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05)
505화
룬타라 장벽.
평원을 가로지르며 서 있던 높고 두꺼운 성벽은, 곳곳이 무너져 있었다.
더 이상 성벽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돌 더미 위.
롱암은 자리에 앉아 보고를 들었다.
“남쪽 성벽의 저항을 분쇄했습니다.”
“북쪽 성벽도 점령 완료했습니다.”
코브라와 고릴라, 사자, 호랑이 등.
지성이 생긴 맹수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땅에 댄 채 말했다.
내용을 확인한 롱암은 시선을 허공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그곳엔, 상태창 하나가 떠 있었다.
[이름 : 롱암]-종족 : 원숭이
-레벨 : 850
-칭호 : 동물 반란군의 수장
-공격력 : 23,152~28,845
–마법 공격력 : 30,000~50,000
-방어력 : 12,000
-힘 : 7,500
-체력 : 6,950
-민첩 : 9,900
-손재주 : 8,000
-지능 : 13,000
-지혜 : 1,200
-행운 : 5,500
[스킬]-계몽의 손길(레전더리)
-화신 강림(하이퍼)
빼곡히 가득 찬 스테이터스창과 스킬 정보들.
“인간 놈들은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계속 추격을 허락해 주십시오.”
동물들의 보고를 듣던 롱암이 말했다.
“추격은 허락하지 않는다. 전열을 정비하고 숨을 돌려라.”
“하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인간 놈들을 죽이게 해 주십시오!”
“흐음…….”
상태창과 지성을 얻었지만 본능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한번 격렬하게 싸웠음에도 눈앞의 적만 생각하고 있다.
말로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눈을 돌리던 롱암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브리솔은 어디 있지?”
브리솔은 지성을 갖춘 네임드 멧돼지.
무려 레벨 720대의 강력한 동물로, 힘으로 따지면 롱암 외에는 누구도 이길 수 없기도 했다.
수많은 인간과 몬스터, 다른 동물들까지도 마구 짓밟고 잡아먹으며 이룩한 레벨.
그만큼 많은 전투를 겪었기에, 힘 하나만큼은 진짜였다.
즉, 다른 간부들이 녀석을 막을 수 없는 것도 예상한 범위 안이었다는 뜻이다.
“그게…….”
“저희가 막을 수가 없어서…….”
다른 동물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녀석은 부하들을 이끌고 인간들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도망치는 놈들을 쫓는 게 가장 재밌다며…….”
“저희도 빨리 인간들을 추격하고 싶습니다!”
간부 동물들은 재차 추격을 요청했다.
그럴 만했다.
지성과 상태창, 스테이터스, 스킬을 얻었지만, 동물들의 본질은 약육강식 그 자체.
인간 사냥은 그 성장의 열쇠다.
‘걱정이 되겠지.’
동물들 간의 싸움은 간부 동물들 간에도 심심찮게 이루어진다.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먹히는 싸움.
삶을 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발자국이라도 앞서 나가야 한다.
당장 인간 사냥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성벽에서 무릎이나 꿇고 있으니 다급할 만도 했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의 패자가 된 건 힘을 키워서가 아니었다.
이성을 가지고, 지식을 쌓아 만든 문명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힘이자 무기.
저 녀석들은 그 사실을 아직 모른다.
“브리솔이 간 지 얼마나 됐지?”
“대략……. 2시간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슬슬 소식이 오겠군.”
“예?”
그때였다.
푸드드득!
하늘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오더니,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급보, 급보! 브리솔 님이 당했습니다!”
“쉬잇!”
“음머!”
“커흥?”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보고가 이어졌다.
브리솔은 후퇴하는 인간들을 쫓아가며 나름 성과를 올렸다.
낙오된 플레이어들을 죽였고, 식량 마차나 골렘, 대포 등을 파괴하기까지.
그러나 재미 보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좁은 협곡에 들어간 브리솔과 멧돼지 부대는, 인간들의 함정에 빠져 그대로 협곡에 갇혔다.
입구가 바위로 막힌 뒤 온갖 화살과 마법, 저주, 바위 떨어뜨리기 등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든 입구를 막은 바위를 치운 브리솔의 앞으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 한 명이 나섰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브리솔을 일대일로, 그것도 수많은 인간과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으로 이겼다.
“다른 동물들도 전멸이고……. 인간들은 시체의 가죽과 고기, 주요 부위를 가지자마자 곧바로 후퇴했습니다.”
“역시나 그렇게 되었군.”
롱암은 연구실에서 여러 실험을 당하며 자라났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애지중지 대해진 콩과는 달리, 그에게는 여러 비인간적인 실험과 연구가 행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의 기만을 알게 되었다.
각종 속임수와 구슬림을 통해 동물들을 스스로 실험체가 되게 하고.
일부러 약한 척 속이면서 등 뒤로는 마취 주사기를 감춘 채 다가오기 일쑤.
게임 속 인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도 그것이 함정일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다시 물어봐야겠군. 아직도 추격이 하고 싶은가?”
“…….”
“…….”
부하 동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인간을 잡아먹겠다고 욕심을 부린 녀석의 말로가 어떤지 들은 덕분이다.
“일단은 부하들을 진정시키고 휴식을 취해라. 너희 모두.”
동물들은 인간에 비해 압도적인 폭발력과 힘을 가졌다.
하지만 그만큼 지구력이 부족하다.
한번 사냥을 마치면 한동안 쉬어 주어야 하고, 사냥을 실패하면 크게 손해를 입는다.
이미 한번 온 힘을 쏟아 낸 동물 반란군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뭐, 정 몸이 근질거리면 근처나 정리하도록 해라.”
롱암이 말을 이었다.
“이 요새 주변에는 토착 몬스터와 인간들의 개척지, 마을 등이 많지. 그런 곳들부터 모조리 초토화시키고 움직인다.”
“예.”
동물 간부들은 고분고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게 회의가 일단락되어 가던 찰나였다.
푸드드득!
새 한 마리가 내려왔다.
“롱암 님, 보고입니다.”
“보고? 무슨 일이지.”
“서쪽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 후위 부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몬스터가? 아직 없애지 못한 몬스터가 있었나?”
롱암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럴 만했다.
이곳까지 진군하면서, 동물 반란군은 주변을 철저히 확인하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평지는 물론, 인간들이 닿기 힘든 깊은 산속이나 깊은 동굴, 골짜기 안, 화산이나 얼음 동굴 속까지.
동물들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타고난 신체 능력이 인간과는 차원을 달리했고.
강력한 몬스터들은 스테이터스를 쌓고 지성이 생긴 동물들을 이기지 못했다.
모두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걸 피할 수는 없었을 텐데.
“설마 일을 게을리한 건가?”
“아닙니다!”
“정말 몇 번이나 살폈습니다.”
“그럼 이 내용은 뭐지?”
롱암은 새를 향해 계속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짹, 그러니까…… 살아난 놈들이긴 한데, 살아난 게 아닙니다.”
“살아난 게 아니다?”
“뼈와 썩어 가는 시체로 된 녀석들이 일어나서 동지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시체와 뼈?”
“짹! 사이클롭스, 와이번, 그리고 검은 인간 기사들, 암흑 드워프, 벨리오트, 코카트리스…… 그 외에 온갖 놈들의 시체가 일어나서……!”
목록을 듣던 롱암이 무언가를 깨닫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한번 쓰러뜨린 놈들이군…….”
이미 쓰러뜨린 시체가 다시 살아나 싸운다.
기존 게임 속에 있다는 신들, 그중 어둠 계열의 신들이 수작을 부린 게 유력했다.
“그리고……! 쇠를 몸에 감싼 해골병들이 같이 있습니다, 짹!”
“해골병들이라고?”
순간 롱암의 눈이 번득였다.
곧바로 긴 팔을 써 새를 잡아챈 롱암이 재차 물었다.
“해골병들이라고 했나?”
“짹! 그렇습니다! 째짹! 동물 부대들이 공격할 때마다 해골병들이 나타나서 역으로 사냥을…….”
“……알 것 같군.”
파프닐.
그 녀석이 어느새 자신들의 뒤로 돌아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보다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파프닐은 다른 인간들처럼 한 명이라고 할 수가 없었으니까.
단신으로 들어가서도, 시체만 준비되면 곧바로 군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녀석.
사실상 수천 명의 특공대가 동물 반란군 뒤에서 게릴라를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그 녀석 본신의 무력도 얕잡아 볼 수 없지.’
전초전 당시 롱암과 호각을 이뤘으니 최소한 동물 반란군 최고 간부급.
진정한 힘을 내지 않았기에 승패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파프닐이란 인간을 경계해야 하는 건 틀림없다.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겠군.”
“저희가 가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간부 동물들이 말했지만 롱암은 고개를 저었다.
놈 때문에 군대를 되돌리면 오히려 놈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런 일들의 전문가가 있지. 그 녀석들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 녀석들이라면…….”
“설마……?”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
간부 두어 명이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그 녀석들이 맞을 거다.”
소수 정예에는 소수 정예로.
롱암이 말했다.
“어쌔신 삼형제를 불러오도록.”
***
파프닐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후방을 돌아다니며 사냥에 힘썼다.
동물 반란군이 쓸고 지나간 지역을 돌아다니며 군대를 만들고, 이를 토벌하러 온 동물 반란군을 역으로 공격해 토벌하며 성과를 올리는 일의 반복.
수만에 달하는 동물 반란군 토벌대를 쓰러뜨린 파프닐이 생각했다.
‘역시 뒤쪽에서 공격하니 저 녀석들도 힘을 잘 못 쓰는군.’
동물 반란군은 앞으로 전진할 때는 엄청난 힘을 보이지만, 등 뒤에서 흔드는 공격 방식에는 상당히 취약한 면모를 보였다.
수천만 마리의 군대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숫자에 이렇게 휘둘리는 게 그 증거였다.
‘이렇게 뒤에 적을 만들면, 진격 속도도 그만큼 늦춰지겠지.’
동물 반란군의 진격 속도가 늦춰지면, 그만큼 준비도 철저히 할 수 있으리라.
파프닐이 여기에 온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세이멍은 안 보이는걸?’
세이멍.
한때 인간이었던 음양사의 영혼은 지금 가상현실 게임 속에 갇혀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게임사의 이벤트 공지와 별개로, 파프닐은 그 녀석을 잡아야 했다.
‘동물 반란군 사이에 섞여 있는 것 같진 않았는데, 그렇다면 반란군과 별개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
일단 계속 싸우는 게 답.
파프닐은 언데드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동물 반란군을 처리해 나갔다.
그중에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전투도 있었다.
“크어어어엉!”
“우워어어엉!”
10만 명이 넘는 동물 반란군 부대.
그리고 그놈들을 이끄는 레벨 800대의 동물 간부들.
보통 일반적으로 유리한 전력일 때만 싸워야 하지만, 파프닐은 그런 군대를 보고서도 해골병들을 돌진시켜 싸우고 이겼다.
압도적인 화력은 물론, 해골병들을 아낌없이 소모하며 최적의 효율을 찾고.
탁월한 용병술과 그때그때의 판단으로 열 배가 넘는 동물 반란군 부대를 쓰러뜨리며 전력을 깎아 먹었다.
특히 고레벨의 동물 간부는 충원이 어려운 만큼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대규모 전투를 승리했습니다.
-지휘 관련 스킬의 효율이 2% 추가로 상승했습니다.
해골병들을 남기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오직 승리만을 위한 과감한 전술의 연속.
심지어 일반적인 네크로맨서들과 달리 승리할 수 있다면 자신을 미끼로 던지기까지 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다가, 두 번째 비밀 병기를 개방하면 되겠군.’
롱암이나 다른 최고 간부들이 오면 뒤로 빠지고, 일반 동물들만을 집요하게 노린다.
동물 반란군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열이 뻗쳐 죽을 것만 같은 플레이였다.
물론 파프닐도 그걸 알고 있었다.
이런 플레이는.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에서부터 자신이 가장 잘하던 플레이었으니까.
“내 라인을 계속 밀면서 상대를 미치게 하는 것……. 이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거든.”
그러던 파프닐에게 어떤 편지가 도착했다.
다른 연락이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이건 그럴 수 없었다.
이유? 간단하다.
이 편지는 무려 신이 보낸 연락이었으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