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한국 서버의 중심인 수도 아덴 성.
동물 반란군의 소식으로 술렁거리는 여론과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이곳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파프닐은 그 성 구석에 있는 어느 창고에 들어섰다.
“여긴가?”
창고 구석에는 먼지 가득한 아치형 문 하나가 있었다.
몇 년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파프닐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멍, 내가 하겠다, 멍!”
파앗, 복돌이가 앞으로 가 문을 밀었다.
혹시나 모를 위험을 대비한 것.
그러나 문은 가볍게 진동할 뿐 열리지 않았다.
“멍?”
복돌이의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
“멍멍……. 다시……!”
재차 문고리를 돌리고 미는 복돌이.
그러나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크르르릉…….”
이를 드러낸 복돌이가 앞발에 힘을 집중했다.
그 순간 파프닐이 태연하게 문에 손을 갖다 댔다.
끼이익.
가볍게 열리는 문.
“……멍?”
“당기는 문을 밀면 어떻게 하냐?”
피식 웃은 파프닐이 걸어 들어갔다.
-무신의 전당에 입장했습니다.
-초대를 받은 사람으로 판정되었습니다.
문 안쪽엔 탁 트인 하늘 아래로 그리스식 신전 기둥들이 곳곳에 놓인 대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는 수많은 창, 칼, 도끼 등의 레플리카가 놓인 게 보였다.
정면으로 열린 길을 따라가자.
그림에서 나올 것 같은 미남자 한 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저자가 랭킹 1위……. 모험가 아진이군.’
간단한 가죽 갑옷을 입은 아진은 검사라기보다는 모험가, 그중에서도 존스 박사와 같은 탐험가에 가까워 보였다.
미남자가 고갤 돌렸다.
“네가 파프닐인가. 생각보다 멀쩡한데?”
“……?”
“아 미안, 뭔가 좀 더 괴상한 녀석이라 생각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보고 괴상하다니…….”
“랭킹 순위권에 오른 사람들은 다들 그랬으니까.”
저건 맞는 말이다.
재벌가의 자본을 게임에 투자할 생각을 한 이시우도 보통이 아니고.
일본 서버 쪽 랭커들은 죄다 역사 속 인물의 인물들을 따오려 하질 않나.
칠흑의 사신은 미친 또라이 그 자체고.
라쿤맨은……. 말을 말자.
“그래서 러시아 동물 반란에 대해서 이야기할 게 있다며?”
“그래.”
“뭐 한국 서버의 유저 한 명으로서 대처는 준비하고 있지만……. 도와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때였다.
아진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검을 든 채 말을 이었다.
“일단 한번 싸워 보지.”
“……?”
다음 순간 아진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왔다.
파프닐의 앞에 선 그가 검을 휘두르자 수십 개의 잔상이 사방에서 공격해 왔다.
분검술.
검사의 최상위 스킬 중 하나로, 마스터 시 최대 여덟 개까지의 잔상이 나타난다.
수십 개인 것을 봐서는 비전 스킬인 모양.
숙련도만 보면 최상위 랭커보다도 한술 더 뜬다.
카카칵!
미스릴로 만들어진 금속 방벽이 막았지만, 분검술 공격이 연달아 쏟아지자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그러나 파프닐은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스킬을 사용했다.
[철폭.]깨진 금속이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며 아진을 밀어 냈다.
그 상태로 파프닐은 해골병과 불깍이, 그리고 네펜데스들을 소환했다.
“딱, 딱!”
“딱딱!”
해골병들이 곧바로 돌진하는 순간.
그 앞으로 아진이 쏜 얼음 기둥이 날아와 터졌다.
촤아악!
드라이아이스를 터뜨린 듯한 냉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해골병들을 얼렸다.
얼음 속성 대미지에 약한 지옥불 해골병들에게 가장 취약한 공격.
그 상태에서 연달아 날아온 화살이 파프닐을 노렸다.
“이건…… 궁수의 피어싱과 차지 애로우…….”
파프닐은 화살을 피하며 생각했다.
‘역시 아진이군. 모든 직업의 스킬을 다 쓴다더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땅바닥에는 폭탄과 칼날, 전격 스크롤이 깔리며 해골병들을 마비시켰고.
움직이는 해골병들은 아진이 뽑아 든 쌍권총에서 쏟아지는 탄환 세례에 하나둘씩 바스러져 갔다.
“이 정도인가?”
아진은 파프닐을 향해 짧게 말했다.
주변엔 어느새 모인 정령들이 가득 서 있었다.
검사는 물론, 궁수, 도적, 마법사, 정령사.
수없이 많은 다른 직업의 비기들이 숨 돌릴 틈 없이 펼쳐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는 가능했다.
히든 클래스 모험가의 특성.
모든 직업의 스킬들을 제한 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것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좋지는 않다.
스킬을 다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
기껏 배운 스킬들이 서로 충돌하며 스펙을 약화시킬 수도 있었고.
각 스킬에 맞는 장비와 세팅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아진은 수많은 노력과 계산을 통해 그 직업을 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스킬들만을 엄선한 뒤.
분신술의 분신들이 사용한 스킬들도 숙련도를 얻는다는 걸 이용해 스킬들을 성장시키고.
그 결과 누구도 레벨과 능력에선 따라오지 못하는 자가 된 거다.
이 때문에 지금의 아진은 설령 누구라도 자신을 이기지 못할 거라 자신했다.
중국의 천마.
한국의 이시우, 검노인.
미국의 라쿤맨.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 위에 검은 구체가 나타난 것은.
-검은 태양.
지옥불 리치, 불깍이가 스킬을 사용한 것.
검은빛이 내리쬐는 땅 위로 언데드들이 재차 일어났다.
그 수는 무려 수천 기.
“카아악!”
“카악!”
수많은 해골병과 언데드 들이 정령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 사이에서 파프닐이 창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드는 게 보였다.
“근접전? 좋지.”
아진이 각종 스킬을 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검사다.
[무신의 검.]새하얀 빛이 도는 수십 미터의 검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아진의 손에 잡혀 휘둘러져 왔다.
파프닐은 잠시 버티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로 밀려 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순간이었다.
“멍!”
퍼억!
복돌이의 뒷발차기가 아진의 뒷덜미에 명중하면서, 그대로 아진이 떨어진 것은.
-HP가 감소했습니다.
-심각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목뼈가 부러졌습니다.
-사망했습니다.
-기적의 생환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HP가 1%를 남기고 부활합니다.
“커헉!”
떨어진 아진이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앞으로 검은 창날이 드리워졌다.
“그래서, 이 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했나?”
파프닐이 말했다.
물론 아진은 굉장히 강한 스펙과 실력을 지니고 있고, 그 이상으로 가진 스킬들이 까다로웠다.
근접과 원거리 모두 완벽한 데다가, 각종 소환술이나 마법, 저주와 도적 트랩이 합쳐지면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
과연 랭킹 1위에 걸맞은 자였다.
물론 최근 성장을 거듭한 파프닐에게는 안 되었지만 말이다.
“……내가 졌다.”
한숨을 내쉰 아진이 두 손을 들었다.
“역시 그 명성은 거짓말이 아니로군.”
“랭킹 1위라더니, 그럼 내가 랭킹 1위가 된 셈인가.”
“나를 이겼다고 최강자는 아니다. 랭킹은 어디까지나 레벨과 지표일 뿐……. 진짜는 그런 수치로 판단할 수도 없으니까.”
말을 마친 아진이 일어나려 했다.
“그럼 본론으로…….”
그때였다.
아진의 목덜미에 창날을 들이댄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먼저 공격해 놓고 아무 성의 표시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간다고?”
“……?”
“목숨값 정도는 내주셔야겠는데.”
“……!!”
방금의 공격은 실력 테스트 따위가 아니었다.
모든 스킬을 전부 쏟아 낸 생사결.
만약 파프닐이 조금이라도 실력이 부족했다면 지금쯤 강제 사망 후 로그아웃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미안하군……. 하지만…….”
“하이퍼급 아이템 정도가 아니면 용서할 수 없겠는데.”
파프닐의 목숨값엔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하이퍼?”
“설마 랭킹 1위의 목에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고 하진 않겠지?”
그 순간 파프닐은 몸을 돌렸다.
까앙!
궁드닐의 창날에 어떤 사람의 형체가 비쳤다.
팔이 보통 사람보다 길고, 온몸을 그림자로 감싼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일단 진짜 랭킹 1위는 내가 아니다.”
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분이야말로 진짜 랭킹 1위시지.”
“……!”
말이 끝나기도 전 그림자 남자의 몸이 파프닐의 사방에서 공격을 해 왔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
파프닐은 금속 지배로 급소만을 막고, 다른 부위는 최대한 피해 냈다.
-어깨에 공격을 당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다리에 공격을 당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분명 최선을 다해 막았음에도 수 분 만에 열댓 개가 넘는 상처가 생겼다.
“네 주특기는 해골 병사들을 소환하는 거였지? 그럼 소환할 수 없게 해야겠지.”
재차 공격을 이어 가려던 그림자 남자의 주변으로 해골병들이 달려들었다.
“딱딱!”
“딱!”
창을 내지르며 진영을 만들고.
뒤쪽에서 화살을 쏘거나 방패를 든 해골병들의 협공.
“오, 꽤 매서운데?”
타탓, 뒤로 물러난 그림자 남자가 히죽 웃었다.
“좀 더 놀아 보자고. 그럼.”
한편 숨을 돌린 파프닐은 곧바로 금속 포션을 마셨다.
-HP가 회복되었습니다.
급한 불을 끄자 의문이 들었다.
‘저 녀석은 대체 누구지?’
양손에는 톤파 한 자루씩을 들고 있고, 딱히 특정할 만한 방어구나 스킬도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공격.
그리고 사람의 컨트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기묘하게 꺾이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뿐.
‘톤파는 비주류 무기인데 그걸 저렇게까지 잘 쓰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아는데.’
현재 알려진 정보는 물론.
파프닐의 머릿속에 있는 원작 소설 설정에서도 저런 기인은 없었다.
‘실력은 톱급……. 아니, 그 이상이다.’
파프닐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파프닐은 손가락을 튕겨 언데드들을 계속 내보냈다.
그러나 그림자 남자는 톤파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해골병들을 간단히 쓰러뜨리고 다가왔다.
“신기하군. 이 녀석들 분명 수치상으로는 단순 소환물밖에 안 되는 녀석들인데…….”
놀라워하던 그림자 남자가 가볍게 공중제비를 돌아 파프닐 앞에 착지했다.
곧바로 휘둘러지는 톤파를 막은 파프닐의 손이 시큰거렸다.
‘큿……!’
공격 한 번 한 번이 묵직하다.
흘리지 못하고 허용했을 땐 한 방에 치명상까지 가리라.
게다가 파프닐은 큰 창 한 자루를 양손으로 쓰는 데 반해, 상대는 양손에 각각 톤파를 들고 있다.
사정거리나 활용성 면에서는 분명 창이 더 좋지만.
접근을 허용하면 톤파 같은 무기가 창에 비해 유리한 건 당연지사다.
그림자 남자의 속도와 어우러져 톤파는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속도……. 속도라…….’
뒤로 물러나던 파프닐이 외쳤다.
“복돌아, 사자후!”
“멍! 아우우우!”
지시를 받은 복돌이가 사자후를 외쳤다.
끝없이 파고들던 그림자 남자가 잠깐 멈칫한 틈을 타 파프닐은 스킬을 썼다.
[슬로우.]“……응?”
그림자 남자의 속도가 급속도로 느려졌다.
파프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궁드닐을 휘둘렀다.
[멸망의 창술-트럼페터.]반월형의 검기가 그림자 남자에게로 향했다.
놀랍게도 남자는 정면에서 그것을 받아쳤다.
[몽키 패링.]톤파를 연달아 휘두르며 역장을 만들고, 그것으로 검기를 흘려 내는 모습.
그러나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음……?”
검기를 전부 흘려 낸 그림자 남자의 눈이 커졌다.
“무기가 바뀌었군. 그건…….”
파프닐이 손에 든 검은 빛의 검을 본 남자가 씩 웃었다.
진 미스틸테인.
플러시와 싸울 때, 외신이나 다른 보스급 몬스터들과 싸울 때 몇 번 나온 적 있던.
파프닐의 결전 병기라고 할 수 있는 무기다.
“꽤 재미를 보았었지. 그런데 그걸로 되겠어?”
아무리 강한 파괴력의 무기라도 맞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 순간 그림자 남자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슬로우’에 걸렸습니다.
-모든 속도가 아주 크게 느려집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