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09)
509화
한국 서버 서쪽의 미개척지.
아직 개척되지 않은 곳이었기에, 인터넷창이나 인게임 자료에도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런 곳 중 한 곳인 어느 초원.
이곳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힘들어요……!”
수많은 인간이 족쇄를 찬 채 강제로 밭을 갈고 있었다.
거대한 쟁기를 여럿이 멘 채 걷거나.
호미와 곡괭이를 들고 땅을 내리치는 중.
“꿀꿀! 엄살 피우지 마라, 꿀!”
“으르르릉……!”
놀라운 건 인간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협박하는 게 다름 아닌 돼지와 소, 닭 같은 녀석들이라는 점이었다.
몇몇 인간들이 애원할 때마다 대기 중이던 개들이 이를 드러냈다.
“히익……!”
“젠장…….”
캐릭터를 삭제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
또 이곳이 현실인 NPC들은 이를 악물고 쟁기를 끌었다.
다른 곳에서는 용광로에 불이 피워져 있었다.
깡! 깡!
대장장이 유저, NPC 들이 쇠를 두들겨 동물용 갑옷과 금속 발톱, 이빨 등을 만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흐음…….”
갑옷을 입고 발톱을 휘둘러 보던 개 한 마리가 노호성을 질렀다.
“이놈! 착용감이 마음에 안 들잖아!”
“크아아악!”
앞발에 얻어맞은 대장장이 노인이 바닥을 뒹굴었다.
“인간 상대로는 잘만 만들더니, 우리가 동물이라고 이런 식으로 무시하는 거지?”
“아, 아니옵니다. 동물 제작은 익숙지 않고…… 대량생산 체제가 아닌지라……. 크악!”
설명하던 대장장이 노인의 얼굴에 앞발이 날아들었다.
“너희 인간들은 말이 너무 많아. 여긴 동물의 세상이다. 까라면 까는 곳이지. 네놈들처럼 말만 많아서는 결코 우리 동물들처럼 잘살 수 없다는 걸 모르겠나?”
“크아아아악!”
동물과 인간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
그때였다.
멀리서 늑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적이다!”
주변에서 쉬고 있던 동물들.
다른 곳을 정찰하던 동물들 무리가 일제히 모였다.
수천 마리의 동물 무리가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음…….”
파프닐은 선두에 서서 곧바로 동물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금속이 폭발하고, 창에서 나온 강기가 달려드는 동물 무리를 위아래로 양단한다.
인간들이 만든 갑옷과 발톱으로 무장한, 레벨 500대의 정예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카학……!”
“깨갱……!”
전장 근처에 있던 다른 동물들도 포자가 드리우자마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5천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2천 마리까지 떨어지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 도망가자!”
“깨갱!”
살아남은 동물들은 제각기 도망쳤지만, 그 길목마다 해골병들이 금속 그물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지역의 동물 반란군이 소탕되기까지 고작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일이었다.
여기 있는 동물 반란군의 레벨은 평균 500.
500레벨대 몬스터 수천 마리를 이기는 것 자체는 랭커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수천 마리를 1시간 만에 압도적으로 쓸어버리는 것은, 랭커들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사이에 섞인 인간 플레이어, NPC 들의 구출까지 하는 것은 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홍길동 님.”
“음.”
인벤토리에서 부적들을 꺼낸 홍길동이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아덴시로 가는 귀환 부적입니다. 지금 쓰십시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서쪽 지역을 개척하던 개척단, 탐험가들이다.
리스폰 거점이 동물 반란군들에게 점령당하며 그대로 고립되고, 결국 잡혀서 노예로 일하고 있던 상황.
계속 잡혀 있어야 하나 싶었던 사람들은 파프닐과 홍길동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흠…….”
사람들을 보낸 후.
파프닐은 다시 한번 경험치창을 확인했다.
‘역시 이벤트라 그런가, 경험치가 꽤 많이 오르는군.’
동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할 때의 1.2배~1.5배 가까운 양의 경험치가 들어온다.
아오키가하라 수해, 서버 간 세력전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워낙 동물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꽤 쏠쏠하게 경험치가 쌓이고 있었다.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만 사냥하면 레벨이 오르겠어.’
파프닐은 상태창을 열었다.
[파프닐]-종족 : 담피르
-직업 : 네크로맨서(마스터), 진 메탈 담피르
-칭호 : 인류종의 수호자(레전더리)
-레벨 : 791
-공격력 : 14,251~20,313
-방어력 : 6,500
-힘 : 1,444
-체력 : 810
-민첩 : 600
-손재주 : 425
-지능 : 3,515
-지혜 : 2,438
-행운 : 5(저주받은 상태)
[기타 스테이터스 확인]-카리스마 : 4,200
-통솔력 : 3,400
-카르마 : 0
-용기 : 1,330
-예술 : 825
-매력 : 150
-명성 : 53,580
-강인함 : 450
700레벨대 후반.
800레벨을 넘어야 하지만.
마의 700레벨 구간 후반대는 아무리 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도 넘기 힘들었다.
‘이시우나 파이브스타 길드 녀석들처럼 레벨 업에 집중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군.’
파프닐은 잠시 입맛을 다셨다.
이시우의 레벨은 무려 800을 아득히 초월.
추측상으로는 850을 넘고, 어쩌면 900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대규모 자본, 그리고 수많은 수하의 자원과 기회를 한데 모아 이시우와 수뇌부의 성장을 도모!
오성 그룹이라는 현실의 자본력까지 아낌없이 쓰는 걸 고려하면.
이시우의 성장은 그야말로 금수저.
상위 0.01% 중에서도 0.01%급의 로열 로드를 걸은 플레이어다.
반면 파프닐은 다르다.
시작부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설 속 히든 피스를 찾아야 했고.
직접 직업을 얻은 후에도 여러 이벤트를 몸으로 뛰며 얻었다.
철혈 길드와 파이브스타 간의 내전을 일으킨 것은 물론.
외신의 사도를 잡거나, 곤충 웨이브를 막고 신대륙을 개척하기까지.
심지어 플러시의 성장까지 견제해야 했으니, 그야말로 하드 모드를 넘어선 헬 모드 성장을 한 것이다.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군.’
세이멍의 음모를 분쇄한다면, 그다음엔 곧바로 작업이다.
‘……그러고 보니 콩 녀석에게도 확약을 받아 놔야 했었지.’
세이멍의 암살에 대한 보상으로 파프닐이 추가로 요구할 게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파프닐이 앞으로 무엇을 하건 간에 인게임 내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개조하는 버그, 치트성 내용이 아니라면, 운영진이 절대로 간섭할 수 없다는 약속이 필요했다.
“그나저나 여기도 이런 것을 하고 있군…….”
홍길동이 주변을 보며 짧게 읊조렸다.
인간의 노예가 되었던 동물들이, 역으로 인간을 부려 농사와 야금술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군요.”
“그렇지.”
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점령한 지역들에서도 이런 식으로 인간들을 쓰고 있었다.
심각한 일이었다.
동물 반란군이 단순한 자연재해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장기전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빨리 움직이지요. 아직 구할 곳이 남았습니다.”
“음, 그러지.”
파프닐은 홍길동과 함께 다음 장소로 향했다.
동물 반란군들이 인간들을 잡아 둔 곳들만을 공격하며, 잡혀 있던 인질들을 구하기를 반복!
후방인 만큼 동물 반란군의 최고 간부급은 없었지만, 포로인 인간들을 구하고 시설을 파괴하자 경험치와 공헌도가 쏠쏠하게 주어졌다.
‘이대로 동물 반란군을 약화시키면, 본대의 힘도 크게 빠지겠지.’
모든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보급이다.
그러나 게임 속 세상인 호라이즌에서는 그 중요성이 덜한 감이 있었다.
식재료야 몬스터를 잡거나 캐시 상점에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고.
다른 장비나 수리, 마법 아이템도 마찬가지니까.
그러나 인게임 내 동물들로 이루어진 동물 반란군은 다르다.
로그아웃, 로그인이 가능한 현실의 동물들은 극히 일부.
이곳이 현실인 동물 반란군들에게 보급은 아주 큰 문제였다.
‘식량이 부족하면 본성이 드러나지.’
동물 반란군은 육식동물, 초식동물이 모두 섞인 거대한 세력이다.
평소에는 인간을 몰아내자는 구호로 결집되어 있지만.
식량이 부족하면 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아니, 지금도 그랬다.
육식동물은 사냥 본능을 참지 못하고 약한 초식동물들을 먹어 치우며.
더 강해지기 위해 서로 간의 싸움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그것이 동물 반란군이었다.
“계속합시다.”
‘과연……. 강해진 이유를 알겠군.’
홍길동은 파프닐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힘이 10이라 생각하면, 7이나 8 정도의 적을 사냥하며 성장한다.
그런데 파프닐은 그렇지 않다.
10의 전력으로 13, 15, 17의 전력과도 스스럼없이 싸운다.
그리고 보란 듯이 힘으로 깨부숴 버린다.
알고 보니 10이 아니라 100이었다고 하는 수준의 컨트롤, 실력, 그리고 강력한 스킬들!
‘아주 짧은 시간 만에 분석을 끝마치고, 견적이 나오면 곧바로 실행한다.’
보통 사람은 마음속의 불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파프닐은 모든 일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했다.
마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느낌.
홍길동이 가진 도사의 스킬 중엔 적의 다음 패턴을 보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 조금 쉬셔도 됩니다.”
“고맙네. 그런데 자네는?”
“저는 다음 지역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해서요.”
홍길동이 쉬는 사이, 동물 반란군 간부들이 떨어뜨린 장비, 재료, 가죽 등도 수거했다.
피가 밴 갑옷(유니크), 수라의 이빨(레어), 디스트로이어(에픽).
해골병들에게 장비시킬 고레벨 장비들도 얻었다.
‘나중에 해골병들에게 장비시켜 주면 더 사냥 속도가 빨라지겠군.’
그저 사냥에만 몰두하는 파프닐.
“가자.”
계속 사람들을 구해 주자 자연스레 명성치, 명예, 카리스마 등이 쌓였다.
카르마는 신의 저주를 받았기에 상승하지 않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상황.
그렇게 움직이던 중 특이한 게 눈에 띄었다.
“이 새끼들……!”
“깨개갱!”
파프닐이 구출해 준 사람들이 칼이나 철퇴를 들고 동물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죽어!”
“우리더러 일하게 할 땐 좋았지? 또 말해 봐, 말해 보라고!”
“깨갱!”
동물 반란군들이 죽기 직전이 되자 회복 스킬을 쓰면서 HP를 채워 주고, 그다음 다시 때렸다.
“저런…….”
홍길동이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동물 반란군은 적이고, 싸운다면 바로 죽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지나치지 않은가.
‘괜히 나서서 활빈당을 드러낼 수는 없지.’
홍길동이 속으로 혀를 찰 때였다.
갑자기 파프닐이 걸음을 옮겼다.
“잠깐만요.”
“앗, 파프닐 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야 복수하고 있죠.”
“이 녀석들이 우리한테 시킨 짓을 생각하면…… 그냥 막……!”
플레이어들이 재차 공격하려 할 때,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들도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학대와 노역을 버티지 못하고 그런 거죠.”
“아니, 하지만…….”
“적으로서 상대한다면 싸워 죽이는 게 맞지만,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게 싸우면 다른 동물들까지도 독기를 품고 덤벼들 겁니다.”
“…….”
“…….”
“앞으로의 전투도 더욱 힘들게 되겠죠. 정화할 수 있는 녀석들은 정화하고, 안 되는 녀석들은 태도를 봐서 결정하면 됩니다.”
“크흠…….”
“저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니까요.”
유저들은 파프닐의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무기를 내렸다.
납득하기엔 당한 게 워낙 깊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 또 엄청난 강자인 파프닐의 뜻을 거스르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정화를 하든가 하죠.”
“파프닐 님 덕분에 산 줄 알아.”
투덜대면서 물러나는 유저들.
그렇게 일이 정리된 뒤.
뒤돌아선 파프닐의 앞으로 홍길동이 나타났다.
“이 친구, 사냥감을 저렇게 살려 줘도 괜찮은가?”
“홍길동 님이야말로 저건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나? 나는 사냥 때문에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봤네. 그래도 뭐……. 자비를 베풀면 복이 오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말만 해 두지.”
“…….”
차마 경험치를 독점하려고 유저들에게서 동물들을 빼낸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