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83)
483화
수많은 마수가 넘쳐 나는 마경, 미스트 섬.
인간과 엘프, 드워프 등 아인종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인 생존자들의 마을은, 수천 년을 내려오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대단한 일이었다.
온 사방이 마수, 초월적인 악령이나 악마로 가득한 이 섬에서 한 세력이 될 정도라는 것은.
그런 중에서도 특히 강한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게 바로 마을 전사단이었다.
“모든 생존자의 인원수는 대략 1천여 명이고, 저 마을에만 있는 사람들은 그중 1/5인 2백 명 정도.”
파프닐은 숲을 수색하며 존스 박사와 일행에게 마을을 설명했다.
“마을 전사단은 총 60여 명인데, 절반은 탐험 중이고 현재 마을에 있는 인원수는 30여 명 정도라고 하더군요.”
“60여 명이면 뭐, 우리랑 비슷한 숫자군.”
철혈패군이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말 그대로 생존만 가능한 수준이 아닌가.
섬에서 마을을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딱히 큰 도움은 되지 않을 듯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 같긴 하군요.”
“너무 얕잡아 보는군.”
“네?”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인원수는 적어도, 그 녀석들은 이 미스트 섬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설정을 가진 NPC들이다.”
“흐음…….”
“확실히 이런 레벨 800대의 몬스터 존에서 살아왔다면 최소한 레벨 수준은 맞추긴 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무시무시한 전력이긴 하다.
“그럼 빨리 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그 전사들이 위기에 빠져 있는데.”
“그래서 지금 가고 있잖나.”
“하지만 속도가…….”
지원 요청을 들은 뒤 파프닐은 곧바로 나왔다.
하지만 그뿐.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도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 너무 늦는 거 아닙니까? 전사들이 전멸한다거나…….”
“아마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다.”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 미스트 섬에는 마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원작 소설에서 나온 대로라면 이곳은 그저 초입부.
파프닐이 기억하는 전사들의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가볍게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연구소에서 보인 키메라 정도가 아니라면 문제는 없을 거다.
그때였다.
“찾았네!”
흔적을 살피던 존스 박사가 외쳤다.
“이쪽일세.”
박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자, 곧 진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많은 괴수들의 시체가 늘어져 있는 것은 덤.
“엄청난 싸움이군.”
“이 정도 되는 몬스터들을 죽이다니, 역시 보통 NPC가 아니야.”
“파프닐이 한 말이 맞았군…….”
철혈 기사단원들이 술렁였다.
이 정도면 확실히 얕잡아 볼 수 없는 전력임은 확실한 정도.
곧 소리의 근원지가 보였다.
“이건…….”
“오…….”
멈춰 선 철혈 기사단원들이 놀랐다.
숲 한복판.
검은 피부에 갖가지 체형을 한 전사들이 원진을 만들고 싸우고 있었다.
그 바깥쪽에서는 수많은 공룡, 그리고 인간 형체이지만 팔이 여럿 달렸거나 등 뒤로 촉수가 돋아난 괴물들이 끝도 없이 몰려왔다.
빛이 뿜어지는 창을 휘두르거나, 광선을 쏘는 원통을 휘두르는 전사들.
수많은 거대 마수들을 식량으로 사냥해 온 자들답게 잘 싸우고 있었다.
“바로 돌격합니까?”
파프닐은 유심히 진영을 보다가 지시했다.
“일단 마법부터.”
“예.”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썼다.
불덩어리와 번개가 쏟아지며 뭉쳐 있던 마수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놀랄 게 남아 있었다.
“이거 시체가 많군.”
“크크크, 우리 세상이다! 애니메이트 데드!”
네크로맨서 NPC들이 주문을 외웠다.
쓰러진 시체가 좀비가 되어 일어나더니,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마수를 공격한다.
곳곳에서 일어난 해골병들은 몸으로 마수들을 막아서고, 전사단이 숨을 돌릴 시간을 준다.
“캬아?”
“칵!”
마수들은 물론, 싸우고 있던 전사들까지 놀랄 모습.
“이제 돌격해도 되겠군.”
대열을 갖춘 마수보다 흩어진 마수들이 더 사냥하기 좋은 건 당연한 일이다.
파프닐이 막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한쪽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 드레이크가 나타났다.
사람 한 명만큼 큰 비늘들 사이로 어둠의 마나가 꿈틀대며 독기를 뿜는 모습.
저 정도면 거의 드래곤에 근접할 정도로 강한 개체였다.
지금까지 만난 마수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놈의 등장에 철혈 기사단원들이 순간 멈칫했다.
“무슨……?”
세 머리 드레이크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몸을 돌렸다.
“쿠오오오!”
그대로 돌진하는 드레이크.
그때였다.
놈의 뒤에서 신형 하나가 점프하더니, 그대로 드레이크의 한쪽 머리에 창을 꽂았다.
“%Q5$&@!”
“크오오오오!”
한쪽 머리가 추욱 처졌지만, 나머지 두 머리는 고통의 괴성을 지르며 속도를 냈다.
“디펜드!”
“위대한 방패!”
철혈 기사단원들이 방패를 들어 머리를 막은 순간.
파프닐은 슬로 스킬을 써 돌진을 멈추게 하고, 콧구멍을 통해 몸속에 외차원의 버섯을 자라나게 했다.
직접 나서 싸우면 시체가 남지 않으니, 최대한 전리품을 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차원의 버섯을 번식시켰습니다.
-트리플헤드 드레이크의 HP가 감소합니다.
-트리플헤드 드레이크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후략)……
“끄르르르륵!”
드레이크의 두 머리가 동시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파프닐은 엘프 노인에게 받은 부적을 몸에 붙였다.
-태고 언어의 부적을 붙였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언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뭐지?”
“저자들……. 새로운 마수인가?”
전사단들이 하는 언어가 자동으로 통역!
기존 호라이즌에서는 모든 언어가 통역되는 번역 기능이 자동으로 켜져 있었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는 그에 맞는 조치가 필요했다.
“저는 적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도우러 왔습니다.”
“도우러?”
“…….”
검은 피부 전사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드레이크의 목에 창을 꽂은 전사가 걸어왔다.
파프닐은 전사에게 말했다.
“마을의 전사단?”
“……마을을 아나?”
“아까 검은 엘프분에게 부탁받고 오는 길인데.”
“그럼……. 아군이군.”
숨을 고른 전사가 말했다.
“나는 야무크……. 마을 전사단의 단장이다…….”
전사단장 야무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곧바로 쓰러졌다.
***
“야무크……와 전사들을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호프 마을……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인 엘프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띠링!
-전사단 지원(매직)을 완료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1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파티원과 보상이 분배됩니다.
-1골드 42실버 85코퍼를 획득했습니다.
-고대 엘프의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원주민 마을의 진명, ‘호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호프 마을의 NPC들과 우호 관계가 성립되었습니다.
-호프 마을의 퀘스트, 마을의 상점과 여관 등의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상을 본 파프닐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행히 잘 풀렸군.’
골드가 얼마 안 되는 건 아쉽지만,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에게서 생존하는 것만도 벅찬 사람들이 어떻게 골드를 많이 마련하겠는가.
중요한 건 유물과 마을 NPC들이 주는 추가적인 아이템과 퀘스트.
새로운 마을을 거점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단순히 베이스캠프가 있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 온 마을과 협력하는 게 훨씬 낫지.’
마을의 NPC들은 안전지대나 몬스터의 습성, 활용 가능한 부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섬의 지형을 좀 더 확실히 알아 두는 것은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가진 진짜 지식을 생각하면, 이 마을 사람들은 반드시 아군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럼 일단 한번 볼까?’
드워프와 엘프, 여러 아인종의 혼혈 마을인 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많으리라.
파프닐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 시작했다.
‘건물들은 모두 살아 있는 나무로 지어졌군. 깎아야 하는 부분들은 확실히 깎아서 땔감이나 목책, 연료로 쓰고 있고……. 식량은 사냥한 마수나 버섯, 그리고 엘프의 마법을 이용한 곡물인가.’
마수에게 들킬 걸 우려했는지 마을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신 지하를 파서 건물과 탈출 통로를 지었는데, 그 크기도 어지간한 마을 서너 개를 합친 만큼 컸다.
“자 자, 이리 와서 부적 사 가게.”
“바깥 세계에서 왔다고? 바깥 세계에서 온 사람을 보는 건 얼마 만인지…….”
“혹시 사과라는 걸 먹어 봤어? 씹으면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단물이 마구 나온다던데……. 그런 열매면 많이 귀하겠지?”
마을 원주민들은 철혈 기사단원들이 다가갈 때마다 이런저런 말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섬 안에서 살아왔기에, 바깥 세계에서 온 사람들은 그야말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덕분에 어려운 사냥, 채집을 하지 않더라도 호감도는 빠른 시일 내 솟구쳤다.
‘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예상대로인가.’
처음 목책을 볼 때 느꼈던 감상이 마을 전사들을 보고 나서 더욱 확실해졌다.
이 마을은 원시적인 것 같으면서도 SF 영화에 나오는 물건들을 곳곳에서 쓰고 있었다.
헐벗은 가죽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전사들은 광선총이나 광선검, 눈에는 스카우터 고글 같은 장비 등을 쓰는 모습.
원작 소설에서 나온 묘사 그대로였다.
‘그럼 슬슬 준비해 볼까?’
파프닐은 의료소의 전사장, 야무크를 찾아갔다.
침대에 누워 있던 야무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바깥에서 오신 분.”
바깥 사람을 환영하는 건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처음 마주친 거라면 어느 정도 경계했겠지만,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신들까지 도와주었으니 그럴 일도 없었다.
“이번에 저희를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다 같은 사람인데.”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들어 본 것도 오랜만이군요.”
항상 주변엔 괴수들뿐이니, 실제로 만난 바깥 사람은 파프닐과 일행이 처음이리라.
-야무크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대화를 하자 자연스레 호감도가 올랐다.
지금이 때임을 직감한 파프닐은 헛기침을 하고 본론을 꺼냈다.
“그럼 혹시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뭐……. 말씀하시지요.”
“실은 아까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뭔가 이상한 것들이 보이던데…….”
“네?”
“전사분들의 무기나, 마을의 방책, 그리고 마을 중앙에 있는 수정구 같은 유물들 말입니다만. 아무래도 이 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인지라. 혹시 출처를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아……. 그건 대균열의 유물입니다.”
“유물?”
“이곳에는 대균열이라는 곳이 있지요. 밑으로 끝없이 뚫린 구멍인데, 그 안쪽 곳곳에서 이런 유물들이 나와서 말입니다.”
“흐음…….”
“마을 사람들이 먹는 신선한 고기나 식량도 그곳에서 조달합니다. 신기하게도 그곳의 식물이나 동물들 중엔 먹을 수 있는 게 많더군요.”
역시나 따로 특별히 입수하는 곳이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말했다.
“혹시 가능하다면 저를 그곳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이왕 이렇게 왔으니, 저도 그곳을 한번 탐험해 보고 싶습니다.”
“…….”
원작에 나왔던 섬의 대균열.
그곳을 탐사하는 것이야말로 이번에 파프닐이 원주민 마을을 찾은 진정한 목적이었다.
대균열 안에서 나오는 갖가지 아이템은 엄청난 성능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금속이나 식물,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고등급 마나석과 강화석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테니까.
그때였다.
파프닐이 재차 말하려 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야무크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