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23)
523화
“우와! 너무 귀엽다! 얘 뭐야? 얘 뭐야?”
가장 처음 달려 나간 건 칠흑의 사신이었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쪼그려 앉더니,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몸을 배배 꼬았다.
“얘 뭐지? 그, 만화에서 본 거 같은데, 조개 까는, 그, 아, 그! 맞아 맞아, 해달? 수달? 수달이지? 만져 봐도 돼?”
“이미 만지고 있습니다만.”
늘씬한 타원형 몸체에 둥근 머리. 앞발을 공손히 포갠 채 해달은 자기 몸을 이곳저곳 만지고 쓰다듬는 인간 암컷을 흑진주처럼 까만 눈동자로 빤히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건 중요한 거니까요.”
“어머, 말하는 거 봐. 귀여워, 귀여워.”
“그, 너무 쓰다듬으면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미안, 미안. 내가 원래 귀여운 걸 보면 사족을 못 쓰거든.”
칠흑의 사신이 물러나자 해달, 보로리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는 일행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제 맹우 펠리콘을 구해 주신 것과 함께 이제부터 실수를 범하고 있는 저희 동포들을 단죄하러 가신다니……. 원래는 같은 동물들인 저희가 해야 할 일이건만.”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도 인간과 동물의 싸움이 그 이상 격화되면 좋을 거 없거든.”
“저, 정말입니까, 파프닐 님. 역시 제가 눈여겨본 지혜롭고 용맹한 분답습니다. 근데 여기 계신 분들이 다입니까? 그 난폭한 맹수들을 벌하러 간다기에는 수가 좀 적은 게 아니신지…….”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도 굳이 많은 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니까. 우리는 동물들을 선동하는 우두머리들 위주로 처리할 생각이야. 그러면 다른 동물들도 여태까지처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굳이 많은 사람을 불러들여서 더 큰 죽음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잖아?”
“역시 파프닐 님……. 생각이 깊으십니다.”
보로리가 눈을 빛내며 감격했다.
물론 파프닐의 속셈. 그러니까 단순히 레벨 업을 하기 위해 소수 정예를 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행은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귀엽게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올리고 있는 해달의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밥! 맛있는 밥 준다고 들었다, 멍!”
복돌이가 군침을 다시며 짖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복돌이 공. 안 그래도 영웅분들을 위해 진미를 준비한 참입니다.”
“그 진미란?”
“그건 저 펠리컨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펠리콘.”
해달 옆에 가만히 서 있던 거대하고 넓은 부리를 지닌 새. 펠리컨이 앞으로 나왔다.
“저희 펠리컨 일족의 진미를 여러분께 대접하겠습니다. 펠리컨.”
“근데 너 왜 갑자기 어미에 펠리컨을 붙이는 거야?”
“이게 펠리컨 일족의 예의입니다. 펠리컨.”
펠리콘은 해달에게 날개를 흔들었다.
“그럼 보로리. 준비한 것들을 제게.”
곧 보로리는 수풀 뒤에 숨겨 둔 짐을 갖고 왔다. 거대한 토기와 깃털을 다 빼낸 새들이었다.
“저건 뭐지?”
“저희 펠리컨 일족의 진미, 펠리카나 치킨을 여러분께 대접해 드릴 생각입니다. 펠리컨.”
“오! 치킨이라고!”
킨도르한이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난 치킨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이래 봬도 혼자서 닭 네 마리도 너끈해.”
“그거 다행이군요. 안 그래도 많은 양을 준비해 왔으니까, 배부르게 드셨으면 좋겠군요. 펠리컨.”
일행은 치킨이란 이야기에 적잖이 기대감을 가졌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한국인.
그리고 한국인은 따로 닭 먹는 날을 정해 둘 정도로, 그것도 중복이니 말복이니 몇 번이고 정해 둔 주제에 그날 말고도 매일 치킨을 뜯는 닭의 민족.
물론 보로리 일행이 가져온 새들은 닭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새 고기라면 그냥 눈이 뒤집히는 게 한국인이었다.
“동물이 만드는 치킨이라니. 이거 기대되는 걸요, 형님.”
“음, 나도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라.”
“오오, 호라이즌 속 펠리컨들에게는 요리를 하는 고등 문화가 있었단 말인가.”
“하하, 존스 박사님. 저도 흥미가 막 생기는군요. 이건 마치 아마존 일대에서 사는…….”
“오오, 그 일족이라면…….”
홍길동과 존스 박사가 또 자기들만 아는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포유류와 조류는 일을 시작했다.
먼저 포로리가 그 가는 손으로 토기를 간신히 집어 든다.
그리고 펠리콘이 입을 쩍 벌린다.
넙데데한 자루 같은 부리에 토기 속에 든 내용물.
바로 기름이 들어갔다.
“으……응?”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칠흑의 사신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펠리콘은 갑자기 자세를 잡더니 눈을 부리부리 떴다.
“자, 보시쇼! 이게 페히카 이조의 비기 데우기이니다, 페히카!(자, 보십쇼! 이게 펠리컨 일족의 비기 데우기입니다, 펠리컨!)”
꾸르르르!!
괴상한 소리와 함께 부리 자루 속에서 들끓기 시작하는 기름!
보로리는 기다렸다는 듯 누드 차림의 새들을 펠리컨의 입 속에 던져 넣었다.
“페리커커커커커커커커~!!”
타타타타타타타.
팝콘 튀기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튀는 기름.
그걸 지켜보던 일행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광경이란 말인가.
부리에서 끓는 기름을 튀기며 전신을 바들바들 떨던 펠리컨.
“페리커!! 커어억!! 구웨에에에에엑!”
그대로 눈을 까뒤집은 채 기름을 쏟아 냈다.
쏟아 내는 기름과 튀겨진 새들을 솜씨 좋게 받아 내는 보로리.
보로리는 토기를 내려놓고는 나뭇가지로 새들을 건져 내 나뭇잎 위에 그 검은 새 모양의 무언가를 늘어놓았다.
“자, 맛있게 드십시오. 이게 펠리컨 일족들이 즐겨 먹는다는 진미, 펠리카나 치킨입니다.”
“페, 펠리컨……..”
한편, 뒤로는 체온으로 기름을 끓여 치킨을 태운 펠리컨이 기름을 뱉어 내고는 죽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부족하면 더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마, 맞습니다, 얼마든지……. 페, 펠리컨…….”
전혀 더 만들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근데…….’
‘이거…….’
‘먹기가…….’
“좀…….”
“예?”
무심코 말을 내뱉고 말아 버린 파프닐.
그를 공손한 자세로 올려다보는 해달 보로리.
해맑게 빛나는 눈을 두고.
도저히 그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뭔가…….
‘뭔가 꺼림칙하고 기괴해서 못 먹겠다.’
라고…….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보로리는 고개를 갸웃하고 틀었다.
귀엽게 바라보는 얼굴에 심장을 저격당한 칠흑의 사신이 뒤로 넘어짐과 동시에.
보로리가 손뼉을 쳤다.
“아! 디저트 같은 것도 있어야겠네요. 펠리컨. 그것도 갖고 왔으니 준비해 두세요.”
“펠리컨?”
“말로 하세요, 말로. 그거 있잖아요, 조개.”
“……!”
보로리는 말을 마치자마자 품속에서 조개들을 꺼냈다.
원래부터 호라이즌의 해달 일족과 펠리컨 일족은 같이 바다에서 사냥을 하는 일족으로서 서로 친밀감을 갖고 있었다.
펠리컨 일족의 진미인 펠리카나 치킨을 본 해달 일족들은 혹시 자신들이 주식으로 먹는 조개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개발한 비술이 있었다.
그게 바로 펠리카나 크램이었다.
“펠리커어어어억!!”
또 한 번의 기괴한, 요리인지 오바이트인지 모를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보니 일행은 더더욱 식욕이 떨어졌다.
갈색빛으로 타 버린 조개껍질들은 아무리 봐도 토사물이거나 혹은 무언가였다.
“자, 어서 드세요.”
그러나 기대에 찬, 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해달의 눈빛을 무시할 수도 없는 법.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모두가 결심한 그때였다.
“왈! 이제 먹어도 되는 거냐?”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는 다름 아닌 복돌이였다.
“배고프다, 멍, 주인, 먹어도 되냐?”
“어……. 그, 그래, 복돌아. 많이 먹어라.”
“멍!! 너무 좋다, 멍!!”
헐레벌떡 덤벼들어 치킨을 물어뜯는 복돌이.
‘복돌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파프닐이 그리 생각하는 순간.
“이야, 이거 육질이 쫀득쫀득한데? 바로 튀겨서 그런가?”
맨손으로 검게 타 버린 듯한 치킨 비슷한 무언가를 집어 들어 뼈까지 발라 먹는 킨도르한.
“오, 이게 호라이즌의 펠리컨들이 하는 요리 방식인가.”
“기름을 견디다니 역시 현실의 펠리컨들과는 다르군요.”
학구적 탐구심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두 교수까지.
“저……. 파프닐 님은 안 드십니까?”
“난…….”
파프닐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바, 밥을 먹고 와서 말이야.”
“맛있다, 멍!”
행복해하는 복돌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파프닐 일행은 대륙 서부 쪽에 위치한 간이 거주지로 향했다.
그 장소에는 파프닐이 부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홍길동이 호출한 인원들도 속해 있었다.
총인원은 약 20명.
파프닐 쪽에서는 파프닐, 킨도르한, 칠흑의 사신, 존스 박사.
홍길동 쪽에서는 전우치, 임꺽정, 그 외 활빈당 정예 등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쟁쟁한 인물들이 많군.”
킨도르한은 모인 이들의 이목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근데 넌 왜 여기 있는 거냐?”
킨도르한이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노려본 건 한 검사였다.
검은 머리에 검은 도복, 묵빛 칼집을 찬 사내.
“흥, 어디 깡패 새끼가 눈을 부라리는 거냐? 나는 활빈당 간부로서 이 자리에 왔다.”
바로 철혈일검이었다.
“너 이 새끼 철혈 쪽 새끼잖아. 왜 네가 활빈당에 있어?”
철혈일검은 눈을 감았다.
“또 같은 소리를 해야 하나.”
“개소리하지 말고. 무슨 꿍꿍이냐?”
“검의 새로운 경지를 얻고 싶었다.”
킨도르한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 같은 상대가 있다. 그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활빈당이 유일한 활로였다.”
“그래서? 배신은 안 한다 이거냐?”
“잔챙이는 관심 없어. 파프닐의 목이라면 조금 흥미가 생기긴 하지만.”
“이 개X끼가.”
킨도르한이 다가가서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섬뜩한 칼날이 그의 목에 닿았다.
“잔챙이는 관심 없다니까?”
“여기서 한번 해보자 이거냐?”
“어차피 짐승 잡으러 온 거, 여기서 칼춤 한번 춰 봐도 나쁘지 않겠지.”
철혈일검은 담담한 말투였지만 눈빛을 불타고 있었다.
오래전 철혈 길드와 파프닐 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킨도르한과 철혈일검은 서로 한 번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결과는 철혈일검의 승리.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킨도르한은 그 이후로 한국 서버의 뒷골목을 대표하는 암흑가의 대부가 되어 각종 유니크 스킬을 얻고 스펙 업을 했다.
철혈일검은 당시에도 한국 서버에서도 손에 꼽히는 검사.
활빈당의 신비로운 스킬과 퀘스트 들을 완수한 지금 그가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거기까지 해라, 킨도르한.”
“퇴마당주, 거기까지 하시오.”
둘을 동시에 말린 건 파프닐과 전우치였다.
“퇴마당주?”
킨도르한이 되묻자 철혈일검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이 귀신 잡는 거거든. 어때, 한번 너도 잡아 줄까?”
“이 새끼가.”
“그만하라고 했다.”
파프닐의 엄명에 킨도르한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물러섰다.
“이거, 파프닐 공. 미안하게 됐습니다. 퇴마당주는 성정이 아직 좀 급한지라. 그리고 두 분이 예전에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사소한 거니까요.”
흥……. 사소하다라.
철혈일검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모든 걸 걸었던 철혈 길드.
그게 고작 사소한 것이란 말인가.
칼자루를 쥐진 않았음에도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이런 장소에서 싸움이나 벌이기 위해 그동안 호라이즌의 귀신들을 퇴치해 온 건 아니니까.
“자, 여러분. 모두 모였으니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자 파프닐이 박수를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길게 둘러대는 건 취향이 아니니까 간단하게 말하죠. 제 계획은 성동격서입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