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18)
518화
치와와 앤디.
3살의 치와와인 그는 부족함을 모르고 커 왔다.
주인인 조 여사는 여러 명의 관리인을 두어 앤디를 보살폈고.
앤디는 조 여사의 기분만 맞춘다면 집 안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거대한 대저택과 정원, 심지어 주위 거리까지.
앤디는 조 여사 댁의 황제로 군림했다.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네가 앤디?”
“귀엽게 생겼는걸.”
개들의 사회는 인간 사회와 비슷하다.
무리를 지은 개들의 서열은 힘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이 아카데미에 모인 개들의 서열에는 앞선 요소 외에도 한 가지 요소가 더 있었다.
주인의 힘.
데려온 주인이 누구인지,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힘이 있는지에 따라서 그 개의 지위도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앤디는 운이 좋았다.
본신의 무력이 약한 치와와임에도, 조 여사의 힘을 빌어 다른 개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으니까.
단 한 마리.
이 아카데미의 우두머리인 도베르만, 베르를 빼면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베르의 오른팔 자리까진 오를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의 혈통 덕분에.
아니,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 베르의 덕분일 것이다.
그에게 손을 내민 게 베르였으니까.
앤디에게 있어 베르는 주인 다음으로 따라야 할 존재였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들어 왔는지 모를 어중이떠중이 잡종견이.
심지어 한쪽 앞발도 없는 녀석이 베르 님을 가로막고 있었다.
저 녀석을 빨리 치워야 한다.
앤디의 앞발이 복돌이의 얼굴로 있는 힘껏 날아갔다.
“이익!”
앞발이 닿는 순간.
앤디는 쇳덩이를 때리는 듯한 감각에 몸서리쳤다.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저 쇳덩이는 움직일 줄 알고, 심지어 강하다.
그런데…….
“멍?”
복돌이가 반격하지 않는다.
얼굴을 맞았음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삵의 앞을 막고 있었다.
“이……!”
휙, 앤디는 재차 돌려 차기를 하고 이빨로 물었다.
그러나 복돌이는 계속 움직이지 않고 맞기만 했다.
마치 바위나 무생물처럼.
흥분해 이를 드러낼 법도 한데, 아무 표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서 있을 뿐이다.
‘쳐 내야 하는데.’
앤디를 쳐 내는 건 간단했다.
날파리를 쫓듯 손 한 번 움직이면 끝이다.
애초에 체급부터 진돗개와 치와와다.
거기다 복돌이는 수많은 싸움을 통해 전투 경험을 익혔고, 초인적인 힘들도 여러 번 보았다.
이런 온실 속 화초 같은 개 따위야 간단히 튕겨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주인의 명령.
사이좋게 지내라는 명령이 있는 한, 복돌이는 그것을 어길 수 없었다.
“…….”
이 녀석들을 공격하면 주인의 명령을 어기게 된다.
다른 개들과 싸우면, 친하게 지내지 못하게 될 테니까.
“……뭐야.”
지켜보고 있던 다른 개들이 하나둘씩 다가왔다.
“이 녀석, 저항을 안 하잖아?”
“어디, 이래도?”
두려움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가장 빨리 채우는 건 다름 아닌 가학심이다.
모여 있던 개들의 무리는 점차 앞다퉈 복돌이를 공격했다.
“……윽.”
꿋꿋이 버티고 있던 복돌이의 몸 곳곳에 상처가 늘어 갔다.
“나…… 난 괜찮으니까 비켜!”
등 뒤에 있던 삵의 외침에 복돌이는 짧게 대답했다.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
“……!”
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 흥분한 개들이 연달아 덮치는 공격을 복돌이는 묵묵히 받아넘기고 또 받아넘겼다.
“……미친.”
“뭐야, 저 새X……?”
오히려 때리던 개들이 얼얼한 팔다리를 털며 물러나거나 지쳐서 널브러질 정도.
“…….”
보고 있던 베르의 입에서 뿌득하는 소리가 났다.
“비켜라.”
앞으로 나온 베르가 말했다.
“이런 개 한 마리도 빨리 처리하지 못해서……. 쓰레기 같은 녀석들.”
하긴 그럴 만했다.
이 녀석들은 먹기만 잘 먹었지, 싸움 기술이라고는 티끌 한 올만큼도 없는 돼지들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반면 이 녀석은 다르다.
베르는 복돌이를 보자마자 온몸의 근육이 굳어지는 느낌을 느껴야 했다.
포식자를 만난 피식자의 감각.
이 때문에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행사를 방해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왠지 모르겠지만 금제가 걸려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원망해라.”
말을 마친 베르가 다리에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베르는 아카데미의 개이지만, 사실 견원회의 투사이기도 했다.
그것도 국내 견원회 랭킹 8강에 들 정도의 최상위 강견!
그런 그의 발 차기가 복돌이의 안면을 강타했다.
“……크륵…….”
모든 공격을 버티던 복돌이였지만, 이번에는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멍멍!”
“드디어!”
“크르르!”
장내를 가득 채운 개들 사이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크릉!”
연달아 쏟아지는 멍배권, 멍경, 멍스피닝 월 킥.
각종 무술의 묘리가 들어간 베르의 공격이 복돌이를 숨도 쉴 수 없게 강타했다.
“……큭……!”
가드만 한 채 버티던 복돌이였지만, 이 공격들은 가만히 당하고 있기에는 너무 강했다.
마침내 복돌이가 바닥으로 쓰러지려 했다.
“끝이다!”
베르의 입이 복돌이의 목덜미를 노렸다.
이대로 목을 물어뜯으면 설령 호랑이라 해도 숨통을 끊을 수 있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개들 간 싸움은 금지된 일.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걸 베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막 이빨이 닿으려던 순간.
베르는 자동차에 치인 듯한 충격을 받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커…… 커헉!”
도베르만의 거대한 몸이 벽에 부딪힌 뒤 바닥에 미끄러져 내렸다.
경악한 앤디와 다른 강아지들이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목줄을 끊은 삯이 손을 휘두른 자세를 한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뭐야.”
“대체 무슨…….”
강아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크르륵……!”
그사이 베르가 몸을 일으켰다.
방금 어떻게 된 거지?
베르는 좀 전의 일을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내가 일격에 날아가 버리다니?’
당혹감은 곧 분노로 치환되었다.
“크허엉!”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고작해야 발바닥만 한 놈에게 일격을 허용하다니.
자존심 강한 견원회 투사인 베르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토해 낸 노성과 함께 베르가 곧장 일어섰다.
주변에서는 뜨거운 아지랑이가 이글거렸다.
“끼잉……. 낑끼잉…….”
범견들은 감히 범접하지도 못할 위압감.
실내에 퍼지는 지린내.
제아무리 아카데미에 다닐 정도로 혈통이 좋다 한들, 실전 경험이 없는 견공들로서는 견원회 투사 베르의 진심이 담긴 투기를 감당할 수 없었다.
‘죽여 버리겠어!’
베르는 호흡을 갈무리하며 힘을 끌어냈다.
강아지 시절부터 혹독한 수행을 거친 그는 미국 경찰견들이 받는 특수 훈련과 함께 독특한 기공 수련을 받았다.
지금까지 일반 견공들에게는 행여 살상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 봉인해 둔 견단전에서 힘을 개방하려는 순간이었다.
‘저 삵 놈부터!’
감히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저 녀석부터 곤죽으로 만든다.
그 순간 삵과 베르의 눈이 마주쳤다.
삵의 눈을 본 순간 베르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무슨……!’
눈동자 속에 끝없이 깊은 심연이 있었다.
바닥을 알 수가 없는 어둠.
견원회의 우승견, 아니 그들에게서도 저렇게 깊은 심연이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착각이다!’
베르는 애써 본능을 부정하며 이를 드러냈다.
견단전의 힘을 개방한 지금, 이 이빨은 강철조차도 으깨 버리는 살인, 아니 살견 병기.
“컹컹컹!”
온 힘을 준 베르가 하늘을 날아 쇄도했다.
개와 고양이의 싸움은 보통 개가 유리하다.
일단 체급 차부터가 그렇다.
호랑이나 표범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고양이 종은 대형견의 체급을 따라갈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양이에게는 없는 치악력이라는 힘이 개에게는 있었다.
아무리 고양이가 잘 피하더라도, 단 한 번 물리는 순간 최소 다리 하나가 못 쓰게 된다는 소리.
거기서 개는 계속 물고 늘어질 수도 있고, 얻은 이득을 이용해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
열 개가 넘는 코인 대 1코인.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양이 쪽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야 했다.
“캬앙!”
삵이 날아오는 도베르만의 얼굴에 냥냥 펀치를 쏟아 냈다.
그 순간 베르의 몸이 그대로 뒤로 밀려 나며 땅에 떨어졌다.
“깨개갱!”
입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
견단전은 물론, 혈관을 흐르던 피가 엉키며 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일단 얼굴 자체가 우그러지기도 했고 말이다.
“끄르륵……. 끄륵…….”
베르는 일어서려 했지만, 피거품만 내뿜다가 이내 의식을 잃었다.
쉬이이.
순식간에 방 안이 지린내로 가득 찼다.
“……다음!”
눈에 귀화를 일으킨 삵이 다른 강아지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날.
보육사와 훈련사들이 이상 현상을 느끼고 뒷방 문을 열었을 땐.
이미 수십 마리의 개들이 몸에 할퀸 자국이 남은 채 똥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
“……그러니까, 제 복돌이가 다른 개들을 폭행했다고요?”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회사 상황을 살핀 후.
조금 쉬나 했던 김강한은 갑자기 아카데미의 호출을 받고 황급히 와야 했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심상치 않은데?’
약간 의아했다.
복돌이가 맹견이나 입질이 심한 녀석도 아니고.
지금까지 해 온 걸 봐서는 딱히 문제를 일으킬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그게……. 복돌이가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요?”
“복돌이가 다른 개……. 아니, 고양이가 맞는 걸 막다가, 그 고양이가 다른 개들을 때려눕힌 상황입니다.”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즉 복돌이는 가해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참고인.
그렇게 생각하니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지요?”
“네?”
“고양이가 개들을 두들겨 패다니……. 그게 가능합니까?”
“아, 사실 그게,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라고 합니다.”
“삵?”
천연기념물인 그 삵?
김강한이 더 물어보려 할 때.
저만치에서 대여섯 명의 중년 남녀가 한 사람을 둘러싼 게 보였다.
“뭐 하자는 겁니까!”
“엘레강트 아카데미에서 삵 따위를 보호, 양육하고 있었다니.”
“아무 상처 없이 교육시킨다더니, 그런 야생동물을…….”
“우리 치치가 병에 걸렸으면 책임질 거예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방에서 따지고 드는 사람들 앞에서, 안경을 쓴 흑발 소녀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녀린 체구에 적당한 키.
그런데 인상이 왠지 익숙했다.
김강한은 보육사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죠?”
“아……. 삵의 주인분이세요. 저희 원장님이랑 아시는 지인분인데, 그래서 삵을 잠시 맡겼다가 이런 일이 터졌나 봐요.”
“흐음…….”
김강한은 잠시 그곳을 보다가 보육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상황이 찍힌 CCTV 영상은 남아 있죠?”
“아, 네.”
“그럼 그것 좀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무, 물론이죠. 그럼…….”
“저는 저분들을 데려오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강한은 소녀 쪽으로 향했다.
“잠깐만요.”
“넌 뭐야?”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중년 여인에게 김강한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저도 삵 때문에 당한 피해자입니다. 저희 복돌이도 삵 때문에 타박상을 꽤 많이 입었거든요.”
“그래요?”
“그럼 잘 찾아왔네, 이 사람이 삵 주인이니까.”
소녀의 어깨가 한층 더 아래로 꺼졌다.
아마 이 사람들에게 한참 동안 정신없이 시달렸을 것이다.
명분도 저 사람들에게 있고, 사소한 실수 같은 건 절대로 용납 못 하는 사람들이니 더더욱.
“죄송…….”
소녀가 사과하려는 순간.
김강한이 말을 이었다.
“마침 CCTV 영상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따지면 될 것 같습니다.”
“CCTV요?”
“예. 일단 보고 나서 따져도 늦지 않으니까요.”
복돌이가 그냥 맞고 있었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이유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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