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29)
529화
철폭.
피를 폭발시키는 블러드 익스플로전과, 금속 지배를 스킬을 합쳐 만들어 낸 파프닐의 주력기다.
담피르가 된 지 비교적 얼마 안 된 시기에 만들었지만, 레벨이 800대 후반인 지금까지도 주로 쓰는 스킬 중 하나.
그럴 만했다.
시전 시간은 거의 즉발에 가까운 0.5초.
그럼에도 위력은 800레벨대 네임드 몬스터들의 방어구를 부수고 타격을 줄 정도로 뛰어나다.
핵미사일이 발달한 현대에도 총을 든 보병과 전차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
즉, 철폭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상대가 진짜라는 뜻이었다.
“역시 인간이라 그런가, 무례하군.”
폭발 너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긴, 그렇게 매너를 모를 정도로 멍청하니 혼자 여기 온 거겠지.”
이윽고 나타난 검은 코알라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코알라?”
파프닐은 양옆을 보았다.
코알라 외에도 잿빛 털의 고라니, 그리고 캥거루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호주의 동물들인가.’
호주, 다른 말로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대부분이 사막이긴 하지만, 크기만으로는 중국에 준하는 크기의 초거대 대륙이다.
사람들도 살고 있지만, 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종의 동물들이 사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했다.
그런 호주에는 다른 곳엔 없는 특색 있는 동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알라는 그중에서도 순한 편인 녀석이었다.
‘하긴, 동물의 종에 따라 강함이 결정되는 건 아니지.’
현실의 힘과 능력은 이곳에서 아무 의미도 없다.
작은 참새도 독수리를 노예로 부릴 수 있고.
요크셔테리어 강아지나 두더지, 귀여운 여우가 사자와 거대 아나콘다, 호랑이 무리를 단신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게 이곳 호라이즌의 세계였다.
‘슬슬 싸워 볼까.’
그때였다.
파프닐이 궁드닐을 든 순간.
등 뒤로 고라니가 나타나 몸을 휘둘렀다.
“이놈!”
고라니의 뒷발 차기가 닿은 순간, 파프닐의 등에서 폭발이 일었다.
“오!”
“맞았다!”
주변의 동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벌쳐 님!”
“벌쳐! 벌쳐!”
벌쳐라는 이름의 고라니는 찬사 속에서 자세를 바로잡은 채 외쳤다.
“파프닐 네 이놈! 내 제자들을 어떻게 했느냐!”
폭발이 가라앉자 그 자리엔 두꺼운 통뼈의 엘리트 해골병, 3호가 방패를 들고 있었다.
방패 뒤에 있던 파프닐이 물었다.
“……제자?”
“내 애제자들인 닌자 자라들 말이다! 그 녀석들이 막고 있었을 텐데?”
“아…….”
아무래도 그 닌자 자라들은 저 고라니의 제자인 듯했다.
파프닐은 씩 웃고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게 대답 아닌가.”
“뭐라고……!”
“자라탕은 맛있게 잘 먹었다. 제자들을 잘 키웠더군.”
“이놈이……..”
물론 거짓말이지만,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실제로 고라니의 턱에 힘이 들어간 게, 효과가 있어 보였다.
“죽여 주마! 깨애애액!”
고라니, 벌쳐가 바닥에 빳빳한 털들을 흩뿌렸다.
다음 순간 뿌려진 털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딱(딱)!”
“따닥……! (딱!)”
단단하기론 해골병들 중 최상급을 달리는 3호가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 날 정도.
“이미 이곳은 나의 필드다. 어리석은 놈!”
고라니, 벌쳐는 파프닐의 주변을 돌며 계속 털을 뿌렸다.
해골병들이 나와도 문제없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지뢰를 리필하는 것.
“…….”
파프닐은 시험 삼아 해골병 한 기를 돌진시켰다.
해골병이 두 걸음쯤 내디디는 순간 땅 밑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흰빛과 화염이 일어나며 해골병을 덮쳤다.
“지뢰…….”
“네놈의 주특기는 시체 병사 소환이라지? 과연 그 병사들이 더 많을까, 아니면 내가 깔아 놓은 지뢰가 더 많을까?”
파프닐은 해골병 소환을 멈추고 궁드닐을 세웠다.
방금 흩뿌린 털이 폭발한 것을 보면, 저 고라니는 몸의 부산물을 지뢰로 만들어 설치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굉장히 성가신 능력이었다.
별다른 코스트 없이.
가볍게 지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을 제한할 수 있고.
그것을 신경 쓰게 하는 것만으로도 빈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략법은 하나뿐.
지뢰밭의 바깥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포위한 뒤.
장거리 포격을 이용해 땅을 목표째로 뒤집어 엎는 것이다.
고라니, 벌쳐에게도 그 정도의 공격을 막을 수단은 없다.
문제는 이미 파프닐이 지뢰밭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계속 범위를 좁히면서, 해골병들을 소환할 수조차 없게 한 뒤에 그대로 죽인다……!’
벌쳐의 눈에서 귀화가 일렁거렸다.
다섯 닌자 자라는 그가 직접 기술을 가르친 제자들.
지금은 스승인 자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강해졌고.
그러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위해 몸을 바치는 훌륭한 동물 정기를 가진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을 죽인 (현실의 녀석들은 살아 있지만) 이자에게.
스승인 자신이 복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였다.
한없이 분노해도 모자라겠지만.
그럴수록 벌쳐는 침착하게 움직였다.
휴전선 DMZ 영역.
지뢰가 가득 깔려 있고.
수많은 총구가 서로를 겨누고 있는 그곳에서 배운 삶의 지혜 덕분이었다.
‘한 수 앞을 보고, 또 보고.’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 죽는다.
확실한 승리만이 생존의 방식.
그가 살던 곳, DMZ의 법칙이었다.
가로로 넓고, 세로로 좁은.
마치 뱀 같은 그곳에 사는 동물들이 배운 삶의 방식.
지뢰를 보고 예측하는 능력도, 불을 다루는 능력도 전부 그렇게 얻었다.
벌쳐는 지뢰를 재차 흩뿌리며 고갤 들었다.
그 순간 이쪽을 보고 있던 파프닐과 벌쳐의 눈이 마주쳤다.
벌쳐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표정이 멀쩡해……?’
마치 사냥 기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감각.
아니, 이런 감각을 느껴 본 적 있었다.
휴전선의 남북쪽.
서로를 겨누고 있는 인간들의 무기 앞을 지나다니거나.
바닥에 깔려 있던 죽음의 폭발, 지뢰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벌쳐는 저도 모르게 고라니의 무기, 뒷발을 들었다.
파프닐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우오오오!”
날아오는 파프닐의 뒤쪽에서 수많은 지뢰들이 연달아 터졌다.
지뢰가 감지하고 폭발하는 것보다도 빠른 속도.
벌쳐는 그 와중에도 있는 힘껏 온몸에 힘을 실었고, 쇄도하는 파프닐을 걷어찼다.
“컥……!”
커다란 폭발과 함께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그리고 싸움의 승자는 조용히 손에 든 무기를 패자의 몸에 꽂아 넣는 것으로, 싸움의 끝을 알렸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동물 반란군 최고 간부 ‘폭화의 벌쳐’를 처치했습니다.
-공헌도를 +100,000 획득했습니다.
“후…….”
파프닐은 HP와 MP창을 확인했다.
-현재 남은 HP : 74%
-현재 남은 MP : 81%
‘나쁘지 않군.’
지뢰는 분명 까다로운 공격이지만, 다른 단점도 있다.
압도적인 돌파력으로 한 점을 돌파해 버린다면.
강제로 싸움을 열어 버리는 것에는 굉장히 약하다.
벌쳐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파프닐이 선택한 육성인 엘리트 네크로맨서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최상급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적들은 엘리트 해골병들만 경계하고 있지만.
막상 싸우게 되면 본신의 전투 능력의 힘을 쓴 게 훨씬 더 많았다.
“자, 나머진 한꺼번에 덤벼라.”
파프닐은 남은 두 간부들을 향해 말하며 해골병들을 소환했다.
그 모습을 보던 캥거루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고라니 녀석을 처리해 주다니, 꼴 보기 싫었는데 할 일을 덜어 줬군.”
“너는…….”
“이제 됐다. 나, 캥황이 동물의 진정한 힘을 보여 줄 테니까.”
말을 마친 캥거루, 캥황의 몸이 파프닐을 향해 쇄도했다.
***
한편 그 시각 미국.
뉴욕 타이머지의 기자, 벤 제프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거대한 대저택의 안은 술 냄새, 마약 냄새로 진동했다.
응접실 한가운데엔 이 저택의 주인이 풀어 헤친 옷을 입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챔피언!”
벤 제프는 급히 남자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남자, 무하마드 타이슨은 그 말대로 챔피언이었다.
전설적인 권투 선수이자 프로레슬러, 종합 격투기 선수, 그 외의 모든 격투기를 섭렵한.
인류사 최강의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자.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던 그의 일정과 스케줄은 2년쯤 전 갑자기 끊겼다.
모두가 궁금해했지만 그 내막을 알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던 도중.
타이머지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인터뷰를 하고 싶소. 기자 한 명을 보내 주시오. 은밀하게.]짧디짧은 내용이지만, 보낸 상대가 챔피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타이머지는 곧바로 기자 한 명을 선발해 보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벤 제프는 당혹감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건……어.”
순간 챔피언이 중얼거렸다.
“……그건 사고였어…….”
“사고?”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챔피언은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
챔피언 무하마드 타이슨.
그는 그야말로 불세출의 남자였다.
양지의 무술, 음지의 무술.
심지어 군인들의 영역이나 불법 투기장의 왕좌까지.
모든 자리에서 우뚝 선 정점.
가장 싸움 잘하는 인간이라 하면 누구나 그를 꼽는, 그야말로 챔피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호주에 온 것은, 심심풀이 겸 관광 외에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가끔은 이런 곳에서 여유를 좀 찾아야 한단 말이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뉴질랜드 섬들을 돌아본 뒤.
타이슨은 호주 대륙 깊은 대초원으로 떠났다.
자동차에 식량과 GPS 수신기, 나침반, 위성 전화 등을 실은 캠핑 여행.
한창 초원을 돌아다니던 도중.
자동차 옆으로 어떤 형체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건…….”
타이슨의 눈이 커졌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인 줄 알았는데, 상처 입은 아기 캥거루가 오고 있었다.
“캥거루가…… 도망치고 있나?”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아기 캥거루의 뒤에서 성인 캥거루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끄워억! 끄웍!
꺽꺽꺽!
성인 캥거루들은 타이슨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아기 캥거루를 둘러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아기 캥거루가 고통에 겨운 신음소릴 냈다.
“이 녀석들이……!”
타이슨은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캥거루 17마리와 인간 한 명의 격돌.
보통이라면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캥거루 한 마리조차 이기지 못한다.
문명의 힘을 손에 넣었지만.
대신 개체의 힘을 희생했기에 비슷한 체격의 원숭이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
그러나 1 대 17의 싸움이 끝났을 때.
놀랍게도 서 있는 건 맨 주먹의 타이슨이었다.
“아니……. 1 대 17을 이겼단 말입니까? 심지어 당신이 1이고요?”
“그래……. 그랬다네.”
“말도 안 되는……. 캥거루는 성인 격투기 선수 다섯 명이 덤벼야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벤 제프의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천천히 양옆으로 내저었다.
“아니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챔피언인 당신이라면 사실일 것 같군요.”
“후후……. 그럼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가지.”
타이슨은 다시 과거를 되짚기 시작했다.
캥거루 17마리.
그중 마지막 놈을 쓰러뜨린 후.
“괜찮냐?”
땀을 닦은 타이슨은 새끼 캥거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미를 잃고 상처 입은 캥거루는 살짝 움찔할 뿐 그대로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머지않아 죽을 터.
“……자연의 법칙에 참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죽어 가는 동물을 외면하는 것도 사람의 룰에 어긋나겠지.”
타이슨은 새끼 캥거루를 뒤쪽 칸에 싣고 시동을 걸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엠페러다, 캥거루 엠페러.”
목적지는 가장 가까운 도시.
그곳에 있는 동물 병원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