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41)
541화
파프닐의 전투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혼자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대규모 지휘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는 군사 사령관보다는 수천 명의 부하들을 이끄는 특수부대, 유격대 지휘관 같은 방식의 전투가 많았다.
프론티어 길드를 세우고, 수많은 유저를 지휘할 수 있게 된 지금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총지휘는 킨도르한에게 맡기고, 혼자나 몇몇 파티원과 함께 적의 사령부를 치거나 후방을 흔들어 놓는다.
이런 방식을 취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호라이즌을 하게 된 근본적인 목적 때문이다.
‘내가 이걸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랭커로서 군림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노리는 것은 호라이즌이라는 게임의 정점.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게임의 정점이 되어서, 이 소설 속 세계로 자신을 밀어 넣은 작가에게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다.
물론 정점이란 위치 자체도 욕심이 났다.
다른 건 몰라도 게이머로서의 본능이 그것만은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한 남자를 이겨야 했다.
‘플러시.’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말도 안 되는 행운으로 압도적인 상대들을 만나도 승리했다.
그중에는 대형, 초대형 길드는 물론 몇백 년 동안 살아온 최상위 리치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도 있었다.
혼자서도 강한 보스들이지만, 수만, 수십만의 부하들까지 거느린 그야말로 먼치킨들.
그러나 플러시는 그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아무리 병사들이 많아 봤자, 플러시 앞에 서면 경험치용 잡몹이나 일회용 허수아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대미지가 1이 뜨는 병사들을 아무리 세워 봤자.
최정점에 오른 고수들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일반 해골병들에게 강화 스킬을 걸고, 버프를 가득 둘러 주어도.
결국 행운이 함께해 주지 않으면 배경의 NPC나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호라이즌을 시작할 때부터 그런 강자들을 저격할 방법을 준비했다.
상대들은 대기업의 힘과 재력을 얻었거나, 게임 내에서 엄청난 히든 피스를 뽑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행운으로 일반적인 경우를 벗어나는 상대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무조건 정석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상대의 빌드에 맞춰서 최적화를 준비한다.
‘믿을 수 있을 만한 사역마, 소환물 들만으로 최적의 다대일 구도를 만든다.’
실제로 이런 별동대 전술은 지금까지 항상 효과를 보아 왔다.
하지만 파프닐은 언제까지나 하나의 전술에 매몰된 팀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카운터를 당하면 허무하게 무너지지.’
무적의 전술 같은 건 없다.
물론 체급 차이로 밀어붙일 수는 있겠지만.
같은 체급의 상대를 만나면 결국 지게 되고 말이다.
그렇기에 파프닐은 이번에도 한 번 더 꼬아서 움직였다.
마르모트와 보로리의 동물들.
활빈당, 탐험가 길드, 우미간의 부하들, 힐데를 비롯한 게임 동료들까지.
정예들만을 추린 뒤, 금속 해골병들을 합류시켜 만든 별동대를 먼저 출발시킨 것.
금속 해골병을 본 동물 반란군들은 그곳에 파프닐이 있을 거라 확신할 거다.
그렇게 덫을 발동시키는 사이, 파프닐은 유유히 뒤로 향했다.
목적지는 한 곳.
롱암이 있는 곳이었다.
“카각!”
집게발을 휘두르던 청게 한 마리가 쓰러졌다.
파프닐은 고갤 들었다.
“……네가 마지막이군.”
“키이잇!”
눈앞에는 온몸이 흰색 번개로 빛나는 다람쥐 한 마리가 있었다.
“네놈……!”
“놀랍긴 하군. 폭탄 고라니에 레이저 코알라도 보긴 했지만……. 번개를 떨어뜨리는 뇌신 다람쥐라니.”
뇌신 다람쥐.
이상한 호칭이긴 하지만 그렇게밖에 부를 수 없었다.
실제로 온몸에서 번개가 나오고, 주변 필드 전체를 번개로 뒤덮는 광역 스킬을 쓰고 있었으니까.
“롱암 님께는 손가락 하나도 댈 수 없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다람쥐가 외쳤다.
“람쥐 -썬더!”
새하얀 번개가 파프닐을 향해 줄기줄기 쏟아졌다.
저 번개 줄기 하나하나가 레벨 800, 8클래스 이상의 대마법사가 쓸 수 있는 극대 스킬인 라이트닝 저지먼트와 비견될 정도의 번개였다.
정면으로 맞으면 순식간에 불타 버릴 정도의 위력이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가라.”
파프닐의 지시에 해골병들 대여섯 마리가 걸어 나왔다.
번개를 맞은 해골병들이 그대로 백색으로 타올랐다.
-금속 해골병(보병)이 역소환되었습니다.
-금속 해골병(보병)이 역소환되었습니다.
해골병들이 순식간에 바스러져 사라지고, 뜨겁게 달아오른 금속이 녹아내린다.
그 뒤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온 파프닐이 스킬을 썼다.
“흑뢰.”
콰릉! 쾅!
검은 번개가 흰색 다람쥐에게 연달아 명중했다.
다람쥐가 빠르다곤 하나, 빛의 속도를 피할 순 없다.
“끼이이익!”
검은색 불꽃에 둘러싸인 다람쥐가 경련하더니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동물 반란군 근위대장 람d쥐. 썬더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파프닐의 표정이 묘해졌다.
확실히 방금 처치한 다람쥐가 굉장히 강한 개체이긴 했나 보다.
‘캥황이나 샤이니를 처치할 때나 뜨던 레벨 업 알림인데.’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다람쥐의 속성은 번개.
그런데 파프닐은 공교롭게도 번개의 신수, 천둥새에게 축복과 스킬을 받으며 번개 관련 내성이 놀랍도록 올라 있었다.
대장장이나 사막 전사가 불, 더위 속성에 저항력이 높은 것과 같은 내용.
심지어 파프닐에겐 금속과 금속 해골병들도 있었다.
강력한 번개들은 피뢰침을 세워 땅으로 흘려보내면 그만.
약한 번개는 직접 몸으로 맞으며 공격을 가했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뜬 레벨 업 알림.
“흠…….”
-번개의 극에 다다른 다람쥐 가죽(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뇌신의 눈(???)을 획득했습니다.
강력한 아이템 획득은 덤.
하지만 이 성과에 만족할 시간은 없었다.
“아직 본전투는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파프닐은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다람쥐가 지키고 있던 방향의 뒤편에 있는 울창한 숲.
그곳을 둘러싸듯 위치한 동물들을 볼 때, 저 안에 있는 게 확실했다.
“……놈…….”
잠시 후 숲 안으로 들어온 파프닐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 만났을 때 네놈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역시 있군.”
롱암.
동물 반란군의 보스 앞에서 파프닐은 굳이 질문이나 대화를 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런……!”
나무 위에서 검은 신형이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착지한 신형이 움직이려는 순간 땅 밑에서 수많은 창날이 솟구쳐 나왔다.
“역시 바로 공격부터 하는군.”
신형, 롱암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유성추를 휘둘러 해골병들을 막았다.
“네놈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 서버 한 곳을 상대로 질질 끌더니만……. 캥황과 샤이니 같은 쓸 만한 녀석들까지 잃다니.”
“쏘닉, 녀석을 봉쇄해. 불깍, 숲을 불태우고 해골병들을 소환해라.”
“분부대로.”
“딱!”
황금 데스나이트, 쏘닉과 지옥불 리치 불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롱암이 쏘는 추를 앞에서 맞부딪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드래곤 본을 이용해 만든 데스나이트의 위엄.
그사이 곳곳에서 일어난 해골병들이 숲을 채웠다.
“공격…….”
“영리하다고 생각했겠지.”
해골병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롱암은 태연하게 말했다.
“우리 동물들의 심장을 쳤다고.”
다음 순간 롱암의 주변으로 롱암과 비슷하게 생긴 형체들이 나타났다.
창이나 봉, 곤봉, 심지어 바나나를 손에 든 원숭이들.
단순한 무기들이 아닌, 하나하나가 레전더리, 하이퍼급 장비로 몸을 감싼 최정예들이었다.
“제천 십걸 여기 모였습니다!”
“끼끽!”
머리에 금테를 두른 열 마리의 원숭이들이 일제히 외치며 일반 금속 해골병들을 몰아냈다.
“미후 십이신장, 집합 완료!”
금속 갑옷으로 몸을 감싼, 얼핏 보면 로봇처럼 생긴 형태의 원숭이 12마리가 외쳤다.
“오영걸, 왔는데.”
“저 녀석 잡으면 되지?”
가지각색의 복장을 한 원숭이 다섯 마리는 쏘닉과 불깍을 막으며 말했다.
“이 녀석들은…….”
“넌 네 무덤으로 들어온 거다, 파프닐.”
말을 마친 롱암이 유성추를 휘둘렀다.
두 자루의 추가 기묘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옆이나 뒤, 방어구로 보호받지 않는 부분을 공격했다.
“딱!”
“따닥!”
막아서던 해골병들이 순식간에 쓰러진다.
그 순간 파프닐도 궁드닐을 뽑아 들고 나섰다.
반월형을 그리며 날아간 검기가 롱암의 유성추들을 단번에 동강 냈다.
그대로 뒤로 펄쩍 뛰며 창날을 피한 롱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너희처럼 나 역시 예전보다 더 강해졌지.”
동물 반란군의 부대들을 몇 차례 정리하고.
캥황과 샤이니 같은 보스급 몬스터들을 잡으며 파프닐의 스펙도 이전보다 한층 더 올랐다.
구체적으로는 이전보다 20레벨이 올라 816레벨이 되었고.
힘과 민첩, 손재주는 +15가량, 지식은 +30이나 얻었다.
스테이터스만 치면 사실상 850레벨, 아니 870레벨급의 보너스가 있는 셈.
스킬 숙련도도 강적과의 전투를 통해 3% 이상 오르면서, 이전보다 20% 이상 해골병들을 불러내거나 검술을 쓸 수 있었다.
“재미있군…….”
롱암이 인벤토리에서 검은 봉 하나를 꺼냈다.
“그렇다면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 줄 수밖에.”
“진심?”
“이 세계로 오면서 나도 직업을 하나 얻었다. 꽤 신기하더군. 직업에 따라 기술과 초능력이 주어진다는 건.”
말을 마친 롱암이 노래를 불렀다.
“몽키 매직, 몽키 매직~.”
그 순간이었다.
롱암의 손에 있던 지팡이에서 불의 용이 쏟아져 나왔다.
“이건……!”
최소 레벨 800대의 마법사 랭커가 내는 화력이 쉴 새 없이 나온다.
금속 지배로 벽을 만든 파프닐은 벽이 녹기 전에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공격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몽키몽키매직, 몽키매직.”
롱암의 노래가 계속되자 지팡이에서 눈보라와 바람 회오리가 쏟아졌다.
쉴 새 없이 파프닐과 해골병들을 향해 쏟아지는 마법들.
“이런…….”
스킬을 쓰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스킬.
지금까지 파프닐이 본 것 중 그런 스킬은 단 하나뿐이었다.
킨도르한이 쓰는 스킬, ‘장송곡’.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노랫소리와 함께 엄청난 버프 효과를 주는 강패의 레전더리급 스킬이다.
‘이건 그것보다 더 성가시군.’
한 번 쓸 때 1분은 넘게 준비해야 하는 최상위 마법을 노래 한 소절을 부를 때마다 쏟아부을 수 있다.
마법사 유저라면 그런 사기가 어딨냐며 열불 낼 테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몽키 매직에 당했습니다.
-공격력이 감소했습니다.
-방어력이 감소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파프닐은 곧바로 앞으로 움직였다.
쏟아지는 마법들이 금속 벽을 치는 틈을 타 거리를 좁히고, 그대로 궁드닐을 들어 내질렀다.
‘이걸로 대미지를 주고 생각해야겠군.’
마법이 쏟아 나오자마자 달려든 것이라, 다음 공격까지 생긴 약간의 틈을 파고든 공격.
대미지를 입거나 최소한 공격을 피하며 턴을 쓰게 할 수 있을 만한 위력이다.
그 순간 창끝이 갑자기 멈췄다.
파프닐은 느낄 수 있었다.
압도적인 힘과 달인 수준의 기술이 롱암에게 쇄도하던 창날을 막은 뒤, 옆으로 튕겨 내 힘을 흘려 냈음을.
“내 근접전이 약하다고 생각했나?”
롱암이 봉 끝을 파프닐에게 뻗었다.
“캥황을 이긴 샤이니, 그 녀석을 무력으로 무릎 꿇린 게 바로 나다.”
번쩍!
롱암의 봉, 아니 지팡이 끝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