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25)
525화
대밀림은 항상 시끄럽다.
깊은 삼림, 울창한 나무와 풀 사이에서 우짖는 벌레와 새.
수많은 몬스터와 동물들이 내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온갖 생명의 소리가 가득한 것이 바로 대밀림.
그러나 오늘은 특히 훨씬 더 시끄러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림 속의 동물들 사이로 새로운 세력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도쯔께끼(돌격)!”
카부토(일본식 중갑주)를 입고 일본도를 든 사무라이.
가벼운 경장 갑옷을 입은 채.
장창이나 방패를 든 아시가루(경보병).
말 대신 도깨비나 요괴를 탄 사무라이들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끼에에엑!”
“우끼익!”
맞은편에 있던 동물 반란군들은 돌을 던지거나, 나무를 휘두르며 싸웠다.
원숭이들은 넝쿨에 매달린 채 공중을 날아 공격하거나.
재규어, 퓨마, 호랑이 등은 나무 사이에서 달려들어 갑옷 틈 사이의 목을 물어뜯었다.
“전진, 전진하라!”
“하늘이 내려 준 기회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워!”
“대오다 클랜의 힘을 보여라!”
일본 유저들은 방해를 받으면서도 전진했다.
그때 하늘이 새까매지며 수많은 형체가 나타났다.
“까아악! 공격!”
까마귀의 지시에 맞춰 제비, 참새, 청새, 독수리, 매 등 수많은 새들이 내리꽂혔다.
“으아아악!”
“내 눈! 내 눈이!”
새들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일본 유저들.
그러나 일본 유저들은 끝없이, 끝없이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도 공중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었다.
“공격!”
지휘관들의 지시에 맞춰 일본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쏘았다.
슈슈슉!
탕, 타타탕!
수많은 화살이 새들을 꿰뚫고.
거기에 지지 않을 정도의 총성이 숲 안을 채웠다.
“끼에엑!”
“끽!”
달려들던 동물들 수천 마리가 단숨에 경험치로 변해 사라졌다.
“맞았다!”
“1열 재장전! 2, 3열 발사!”
“발사!”
타타타탕. 지시에 맞춰 일본 유저들이 든 조총이 불을 뿜었다.
조총.
한국에 건슬링어가 있다면, 일본군에는 조총 낭인이 있다.
건슬링어의 화려한 연발 사격은 없지만.
한 발 한 발이 묵직하고 관통력 있는 철환을 쏜다.
다수의 적이나 거대한 적, HP가 많은 적에게는 불리하지만.
갑옷을 입거나, 단단한 적들을 상대로는 훨씬 강한 상성.
그런 조총 낭인들의 일제 사격 앞에서, 동물 반란군의 탱커 역할을 하던 철갑 코뿔소나 아르마딜로 들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지금이다! 백귀야행대 출진!”
상황을 지켜보던 히데요시가 외쳤다.
동시에 일본 유저들의 양옆이 갈라지더니, 그 사이에서 종이 말을 탄 사무라이들이 나타났다.
“우오오오!”
다른 사무라이들과 달리, 빛나는 갑주나 네임드 요괴의 갑각으로 만든 특제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들.
선두에 선 사무라이의 검에서 푸른 검기가 솟구치더니, 전방 수십 미터로 떨어졌다.
“나와 검을 맞댈 자 누구냐! 이 동물 놈들아!”
호전적으로 소리치는 사무라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미야모토 무사시.
일본 최강의 사무라이로 일컬어지는 남자이자, 오다 클랜의 무를 담당하는 자였다.
‘파프닐 놈……. 감히 나를 부하 부리듯 부리다니…….’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가 갈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이야마토를 강탈하고.
주인인 오다 노부나가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일본 서버에 10년의 제약을 걸기까지 한 불구대천의 원수.
그런데 그 녀석의 제안으로 놈을 돕기 위해 이곳에 오다니.
동물 반란군이라는 공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라지만.
왠지 파프닐의 부하가 된 듯해 짜증이 절로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놈들! 이천일류 쌍룡회천!”
미야모토 무사시는 이에 힘을 주고 검을 휘둘렀다.
마나가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대형 스킬들을 마음껏 난사.
푸른 마력으로 이뤄진 일본도가 회전하며 동물들을 나무째로 갈아 버렸다.
“내 검을 받고 싶은 금수 놈이 있다면 썩 나오거라!”
무사시의 현재 레벨은 700대 후반.
그러나 지금 보이는 무사시의 무위는 800레벨을 훌쩍 넘은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성장이나 수련만으로는 불가능한 일.
파프닐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후.
무사시는 절망에 빠졌다.
자신의 스킬과 컨트롤은 최강이고.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자신의 검을 상대할 자가 없으리라는 신념.
그 신념이 유리창처럼 깨지고, 그 자리에는 바닥 모를 자괴감이 찾아들었다.
‘나는 파프닐을 이길 수가 없어……!’
그 후 무사시는 미친 듯이 사냥을 해 댔다.
식음을 전폐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사냥에 쏟는.
그야말로 호라이즌 폐인의 생활.
오다 노부나가가 몇 번이나 말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파프닐을 이기기 위한 사냥이지만.
아무리 사냥을 해도 파프닐을 이길 방법은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나날.
그러던 도중.
새로운 히든 퀘스트가 하나 나타났다.
완수 조건은 자신보다 강한 네임드 적을 생사결로 1백 회 이길 것.
실패 시의 페널티는 무려 모든 스킬의 숙련도 초기화라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퀘스트였다.
‘이판사판이다……!’
무사시는 이를 갈며 퀘스트를 받아들였고.
그 후 단신으로 보스 사냥을 시작했다.
퀘스트는 매순간 죽음의 위기를 가져왔다.
무사시보다 강한 적들은 전부 네임드 보스 요괴, 외차원의 사도들 같은 최상위 몬스터들뿐.
하지만 무사시는 수많은 경쟁자를 쓰러뜨리며 자신의 닉네임을 지킨 독종이었다.
보스 몬스터들을 하나씩 쓰러뜨려 가며, 그는 기어이 퀘스트를 성공했다.
보상은 엄청났다.
모든 스킬들의 기본 대미지 계수가 1.5배 가까이 강해진 것은 물론.
기존엔 없었던 강력한 마스터 스킬들이 생겨나며 일본 서버 랭킹 1위 검사의 부활을 알렸다.
일본 유저들은 역시 무사시라며 칭찬을 했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수라의 길을 걸은 동기는 다름 아닌 파프닐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고 보자. 여기서 강해진 뒤 네놈도 꺾을 테니.’
무사시는 기세를 올려 동물 반란군 사이를 돌파했다.
양 갈래로 갈라진 동물 반란군 사이로 일본 유저들이 파고들어 사냥을 시작했다.
“죽어라!”
“크아악!”
“끼이익!”
기습당한 동물 반란군들을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는 일본 유저들.
그때였다.
선두에서 달리던 무사시를 향해 흰빛이 쏘아진 것은.
“음!”
까아아아앙!
무사시가 휘두른 검이 처음으로 튕겨 나갔다.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며 사무라이, 동물 들을 가리지 않고 밀어 냈다.
“네놈은…….”
“크르릉! 인간 놈!”
나선 것은 다름 아닌 검치호.
샤벨 타이거라 불리는 종이었다.
“……아니, 잠깐만.”
“검치호는 분명 멸종했을 텐데??”
주변에서 멈춰 선 일본 유저들이 술렁였다.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멸종한 거지.”
“그럼?”
“여긴 호라이즌이야. 환상종인 유니콘도 있는 마당에, 검치호가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그렇긴 한데……. 그럼 뭐 매머드도 나오나?”
“멸종되긴 했지만 검치호도 어디까지나 동물이니까…….”
심지어 저 검치호는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무사시의 검격을 받아친 걸 봐서는 최소 간부급.
“재미있는 동물이군. 내 공격을 받아 내다니.”
“인간 놈……! 꽤 검을 연마했다만 결국은 카피(Copy)……. 오리지널 검치를 이길 순 없다.”
“그래?”
무사시가 명령했다.
“너희, 내가 이 녀석이랑 결판을 낼 동안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라.”
“하이!”
사무라이들이 주변으로 흩어져 달려오는 동물 반란군 동물들을 막았다.
그사이 무사시는 히죽 웃으며 일본도를 곧추세웠다.
“누가 카피인지는 대 봐야 알겠지.”
“크허엉!”
검치호는 대답 대신 곧바로 달려들었다.
가볍게 옆으로 피한 무사시가 일본도를 내리찍었다.
폭포 베기의 형.
그 순간 검치호의 고개가 90도로 틀어지더니, 날카로운 송곳니 한 쌍이 무사시의 공격을 받아쳤다.
목만 회전시키면 되기에, 무사시가 손과 온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처가 가능했다.
“흥……. 생각보다 성가신 놈이군!”
무사시의 갑주는 레벨 800대의 대요괴들을 잡아 만든 수제 갑주.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깃털처럼 가벼웠다.
무사시는 빠르게 움직이는 검치호를 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공격했다.
그 순간 검치호가 크게 소리쳤다.
“크허엉!”
-사자후에 당했습니다.
-기절 상태에 걸렸습니다.
-기절 면역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기절 면역 무시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검치호의 사자후는 기절 면역을 무시하는 효과가 있었다.
곧바로 정신을 차린 무사시가 검을 휘둘렀지만, 팔에 큰 상처가 났다.
“큿!”
“크허엉!”
검치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달라붙어 싸웠다.
그러나 검치호가 예상치 못한 게 있었다.
상대하는 무사시가 악과 깡이라면 맹수보다도 더하다는 게 그것이었다.
“크아아악!”
피를 줄줄 흘리며 마주 검을 휘두르는 무사시.
“저, 저거…….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음양술사들을 이끌던 부대장의 질문에 가짜 세이메이, 야베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네? 하지만 무사시 님 팔에 상처가…….”
“사무라이의 결투에 끼어드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기는 건 저 녀석이고.”
“이긴다고요……?”
야베의 말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지원을 하려던 음양술사들도 손을 거뒀다.
그사이 무사시와 검치호의 대결은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연달아 검날과 송곳니가 부딪치자, 검치호의 눈앞이 핑 돌았다.
송곳니가 그대로 두개골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충격이 전해진 것이다.
“크으으윽……!”
검치호가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계속 검날과 검치가 부딪치다 보니 대미지가 누적된 상황.
그러나 그때마다 무사시는 계속 달라붙어 검기를 쏟아부었다.
“크아아아아!”
온몸에서 흘린 피가 전신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로.
진짜 야수보다도 더 야수 같은 모습으로, HP의 소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
광전사도 아닌데 광전사보다 더한 집념을 보이는 무사시 앞에서, 검치호의 눈에 한 가지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숲의 지배자가 된 뒤로.
아니, 아성체가 된 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아주 오래전.
포식자들을 상대로 웅크리던 새끼 때 느끼던 바로 그 감정이었다.
“커허허허헝!”
검치호의 마나가 전부 송곳니에 모였다.
다음 순간 검치호의 몸이 하늘을 날아 쇄도했다.
레벨 830대, 아니 840대 보스 몬스터의 필살기 스킬!
“……이천일류. 이륜무쌍천살섬!”
이에 맞서 무사시의 검 두 자루가 원을 그리더니 그 회전력을 담아 위에서 아래로 참격을 날렸다.
사무라이의 기술은 느린 대신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고 강력했다.
무사시가 익힌 이천일류 검술은 그 특징이 극대화된, 강력하기 짝이 없는 공격.
힘 대 힘이 충돌하며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커헉!”
검기, 마나 조각이 섞인 충격파라 어지간한 갑옷이나 방패로는 견뎌 내지 못했다.
꿀꺽.
야베와 음양사, 사무라이들의 시선이 폭발을 향했다.
까맣게 솟아오른 먼지구름.
그 속에서 두 발로 걸어 나온 신형이 나타났다.
“……크아아아아아!”
혈인.
온몸이 시뻘게진 미야모토 무사시가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동물 반란군 무리가 그대로 찢겨 나갔다.
“와아아아!”
“만세!!”
“미야모토 무사시가 이겼다!”
“오다의 검 만세!”
일본 유저들이 환호성과 함께 돌진했다.
그 선두에 선 무사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다음은 다른 동물……. 다른 동물……. 그리고 언젠가, 네놈을 베러 가겠다, 파프닐!’
마지막에 이긴 자가 진정 이긴 자다.
무사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동물 반란군들을 쓸어버렸다.
그 뒤로 일본 유저들이 계속 대밀림 안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개의 서버에서 총력을 다해 모은 군대.
대상은 약간 다르지만, 그 정예군의 힘이 온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