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92)
492화
벌들은 대체로 벌집에 꿀을 모은다.
꿀을 보관하기에 안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벌집에 있는 애벌레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애벌레들을 위해서는 모든 위험한 것을 막는 것이 벌들의 본능.
당연히 벌집엔 벌과 애벌레, 꿀만이 가득해야 했다.
다른 게 있다면 그 경우의수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벌들의 소굴에 파프닐처럼 무단으로 침입한 경우이고.
두 번째는 벌들의 식량으로 잡혀 온 동물의 잔해다.
벌의 주식이 꿀이긴 하지만. 항상 꿀만을 먹지는 않는다.
당장 장수말벌들의 주식 중 하나가 꿀벌들을 죽여 잡아먹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미스트 섬 흑벌들의 먹이로 온 녀석이라면 보통은 아닐 거란 말이지.’
파프닐은 복돌이의 안내를 받아 이상한 게 발견된 육각형 구멍으로 향했다.
“여기다, 멍!”
앞서 움직이던 복돌이가 밀랍과 꿀로 막힌 한 통로를 발견하고 짖었다.
“바로 파내겠다, 멍!”
복돌이는 곧바로 혀를 내밀어 꿀을 먹어치울 준비를 했다.
이 꿀이라는 것, 굉장히 달콤하고 맛있었다.
주인의 명령을 따르면서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면…….
“복돌아, 조심해라.”
“멍?”
“꿀이 묻으면 털을 자르고 목욕해야 하니까.”
“……!”
복돌이의 귀와 꼬리가 쫑긋 섰다.
목욕!
모든 개들이 싫어하는 최악의 행위이자.
주인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문 중 하나가 아닌가.
자신의 체취를 강제로 빡빡 지우고.
괴상망측한, 불안한 향기를 강제로 덧씌우는 것.
“…….”
복돌이의 몸놀림이 극도로 조심스러워졌다.
그사이 파프닐은 꿀과 밀랍 벽을 천천히 뜯었다.
“……이건?”
벽 안에는 자는 것처럼 보이는 원주민 시체 한 구가 있었다.
팔다리가 살짝 부어오른 걸 보아서는, 벌의 독에 당한 듯했다.
“원주민 헌터…….”
파프닐은 시체를 뒤져 보았다.
-용두 사냥꾼의 징표(레어)를 획득했습니다.
-일지(노말)를 획득했습니다.
-망가진 블래스터 캐논(매직)을 획득했습니다.
-불멸의 파쇄추(이모탈)를 획득했습니다.
이모탈급의 무기 아이템!
비주류인 추(철퇴를 줄로 연결된 무기)이기에 쓰는 플레이어가 별로 없지만.
그만큼 전문가를 만나면 대처하기도 어렵기에 PVP를 파는 유저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장비였다.
“그나저나 이건 그냥 넘길 수 없겠는걸.”
마수의 뼈로 만들어진 용두 사냥꾼의 징표.
아마도 이 시체의 정체는…….
띠링!
-용두 사냥꾼 코하크의 징표를 발견했습니다.
-용두 사냥꾼 ‘코하크’의 일지와 장비,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사냥꾼 수색(레어)’의 완수 조건 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예상대로군.’
서바이브 마을에 있는 세 명의 용두 사냥꾼.
레벨 850이 넘을 고위 NPC인 이들 중 한 명이 이 시체의 정체였다.
“한발 늦은 건가……?”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퀘스트를 받고 진행하지 않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NPC가 죽는 상황.
후대나 다른 대리인이 연계 퀘스트를 이어 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것도 없다면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도 이 경우는 그런 케이스는 아닌 듯 했다.
실패가 아니라 완수율이 33%로 늘어났기 때문.
이 경우는 원래부터 이미 이렇게 죽어 있었다고 보아야 했다.
“운이 좋다고 해야겠군.”
파프닐은 사냥꾼 코하크의 일지를 펼쳤다.
동시에 주변의 환경이 일렁이더니, 갑자기 컷 신이 펼쳐졌다.
대균열에 들어온 어느 장신의 사냥꾼이 주변을 움직이고 있었다.
코하크.
파프닐이 봤던 시체의 살아생전의 모습이었다.
“……대균열에 벌들이 있다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미스트 섬의 벌들은 본래 지상에만 있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균열에서 그 벌의 모습을 발견한 것.
‘뭔가 이상하군.’
새 여왕벌이 대균열 아래에 내려와 벌집을 짓고 살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렇게 집을 짓고, 또 쟁쟁한 마수들 사이에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는 게 말이 안 됐다.
이상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장수말벌과 꿀벌, 좀말벌.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관계인 이 벌들이 모두 하나의 종처럼 힘을 합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코하크는 곧바로 마을과 대균열 내에 남겨진 기록들을 찾아 확인했다.
검은 날개의 재앙.
공포의 대왕.
말할 수 없이 두려운 무리.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지만, 모든 기록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했다.
“이건 말도 안 돼…….”
종이, 석판, 조각상.
수많은 자료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졌다.
“설마 수천 년 주기로 벌 떼가 재앙을 일으킬 줄이야…….”
황충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메뚜기가 무리를 지어, 접촉이 잦아질 정도로 밀도가 높아진 메뚜기 무리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리 지은 메뚜기들은 메뚜기가 아닌 뭔가 다른 것으로 진화한다.
날개가 길어지고 뒷다리는 짧아지며, 식욕도 자신 몸무게의 두 배 정도로 증가해 24시간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변한 황충 떼는 지나가는 길의 모든 것을 갉아먹는 사신으로 변한다.
단순한 메뚜기 떼가 나라의 흥망을 결정짓는 재앙으로 여겨질 정도이니 말 다 한 셈.
그런데 이 벌들도 그런 반응을 수천 년에 한 번씩 보이고 있었다.
대균열 지하 깊은 곳부터 시작되는 재앙은, 점차 영역을 뻗쳐 나가 이윽고 지상까지 퍼지게 된다.
미스트 섬에서 패권을 다투던 마수들이 모조리 먹이가 되고.
섬의 중앙에 봉인된 악마마저도 숨을 죽일 정도.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 이 섬에서 악마들이 탈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탈출하기 위해서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때가 아님에도 이 재앙의 벌들이 나타나 모조리 잡아먹어 버리니 말이다.
“……막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벌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최소 요두(4단계) 사냥꾼 이상의 실력자여야 한다.
다른 용두 사냥꾼을 찾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결국 믿을 건 자신 혼자밖에 없었다.
코하크는 필요한 짐을 챙겨 벌집의 조사에 들어갔다.
벌집에 잠입해 24시간 벌들을 지켜보며 기록.
그 노력 덕분에 벌들의 특성, 그리고 지금 이 벌이 다른 벌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것들 등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운은 얼마 가지 못했다.
침입자를 눈치챈 벌들이 일제히 모여 공격했고, 겨우 탈출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뒤였던 것이다.
“이 상태로는 조사를 속행할 수 없다. 잠시 휴식을 좀 취하고……. 다시 움직여야겠군.”
꿀과 밀랍으로 막힌 구멍 안에 들어가, 애벌레를 죽인 그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눈을 감았다.
그것이 일지에 적힌 컷 신의 마지막 내용이었다.
파앗.
컷 신이 끝나자 파프닐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새로운 퀘스트 ‘재앙의 전조’를 획득했습니다.
-완수 조건 : 벌집의 상태를 조사하십시오.
-보상 : 경험치, 검은 날개의 재앙에 대한 정보.
파프닐은 꿀꺽 침을 삼켰다.
‘연계 퀘스트로 최소 3단계가 더 있겠군. 마지막은 파브르 때 거충 웨이브처럼 미스트 섬 전체를 지키는 내용이 되겠고.’
눈앞에 있는 줄을 건드렸는데, 줄줄이 폭탄이 뽑혀 나올 것 같은 불안감이 등골을 스쳤다.
‘아직 모르는 일이니, 일단 조사는 해 봐야겠어.’
코하크의 일지에 적혀 있는 재앙의 전조인지, 평범한 이상 현상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모든 벌집에 한 마리씩 있는 그것.
벌집의 여왕벌을 보고, 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왕벌이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여왕벌이 다른 무언가로 변이해 있거나.
아예 죽어 있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는 수 없지. 일단 보고 결정하는 수밖에.’
파프닐은 벌집 안쪽으로 향했다.
원래 모든 큰일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
현생에서도 그런 사소한 신호를 무시하고 게임에 집중하다 몸이 망가진 프로게이머들이 꽤 있었다.
쩌어어억.
밀랍 벽들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궁드닐로 베자 신기할 정도로 잘 베여 나갔다.
파프닐은 기껏 모은 꿀 중 몇 항아리를 일부러 다른 곳에 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벌들이 꿀에 신경을 쓰는 사이 앞으로 간다.’
그렇게 움직이던 도중.
복돌이의 꼬리와 털이 갑자기 곤두섰다.
“왜 그래?”
“……위험한 놈이 있습니다. 멍.”
평소와 달리 짧게 속삭이는 복돌이.
매일 멍청하게 헥헥대는 것 같은 녀석이지만, 저 녀석도 아수라견의 핏줄이다.
“…….”
파프닐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검은 고치 하나가 매달린 육각형 광장 한 곳이 나왔다.
고치 주변에는 수많은 꿀벌과 장수말벌 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반짝이는 검은빛 점액질을 고치 안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마력 꿀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응집된 게 보였다.
여왕벌 전용의 사료, 로열젤리다.
‘그렇다면 저 고치가…….’
고치를 둘러싼 막이 워낙 두꺼워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파프닐은 태연하게 스크린 샷 기능을 켰다.
밝기를 조정하고 채도를 높이자 고치의 안에 있는 것의 형태가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파프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저건!’
***
서바이브 마을.
정체를 확인하고 돌아온 파프닐은 곧바로 야무크를 찾아갔다.
“……이건…….”
용두 사냥꾼의 징표를 본 야무크는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감사합니다. 저희 마을 사냥꾼의 마지막을 지켜봐 주셔서…….”
“아니, 덕분에 나도 정보를 많이 얻었으니 괜찮아.”
“혹시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여쭤보아도…….”
“벌집을 조사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이 마을과 동포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지.”
“……감사합니다.”
“다른 두 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보면 알려 주도록 하지.”
“예…….”
보고를 마치고 나온 파프닐은 벌집에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 형체는……. 아무리 봐도 여왕벌은 아니었지.’
플러시처럼 운빨이 따라 주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벌들이 폭주하는 재앙이 터질 터.
대균열 안은 물론, 지상까지도 안전하지는 않으리라.
기껏 만든 베이스캠프는 부서질 거고, 섬을 개척해 개발한다는 계획도 뒤로 미뤄질 터.
‘몇천 년 주기로 온다고 했으니 한 번 지나고 다시 작업을 하면 되긴 하지만…….’
방법은 단 하나.
일이 터지기 전에 여왕벌을 쓰러뜨리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그것부터 처리한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겠군.’
파티원은 충분했다.
철혈 기사단원에 흑마법사 NPC들.
서바이브 마을의 전사단까지.
엘리트 해골병들을 불러오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으리라.
‘슬슬 계획을 짜 볼까……?’
그때였다.
여왕벌 공략에 착수하려던 파프닐의 메시지창이 빛난 것은.
“이건…….”
보이스 요청 메시지창을 확인한 파프닐은 세부 내용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오다.”
동맹 관계이긴 하지만.
피차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눌 정도는 아닌 사이.
이 때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러시아 서버에서 동물들이 인간 플레이어 길드들을 몰아내고 패권을 장악했다. 전 세계의 동물 몬스터, 반려견, 반려묘 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고 있지.
러시아에서 일어난 동물들의 반란.
그 의미는 하나밖에 없었다.
“……세이메이가 움직였군.”
파프닐은 심호흡을 했다.
“역시 나는 그 녀석처럼 운이 좋진 않겠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