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00)
500화
“크어어…….”
“쿨쿨…….”
드워프들의 코 고는 소리로 가득한 공방.
마지막 그릇 설거지까지 마친 파프닐은 손을 털었다.
“후우……. 겨우 끝났군.”
짜장면과 김치의 조합은 드워프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처음에는 매운 맛에 경악했지만.
물로 고춧가루를 씻어 내고, 짜장면의 고기와 같이 먹자 점차 적응하기 시작.
시간이 지난 후에는 고춧가루가 전부 묻은 시뻘건 김치를 면과 함께 빨아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수백 명의 드워프가 수천 그릇의 짜장면과 탕수육을 비운 뒤에야 연회는 끝났다.
반응은 대만족.
실컷 먹고 힘껏 노래를 부르던 드워프들은, 곧 전부가 곯아떨어졌다.
“그럼 이제 나도 움직여야겠군.”
“멍멍! 헥헥헥…….”
타타탓, 복돌이가 주방 안을 달리다가 오른쪽 앞발을 털어 댔다.
“왜? 아직 불편해?”
“멍! 아닙니다. 너무 편합니다. 멍.”
“그럼 왜 그렇게?”
“멍! 없어진 발이 생긴 것 같아서…….”
복돌이는 재차 오른쪽 앞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럴 만했다.
얼마 전 원숭이, 콩이 준 선물은 다름 아닌 반려견 용 의족.
단순 금속이 아닌, 줄기 세포와 뉴런이 든 생체 컴퓨터 의족으로.
착용자의 신경과 연결되어 마치 진짜 다리처럼 움직이는.
그야말로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물품이다.
심지어 이번에 받은 것은 복돌이의 체형에 맞춰 커스텀한 기기.
덕분에 복돌이는 별다른 적응기 없이 의족을 달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것이 낯설다 보니 게임 속에서도 발을 움직여 보는 것.
‘그런 선물을 받았으니, 일은 확실히 해 줘야겠지.’
원숭이 녀석에게 귀한 선물도 받았겠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애초에 그러는 것은 파프닐의 성격에도 맞지 않다.
‘시간은 금인데, 놈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파프닐은 곧바로 킨도르한에게 연락했다.
“킨도르한.”
-그쪽은? 잘되어 가?
“잘됐지. 드워프들 모두 술에 곯아떨어졌어.”
-그거 잘된 거 맞아?
킨도르한의 항의에 파프닐은 씩 웃었다.
“잘된 거지. 쉬지도 않고 며칠 동안 계속 일 중독 상태로 일하고 있었는데. 한번 풀어 줘야 실수가 없을 테니까.”
-하긴……. 그 녀석들, 무슨 주 90시간을 자기들이 알아서 하려고 했으니.
드워프들의 근면성은 분명 장점이지만, 너무 혹사해 봤자 좋은 게 없다.
“개조도 순조로이 진행 중이니, 이쪽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케이.
“그래서 내가 지시한 일들은?”
-그야 계속 진행하고 있지.
파프닐은 떠나기 전 킨도르한에게 전투에 대비한 지시를 내렸다.
프론티어 길드의 간부진 모두에게 연락을 돌려 소집하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준비해 온 여러 준비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일단 간부진은 다들 연락을 받았어. 힐데 님과 드렉슬러, 베론, 그리고 항우나 대장금 같은 사람들한테도.
칠흑의 사신과 존스 박사는 부르지 않았다.
이번 웨이브가 크긴 하지만, 굳이 미스트 섬에 있는 둘의 힘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반응은?”
-다들 시간 알려 주면 잘 싸우겠다고. 준비하겠다고 하던데?
“반발은 딱히 없는 모양이군.”
-여기서 째면 다른 녀석들 눈치 때문에 게임 못 하니까. 그리고 네 말대로 이건 기회이기도 하잖아?
수천만 마리의 몬스터 세력과 서버를 두고 벌이는 싸움.
파프닐에게 들어 실제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는 킨도르한이긴 하다.
그러나 운영진과 합의해 대규모 이벤트로 만든다면.
승리했을 때의 경험치나 장비, 아이템 소득은 그야말로 엄청나리라.
파이브스타가 장악하고 있는 신대륙 심층부의 꿀 사냥터들을 능가할 정도로.
-개 기사단도 열심히 훈련 중이고, 독풋벋풋들도 준비 만전의 상태야. 당장 나가서 싸워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다행이군.”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덧붙였다.
“독풋벋풋은 이번에는 내보내지 마라. 그다지 도움이 안 될 테니까.”
-뭐? 어째서? 그 녀석들 모든 공격이 안 먹히잖아?
위촉오 길드가 키우고 있던 비밀 병기인 몬스터 독풋벋풋.
물리와 마법, 그 외 어떤 공격이건 전부 면역인 사기적인 힘으로 수많은 활약을 했는데, 이번만 내보내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야 이번에 오는 녀석들은 동물 반란군이니까.”
-동물 반란군이 무슨…….
“동물들이 무기를 쓸까?”
-아……!
독풋벋풋의 약점은 바로 맨손에 대미지가 크게 들어간다는 점.
맨발로 공격하는 동물 군단과 싸운다면 큰 낭패를 볼 게 뻔했다.
“다른 길드들 쪽은 어떻지?”
-투신 길드, 헤르메스의 날개, 나이트크라운 길드, 아키러스 길드, 오멘 길드, 무혼 길드는 지명 취소료를 냈고, 베일, 천하무적 길드는 펭귄요다, 게르인이 직접 참가하겠다고 하던데.
펭귄요다는 샤다이라는 히든 클래스 유저로서, 광선검과 염동력을 다루는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르인의 직업은 건축가와 목수.
전투 클래스가 아니라 직접적인 힘은 없지만.
단체전에서는 어지간한 전투 클래스 랭커보다 훨씬 필요한 존재였다.
-전부 취소료를 낼 줄 알았는데……. 게르인은 아마 돈 냄새를 맡은 것 같고, 펭귄요다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겠지.”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재미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 말고도 네가 말한 ‘그것’들을 살펴봤지.
“상태는?”
-좋아. 당장에라도 전투에 투입할 수 있어.
순간 킨도르한의 목소리가 떨떠름해졌다.
-그런데 솔직히, 그거 꼭 써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왜 그러지?”
-음…….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는데.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나 할까?
킨도르한의 말끝이 살짝 떨렸지만 파프닐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조만간 그 녀석들을 투입할 준비를 해야겠군.”
-정말로……. 그래야 하냐?
“그 녀석들의 물량에 맞서려면 그 정도 물량은 있어야지. 기껏 비밀 병기라고 만들어 놓았는데, 아끼다가 안 쓰면 무슨 소용이야.”
게임에서 흔한 일이다.
귀한 물약이나 약초, 부활의 돌 같은 걸 얻은 뒤.
나중에 쓰려고 아끼다가 최종 보스까지 안 쓰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미치겠군. 알겠어. 그쪽도 준비시키지.
“그래, 고맙다.”
그렇게 연락이 끝나려던 순간.
-아 참, 한 가지 더.
킨도르한이 급히 파프닐을 붙잡고 물었다.
-혹시 김철은 어떻게 된 건지 아냐? 연락처가 없어서.
“잠깐만, 누가 연락을 해 와서.”
파프닐은 대답 대신 짧게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보낸 보이스 콜이 울렸다.
통화를 받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아진.
콩의 하수인이자, 현재 공식 랭킹 1위의 네임드 유저였다.
-얘기는 그때 그림자 놈과 직접 만나서 다 끝낸 게 아니었나?
“그랬지.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어째서 내가 네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아진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럴 만했다.
랭킹 1위로서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게 바로 파프닐이었으니까.
하지만 파프닐은 확신이 있었다.
“그 녀석이 의뢰한 일 때문에 연락한 거니까.”
-의뢰한 일?
“동물 반란군을 막아 달라더군. 그래서 말인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동 포탈이 필요하다. 아무리 호라이즌 시스템이 외부의 개입을 막는다지만, 이 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겠지?”
어차피 동물 반란군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온다면 이벤트 포탈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 부탁하는 건 그 기한을 조금 더 일찍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정도.
-알겠다.
잠시 후 올빼미 한 마리가 소포 두 개를 들고 날아왔다.
한 개를 열자 알림창이 나타났다.
-우편을 수령했습니다.
-[이벤트]포탈 스톤(노말)을 수령했습니다.
포탈 스톤.
아마 이벤트가 시작되면 사용 시 전장으로 곧바로 이동하거나, 전투가 끝난 후 원 지역으로 귀환할 수 있는 용도이리라.
“그런데 이건 뭐지?”
분명 요청한 건 포탈 스톤 하나뿐일 텐데.
-[특수]이그드라실의 눈(갓)을 수령했습니다.
“이건……!”
갓급 아이템?
파프닐은 급히 아이템 창을 펼치고 정보를 확인했다.
[위그드라실의 눈]-등급 : 갓
-분류 : 일반
-레벨 제한 : 없음
[효과]-사용 시 세계수 ‘위그드라실’이 해당 지역 주변을 확인.
-이상 현상이 있을 시 해당 현상을 수정함.
설명 :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눈이라 불리는 열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진다.
“……버그 신고용 카메라로군.”
처음 보는 아이템이지만 용도를 파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용할 시 효과는 초AI, 슈퍼컴퓨터 위그드라실이 주변을 무조건적으로 살피는 것.
그리고 버그나 에러, 데이터 충돌 등의 현상이 있다면 기존 호라이즌의 시스템에 맞게 수정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버그 리포트용 아이템.
또 파프닐은 이것이 어째서 자신에게 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세이메이의 음양술 때문에 주어진 것이겠지.’
세이메이의 음양술.
현대의 상식을 벗어난 그 기묘한 힘을 게임 내에서도 쓸 수 있다면, 아무리 파프닐이 스킬을 잘 쓰거나 활약을 해도 소용이 없다.
만약 현실의 몸에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는 주술이 있다면?
제대로 싸워 보려다가 갑자기 로그아웃당해, 현실로 사출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 이제 주술 걱정 없이 마음껏 싸울 수 있겠군.’
파프닐은 그렇게 생각하며 포탈 스톤을 사용했다.
***
나무가 무성한 숲 한복판.
수많은 형체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크르릉…….”
“컹컹!”
사냥개 무리와 고양이 무리, 쥐 떼와 원숭이들.
늑대 인간과 리자드맨, 미노타우로스 등의 몬스터까지.
종을 가리지 않고, 동물이 섞여 있는 모든 개체가 섞여 있는 거대한 무리.
각 종이 한 방향으로만 걷는 그 모습은 왠지 기괴하기까지 했다.
“크르릉……. 이쪽이다.”
“캬아앙!”
“진군이다. 인간 놈들을 모두 쓸어버린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동물 반란군.
세이메이의 주술로 세뇌된 동물들은 물론, 기존 호라이즌에 있던 동물형 몬스터들까지 섞여서 움직이는 거대한 무리였다.
질서 같은 건 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 힘은 절대 얕잡아 볼 수 없었다.
“크릉?”
“이 냄새는…….!”
그때였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개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모여들었다.
“이 녀석은…… 인간?”
“냄새는 인간이 아닌데……!”
“그래도 생긴 게 인간이다, 멍!”
“크르릉……. 인간이면 우리의 적이다!”
일제히 어금니를 드러내는 개들.
그 앞에서 인간의 형체,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부분은 세뇌당한 오합지졸인가.”
“죽여라!”
“크아앙!”
개들 무리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쇄도했다.
그 앞에서 파프닐은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 이 정도 전력이 한국 서버로 쏟아진다면……. 확실히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는 위험했겠어.’
다음 순간.
파프닐의 주변 땅 밑에서 뼈로 된 창칼과 금속 무기들이 솟구쳤다.
“꺠개갱!”
“깽!”
파프닐만을 보던 개들은 순식간에 목이나 몸이 꿰뚫려 꼬치 신세가 되었다.
“딱…… 딱.”
“따딱!”
일어난 해골병들이 귀화를 빛내는 가운데.
파프닐은 가볍게 손을 튕기며 지시를 내렸다.
“전체 수비 대형으로. 지금부터 웨이브를 막아 낸다.”
“딱딱!”
“딱!”
해골병들이 일제히 창을 앞으로 세웠다.
그 뒤에서 파프닐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개들의 웨이브를 보며 미소 지었다.
‘참가 안 한 길드들이 후회하게 될 시간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