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96)
496화
서울대공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엄마!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아저씨 크지? 뿌오오! 뿌오오 해 달라고 하자.”
길을 지나다니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며 사탕을 빨던 아이가 손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던 부모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딜 봐도 코끼리의 탈출에 무서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럴 만했다.
저 코끼리는 실체가 아닌, 증강 현실로 만든 홀로그램에 불과했으니까.
코끼리뿐만이 아니었다.
늑대나 양, 토끼, 흰 여우, 앵무새나 팔색조, 공작, 타조.
수많은 동물이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져 동물원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타이탄사로 인한 기술 발전이 각종 분야에 퍼진 시대.
인류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증강 현실로 만들어진 인공 사파리도 그중 하나.
물론 진짜 동물들도 안전한 사육장 안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이건 봐도 봐도 놀랍군.’
김강한은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발모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 호라이즌.
원작 소설 속이 아닌, 바깥의 현실에서는 꿈도 못 꾸는 기술들이다.
‘하긴, 그러니까 소설 속이겠지.’
주변을 둘러보던 김강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림자 남자, 콩이 준 시간과 장소가 바로 지금 이곳이었다.
“흠……. 좀 더운데.”
증강 현실까지 구현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여름 더위는 아직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김강한은 주변을 둘러보다 아이스크림 트럭 한 곳을 발견했다.
‘저거나 사 먹을까?’
“여기.”
“음? 아, 고맙…….”
무의식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받던 김강한은 흠칫 놀랐다.
분명 자신은 이곳에 혼자 왔기 때문이다.
“너는…….”
“음.”
돌아본 자리엔 한 사람과 동물 한 마리가 서 있었다.
SF 영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땡글이 안경을 쓰고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체구의 중년 남자.
그리고 파티용 고깔모자를 쓴 갈색 원숭이였다.
“…….”
김강한은 잠시 둘을 눈여겨보았다.
그 후 뚱보 중년인을 향해 말했다.
“당신이 콩?”
“No.”
중년인은 짧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원숭이가 히죽 웃었다.
“역시 인간 놀리는 건 재미있다니깐?”
“……!”
김강한은 살짝 눈을 크게 뜨며 원숭이를 쳐다보았다.
“증강 현실인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여길 미팅 장소로 선택하길 잘했군.”
원숭이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음……. 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란…….”
“너는…….”
“나를 못 알아보는 거야? 무신의 전당에서 그렇게 재밌게 싸워 놓고서는.”
그 대답으로 확실해졌다.
이 원숭이는 그때 싸웠던 그림자 남자가 맞았다.
‘……어처구니가 없군.’
복돌이에 이어 말하는 원숭이까지 보이는 상황.
소설 속 세계만 아니었다면 이게 무슨 소리냐며 코웃음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설정으로 단련된 김강한은 태연했다.
“자리를 좀 비켜 주겠어?”
“Yes, sir.”
중년 남자가 물러나자 원숭이는 손을 가슴에 대며 상체를 숙였다.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콩. 호라이즌의 진짜 랭킹 1위……라고 하기엔 좀 그렇군.”
파프닐에게 패배했으니 1위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타이탄사에서 일하고 있는 원숭이다. 한때는 101호였지만.”
“101호?”
“실험체였다는 뜻이지. 내가 101번째고. 앞의 녀석들은 모두 죽었어.”
예전부터 동물들을 이용한 동물 실험은 전 세계에서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다.
원래는 콩도 그곳에서 소모되어야 했을 실험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각종 실험을 받던 도중.
바깥의 인간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 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 시키는 게 많았거든.”
콩은 어떤 인간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적인 지능의 소유자였다.
IQ는 무려 300을 넘어 400 가까이 되며.
운동신경도 동종의 원숭이들 이상.
간단한 수학을 가르치던 교수들은 곧 콩과 대등한 입장에서 이론을 이야기하거나, 오히려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실험을 진행하던 제약 회사에서 통제를 풀어 주고, 숨겨진 비밀 사원으로 영입할 정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이직 기회도 잡고, 지금은 (주)타이탄에서 일하고 있지.”
“…….”
“믿기 싫다면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내가 말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흠…….”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말하는 개도 있는데 원숭이가 게임 회사 직원인 걸 따져서 의미가 있을까.
“세이멍도 그렇게 활동하던 중에 만났지. 꽤 놀라운 일이었어. 지성을 갖춘 동물은 이 지구에서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녀석은 인간이었잖나.”
“과거에 인간이면 어떤가. 태어나길 강아지로 태어났으면 강아지지.”
망망대해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 기분.
콩은 자연스레 세이멍에게 끌렸고, 상호 간 정보의 교류나 물질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세이멍이 어떤 계획을 준비하면서 일어났다.
인간들의 시대를 닫고, 동물들이 지구를 지배하는 세계를 만든다는 계획.
처음에는 금방 흥미를 잃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이멍의 준비가 진행되고, 진짜로 일을 터뜨릴 것이란 걸 확신하게 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콩은 인간이 싫지 않았다. 정확히는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싫은 인간들이야 있지. 나를 실험체로 삼은 녀석들이라든가. 반려동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놈, 제 이득을 위해 다른 인간들이 몇십만 명이나 죽어도 상관없어 하는…….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은 놈들 말이야.”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다.
콩에게 지식을 가르쳐 준 박사들.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피자, 중국 요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호라이즌 속에서 열심히 경쟁하고 있는, 정점을 향해 노력하는 인간들까지.
세상을 전부 뒤집어엎으면, 그런 인간들도.
또 인간들이 만든 물건과 음식, 놀이 도구들도 전부 사라지지 않겠는가.
차마 그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친구를 죽이고 싶진 않았지만, 그 녀석은 지금 이상한 병이 들었고……. 조금 쉬어야 해.”
“그 녀석은 이미 쉴 수 없어.”
파프닐은 고민 끝에 말했다.
그래도 이 녀석이 세이멍의 친구라면, 최소한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게 옳은 일이리라.
“녀석의 몸은 죽은 지 오래다. 영혼……이란 게 있다면 말이지만, 그놈의 영혼만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일을 꾸미고 있지.”
“오, 이런.”
“즉 호라이즌에서 놈을 막는단 건 녀석을 아예 죽인단 거다.”
“흠…….”
“그래도 의뢰를 맡길 거냐?”
콩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괜찮아.”
“정말로?”
“애초에 그 녀석, 전생엔 인간이었다가 강아지로 태어난 거잖아? 이번에 당해도 뭐……. 나중에 다른 동물로 다시 태어나겠지.”
말을 마친 콩이 자기 몫의 아이스크림을 몽땅 삼켰다.
“보수는 내가 가진 (주)타이탄 주식의 10%……. 음, 대략 70만 주 정도 되겠군.”
“70만 주?”
(주)타이탄은 보통 기업이 아니다.
전 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거대 메가코프.
한 주당 1백 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며.
심지어 연일 가격이 상승해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게 타이탄의 주식이다.
그런데 그걸 무려 70만 주나 내어 준다니.
의뢰를 성공하기만 하면, 일반인인 파프닐이 단숨에 대기업 오너나 석유 부자급의 떼부자가 되는 것이다.
“세금은 물론 처리해 줄 거고.”
“엄청난 보상인데……. 그렇게까지 주는 이유가 있나?”
“너밖에 맡길 사람이 없으니까. 나를 이긴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
파프닐은 속으로 씩 웃었다.
‘이거 운이 좋군.’
때마침 생각해 두고 있던 계획이 있었는데, 이걸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대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
“보수를 받을 때 사업 육성 같은 것도 같이 부탁할 수 있을까?”
“사업?”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팔고 싶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서. 사업을 대신 경영해 줄 전문 경영인이 필요해.”
“흠…….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타이탄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다.
어떤 분야건 전문가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좋아, 그럼 세이메이를 막아 주지.”
“정말로? 고마워! 진심이야!”
콩은 진짜로 즐거운 듯,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박수를 쳤다.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받아 줬으면 좋겠는걸.”
“선물?”
“우리 회사의 4D 기술이 집약된 물건이지. 어이!”
콩의 외침에 뚱보 중년인이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 상자를 가져왔다.
“이건…….”
“열어 봐. 혹시 모르니.”
“…….”
파프닐은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이건……!”
***
“…….”
어둠 속.
국영수는 마른 입 안을 혀로 훑었다.
‘젠장할.’
미스트 섬에서 서바이벌을 시작한 지 2달째.
그동안 그는 온갖 고생을 다 하며 살아남았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갯지렁이 고기를 억지로 먹고.
마물들을 피해 마물의 대소변을 뒤집어쓰는 짓거리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슬슬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구도.
그가 쓰던 주무기, 발모르와 탈모르의 내구도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무기뿐만 아니라 예비용 장비, 방어구, 액세서리까지 전부 다 얼마 안 남았다.’
더 이상 이 생활을 계속하다간 무기와 장비들이 완전히 파괴된다.
장비 하나를 위해 수개월간 레전더리급 퀘스트들을 클리어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손해였다.
심지어 그렇게 무기가 부서지면 더 이상 싸울 수조차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려 했던 국영수였다.
하지만 한 가지 소식이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파프닐, 한국 서버 아덴시에 출현하다.
-네임드의 귀환. 러시아 반란 때문인가?
파프닐이 한국 서버로 돌아왔다는 소식.
즉, 지금까지 자신이 여기 있던 건 전부 헛고생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항복하고, 포로인 척하면서 기회를 노려야겠다…….’
한국 서버로 돌아가거나.
그러지 않더라도 최소한 임시로 쓸 수 있는 장비들은 구할 수 있으리라.
‘좋아, 이쪽으로 가 볼까?’
국영수는 짐짓 아무런 은신술도 쓰지 않고 해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로 걷고 있으면 흑마법사건 원주민이건 누군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생포해 주리라.
그렇게 묶여서 베이스캠프에 가면,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곳에서는 마수들의 습격은 없을 테니까.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국영수의 등골이 순간 싸늘해졌다.
‘이, 이건…….’
눈을 뜨자 그곳엔 검은 타이즈로 전신을 감싼, 뇌쇄적인 미녀 한 명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러나 국영수의 본능은 그 미녀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경고등을 울렸다.
저 여자에게 거리를 주는 순간, 자신은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흘긋.
이쪽을 본 미녀가 대뜸 물었다.
“뭐야? 넌?”
국영수는 미리 준비한 멘트를 치려 했다.
항복할 테니 자신을 베이스캠프로 데려다달라는.
그러나 막 입을 연 순간, 미녀가 먼저 박수를 쳤다.
“아, 네가 그 암살자 놈이구나!”
“네?”
“파프닐 녀석이 꼭 좀 잡아 달랬거든.”
다음 순간 미녀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마침 잘됐네. 너 잡으면 파프닐 그 녀석도 내가 자기보다 나은 암살자라고 인정하겠지?”
“뭐, 뭐라고?”
“잘 도망쳐 봐. 잡히면 죽는다?”
말을 마친 미녀, 칠흑의 사신이 땅을 박찼다.
다음 순간 국영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거기 서! 이리 안 와? 이 새X가!”
‘젠장할……. 항복…… 항복한다고~!’
정점에 다다른 암살자 둘의 추격전!
설움이 북받친 국영수의 눈물이 미스트 섬의 모래 바닥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