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82)
482화
“어떻게 풀어낸 건가? 자네가 탐험가로서도 숙련도가 꽤 있는 건 알고 있네만.”
원주민들의 흔적을 쫓는 길.
존스 박사는 파프닐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무슨 스킬인가? 어떻게 그 마법을 알아내서 해주한 겐가?”
“박사님, 그보다 원주민들과 교섭 같은 건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어서 말하게!”
평소 부처님 같던 존스 박사였지만 지금은 장난감을 조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만큼 황당했기 때문이리라.
“여기, 갈림길이…….”
“두 곳 다 다른 방향이네. 왼쪽 길로 조금 가다가 옆에 있는 수풀을 헤쳐 보면 놈들의 흔적이 보일 걸세.”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혹시 파프닐이 책잡을까 추적은 깔끔하게 해내고 있었다.
말은 안 하지만 다른 철혈 기사단원들, 철혈패군의 눈길이 슬쩍 이쪽을 보는 게 느껴졌다.
“뭐, 별거 아닙니다.”
파프닐은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담피르 종족이라 피와 금속에 민감한 건 알고 계시죠?”
“그야 당연히 알고 있지. 금속 지배 스킬이나 금속 포션을 먹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이 아닌가.”
담피르 중에서도 극히 드물다는, 아니 한 명밖에 없다는 메탈 담피르.
파프닐이 금속 해골병들을 다루고, 단신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은 그 스킬들 덕이 컸다.
“그중 금속 탐지 스킬로 땅속 금속들의 파장을 알아낸 뒤, 파장이 뒤틀린 곳으로 가서 그 근원인 주술 핵들을 전부 부순 겁니다.”
“아, 그런 거로군.”
존스 박사는 궁금증이 풀린 듯 후련한 얼굴을 했다.
“고맙네, 난 또 내 실력이 부족하거나 아직 모르는 미지의 스킬이 있는 줄 알고……. 못난 모습을 보였군.”
“아닙니다.”
파프닐은 차마 못 한 뒷말을 삼켰다.
물론 금속 지배를 써서 탐지한 건 맞지만, 그 방법이나 주술을 문제없이 해제하는 건 미리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플러시도 비슷한 결계에 걸렸지만, 니케의 힘 덕에 옳은 길을 골라 빠져나왔다.
파프닐에게 그런 조력자는 없으니 그냥 힘으로 열어 버린 것이다.
‘뭐 그걸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해 봤자 믿지도 않겠지만.’
원주민의 흔적을 따라 움직일수록, 점차 보이는 흔적들이 많아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쉬익!
곳곳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나 갑자기 쑥 꺼지는 땅.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진흙.
말벌집 여러 개를 모은 말벌 폭탄이 날아오기도 했다.
철혈 기사단은 방패를 들고 천천히 전진했다.
“이 독주머니 함정은 해체했네. 앞으로 가도 좋아.”
존스 박사도 곳곳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함정을 지워 준 덕분에, 진영이 무너질 만한 대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움직이자 곧 높은 나무 방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타났다.
“저건…….”
기묘한 방책이었다.
나무를 깎은 흔적이나 가공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도, 나무가 알아서 방어 성채의 모양을 하고 있다.
땅 밑에선 톱니바퀴와 기계 장치들이 움직이며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런 건축 방식은 호라이즌 하면서 처음 보는데.”
“아니, 저거 가능하긴 한 건가?”
존스 박사가 눈을 빛냈다.
나무를 특정한 모양대로 키우는 것은 엘프의 방식.
톱니바퀴와 기계, 각진 모양은 드워프의 방식이다.
그런데…….
“두 방식이 같이 쓰이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엘프와 드워프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저렇게 협력하지 않을 텐데…….”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와, 자연을 개척하는 드워프는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는 사이다.
그런데 어떻게 두 종족의 건축 방식이 같이 쓰일 수 있단 말인가.
“들어가 보면 알 수 있겠지.”
평소 같았으면 바로 돌격 명령을 내렸겠지만.
철혈패군이 몸을 돌렸다.
“길마님, 돌격합니까?”
“흠…….”
파프닐은 잠시 목책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대열을 갖추고, 천천히 걸어서 진입하지.”
“네?”
“적의가 없다는 걸 보여 주자고.”
말을 마친 파프닐이 선두로 걸어갔다.
딸깍, 손에 있던 궁드닐이 사라졌다.
“엇……!”
그 상태로 걸어가는 모습.
“잠깐만……!”
존스 박사는 물론 철혈 기사단, 흑마법사들까지 경악했다.
무슨 함정이 있는지 알고 함부로 간단 말인가.
“여기군.”
의외로 방벽의 문은 가볍게 밀자마자 양옆으로 벌어졌다.
안쪽에는 속이 파인 나무 집, 땅굴 등이 무질서하게 파여 있고, 곳곳에는 마수의 뼈나 가죽이 걸려 있었다.
파프닐은 마을 정중앙의 나무로 향했다.
나무뿌리 사이를 살짝 열자 단단한 금속 바닥이 보였다.
겉보기엔 대충 덮은 것 같지만, 이것의 정체는 다크 미스릴 합판.
드래곤의 브레스도 버텨 낼 수 있는 최강의 쉘터 벽이다.
‘이 뒤에 있군.’
파프닐은 합판에 손을 댔다.
-금속 지배.
스킬을 쓰자 부드러워지며 양옆으로 열리는 미스릴 합판.
그 안쪽엔 수많은 눈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띠링!
-미스트 섬의 원주민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치가 +100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탐험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탐험가 길드에서 정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탐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발견도 잠시.
지하에 있던 원주민들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창을 내질렀다.
그러나 파프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피했다.
‘이럴 줄 알았지.’
뒤로 물러서는 파프닐을 따라 검은 형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엇!”
“원주민이다!”
뒤따라오던 철혈 기사단이 창을 겨눴다.
일촉즉발의 순간 파프닐이 손을 들었다.
“다들 무기를 내리도록.”
“하지만 몬스터가……!”
“몬스터가 아니다.”
파프닐은 검은 피부의 땅딸막한 엘프, 그리고 훤칠한 체형에 수염 가득한 드워프를 보며 말을 이었다.
“퀘스트를 내줄 NPC다.”
“뭐라고요?”
“직접 보라고.”
파프닐은 씩 웃고 그들에게 말했다.
“저흰 바깥에서 왔습니다. 악마의 손에서 이 섬을 해방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지요.”
“……우아우?”
“우우!”
뭐라 말 못 할 괴성을 지르는 원주민들.
파프닐의 말을 들은 그들은 잠시 술렁이더니, 곧 그 사이로 검은 피부의 엘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어눌하게 말을 하는 늙은 엘프.
놀랍게도 다른 엘프들과 달리 노인은 온몸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어떤 사고도 없이 늙어 죽거나 그렇게 죽기 직전인 엘프만이 저런 모습을 할 수 있었다.
“그렇소.”
“아아……. 다행……입니다…….”
늙은 엘프의 눈에서 투명한 물이 흘러내렸다.
“드디어……. 예언대로 신께서 보낸…… 구원자가…….”
“구원자?”
“신들께서…… 때가 되면……. 우릴…… 내보낼…… 구원자를 내려 주신다고…….”
엘프가 무어라 말하자, 주변의 드워프처럼 생긴 엘프, 엘프처럼 생긴 드워프, 또 인간 같은 NPC들이 일제히 몸을 바닥에 대고 엎드렸다.
“엎드……려라……!”
“우우!”
“우오오!”
철혈패군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괜찮을 거다. 먼저 칼을 들이댔다면 모를까, 대화로 아군이라는 걸 확실히 인식시켰으니까.”
미스트 섬은 사방이 몬스터로 둘러싸인 곳.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친하게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일단 관계가 좋아지면 여러 퀘스트를 주거나, 섬에 대한 정보, 혹은 보물이나 광맥의 위치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으리라.
“마을은…… 환영합니다……. 편하게 쉬고 계시지요.”
“고맙군.”
“당신은…… 이쪽으로…….”
파프닐은 엘프 노인을 따라 중앙 나무의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나무 수액과 약초 몇 개를 섞은 허브티를 내어 왔다.
-띠링!
-어둠의 허브티를 마셨습니다.
-HP가 회복됩니다.
-잠시 동안 MP 회복이 상승합니다.
차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는데, 파프닐의 미각을 생각하면 아마 본래는 사람이 먹기 힘든 맛일 듯했다.
“그래서 당신들은 언제부터 여기 살고 있었습니까?”
파프닐의 물음에 노인 엘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오래전입니다……. 세상이 아직 대지모신님의 결계로 감싸지기 전……. 신들이 이 지상을 돌아다니던 때부터…….”
미스트 섬은 본래 이렇게 어둠에 가득한 장소는 아니었다.
오래전에는 젖과 꿀이 흐르던 땅이었고, 그 위에서는 엘프와 드워프, 인간, 그 외에도 온갖 종족들이 모여 살았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다.
하늘에서 검은 운석이 떨어지며 지진과 화산 폭발, 해일이 덮치더니만.
엄청난 농도의 어둠의 마나가 일어나 주변을 완전히 감싸 버린 것.
살아남은 사람들은 처음엔 어떻게든 이 섬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어둠의 마나로 둘러싸인 결계는 어떤 마법이나 검도 먹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어둠의 마나에 노출된 몬스터들은 변이를 일으켰고, 외차원이나 다른 어딘가에서 나타난 몬스터들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동족들은 하나둘씩 죽거나 광기에 빠져들어 몬스터가 되었다.
결국 이들은 탈출을 포기하고 섬에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현재 원주민들의 선조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생김새들이 제각각인 것도?”
“엘프……의 특징도……. 드워프의 특징……. 하플링……. 인간……. 이제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바깥 원주민들의 생김새가 제각각인 건, 온갖 종족이 맺어져 후손을 남기며 피가 섞였기 때문.
“저……. 그리고 여기 있는 다른 아이들……. 모두는 한 번도 바깥을 본 적 없습니다…….”
“…….”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하던 중……. 영웅들께서…… 오셔서…… 너무…….”
노인 엘프의 표정에 감격이 깃들었다. 수천 년을 섬 안에서 살아왔는데 드디어 바깥과 연락이 닿았다는 게 너무나도 기뻤기 때문이다.
한편 파프닐은 다른 생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흠, 원작에선 없었던 이야기 같은데…….’
플러시가 만난 원주민은 열 손가락에 꼽히지 않았고, 이미 괴수화가 진행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건 최소 1백 명은 넘어 보이는 마을 주민들이다.
퀘스트를 받는 건 좋지만, 왠지 귀찮은 일에도 휘말릴 것 같다는 불길한 직감이 든다.
‘일단 그 건부터 물어볼까?’
얼마 전 침입한 암살자가 이 부락 소속이라면, 분명 누군지 알고 있으리라.
“혹시 이들이 전부입니까?”
“아닙……니다.”
파프닐의 질문을 들은 검은 피부의 엘프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전사들이…… 사냥을 나가 있습니다.”
“전사들이라.”
확실히 전사 중 민첩이 높은 개체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파프닐은 노인에게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때였다.
“우오오오! 우고오!”
바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이지?”
“정찰대가…… 돌아온…… 모양입니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파프닐과 노인이 같이 나가자, 그곳엔 철혈 기사단원들이 원주민 한 명을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아닙니다!”
“마을에 올 때부터 이런 상태였습니다.”
원주민의 상태는 처참했다.
몸 곳곳엔 찢기거나 갈린 자국이 가득했고, 한쪽 다리는 없는 상태.
그럼에도 원주민은 엘프 노인을 향해 무어라 빠르게 말을 이었다.
“……뭐라고!”
엘프 노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무슨 일이길래?”
“저희…… 전사들이…… 악마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답니다.”
“악마의 부하?”
철혈 기사단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파프닐은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섬 중앙에 있는 연구소. 그리고 공룡 몬스터들을 잡아먹는 혼종들.
왠지 악마라는 놈들이 관련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아……. 이럴 수가…….”
“흠,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파프닐의 말에 엘프 노인의 눈이 커졌다.
“도와……주십시오……. 우리 아이들……. 희망이 왔는데…….”
-띠링!
-새로운 퀘스트 ‘전사단 지원(매직)’이 생성되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마을의 전사단을 도와 몬스터들을 격퇴하고, 전사단을 마을까지 데려와야 합니다.
-보상 : 경험치, 100골드, 고대 엘프의 반지(?), 원주민 마을의 진명 및 해당 마을의 NPC와 우호 관계 성립, 마을의 콘텐츠 및 상점, 여관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됨.
‘이건…….’
파프닐의 눈이 번쩍였다.
‘연계 퀘스트다……!’
게이머로서의 직감이 울렸다.
단순히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어지는 스토리가 더 있을 것 같다고.
보상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도 그 추론을 뒷받침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지요.”
“고맙습니다…….”
노인 엘프가 고개를 숙였다.
파프닐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