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대륙 서부 끝자락에 있는 룬타라 평원.
극히 일부 몇몇을 제외하고 이벤트 포탈을 타고 간 플레이어들은 모두 그곳에 소환되었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플레이어들에게 보이는 것은, 거대한 장벽과 그 장벽을 가득 채운 플레이어, NPC 들이었다.
바란왕국군의 갑옷을 입은 NPC.
통일되지 않은 의상 차림의 용병들.
마법사 길드와 연금술사 길드, 신전에서 파견된 신관들까지.
족히 보아도 10만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장벽 위와 아래에 가득 서 있다.
철혈 길드와 파이브스타 길드의 세력전 후로 이 정도 규모의 병사들이 모인 건 처음이었다.
레벨 400이 넘는 유저와 NPC 병사들이 10만여 명이나 모여 있었고.
600레벨이 넘는 정예 플레이어들도 1만여 명이 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킨도르한이 영업해 와서 대우를 하고 있는 프론티어 길드 소속 유저들, 이번 이벤트 때 협력 의사를 표시한 몇몇 동맹 길드들에서 700~800레벨대의 랭커들도 예비대로 대기 중이었다.
이 정도면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엄청난 전력.
철혈과 파이브스타의 세력전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숫자의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유저들 사이에 차올랐다.
그때였다.
“어?”
“땅이…….”
갑자기 느껴지는 흔들림에 플레이어들 사이로 동요가 퍼졌다.
“지진인가?”
“잠깐만.”
“설마…….”
꿀꺽, 침을 삼키는 유저들.
성벽 위쪽에 있던 경계병들에게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다!”
“막아라!”
지평선을 가득 메운 생명체의 군단이 달려오고 있었다.
레벨 3~400이 넘는 동물들이 수십, 수백만 마리.
“드디어 시작이군……!”
사령부에 있던 킨도르한은 양손을 깍지 낀 채 우드득 소릴 냈다.
“다들 준비됐지?”
“예! 형님!”
“그럼 엉덩이 걷어차기 전에 성벽 위로 올라갓!”
킨도르한의 지시에 우미간 강패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굳이 서로의 소속을 표시하는 깃발은 필요 없었다.
여기 모인 인간들은 전부 아군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일제사격!”
“파이널 슛!”
“매그넘 샷!”
“애로우 레인!”
“플레임 필드!”
“블리자드!”
성벽 뒤편에 모인 마법사, 궁수들이 일제히 화력을 투사했다.
하늘에서 마나로 강화된 화살이 비처럼 내리고, 땅과 주변에선 불의 강이 흘렀다.
“깨개갱!”
“크아아앙!”
표범, 토끼, 개 등의 동물들이 불타오르다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앞 열이 사라짐에도 뒤쪽에 있던 동물들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적을 쓰러뜨리고 물고 뜯을 때까지 돌진을 멈추지 않는 것.
동물 반란군의 무서움이었다.
“크르릉!”
“다 죽여라!”
원숭이와 원숭이의 머리에 탄 쥐, 그리고 뒤따라 올라온 호랑이와 표범 부대의 공격!
“이 녀석들!”
“크아아악!”
미처 도망치지 못하거나, 앞으로 나선 사람들은 순식간에 포위되어 죽었다.
“끼이이익!”
“까아악!”
하늘에서는 까마귀나 까치, 독수리를 비롯한 수많은 새들이 맴돌다가 약점을 보이는 마법사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앞으로 나선 힐데가 외쳤다.
“토르 신이시여!”
-굳건한 육신!
-무신의 혼!
힐데의 몸을 빛이 감쌌다.
그 상태로 달려간 힐데가 표범 한 마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크허엉!”
레벨 600이 넘는 네임드 표범은 힐데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곤죽이 되어 엎어졌다.
“자, 잠깐만!!”
“우리도 같이 가!”
베론과 드렉슬러도 뒤따라 참전했다.
드렉슬러가 손을 뻗자 어둠의 마나가 전방 10여 미터를 휩쓸며 터져 나갔다.
-흑성 폭발!
마법사와 흑마법사.
호라이즌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이들 두 클래스이지만, 워락도 그에 못지않게 화력 면으로는 강력했다.
하물며 드렉슬러는 700레벨을 넘은 데다 배틀 메이지 클래스까지 가진 전투 마법사.
사방에서 몰려오는 동물들을 상대로,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다른 동물의 몸으로 대신 맞으며 흑마법 스킬을 썼다.
파프닐의 뒤를 따라 다니며 쌓은 전투 경험과 경험치가 빛을 발했다.
“와아아!”
“막았다!”
한쪽의 공세가 막히면 다른 쪽의 수비도 편해진다.
세 명의 활약 덕분에 프론티어 길드원들은 전열을 정비할 수 있었다.
“크르릉! 이런 낮은 벽으로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한데 모인 기사, 전사들을 본 동물들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크어엉!”
송곳니와 손톱을 드러내고 방벽을 후려친 동물들은, 다음 순간 지끈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물러서야 했다.
한 명 한 명이 레벨 5~600대인 전사들이 광역 버프를 받으며 막자, 어지간한 공격은 그대로 튕겨 낼 수 있었던 것.
“스……파르타!”
“아우! 아우!”
그렇게 방벽을 만든 전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전진하자, 강력한 맹수들이라 하더라도 밀려 날 수밖에 없었다.
인간 방벽이 없는 쪽엔, 우미간 강패들이 자리했다.
“드루와! 드루와!”
“왔어? 맞아!”
동물들과 마구잡이로 섞여, 누가 누군지 분간도 안 되는 모습으로 싸우는 갱들.
“크아아아!”
특히 트윈 블레이드, 도그 노우즈 등 우미간 갱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마와 몸에서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강해지는, 강패 클래스의 특성인 공갈과 광폭화 스킬!
강패들의 전문 분야는 다름 아닌 이런 패싸움.
프론티어 길드에서 가장 활약을 많이 한 부대가, 제 무대를 만나자 본래 능력의 몇 배에 달하는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죽엇! 죽엇!”
“크어엉! 크엉! 크어엉! 이 미친……! 크어엉!”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들로 이루어진 특전 부대가, 강패들의 패기에 눌려 역으로 퇴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레벨 600대의 쥐 떼, 그리고 세뇌된 반려견과 고양이 들도 이들을 막지 못하고 밀려 났다.
“……인간 놈들이 생각보다 잘 막아 내고 있습니다.”
동물 반란군 선두 부대의 뒤쪽.
코브라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부하의 보고를 들었다.
“현재 4열이 공격 중이며, 5열이 투입 대기 중입니다만……. 분쇄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작전을 바꾸시는 게…….”
“계속 공격해, 5열이 사라지면 6열, 7열을 계속 보내란 말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이제 시작이니까.”
코브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벽 곳곳이 갑자기 내려앉았다.
지하에서 두더지들이 땅을 파며 성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크아악!”
“어억! 떨어진다!”
발밑의 땅이 꺼지자 기사들은 그대로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그런 그들의 주변 사방에서 두더지와 늑대, 그리고 하이에나 무리들이 엄습해 왔다.
다른 쪽도 마찬가지였다.
“뿌오오오!”
거대한 코끼리 부대가 수많은 화살과 마법을 몸으로 받아 내며 벽을 무너뜨리고.
부서진 성벽 구간에서는 레벨이 오른 고레벨 맹수 동물들이 안으로 퍼져 나왔다.
“쏴, 쏴!”
“너무 많아!”
사냥에 잔뼈가 굵은 프론티어 길드 간부진, 유저들도 이런 광경 앞에선 모골이 송연해졌다.
“저희도 나가겠습니다.”
“추가 부대를 투입해서 무너진 부분을…….”
그때였다.
킨도르한이 손을 들었다.
“이쯤 하면 됐군.”
“네?”
“됐다니, 무슨 준비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킨도르한은 파프닐에게서 들었던 작전 지시를 말했다.
“지금부터 모두 후퇴한다! 동물들에게 최대한 죽지 말고, 놈들이 방어선에 정신 팔려 있을 때 포탈을 타고 빠져나와라!”
***
세이멍이 동물 반란군을 일으킨 후.
파프닐은 매일 게릴라전을 하며 동물 반란군의 특징과 습성을 면밀히 살폈다.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편제는 어떻게 되는지.
숫자나 동물의 구성비, 그리고 보급이나 진격 방향, 걷는 속도 및 다른 모든 것.
드래곤 헌터를 할 때부터.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적을 속속들이 아는 게 먼저였으니까.
오다 노부나가의 메시지를 받고, 콩과 협상한 때부터 매일같이 포탈을 열고 동물 반란군을 상대한 지 일주일가량.
덕분에 파프닐은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공지 사항에 적은 정보들도 그런 조사 덕분.
‘대충 놈들의 스타일은 알겠군.’
동물 반란군은 군대라기보단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복잡한 작전보다는 단순하고 저돌적인 돌진, 전면전을 선호한다.
승리 시 포로를 남기지 않고 전부 먹어치우며, 동맹이나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몇 번씩, 반란군에 속한 동물들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인간이나 몬스터만으로는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배부른 상태에서도 싸우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 본능 때문이겠지.’
동물들에게 있는 사냥 본능!
고양이가 배부르지 않아도 놀이로 쥐를 잡듯.
육식동물, 그중에서도 맹수들은 사냥 자체를 즐기는 녀석들이 있다.
서로 싸우면 좋은 게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살아남은 동물들이 그만큼 성장한다는 것.
레벨이 오른 동물들은 네임드가 되고, 플레이어들의 위협이 된다.
‘수천만 마리가 1/100까지 줄어들어도 수십만 마리가 되지.’
동물들의 레벨 업 속도는 플레이어보다 몇 배는 더 빠르다.
동물 반란군의 기본 레벨이 4~500대이니, 전투와 아군 포식을 겪고 나면 최소 600은 넘을 터.
수십만 마리의 레벨 600대 몬스터가 몰려들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시 한국 서버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게 틀림없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킨도르한에게 최대한 전투를 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성벽과 여러 겹의 함정, 굳건한 방패진을 이용해 막다가, 뚫릴 것 같다면 미련 없이 성을 버리고 후퇴.
동물들의 피해만 누적시키고, 플레이어들은 살아남아서 계속 전투를 할 수 있다.
물론 그사이 파프닐도 놀고 있지만은 않을 거다.
“아, 여기 있군.”
동물 반란군이 지나간 자리.
성채의 흔적을 확인한 파프닐은 그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성벽의 잔해가 사방에 흩어진 곳곳에, 뿔 하나가 달린 거인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여긴……. 외뿔 사이클롭스들의 서식지였군.”
외뿔 사이클롭스.
레벨 680의 고레벨 몬스터들이다.
네임드나 고위 몬스터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녀석들이지만, 동물 반란군의 물량 공세 앞에선 이 꼴이다.
“분하고 원통하겠지.”
파프닐은 재료들을 준비한 뒤 스킬을 사용했다.
-소울 네크로맨시(유니크).
파앗.
스킬을 쓰자 푸른 도깨비불 여러 가닥이 주변을 오가더니, 곧 파프닐 앞에 형체를 이뤘다.
“네놈은 누구냐…….”
“네크로맨서다.”
“네크로맨서……. 죽은 우리를 노예로 쓰러 왔나?”
외뿔 사이클롭스들은 레벨이 높은 만큼, 어지간한 레벨의 네크로맨서들이 불러 봤자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만큼 강하군. 명령을 내린다면 따르겠다.”
띠링!
-카리스마 스테이터스, 레벨, 지식이 충분히 높습니다.
-외뿔 사이클롭스들의 영혼이 압도적인 능력의 차이 앞에서 굴복합니다.
물론 급에서 차이가 나면 어림도 없는 일이긴 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뭐, 딱히 명령을 따르라고 부른 건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건……. 동물 놈들의 짓인가?”
“그렇다. 하잘것없다 생각하던 놈들인데……. 신의 힘을 얻고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지.”
“역시 그렇군.”
성채를 이렇게 만든 건 동물 반란군이 맞았다.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복수하고 싶지? 너희를 이렇게 만든 동물 녀석들에게.”
“…….”
“기회를 주지. 부활은 안 되지만, 녀석들과 싸울 수 있는 새 몸 정도야.”
“……이용당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차피 주도권은 네 녀석에게 있으니. 좋다, 몸을 준다면 싸움에 동참하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곳곳에서 시체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살아생전 사이클롭스들의 영혼들이, 언데드가 된 몸에 들어가 일어나는 것.
물론 이 스킬로 만든 언데드들은 해골병처럼 완벽히 제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것이면 충분했다.
후방에 적들이 생긴 것만으로도, 동물 반란군은 적잖게 골머리를 썩일 테니 말이다.
“자, 그럼 다음 장소로 가 볼까.”
동물 반란군에게 당한 몬스터들.
그 녀석들의 시체가 남아 있는 한, 동물들의 전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은……. 와이번 무리 서식지인가? 이러면 공군도 준비가 되겠군.’
파프닐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