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02)
502화
긴팔원숭이는 이름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호라이즌에 접속할 때 자신의 이름을 ‘롱암’으로 정했다.
긴 팔.
다른 긴팔원숭이들보다 긴 팔 덕분에, 그는 인간은 흉내 낼 수 없는 특이한 방식의 무기 사용이 가능했다.
사방에서 쇄도해 오는 해골병들의 공격.
“흠……!”
롱암은 손에 든 유성추를 간단히 튕기더니, 곧바로 앞으로 내질렀다.
바닥으로 떨어지던 추는 줄의 움직임에 따라 궤도가 바뀌었고, 해골병들의 뒤통수나 갈비뼈 등 약한 부위를 정확히 때렸다.
“딱……!”
“따닥!”
흡사 서커스의 곡예를 연상케 하는 공격.
일반적인 인간이나 원숭이들보다 긴 팔이 움직일 때마다, 유성추들의 각도가 자유자재로 바뀌며 해골병들의 진로나 발목을 막았다.
“이건…….”
파프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에 롱암은 히죽 웃으며 계속 철추를 휘둘렀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인가?”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 것치곤 이 녀석들 영 대처를 못 하는걸?”
원숭이가 손을 놀릴 때마다 엘리트 해골병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파프닐은 사역마들의 상태창을 펼쳤다.
[해골병들의 HP]-2호 : 81%
-3호 : 89%
-4호 : 65%
-6호 : 73%
‘몇 번의 공격에 이 정도라니.’
잡졸들과의 전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진짜 대미지는 이 원숭이의 공격.
작은 추가 움직이면서 칠 뿐인데도 상상 이상의 대미지가 박혀 들어온다.
해골병들의 몸을 감싼 갑옷을 뚫고, 귀금속으로 코팅된 몸에 대미지를 줄 정도로.
“엄청나군.”
파프닐이 감탄할 때, 롱암이 말했다.
“파프닐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더니, 상대할 만한데?”
“나를 안다고?”
“그야 당연하지. 지금 호라이즌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를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물론 그뿐만이 아니지만.
‘그 미친개 녀석의 계획을 절반 이상 어그러뜨린 게 저 녀석이었나?’
일본 서버를 근거지로 전 세계의 게임 서버를 정복하려던 세이메이.
그의 계획을 망가뜨린 건 물론, 바깥 세계에서 진짜 그의 몸을 가사 상태로 만들었다고까지 알고 있다.
엄청난 일이었다.
세이메이는 과학으로는 설명 안 되는, 온갖 초자연적인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동물.
자신이 놈의 손을 잡은 것도, 그 능력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세이메이를 궁지에 몰아넣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병력을 일으키게 한 게 바로 저 파프닐이란 녀석이다.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싸워 보니 딱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세이메이가 당한 건 운적인 요소였나? 아니면 힘을 숨기고 있나?’
그때 파프닐이 말했다.
“보아하니 너도 지성을 가진 원숭이 같은데, 현실에서도 똑똑하냐?”
“흐음? 어떻게 알았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녀석들을 이끌 수 없을 테니까.”
인게임 안에서만 좀 더 똑똑하게 사고하고, 주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동물들과 현실에서 있는 동물들은 다르다.
“게다가 실험실 출신이고.”
게이머로서의 파프닐의 감각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보통 야생의 원숭이 같은 녀석들은 그렇게 정교하게 다루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비슷한 도구를 이용한 놀이를 해 와야 저 정도의 숙련도를 가질 수 있었다.
“놀랍군, 그걸 알아채다니.”
롱암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멍청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파프닐이란 녀석이 그걸 감안하고도 흥미를 가질 만한 인간이었으니까.
“역시 너도 그 초능력……을 쓴 건가?”
“초능력?”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난 그런 것 없이 떨어진 사람이라.”
말을 마친 파프닐이 질문했다.
“그런데 지성을 가진 원숭이가 어째서 그 녀석을 돕고 있지?”
“어째서냐고?”
“그야 물어보아야지. 세이메이 녀석은 개인데, 어째서 원숭이가 개를 돕고 있냐고.”
원숭이와 개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다.
견원지간이라는 속담부터가 그 증거.
하지만 사실 원숭이와 개는 그다지 사이가 나쁘지 않다.
파프닐이 물어본 것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어째서 동물의 권리를 위한다는 녀석이 동물들을 지배의 도구로 쓰는 녀석과 손을 잡은 건지 묻고 있는 거다.”
“지배의 도구라…….”
“주인과 행복하게 지내던 개들을 세뇌해 주인을 물게 하고, 개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녀석들을 소모품으로 쓰는데 그게 지배의 도구가 아니면 뭐지?”
세이메이가 게임 속에서 만든 마약은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었다.
세뇌된 개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격하고, 개들을 주술의 제물로 쓰는 짓을 하는 것.
동물 반란군의 모토는 동물의 권리를 찾는다는 것인데, 그런 표어를 내걸고 세이메이와 협력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세뇌된 거다. 주인이 내주는 뼈다귀와 고깃국물에 만족하게 되어, 진정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인간의 장난감이 되었을 뿐이지.”
“말은 번지르르하군. 그래 봤자 원숭이만 챙길 거면서.”
“……어떻게 알았지?”
“그야 모든 동물을 챙기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니까.”
만약 정말로 모두가 동물의 인권을 챙긴다면.
당장 그날부터 식탁에는 고기가 올라오지 않을 거다.
애초에 야생에서도 서로 먹고 먹히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
동물이 서로를 죽이고 고기를 뜯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는 뜻이다.
“뭐, 솔직히 너희가 뭘 하든 간에 관심 없긴 해.”
“관심 없다고? 인간이?”
“그래, 나는 그저 게임을 즐기고 싶을 뿐이야.”
이 소설 속에 빙의되었을 때부터.
파프닐은 신으로 있는 작가와의 내기를 이기는 것을 제1의 과제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별개로, 이 호라이즌이라는 게임 자체에도 충분히 매력과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완전히 현실 같은, 가끔은 현실보다 더한 가상현실 게임.
“너희의 그 알량한 동물권이니 뭐니는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고.”
말을 마친 파프닐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위그드라실의 눈을 비추었다.
-위그드라실의 눈을 사용했습니다.
다음 순간 짧은 빛이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됐군.’
저 녀석이 세이멍의 주술을 받고 있다면, 그 영향은 곧바로 사라질 것이다.
-이상 현상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위그드라실의 눈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주술이 없다고?
놀란 파프닐이 롱암을 쳐다보았다.
“무슨 짓이지?”
롱암은 잠시 이쪽을 살피더니,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사방에서 움직인 유성추들이 해골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순간.
파프닐이 그 앞에 끼어들어 창을 내질렀다.
‘컨트롤 게임이군.’
수많은 쇠구슬과 줄을 피해 다가가 공격하면 승리.
한 대라도 맞으면 연달아 공격이 들어오며 데드 신을 보는 식이다.
‘상당히 까다로운 무기다.’
인간은 물론 다른 원숭이보다도 훨씬 긴 팔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각도와 방향에서 철추가 날아들 수 있다.
특이한 무기의 장점이다.
사용하기도 어렵고, 장인이 되는 건 더욱 어렵지만.
일단 한번 숙달하면 일반적인 무기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저런 체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그러나 롱암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파프닐은 이런 회피 컨트롤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무슨!”
유성추를 쏟아 내던 롱암의 표정이 굳었다.
수많은 철추가 휘둘러지는 사이.
빈 공간 사이로 환영처럼 움직이는 파프닐의 모습이 점차 가까워져 왔다.
‘저게 가능한…….’
단순히 해골병을 컨트롤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저 녀석은 싸움을 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파프닐의 창이 대각선으로 크게 한 번 휘둘러졌다.
“크헉!”
롱암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가슴팍엔 생채기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그리고 무기를 잃었다.
“이참에 간부 하나 처리하고 갈까.”
파프닐은 계속해서 창을 휘둘러 왔다.
절체절명의 위기.
‘어쩔 수 없군. 그것들을 쓸 수밖에……!’
현실에서는 쓸 수 없는 것이기에 쓰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이 녀석에게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으리라.
“몽키…….”
그때였다.
막 스킬을 쓰려던 롱암의 양옆으로 여러 그림자들이 쇄도했다.
“롱암 님!”
“네 이놈!”
우르르르.
곰이나 재규어, 황소 같은 동물 여러 마리가 파프닐을 상대로 발톱을 드러냈다.
주변의 일반적인 동물들과 달리, 화려한 갑옷을 입거나 몸 주변에서 오라가 나오고 있는 네임드들.
하나하나가 최소 레벨 800이 넘는 간부진인데, 그 뒤로도 수많은 동물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쯤 해야겠군.”
파프닐은 창을 거둔 뒤 롱암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일 또 올 테니까.”
“이 녀석……!”
해골병들이 앞을 막는 사이 유유히 포탈을 연 파프닐이 몸을 던졌다.
소환자를 잃은 해골병들이 일제히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
롱암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게 잡아도 1천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방금의 전투로 죽었다.
현실의 동물이라면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인게임 내에서 만들어 낸 소중한 전력.
비록 수천만 마리의 규모에 비하면 티끌만 한 정도이지만.
한 방 맞고 시작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우끼이이이이이!!”
분노한 원숭이의 포효가 동물 진영 안을 뒤흔들었다.
***
포탈을 넘어 돌아온 파프닐은 천천히 휴식을 취했다.
해골병들과 함께한 성공적인 전투.
그러나 파프닐의 얼굴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그 녀석들, 상상 이상이군.’
동물 반란군.
놈들의 공세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지구력이 강점인 인간과 달리, 한 번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동물들의 특성.
그것을 발휘하는 동물들의 돌파력은 50레벨, 100레벨의 차이도 능가할 수 있었다.
‘최소 500레벨대의 동물들 수십 마리가, 한 점의 인간에게 달려든다…….’
쥐와 토끼라고 해도 500레벨대가 되면 무시무시하게 강하다.
작은 소형종부터 커다란 대형종까지.
수많은 형태의 동물들이 한 점으로 몰려 공격하면, 맞은편의 탱커는 잠깐이지만 1 : 10의 구도로 적을 맞아 싸워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동물들은 전략과 전술을 알고, 인간들이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이나 행동을 통해 빈틈을 찌른다.
어찌 보면 곤충 웨이브 때보다 훨씬 더 성가셨다.
그때의 곤충들은 물량을 바탕으로 마구잡이로 공격할 뿐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위그드라실의 눈이 먹히지 않다니…….’
즉, 그 긴팔원숭이는 세이멍의 주술 같은 것으로 지성을 얻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라쿤맨이나 복돌이, 동물원에서 만난 원숭이처럼 스스로 지성을 얻은 것이리라.
‘그럼 그 녀석들이 쓰는 건 전부 초AI의 인정을 받은 게임 시스템이라는 건가.’
파프닐은 아까의 원숭이를 떠올렸다.
세이멍의 주술로 스테이터스를 끌어올린 줄 알았는데, 그 원숭이는 다른 개입 없이 순수하게 강력한 동물 몬스터였다.
‘아니, 플레이어에 가깝다고 해야 하려나?’
현실에 몸을 두고 접속을 하고 있으니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플레이어, 그것도 동물과의 세력전.
오직 소설 속 세계에서밖에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에, 파프닐의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세이멍의 주술이나 숨겨 둔 패가 없다면.
동물 반란군은 거대한 플레이어 길드, 혹은 몬스터 웨이브에 가깝다.
그런 녀석들을 요리하는 건 닳고 닳은 플레이어인 파프닐에게 있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일단 매일 출석 도장을 찍을 준비를 해야겠군.’
게릴라전으로 최대한 힘을 깎으며, 아군(파프닐과 해골병)들의 레벨을 그만큼 끌어올린다.
동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덤.
심지어 파프닐은 시간이 ‘시간 빌 게이츠’급으로 많았다.
먹고 자는 것 외에는 호라이즌에 모두 투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잠은 다 잤다고 복창하게 해 주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