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28)
528화
아인슈타인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쓰고 매캐한 냄새였다.
그 냄새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자라탕 하나 맹글게.”
“예이, 예이.”
뭔진 모르겠지만,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그 말을 할 때마다 형제, 자매들이 한 명씩 사라졌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굵어지자 자연스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자라탕은 자신을 재료로 만든 요리이며.
먼저 사라진 형제, 자매들은 그 요리의 재료가 되었다는 사실까지도.
딱히 슬프지는 않았다.
긴 삶을 이어 가는 그들 사이에서, 형제들은 단지 아주 조금 먼저 갔을 뿐이니까.
이 때문에 자신과 동생들이 들릴 때도 아인슈타인은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라탕을 한다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무언가를 붙이고 날카로운 금속 침을 꽂았다.
등딱지 속의 살과 머리에 파고드는 고통.
그 속에서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뜬 순간.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호라이즌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인에 의해 이름이 이미 설정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아인슈타인’입니다.
그것이 그가 아인슈타인으로 불리게 된 첫 기억이었다.
***
‘그 후로 온갖 일이 있었지…….’
아인슈타인과 동생들은 이 세계에서 엄청난 사건들을 겪었다.
네 발로 헤엄치는 자라의 몸 대신.
지성과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인간과 비슷한 몸을 얻고.
인간은 물론, 산만 한 괴물이나 강력한 영혼 덩어리 등의 적들을 상대로 싸워 이겼다.
직업은 닌자.
그들을 키운 주인이 닌자 거북이 등장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기에, 이들이 닌자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머리띠를 두르고,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추며.
수리검과 대검, 쌍절곤, 삼지검 등을 다루는 프로들.
동물이 지성을 얻는.
동물 반란군 이벤트 이전에도 수많은 인간 암살자들을 상대했지만, 누구도 그들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하물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레벨과 상태창, 성장이라는 치트키를 얻은 상태.
설령 인간들 중 최강이라는 이시우와 검노인.
혹은 그보다 더한 자들이 와도 죽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기지는 못한다.
그들이 배운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기는 것과 죽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
일단 상대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들만큼 무서운 닌자 자라는, 아니 닌자는 없었다.
그런 그들의 무적 신화가 처음으로 깨졌다.
“……사…… 살려…….”
“웃차.”
칠흑의 사신이 한 번 단검을 긋자, 노벨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
“……!”
동시에 다른 네 명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져 어둠 속에 모습을 감췄다.
오합지졸이 보일 법한 모습이지만 이건 결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만큼 잘 훈련된 암살자라는 사실이었다.
동료 한 명이 당한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다음 공방을 대비한다는 뜻.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최강급 암살자라는 사실을 거듭 보여 주었다.
어떤 대화나 상호작용 없이도 동시에 한 점을 공격하는 게 그 증거였다.
쌍절곤과 쌍차(삼지창의 날처럼 생긴 무기), 기다란 봉, 그리고 대검.
각각 전혀 다른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닌자 자라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공격을 했다.
심지어 대화도 필요 없었다.
쌍절곤이 길게 늘어나며 주변을 봉쇄했고, 긴 봉이 쌍절곤 사슬 사이의 틈으로 파고들어 찔렀다.
쌍차가 날아드는 단검들을 막는 사이, 검기를 잔뜩 머금은 대검이 공간을 갈라 내린다.
“빠……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보로리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그는 저 공격에 칠흑의 사신이 당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닌자 자라들의 협공은 대단했다.
“오호라.”
이 때문에 칠흑의 사신이 유유히 공격을 피하고 붉은 검을 들어 보일 때, 닌자 자라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놈!”
다음 순간, 아인슈타인이 외쳤다.
“전개!”
파팟.
닌자 자라들의 몸이 풀숲, 어둠 속으로 다시 숨어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저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다.’
방금의 공격은 초반 선제공격의 우위를 살린, 완벽한 연격이다.
그런데 저 칠흑의 사신은 그 공격을 간단히 피했다.
다른 암살자들, 지금까지 만난 타깃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녀석이라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기는 건 우리다.’
암살자들 간의 싸움은 대부분 체력 싸움에 가깝다.
서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상대를 먼저 발견하고 기습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
높은 스킬 계수에, 적이 방어 스킬을 쓰기 전에 치명타를 입히고.
거기서 본 이득을 바탕으로 끝까지 적을 말려 죽이는 게 암살자의 싸움.
그 점에서 그들은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자라는 인간보다 한참이나 더 숨어 있을 수 있고, 그 장소도 땅속이나 물속, 진흙 속까지도 가리지 않으니까.
언제 습격이 있었냐는 듯 고요해진 공터.
그 한복판에 있던 칠흑의 사신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었다.
“이것들이……. 해보자는 거지?”
칠흑의 사신은 파프닐에게 말했다.
“먼저 가, 이 녀석들 쉽게 안 끝날 것 같으니까.”
“저 녀석들이 내버려 두겠어?”
“내버려 둘걸. 나오면 나한테 죽을 테니까. 그렇지?”
숨어 있던 아인슈타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 화나는 일이지만 저 말이 맞았다.
실제로 그들은 뒤쪽의 파프닐이 해골마를 타고 달려갈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파프닐이 가는 걸 환영했다.
이유? 간단하다.
현재 아인슈타인이 계산한 닌자 자라들의 암살 성공률은 대략 40%.
하지만 칠흑의 사신에 이어 파프닐이 가세했을 경우.
그들의 암살 성공률은 40%가 아니라 0%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어서 가! 이 새X들이랑 결판을 내야겠어.”
“……알겠다. 빨리 와라.”
“귀찮게……. 빨리 가!”
파프닐은 대답 대신 해골마의 고삐를 당겼다.
보로리와 복돌이가 순식간에 그 뒤를 뒤따라갔다.
“……저 해달 녀석, 진짜 귀여웠는데.”
아쉬움 섞인 중얼거림을 뱉어 낸 칠흑의 사신이 기지개를 켰다.
“자, 파프닐도 갔으니 한번 제대로 싸워 볼까. 이 자라 새X들아.”
말을 마친 칠흑의 사신의 형체가 환영처럼 사라졌다.
풀벌레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게 된 수림.
그 속에서 네 마리, 그리고 한 명이 서로를 찾기 시작했다.
침묵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
암살자들 간의 대결에서 자리를 비켜 준 뒤.
파프닐은 계속 해골마를 달렸다.
“거의 다 왔습니다! 금방 따라잡을 거예요!”
보로리가 외쳤다.
“목적지가 근처라고?”
“네, 그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어요!”
빛나는 눈동자로 그렇게 말하는 보로리.
주변을 둘러보자 숲의 나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숲을 나가면 있다는 이야기군.’
처음의 인원들 대부분이 사라지고, 복돌이와 보로리만이 남았지만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시체만 있다면, 그리고 뼈만 있다면 병사는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았다.
동물 반란군 최고 간부의 경험치를 독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동물 반란군 별동대를 이끌 정도면, 어지간한 간부는 아니겠지.’
롱암이 믿고 작전을 맡길 만한 최고 간부.
처치했을 때의 공헌도나 보상, 경험치도 그만큼 크리라.
‘그래도 필요한 팀원들만을 데려왔는데, 이렇게 되면 혼자 독식할 수밖에.’
다른 건 몰라도 홍길동은 금방 따라올 것 같아 걱정이었다.
“가자, 복돌아.”
“멍!”
파프닐의 지시에 복돌이가 한 차례 짖었다.
그때였다.
주변의 수풀 속에서 수많은 시선이 번득였다.
“저건?”
“멍! 피해라, 멍!”
복돌이가 으르렁거리며 숲을 향해 견강을 날렸다.
개의 앞발 형태의 푸른 마나 덩어리가 수풀 안쪽에서 폭발했다.
“캬아옹!”
“키야앙!”
비명과 함께 튀어나오는 고양이들.
동시에 사방에서 수많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야오옹…….”
“캬앙…….”
한눈에 봐도 적대적인 태도.
고양이들 모두가 피닉스의 깃털, 악마의 뿔 같은 재료로 만든 수제 무구들까지 장비하고 있었다.
“저건…….”
파프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쥬토피아 교단……. 그리고 고양이 도적단이라는 녀석들인가.’
일본 서버에서 일어난 사건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후.
개들을 노예처럼 부리던 고양이 도적단들은 대부분 게임 속 유저들의 단속에 와해되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그런 놈들의 잔당치고는 한 마리 한 마리가 700레벨대 후반의 강력한 고양이들이었고.
심지어 조직력도 뛰어난 듯 보였다.
“네놈이 파프닐인가…….”
“일본에서 우리가 신세를 많이 졌었지.”
수많은 고양이 사이.
철 가면을 쓴 거대한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때 네놈이 교단을 부숴 준 덕분에, 조직의 일에 큰 차질이 생겼다.”
끼끼끼끽!
고양이가 뭐라 말했지만, 철 가면을 긁으면서 내는 소리 때문에 들리지가 않았다.
“네놈……. 복돌……. 세이멍…… 조직…… 인간…… 시대…… 왔다!”
“뭐라고?”
“……흥, 할 말은 다 했다.”
철 가면에서 손을 뗀 고양이가 발톱을 드러냈다.
주변에 포진해 있던 수십 마리의 고양이도 마찬가지.
“주인님, 이 녀석들은 제가 막겠습니다, 멍!”
복돌이가 당당하게 외쳤으나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너 혼자서는 안 돼.”
여기 있는 고양이 수십여 마리가 동물 반란군 수만 마리에 필적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복돌이가 아수라견의 혈통이고.
호라이즌에서 파프닐을 따라다니며 수많은 싸움으로 단련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숫자의, 그만큼 강력한 고양이들을 단신으로 이길 수는 없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저 철 가면.
파프닐의 눈이 철 가면을 쓴 고양이의 장비를 향했다.
묘황의 분노 클로(하이퍼), 광룡의 갑주(하이퍼).
최소 레벨 900은 되어야 착용할 수 있는 장비를 무려 두 개나 끼고 있었다.
‘어떻게 저 정도의 레벨을 찍었지?’
컨트롤이나 실력까지 합치면 저 고양이급의 플레이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벨과 스펙만으로 따지면 플레이어 랭커들 중에서도 아직 저 고양이를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킬들을 전부 써야겠군…….’
파프닐은 금속 해골병들을 주변에 소환하려 했다.
“내버려 둘 줄 알고! 없애!”
“캬아앙!”
철 가면의 지시가 내려지자 고양이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그때였다.
“늦지 않았군.”
달려들던 고양이 한 마리의 옆으로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캬아옹!”
그대로 고양이를 날려 버린 형체가 파프닐과 복돌이 옆에 착지했다.
“오랜만이다. 그때 같이 사냥한 이후로 처음인가.”
“너는…….”
“사자묘?”
파프닐의 고개가 갸웃했다.
예전 쥬토피아교 때 복돌이와 싸운 녀석 아닌가?
“도와주러 왔다.”
말을 마친 사자묘가 휘파람을 불자, 고양이들의 뒤편에서 소란이 일었다.
“내가 포섭한 고양이들, 그리고 저 철 가면에게 반기를 든 녀석들이지.”
실제로 여러 고양이가 철 가면 고양이의 수하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네 이놈들……! 어째서 내게 반란을!”
“월급으로 주는 츄르 양을 안 늘려 줬잖아!”
“네놈이 틈만 나면 긁어 대는 철 가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거든!”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 대 고양이들이 엉켜 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사자묘가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 보이는데, 인간은 빠져라. 이건 우리 동물들 간의 싸움이니까. 애우웅…….”
“멍! 너…….”
“야옹, 착각하지 마라. 고양이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선 저 철 가면을 쓰러뜨려야 할 뿐이야.”
말을 마친 사자묘가 발톱을 드러냈다.
“어서 가라!”
“흠…….”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고양이에게, 그것도 적이었던 고양이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복돌아, 빨리 끝내고 따라와라.”
“멍! 알겠습니다!”
“좋아, 가자.”
파프닐은 보로리를 등에 들쳐 멘 채 자리를 빠져나갔다.
철 가면이 앞을 막으려 했지만, 복돌이와 사자묘의 공격에 다시 뒤로 밀려 났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군.’
숲을 완전히 나온 파프닐의 눈앞에 널따란 초원이 펼쳐졌다.
마치 아프리카의 사바나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연상케 하는 끝도 없이 넓게 펼쳐진 대초원.
그곳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동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저기 있습니다! 저 녀석들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던 보로리가 외쳤다.
파프닐은 해골마의 속도를 내어 그들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놀랍군, 설마 우릴 따라잡을 줄이야.”
가까이 다가온 파프닐을 보던 어떤 동물이 걸어 나와 말했다.
“잘 왔다, 내가 동물 별동대의 대장 샤이니다. 네놈은……. 파프닐인가?”
자기소개를 한 다음 이쪽의 정체를 묻는 동물.
그 모습을 본 파프닐은 대답 대신 창을 꺼내 들고 휘둘렀다.
“철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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