄져야만 했다.
막 작업을 시작하려던 그날 저녁.
파프닐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진 것이다.
***
철혈 기사단이 들어가는 뒤쪽.
국영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기척을 죽인 채 그들을 미행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놓칠 수 없어.’
처음 파프닐을 놓친 후 숲을 돌아다니며 했던 고생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갯지렁이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가고.
꼬르륵거리는 배를 눌러 가며 살기 위한 사냥을 하기를 반복!
분명 게임일 텐데, 현실보다도 더 지독한 생존 영화를 찍어야 했다.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
다행히 이번엔 곧바로 따라붙은 덕인지 흔적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던 국영수의 표정에 살짝 놀라움이 깃들었다.
‘방어 성벽과 목책이……. 꽤 튼튼하군.’
바닥에는 구멍 함정들이 중요 포인트마다 깔려 있고, 건드리면 터지는 부비 트랩들도 곳곳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중이었다.
‘분명 현실 시간으로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을 텐데…….’
살아남기 위해서 방어 시설부터 먼저 만들어 두었을지도 모른다.
이 섬은 그만큼 혹독한 환경이었으니까.
-무무잠행보(하이퍼).
스킬을 쓴 국영수의 몸이 투명해졌다.
그 상태로 함정들을 지나친 국영수는 계속 파프닐을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거…….’
그곳에는 작은 마을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지하 동굴의 대공동을 중심으로 두고, 곳곳에 창고와 연구 시설, 그리고 식용버섯 농장이나 가축 사육장들이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흑마법사들의 학파별 연구실까지.
1천 명이 넘는 흑마법사들이 언데드 군단을 동원해 섬 자체를 개척하고, 또 언데드들을 강화하고 있었다.
‘꽤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군, 파프닐.’
만약 시간이 지나고 흑마법사들이 강해졌다면, 굉장히 까다로운 세력이 되었을 거다.
대규모 전투가 될수록 강한 힘을 발휘하는 특성상, 제대로 힘을 쌓으면 쌓을수록 더 강한 군단을 내보낼 수 있다.
어둠의 마나로 잔뜩 강해진 해골병들이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하늘은 가고일과 본 와이번, 밴시 등이 가득 채워 어두워진 지 오래.
거대한 골렘과 어보미네이션들이 지축을 흔드는 뒤로, 데스나이트들이 전열을 갖춰 진군한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마왕군의 강림.
이대로 내버려 두면 틀림없이 그런 군대가 나타나리라.
물론 국영수의 눈에 띈 이상, 그런 꿈은 전부 끝이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목표는 파프닐.
국영수는 미끄러지듯 안으로 향했고, 금방 철혈 기사단들에게 둘러싸인 파프닐을 찾을 수 있었다.
‘전혀 모르고 있군.’
그럴 만했다.
아무리 파프닐이 뛰어난 유저라지만.
현재 자신은 궁극의 은신술로 완전히 기척과 존재감을 지운 상태.
어떤 감지 스킬이나 직감이 있다 해도, 지금의 국영수를 감지할 수는 없다.
둘 사이의 거리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좁혀져 갔다.
‘일단 이걸로 첫 번째 킬인가.’
유저는 죽여도 다시 부활해 재접속을 할 테니, 계속 죽여 게임을 접게 만드는 게 그가 받은 의뢰의 내용이었다.
막 그 첫 번째 단추를 꿰려는 순간.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전부 다 대머리군.”
철혈 길드원 중 한 명이 해골병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다음 순간 그의 뒷골에 칼 한 자루가 꽂혔다.
“컥……!! 커어억!”
“뭐야!”
“무슨?”
수많은 사람이 놀란 와중.
국영수는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소검 한 자루가 철혈 길드원을 찌른 걸 발견했다.
“……이런, 나도 모르게.”
그의 반짝거리는 민머리 위로, 한 줄기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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