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모든 것에는 항상 시작과 끝이 있다.
아무리 피에 굶주려 미쳐 날뛰는 전사라고 할지라도.
모든 적을 쓰러뜨린 후에는 언젠가 반드시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헉…… 헉…….”
샤이니는 온몸이 피에 물든 모습으로 눈을 떴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왠지 주변이 고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수만에 달하던 동물 반란군 별동대가,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땅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무슨……!”
온몸이 찢기거나 터지고, 커다란 무언가에 휩쓸린 수많은 동물들의 시체가 가득하다.
“어떻게 된……! 아무도 없나!”
주변을 둘러보며 외치는 샤이니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시체들을 둘러보던 샤이니의 표정이 움찔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풀잎 여섯 개가 그려진 그려져 있는 징표 하나.
캥황이 호라이즌 시스템, 동물의 신에게서 받은 아이템이다.
저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은 즉.
“남은 건 너뿐이다. 너 말고는 없지.”
“파프닐……!”
폭주의 순간은 대략 1시간여 분.
그 후에는 힘이 빠져 이성이 돌아온다.
그런데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네놈이 대체 어떻게…….”
“쉽더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폭주한 샤이니를 쫓아오게 한 뒤, 동물 반란군 사이로 뛰어들면 그 뒤는 샤이니가 알아서 쓸어 주니 말이다.
지성이 있는 유칼립투스 상태라면 모를까.
파프닐만을 노리고 쫓아오는 폭주 상태라면, 방향을 유도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다만 이 방법에는 단점이 하나 있었다.
샤이니가 죽인 동물 반란군의 경험치는 샤이니에게 가고, 파프닐에게는 오지 않는다는 것.
파프닐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여기 모인 동물 반란군들은 모두 최정예 중 최정예.
전부 잡는다면 2레벨, 3레벨까지도 더 올릴 수 있는 노다지 몬스터 무리다.
‘하지만 이기지 못하면 그것도 소용없지.’
그만큼 캥황과 샤이니를 강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소 레벨 800대 후반급의 스펙에,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스킬과 지성.
심지어 다른 동물, 인간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성장한다는 특성까지.
최대한의 이득을 얻는 사냥도 좋지만, 일단 안전한 사냥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마…… 말도 안 돼……. 그럼 설마…….”
샤이니가 뒷걸음질 쳤다.
“이 학살을 내가 한 거란 말이냐……!”
“눈치채는 게 조금 늦는데.”
“노옴……!”
동물들을 죽였다는 것에 딱히 죄책감 같은 걸 느끼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애당초 샤이니는 현실에서부터 동물의 정점이 되기 위해 수많은 동물을 죽여 왔다.
이제 와서 동물들을 죽였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는다.
대신 느끼는 것은 화산보다도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분노였다.
인간 놈에게 놀아나서 부하들을 죽이고, 심지어 부관이라 할 수 있는 캥황까지 처리했으니.
“죽여 버리겠다……!!”
샤이니의 몸에서 일렁이는 마나가 피어올랐다.
처음 파프닐과 마주했을 때보다 한층 더 강해져 있었는데, 본의는 아니지만 다른 동물들을 학살하며 레벨이 오른 것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팔을 휘두르는 샤이니.
파프닐은 피하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엇!”
그때였다.
파프닐과 샤이니의 팔 사이로 흰 형체 한 개가 끼어들었다.
퍼엉! 형체에 닿은 팔이 강력한 반발력에 뒤로 튕겨 나왔다.
“무슨……!”
“멍멍! 주인님!”
흰 진돗개가 착지해서 이를 드러낸다.
한눈에 봐도 보통 개가 아닌 듯 고고한 풍모를 하고 있지만, 보고 있으면 절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날카로운 기세가 풍겨 나왔다.
마치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보자기로 포장되어 있지만, 열어 보면 잘 손질된 한 자루 검이 드러날 것 같은 모습.
“……동물? 하지만 이 세상의 동물들은 모두 우리들의 부하가 되고 있을 텐데…….”
“멍! 그런 제안 따위 받지 않는다.”
“그래……. 파프닐의 개라면…… 너는 복돌이군.”
복돌이.
롱암과 세이멍에게 정보를 들은 적 있다.
개들 중 최강이라던 아수라견의 피를 이은 자식이자.
파프닐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이었다.
더불어 세이멍과 롱암 모두에게 적잖은 피해를 입힌 녀석이기도 하고.
“재미있군…….”
샤이니는 히죽 웃으며 손톱을 갈았다.
“최강의 개라는 네 녀석을 쓰러뜨리면, 최강의 동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건가.”
이 세상에서는 보다 많은 인간과 동물들을 쓰러뜨릴수록 강해진다.
복돌이와 파프닐을 쓰러뜨린다면, 자신은 최강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아주 먼 과거, 1만 4천5백 년 전 이 지구상을 지배했던 전투 코알라의 신화에.
“자, 싸워 보자. 누가 최강의 동물인지……!”
복돌이란 개도 정점을 노리는 동물이라면, 이 대결을 수락할 거다.
특별한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생태계의 정점을 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죽이며 더 강해지려 노력하기 때문.
그런데 막상 요청을 받은 복돌이는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멍……..”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살짝 돌린 복돌이.
누가 봐도 무시하는 모습에 샤이니가 재차 말했다.
“뭐 하는 거냐! 정점을 두고…….”
“싫다, 멍.”
“뭐라고?”
“내가 왜 너랑 혼자 싸우냐, 멍. 주인님이 있는데.”
“……?”
“주인님, 시작하죠. 멍.”
“그러지.”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주변에 으스스한 한기가 돌았다.
시체들이 꿈틀거리더니 그 안쪽에서 사람의 형체를 갖춘 뼈들이 하나둘씩 일어섰다.
“딱. 딱.”
“따닥.”
다른 해골병들이 칩을 꽂아 주자마자, 순식간에 몇 배로 기세가 강해지는 해골병들.
창과 검, 방패, 활.
병기를 갖춘 해골병들이 샤이니의 양옆과 뒤까지 빈틈없이 포위했다.
“……이건…….”
샤이니가 죽인 동물 반란군의 시체는 파프닐에게 있어 전투에 쓸 재료였다.
시체 폭발에 쓸 수도 있고.
해골병들로 일으켜 금속 해골병을 보충할 수도 있으며.
버섯 포자를 번식시켜 저주와 독으로 주변을 가득 메울 수도 있다.
무궁무진한 활용도의 시체가 깔린 상황.
불리함을 직감한 샤이니가 고갤 돌리자, 그곳엔 복돌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뒤를 잡아 다리를 물어뜯을 것이다.
“이것들이……!”
샤이니가 손톱에서 검기를 뽑아내 던지자, 앞 열 해골병들 대여섯 기가 공격을 받다가 부스러졌다.
그러나 그뿐.
미리 일어나 있던 다른 해골병들이 곧바로 빈자리를 채우고 공격해 온다.
그중엔 인간형이 아닌, 개의 뼈 모양을 한 해골 개, 익룡의 모습을 한 해골 비룡 등도 있었다.
그 순간 샤이니는 떠올렸다.
1만 4천5백 년 전 전투 코알라의 시대.
그 시대를 끝낸 존재들을.
-@$@%!~!!^!@%%
-멍! 멍멍!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진 게 아니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지성.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옆엔 어느 순간부터 무엇과도 뗄 수 없는 파트너들이 있었다.
인간이 쌓아 가는 찬란한 빛과 불.
온 지구가 얼어붙어 있던 그 시대에서 홀로 빛을 내던 그들에게 이끌린 한 종족이.
“복돌아, 물어!”
“컹컹! 크아앙!”
파프닐의 지시와 함께, 해골병들과 복돌이가 홀로 남은 샤이니에게 덤벼들었다.
***
“큭, 이게 인간과 개의 인연의 힘인가…….”
수많은 무기가 온몸에 꽂히고. 목에서는 개의 이빨이 낸 상처에서 피가 쏟아진다.
비틀거리던 샤이니에게 결국 끝이 찾아왔다.
“코알…….”
쿠웅, 샤이니의 몸이 땅에 쓰러지더니 곧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것으로 파프닐과 동물 반란군의 전투가 끝이 났다.
그렇게 남은 무대에서 파프닐은 아이템과 장비를 챙겼다.
-동물 신 ???의 징표(노말)를 획득했습니다.
-전투 코알라의 용솟음치는 심장(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신비한 유칼립투스 잎(???)을 획득했습니다.
-유칼립 소드(하이퍼)를 획득했습니다.
하이퍼!
파프닐은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신비한 유칼립투스 잎]-등급 : 레전더리
-분류 : 액세서리
-제한 : 레벨 700 이상
-내구도 : 무한
[효과]-모든 스테이터스 +10%
-모든 스킬 레벨 +1
-착용 시 초당 10의 유칼립 에너지가 충전됨
-모든 속성 저항력+5%
-해로운 효과를 일정한 확률로 무효화해 줌.
[유칼립 소드]-등급 : 하이퍼
-분류 : 무기(한손검)
-제한 : 800레벨 이상, 검술 스킬 숙련도 95% 이상, 손재주 스테이터스가 +500 이상
-내구도 : 2,000/2,000
-물리 공격력 : 15,824~18,249
-힘+75
-공격력+100%
-무게 설정이 매우 가벼움으로 고정됨
-방어력, 모든 속성 관통+50%
-모든 검술 스킬 레벨 +2
-모든 스킬 쿨타임, 시전 시간 50% 감소
-검술 스킬 시전 시 상대방의 보호막을 무조건 파괴 및 무시.
-공격 성공 시 적의 HP, MP, 스태미나를 유칼립 에너지로 흡수하며 유칼립 에너지로 추가 타격을 줌.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섭취할 시, 유칼립 에너지 충전.
에너지 충전 완료 시 다음 공격은 +300% 버프를 받음.
-유칼립 에너지 충전 시 추가 공격력 획득.
“……엄청나군.”
기본 스펙부터 시작해 모든 게 압도적이다.
한손검임에도 동급 양손검이나 대검, 할버드 유보다 더 강한 대미지.
거기에 검술 스킬 레벨 상승 및 압도적인 쿨타임과 시전 시간 감소도 있다.
그야말로 하이퍼 아이템에 걸맞은 스펙.
“1호.”
파프닐은 1호를 불러 유칼립 소드를 건네줬다.
“네가 써라.”
“딱.”
1호는 유칼립 나뭇잎과 유칼립 소드를 받아 들었다.
기존에 1호가 쓰던 팔두룡도도 독 속성의 레전더리 장비지만, 이 녀석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다.
“복돌이, 잘 와 줬다. 네가 아니었다면 못 잡았을 거야.”
“멍!”
칭찬하던 파프닐이 질문했다.
“그나저나 복돌이, 그 사자묘랑 같이 싸우던 적은?”
“싸우게 두고 내버려 두고 왔습니다. 멍!”
“뭐라고…….”
파프닐이 급히 그쪽으로 가려는 순간, 복돌이가 히죽 웃었다.
“괜찮습니다, 멍! 농담입니다.”
“농담?”
“넵! 철가면 고양이는 물론, 다른 녀석들까지 전부 다 처리했습니다. 멍.”
“그렇단 말이지…….”
파프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이건 솔직히 너무 동물들에게 보정을 많이 준 것 아닌가……?’
방금 상대한 고라니와 캥거루, 코알라까지.
저놈들이 현실에서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동물들이 서로 싸우고, 포식하며 레벨 업을 하기 쉽다고 해도.
고작 3개월도 안 된 녀석들이 2년 가까이 게임을 한 자신과 이렇게 비등한 싸움을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솔직히 말해서 인간이 너무 불리한 것 같았다.
쉬운 레벨 업과 압도적인 숫자.
심지어 단기간에 저 정도로 강력한,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스킬들을 얻는 능력까지.
어딜 봐도 인간이 불리한, 동물에게 수많은 혜택과 보정이 들어간 구도다.
‘설마 그 원숭이 놈……. 세이멍을 처리해 달라고 의뢰는 했지만, 세이멍이 죽지 않게 하려는 거 아냐?’
세이멍의 편에 서기는 싫으니 의뢰를 해 왔지만, 그렇다고 세이멍이 죽는 건 싫으니 동물 반란군에 보정을 준 것이리라.
‘어차피 증거가 없는 이상 알아도 어쩔 수 없겠지라는 생각인가.’
그런 녀석을 혼내 주는 방법은 단 하나.
놈이 있는 판을 엎어 버리는 것뿐이다.
‘일단 동물 반란군들을 깔끔히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
파프닐은 하늘을 보며 다짐했다.
그러나 파프닐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캥거루의 왕, 캥황은 현실에서 인류 최강이라는 챔피언을 꺾은 캥거루였고.
전투 코알라, 샤이니는 북극에서 북극곰 2백 마리와 신수라 불리던 흰긴수염고래를 때려잡은 괴수라는 사실을.
현실에서의 막강한 힘을 생각하면, 슈퍼컴퓨터가 오히려 페널티를 준 것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