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99)
499화
치킨과 맥주.
기름진 치킨과 시원한 맥주의 조합은, 예로부터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뜨겁고 기름진 치킨, 그리고 뼛속까지 아릴 정도로 차가운, 거품 많은 맥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이 조합은 호라이즌 내에서도 여전히 통했다.
하물며 드워프들은 원래부터가 맥주에 미쳐서, 맥주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비어 홀릭(Beer holic)!
맥주 때문에 공중 맥주 급유전함을 만들 정도로 맥주를 좋아하는 그들에게, 치맥은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준 게 문제가 됐지.”
치킨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삼시 세끼, 한 달, 1년 동안 계속 받게 되면 질릴 수밖에 없다.
파프닐은 게시판을 보며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드워프들 치맥 대접한 ssul
-이거 ㄹㅇㅋㅋ 한 번 줄 때마다 호감도 +10씩 오름.
-근데 한 사흘 먹으니까 질린다고 치우라더라. 호감도도 안 오름.
-그야 사흘 내내 먹이면 좀…….
게시판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론은 간단했다.
드워프에게 치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치킨 대신 드워프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조건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름지고 열량이 많으며, 자극적인 맛이어야 할 것.
육체노동과 금속 작업을 하는 드워프들이기에, 몸의 부족한 성분을 채울 만한 음식이어야 했다.
둘째는 대량으로 빠르게 조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드워프들이 작다고 만만히 봐선 안 될 게.
한 명의 드워프 장인은 인간의 네다섯 배 가까운 식사량을 지닌다.
그런 드워프가 수백 명이니, 빠르게 조리되지 않으면 금방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조건.
드워프들이 이제까지 먹어 보지 못한 색다른 맛이면서도 흥미를 끌 만한 형식일 것.
익숙한 기존의 음식 대신 새로운 음식을 내놓아 드워프들의 관심을 돌리지 않으면, 이 일 중독은 치료할 수 없으니 말이다.
‘거기서 골라진 게 바로 이거지.’
파프닐은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보며 씩 웃었다.
‘짜장면, 너로 정했다.’
짜장면.
치킨과 더불어 배달 음식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이자.
중국집의 간판 메뉴로 짬뽕, 탕수육과 함께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중국 요리라고 하면 짜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짜장면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현실에서도 연습생 시절 돈이 없을 때 자주 시켜 먹었으니.
김강한에게 있어 짜장면은 없던 시절 자신과 함께한 소울 푸드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할 수는 없는 요리긴 하지.’
짜장면이 빠르게 나오는 요리라지만.
그 난이도는 절대 쉽지 않다.
무쇠로 된 거대한 중화 냄비를 가볍게 들 줄 알아야 하고.
수타로 반죽에서 면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다들 내가 하는 걸 잘 따라 해라.”
파프닐은 말을 마친 뒤 연금술 화덕에 불을 피웠다.
수천 명의 인원을 책임질 수 있는 다이야마토의 주방!
각 자리에 위치한 해골병들이 일제히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만들어 볼까?”
파프닐은 뜨겁게 달아오른 웍에 물을 반 컵 정도 붓고, 미리 준비한 밀가루 반죽을 펼쳤다.
보통 밀가루 반죽을 면으로 뽑아내는 데는 엄청난 노고가 든다.
단순히 강하게 쳐서 되는 게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영역.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 아닌 호라이즌이다.
-요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짜장면 레시피를 사용했습니다.
-손재주 스테이터스가 매우 높습니다.
-뛰어난 손재주로 인해 스킬 보정을 받습니다.
-완성된 요리의 맛과 풍미가 기존 요리보다 더욱 향상됩니다.
스킬을 사용하자 파프닐의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직접 요리하는 것이 좀 더 잠재력이 높긴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량으로 조리하는, 그것도 짜장면 같은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하는 덴 이게 필요했다.
“오…….”
손이 알아서 돼지고기를 썰어 웍에 넣는다.
돼지고기가 구워지며 기름이 뿜어져 나오자, 파프닐은 양파를 넣고 웍을 튕겼다.
기다렸다는 듯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냄새, 그리고 알싸하고 달콤한 양파 향기!
“크……. 이거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남았다.
파프닐은 준비한 술을 냄비에 부었다.
치이익!
간단한 과정이지만, 이렇게 돼지고기의 잡내를 한 번에 잡아 준다.
그 후 파프닐은 곧바로 춘장을 투입한 뒤 면을 넣어 익혔다.
고개를 들자 수많은 해골병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조리를 하는 게 보였다.
“웍을 이렇게……!”
파프닐은 면과 야채, 춘장이 가득한 웍을 양손으로 잡고 손목을 움직였다.
네크로맨서이지만 수많은 모험을 거쳐 가며 쌓인 힘 스테이터스가 철 냄비를 가볍게 돌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금속 지배!
열기가 잘 닿지 않는 부분은, 금속 지배를 통해 금속을 움직임으로써 열을 고르게 퍼뜨린다.
양념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비법!
기술이 있다면 적은 마나로 가능하긴 하지만, 파프닐의 MP는 그 정도 낭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컸다.
“그럼 이제…….”
띠링!
-요리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대량의 음식 조리를 성공했습니다.
-대량의 음식을 한 번에 만들어 냄으로써 요리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스킬 ‘단체 취사’를 획득했습니다.
-짜장면 X500그릇을 완성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갈색 춘장에 덮인 면이 놓였다.
“다 됐다, 이제 내어 가 볼까.”
파프닐은 식당의 카운터로 향했다.
“응?”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드워프들이 하나같이 창구에 붙어 부엌 안을 엿보고 있었다.
“험, 험. 미안하네.”
“냄새가 워낙 좋아서 말이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는 드워프들.
“괜찮습니다. 이제 요리가 완성되었으니, 드시면 됩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예.”
파프닐은 손에 들린 대접을 내려놓았다.
“여기 한번 맛보시지요. 포크로 드셔도 좋고, 숟가락을 써도 됩니다.”
“음……!”
군침을 흘리며 시선을 내린 드워프 한 명의 표정이 흠칫 굳어졌다.
슬쩍, 손을 빼는 모습까지.
“잠깐만, 이거 음식이 맞나?”
“온통 새까만 게……. 진흙을 퍼 온 건가? 아니면 설마 다 타 버린 겐가.”
“파프닐 자네, 고생한 건 아네만……. 요리에 익숙지 않은데 억지로 할 필요는 없네. 우리는 있는 걸로 대충 때워도 충분하니까…….”
드워프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냄새를 맡고 오긴 했지만, 온통 새까만 춘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김치나 산낙지를 권하면, 기겁하며 물러서기도 하니까.
게다가 이건 드워프들이 완전히 처음 보는 요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설마 여러분들께 맛없는 걸 드리겠습니까?”
“하지만…….”
“저도 같이 먹겠습니다. 그러니 한 입만 드셔 보시지요.”
“흠…….”
일단 먹어 보고 판단해라!
파프닐의 설득에 드워프들은 천천히 식탁에 앉았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는 기색이었다.
그때였다.
“우왓, 이게 뭐야!”
붉은 드워프 수염의 남자가 깜짝 놀라 외쳤다.
“짜장면이잖아? 이걸 여기서 다 먹어 보네!”
“자네, 알고 있나?”
“그럼요!”
그릇을 받아 간 지크가 그대로 면발을 빨아들였다.
후루룩, 윤기 나는 짜장면 면발이 게 눈 감추듯 지크의 입 안으로 사라져 갔다.
“크아아……. 이 맛이지! 진짜 맛있네.”
“……험, 험. 무슨 맛인가?”
“선배님들은 이 맛을 모르신단 말입니까?”
어깨를 으쓱한 지크가 재차 그릇에 포크를 담아 면발을 들어 올렸다.
꼬르륵 -.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윈필드가 말했다.
“우리 마을 드워프가 저렇게 용기 있게 나섰는데, 촌장으로서 물러날 수는 없지! 나도 주게!”
곧바로 짜장면을 받아 시식하는 윈필드.
면발이 들어간 순간, 그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이, 이건—–!”
“촌장님?”
“괜찮으십니까?”
양옆의 드워프들이 급히 윈필드를 부축했다.
다음 순간 윈필드가 두 손을 만세 자세로 들며 괴성을 질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촌장님!”
“파프닐! 지금 이게 대체……!”
설마 파프닐이 독을 쓴 건가?
놀란 드워프들이 파프닐을 돌아보았다.
“독 같은 건 쓰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후루루루루루룹!”
장내를 경쾌하게 울리는 면 치기 소리.
윈필드는 흰 수염이 짜장 얼룩으로 범벅이 되는 것도 모른 채 짜장면 그릇을 비웠다.
“……한 그릇 더! 아니, 열 그릇 더!”
“촌장님, 맛이 어떻습니까?”
“이건……. 불의 맛이다!”
윈필드의 눈에서 열기가 치솟았다.
“뜨거운 강철 냄비에서 조리된 재료들에 순수한 불의 맛이 깃들었구나. 이 갈색 뱀들과 고기, 야채가 뜨거운 불의 용광로 안에서 녹아들어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 내고 있어.”
그야말로 극찬.
“마치 용광로에서 타오르는 미스릴 같은 맛이야! 어서 더 내놓도록!”
“그래?”
“나, 나도 하나 주게나.”
보고 있던 다른 드워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창구에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가득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 그럼…….”
파프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집이라 하면 짜장면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배고픈 드워프들에게 고기를 보충해 줄 수 없다.
‘짜장면과 함께하는 고기라면 당연히 이거지.’
파프닐은 미리 준비한 탕수육과 맥주를 내놓았다.
예상대로 그것도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크어어! 이거지!”
“이거 맥주가 잘 어울리는데?”
“야, 오늘은 작업 끝이다. 마셔!”
드워프들의 옆에 그릇들이 쌓여 갔다.
빈 그릇을 수거하러 나온 해골병들이 재빨리 움직였지만, 워낙 많은 수의 드워프들이 먹고 마시다 보니 그만큼 해골병들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위하여!”
“위하여!”
“여기 이……. 탕수육인가 하는 거 더!”
“딱딱! 내가…… 튀긴 거다!”
“네가? 이야……. 이거 해골도 뼛소리 내는 재주가 있구만!”
금속을 더 만지고 싶다던 드워프들이.
아예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마시기 시작한다.
어느 자리에서는 아예 나팔을 꺼내어 불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중!
파프닐은 씩 웃었다.
‘예상대로군.’
코끝을 통해 진한 달콤한 냄새가 스며든다.
맡아도 맡아도 질리지 않는, 더 많이 빨아들이고 싶은 냄새.
‘이게 대박이지!’
이제는 머릿속에 띵호와! 띵호와!~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서 앗!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달려간 파프닐의 눈에 엎어진 나무통과, 그 안에서 흘러나온 양배추 절임 무더기가 보였다.
“이건……?”
“아, 미안하네!”
윈필드가 급히 달려왔다.
“이건 자우어크라우트라고 하는 건데……. 우리가 먹는 절임 채소일세.”
“자우어크라우트…….”
중세 유럽, 특히 독일에서 주로 만든 것으로,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채소 절임이다.
짜장면과 탕수육이 기름지다 보니 입가심용으로 먹으려던 것인데.
하필 술에 취한 드워프들이 그걸 나르다 엎어 버린 상황.
“정말 미안하네. 이건 우리가 치움세.”
“다친 데가 없다면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밑반찬이 없어서 큰일인데…….”
짜장면과 탕수육이야 많으니 상관없지만.
이것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그때였다.
고민하던 파프닐의 옆.
바닥에 널브러진 자우어크라우트를 먹던 복돌이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으르릉! 이거 진짜 시고 짜다! 멍!”
“복돌이?”
“시뻘건 거나 흰 거나 다 똑같다, 멍! 어떻게 이런 걸 먹는 거냐, 멍.”
“나 원 참…….”
그때였다.
파프닐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생각이 스쳤다.
“어르신.”
“음? 왜 그러나?”
“밑반찬 말인데…….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이걸 내놓아 보는 건 어떻습니까?”
말을 마친 파프닐이 캐시숍에서 산 항아리를 내밀었다.
“이건……?”
톡 쏘는 냄새에 흥미를 보이는 윈필드.
그가 꺼낸 빨간 채소를 본 파프닐이 말했다.
“김치라고 합니다. 배추로 만든 밑반찬이지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