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30)
530화
타이슨의 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한 캥거루는 그 즉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몇 번이나 심장이 멎고, 출혈이 심했지만.
엄청난 생명력으로 끝끝내 살아남아 건강해진 것이다.
“대단한 녀석이군.”
원래는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타이슨은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백신, 예방접종 등을 마친 뒤.
본래 거치지 않아도 될 수많은 검역, 검진 절차를 거치고 미국으로 이 녀석을 데려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캥거루 엠페러다. 줄여서 캥엠이라고 부르지.”
캥엠(kang-em).
대충 지었지만 썩 괜찮은 이름이었다.
챔피언인 그의 동물이라면, 캥거루의 황제 정도는 되어야 격이 맞을 테니까.
“자…… 잠깐만. 캥거루를 허가 없이 반출해서 개인이 사육했다고요? 그건 불법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대체 어떻게……?”
말을 끊은 제프의 물음에 타이슨은 훗 하고 웃더니 말을 이었다.
“돈과 인맥…… 그리고 인기만 있으면 안 될 일은 없네.”
“……?”
“호주 총리가 내 팬이었거든.”
“아……!”
원래대로라면 캥거루를 함부로 반출하는 것은 불법.
그러나 타이슨은 호주 대통령, 그리고 다른 여럿의 도움을 받아 캥엠을 미국의 별장까지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렇게 미국에 온 녀석은 금세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
캥거루용 분유를 주며 키우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신선한 건초와 야채를 매일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음?”
개인 체육관에서 트레이닝을 하던 타이슨이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부턴가 옆에 캥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엠~. 나를 찾고 있었니?”
“…….”
캥엠은 고개를 젓더니, 샌드백을 향해 가볍게 주먹질을 했다.
펑. 펑펑.
뒤로 밀려 나는 샌드백에 맞서 종종걸음으로 때리는 녀석.
“후후, 내가 하는 걸 본 건가.”
미소를 머금고 지켜보던 타이슨의 표정이 점차 굳어 갔다.
굳게 땅을 디디고 있는 다리, 적절하게 힘이 들어간 주먹.
“……완벽해.”
자리에서 일어난 타이슨은 캥엠에게 다가갔다.
“너…… 이것도 따라 할 수 있냐?”
권투의 자세를 잡은 타이슨이 샌드백을 때렸다.
눈앞에 진짜로 상대를 둔 듯이 정교한 일격.
커다란 샌드백이 살짝 뒤로 밀려 났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다지 강한 공격이 아님에도, 샌드백의 뒤편이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터져 버린 것이다.
“……끼이익!”
캥엠의 눈이 커졌다.
“힘의 제어……. 하고 싶지?”
그런 그에게 챔피언 타이슨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끼이익!”
“좋아, 그럼 지금부터 너는 내 제자다. 캥거루 보이.”
그때부터 타이슨과 캥거루의 격투기 강습이 시작되었다.
기본적인 복싱의 스텝인 풋 워크(Foot-Walk).
손으로 상하체를 방어하는 가드(Guard)의 종류와 각각의 자세.
가벼운 공격인 잽과 무거운 공격인 스트레이트의 종류는 기본.
어떤 때 어떤 기술을 쓰고,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연계기가 무엇인지까지도.
“이 녀석……. 이것도 벌써 다 익혔다고?”
놀랍게도 캥엠은 3개월도 되지 않아 모든 복싱 기술을 마스터했다.
어지간한 프로 선수급,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진 녀석.
순수 체급만으론 인간보다 몇 배나 강한 동물인 캥거루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역 복싱 선수 중 이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타이슨 한 명뿐이었다.
“무슨…… 캥거루가 복싱 기술을……!”
“놀랄 일은 아니지. 자넨 어릴 적 만화에서 캥거루가 권투를 하는 걸 보지 못했나?”
“으음…….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캥거루와 인간이 권투 시합을 한 적도 있네. 복싱 기술 정도야 인간이 하는 걸 보고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지.”
이 경우에는 배우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허 참, 대단한데.”
“끼이익!”
“좋아, 그럼 다음은 이거다.”
복싱 기술을 모두 가르쳤지만 타이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천재를 보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한 게 사람의 마음.
타이슨은 다른 격투기와 전 세계의 각종 무술들을 모두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태권도, 유도, 종합 격투기의 다리 기술.
카포에라의 현란한 몸놀림.
군의 특수부대가 쓰는 무기술은 물론, 자신이 챔피언으로 있으면서 배운 특별한 노하우 기술까지 아낌없이 전수했다.
“뀌이익!”
“그렇지, 좀 더 힘을 빼고! 가볍게, 그리고 힘줘서 세게!”
인간 제자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캥거루, 그것도 새끼 때부터 키워 온 캥거루라는 사실이 타이슨의 마음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배워도 나를 못 이기는 이유가 뭐냐고?”
“꾸우우…….”
“그야 당연하지, 맨. 너한테만 말하는 거지만……. 사실 나는 kai(기)를 쓸 수 있거든.”
듣고 있던 제프가 흠칫 놀라며 고갤 들었다.
“아니……. 기라고요?”
“그래. 중국 무술 영화에 나오는 그 기가 맞네.”
“말도 안 되는……. 그런 게 있을 리가……!”
“그게 아니면 내가 어떻게 캥거루들을 두들겨 패고, 사자와 싸워 이겼겠나.”
“헛…….”
“기자 양반, 기자 양반도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암흑 무술가들을 알고 있겠지?”
“아, 물론입니다.”
양지에는 나서지 않는, 지하 무술가들의 세계.
세상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프도 몇 번 그곳을 취재한 적 있었다.
“설마…….”
“생각하는 게 맞네. 그쪽의 선수들 중에서도 비슷한 걸 쓰는 녀석이 있네. 조잡하긴 하지만.”
설명을 마친 타이슨은 다시 회상으로 돌아갔다.
인간 최강은 물론, 캥거루들을 1 대 17로 두들겨 팰 수 있었던 비결.
그것은 다름 아닌 티베트와 동남아시아, 인도와 중국 등에서 모은 무술에 있었다.
명상과 호흡, 그리고 특별한 힘을 강조한 이 무술은 대부분이 사기였지만.
그중 한 가지만은 놀랍게도 진짜로 기를 다룰 수 있게 해 주었다.
“중국 영화는 거짓말이 아니었어. 그것을 살짝만 섞으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지.”
“꾸우……!”
“걱정하지 마라, 너도 가르쳐 줄 테니.”
내공.
단지 이것을 몸에 담은 것만으로도 타이슨은 동물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괴력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 기를 진짜로 쓰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주먹에 기를 집중하고 한 번에 분출하며 내지르거나.
기를 이용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다.
“뀨우우! 꾸우!”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리고 캥엠은 그마저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조롭게 배웠다.
지금까지와 달리 처음엔 몇 번 막히는 듯 했지만, 금방 벽을 뚫고 기를 익힌 것.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오, 왔나?”
트레이닝을 하던 타이슨의 옆.
링으로 오른 캥엠을 향해 타이슨이 씩 웃어 보였다.
그 순간, 캥엠이 입을 열었다.
“꾸우, 네 녀석에게 배울 건 다 배웠군.”
“……?”
캥거루가 말을 하다니.
타이슨은 순간 들고 있던 역기를 떨어뜨렸다.
쿠웅!
수백 kg의 역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바닥이 크게 파였다.
“내가 지금 코로나 변종에라도 걸린 건가……?”
“꾸우, 병이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타이슨.”
링 가장자리 로프에 기댄 캥엠이 말을 이었다.
“꾸우, 링으로 올라와라, 타이슨.”
“무슨…….”
놀람이 가시지 않은 타이슨의 앞.
캥엠은 링에 걸려 있던 권투 글러브 한 쌍을 벗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꾸우……. 어차피 인간이 만든 장난감. 진정한 야생의 세계에서는 이딴 건 필요 없다.”
“……이 개……. 아니, 캥거루 자식이……. 권투를 장난감 취급 해?”
땅에 떨어진 글러브를 보자, 놀람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총을 들지 않은 것은, 무술가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타이슨은 주먹에 기를 모은 채 링에 올랐다.
“이 캥거루 녀석이, 아무래도 교육을 덜 받은 것 같군.”
신기한 녀석이니 막무가내로 때려죽일 순 없었다.
일단 빈사 상태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팬 뒤.
재교육을 시키든, 연구소에 넘겨서 조사를 하건 해서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봐야 했다.
“인간의 힘을 보여 주지.”
“……!”
타이슨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 녀석의 주먹……. 그 주먹은 몇 톤짜리 대형 트럭 같았어.”
타이슨은 인터뷰를 하다가 몸서리를 치더니, 독한 양주 한 병을 열어 단번에 비웠다.
“지금까지……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두들겨 맞은 적은…… 아기였을 때 이후 처음이었네.”
그 후는 일방적이었다.
캥엠은 주먹을 휘둘렀고, 타이슨은 아무 저항도 못 하고 가드 자세만을 취한 채 밀려 났다.
의식을 몇 번이나 잃었다가 뒤이어 날아오는 펀치에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 주먹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엔, 온몸이 곤죽이 되고 팔다리의 뼈가 부러진 뒤였다.
“역시 더 이상 네놈에게 배울 것은 없군.”
“끄르륵…….”
“죽이지 않은 것은, 네가 나를 한 번 살려 주었기 때문이다.”
캥엠은 그렇게 말하고 헬스장을 걸어 나갔다.
“네놈이 지어 준 이름 따위는 이제 필요없다. 지금부터 나의 이름은 캥황(캥거루 황제). 이제 나의 것이 되었어야 할 땅을 찾으러 갈 것이다.”
그것이 타이슨이 캥엠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나도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타이슨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 후로 나는 주먹만 보면 오줌을 지리게 됐어……. 무술가가…… 세계 챔피언이 어린아이의 주먹마저도 두려워하게 된 거지……. 자넨 믿을 수 있겠나?”
“설마 2년 동안 활동이 끊겼던 게…….”
“그래……. 그 후로 바깥에 나설 수 없더군…….”
한때 챔피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왜소하고 초췌한 남자가 말했다.
“가장 절망적인 게 뭔지 아나?”
“예?”
“나는 그 캥거루에게 모든 걸 가르쳤다고 말했네. 복싱뿐만 아니라 무에타이, 태권도, 유도……. 그중에는 발을 다루는 무술도 있었지.”
“발을…….”
“그런데 말일세, 그 녀석은 나와 싸울 때 주먹만으로 나를 쓰러뜨렸네.”
“말도 안 되는……!”
캥거루의 주먹이 강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먹은 주먹.
다리 근육과 몸의 무게를 실어 찰 수 있는 발 차기는 주먹과 비교도 안 되게 강하다.
그런 다리를 일부러 안 쓰고 주먹만으로 썼다는 것은, 사실상 어린아이 갖고 놀듯 다뤘다는 뜻이다.
‘말도 안 돼…….’
제프는 꿀꺽 침을 삼켰다.
1 대 17로 캥거루들과 싸워 이겼다는 말도.
보통 인간이라면 허풍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말한 사람이 타이슨이니 믿게 된 것.
한데 그런 타이슨에게 고작 1년 정도 무술을 배우고, 타이슨을 주먹만으로 두들겨 팬 그 캥거루는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내 짐작이긴 하네만……. 그 녀석은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네…….”
“말도 안 되는…….”
“최근 그곳에서 캥거루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 관광객들을 습격하고, 다른 맹수들을 때려눕히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설마!”
“내 추측이 맞는다면……. 녀석은 지금 그곳에 있을 거야. 자네를 부른 것도 그래서라네……. 매스컴에는 알리지 말고, 나를 이 꼴로 만든 그 캥거루를 찾아 주게나……. 반드시!”
벤 제프는 얼이 빠진 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의 챔피언을 쓰러뜨리고 나간 캥거루.
과연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 동물들이 더 있고, 놈들이 단체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지구는 수천 년간 인간들의 지배를 받아 왔다.
그러나 그것은 46억 년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책으로 치면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길이다.
그런 세계에 동물들의 침공이 시작된다면.
지구상에서 인간들을 몰아내기 위해, 그런 동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프는 못내 느껴지는 불안감에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