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갓급.
노말-매직-레어-유니크-에픽-이모탈-레전더리-하이퍼-갓의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단순히 고레벨 아이템이라고 해서 무조건 높은 등급인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고레벨 아이템일수록 높은 등급을 얻기 까다로웠다.
당연한 일이다.
높은 레벨 제한의 노말 아이템도 매우 강력한 고레벨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높은 레벨 제한에 높은 등급을 가진 아이템이라면야 더욱 그럴 터.
갓급은 그런 아이템 중에서도 유달리 특별했다.
신들을 직접 처치하거나, 신들이 직접 준 퀘스트를 완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물론 호라이즌에 있는 신들은 현실과 달리 실제로 돌아다니는 NPC들이다.
대부분 특별한 던전, 봉인을 풀면 들어갈 수 있는 이차원에 있지만.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은 보통 NPC들과는 또 다르다.
호라이즌 전체를 관리하는 슈퍼 AI인 이그드라실에게서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얻은 초AI들.
최소 레벨 2,000 이상의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레벨이 의미가 없는 개체들이기도 하다.
그런 신과 엮여야 얻을 수 있는 갓급 아이템이 무려 세 개.
파프닐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성능부터 확인해 볼까?’
[암리타]-등급 : 갓
-분류 : 일반, 재료, 소모품
-레벨 제한 : 없음
[효과]-섭취 시 즉시 HP, MP 완전 회복
-섭취 시 영구적으로 최대 HP와 MP가 +500 상승(첫 회 한정)
-섭취 시 임의의 스킬 숙련도 +10% 상승
-섭취 시 카르마 수치가 0으로 변화됨
-섭취 시 모든 NPC, 몬스터들에게 호감도를 얻기 쉬워짐
-설명 : 신들의 음료 중 하나인 우유 암리타, 원초의 암소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물건으로, 섭취한 자에게 신성과 영생을 가져다준다.
‘엄청난 옵션이군.’
갓급의 소모품 아이템을 본 건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이후로 처음이다.
게임 안쪽뿐만 아니라 바깥쪽까지 순수한 ‘맛’으로 승부하는 궁극의 음식과 다르게.
암리타는 스펙이나 효과가 가득 담겨 있다는 게 차이점.
‘뛰어난 요리사에게 조리 기회를 팔면 추가 수익이 쏠쏠하겠어.’
파프닐은 암리타를 확인한 뒤 다음 아이템을 열었다.
몽키 매직 스킬 북.
이건 아이템의 이름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원숭이 녀석이 쓰던 스킬이군.’
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무려 갓급의 스킬일 줄이야.
‘하긴, 그럴 만한 스킬이긴 했지.’
모든 속성의 각종 마법을 원하는 대로, 원할 때마다 쿨타임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공격.
게임으로 치면 노 쿨타임전.
거기다 무적 시간이 있는 회피 스킬까지 제한 없이(마나가 다 떨어지면 쓸 수 없다) 쓸 수 있다.
공격과 방어를 스킬 하나로 해결할 수 있으니, 충분히 사기 스킬이라 할 만한 것.
만약 파프닐이 배워 쓸 수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방어 하나는 걱정할 필요 없으리라.
그러나…….
‘이건 일단 보류해 둬야겠군.’
스킬을 쓸 때마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정점에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게이머로서의 이미지도 중요했다.
고속버스에서 나올 법한 트로트 노래를 배경으로 싸우는 김강한.
작가 녀석에게 증명했다고 하다가도 얼굴이 절로 붉어지는 일이었다.
‘뭐, 다음 게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누만 세트.
셋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게 바로 이 갑주였다.
그때였다.
막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
복돌이와 1호가 다가왔다.
“멍멍! 주인님!”
“딱. 마스터.”
갑자기 무슨 일이지?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적들은 안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파프닐의 머릿속에 전구 아이콘이 떠올랐다.
“너희도 나눠 달라고?”
사역마들도 이번 전투에서 잘 싸웠으니 충분히 아이템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사역마들이 강해지는 건 곧 파프닐이 강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복돌이가 고개를 저었다.
“멍멍! 그런 게 아닙니다.”
“음?”
“적입니다.”
“적이 온다고?”
주변을 둘러봐도 동물 반란군들이 더 오는 낌새는 없었다.
롱암이 쓰러진 후, 메시지가 뜨면서 동물 반란군의 진영은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동물 반란군의 규율은 약육강식.
수천만 마리의 동물들은 롱암 한 마리의 카리스마와 공포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심인 롱암이 죽었다.
공포를 주는 대상이 없으니, 동물들은 다시 동물들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아직 소문이 퍼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세 붕괴될 터.
“동물이 아닙니다, 멍!”
“아니라고?”
“사람입니다, 멍!”
사람?
파프닐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일본 녀석들이…….”
“아닙니다. 딱.”
1호가 덧붙였다.
“딱, 지난번에 싸웠던, 딱. 흑풍대라는 녀석들과 같은 무리입니다.”
“흑풍대…….”
잠시 상황을 정리하던 파프닐이 입술을 핥았다.
“이거 큰일이군.”
천마신교 원정군.
중국의 최정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뜻.
“숫자는?”
“음……. 아주 많습니다! 멍!”
“최소 5만 이상입니다, 딱.”
5만 명 이상이라면 단순히 별동대가 아니라 본대가 파프닐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롱암과 파프닐이 서로 싸우느라 지친 지금 쉽게 쓸어버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첫 번째.
원정군의 본대, 그러니까 중국의 천마신교 쪽에서 명령이 떨어진 게 두 번째의 경우였다.
‘어느 쪽이건 위험하군.’
파프닐은 결정을 내리고 해골병들을 불렀다.
“전리품 확인은 나중에 하고, 일단 이곳을 빠져나간다.”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고심해서 키운 엘리트 해골병 20여 기 중 절반 이상이 부서졌고, 나머지 녀석들도 크고 작은 부위가 부서져 있었다.
일반 금속 해골병들이야 금방 충원 가능했지만.
엘리트 해골병들은 재료와 장소를 준비해 복구 의식을 치러야 한다.
당연히 지금 그걸 쓸 수는 없고.
“흠…….”
엘리트 해골병 열댓 마리, 일반 금속 해골병들, 그리고 곳곳에 상처가 난 소닉과 불깍, 복돌이. 마지막으로 파프닐 자신까지.
남은 전력을 모아 계산하던 파프닐이 말했다.
“……해볼 만하겠군.”
***
“와다다다!”
“하! 하!”
수만 명의 무인이 경공을 펼쳐 달리고 있었다.
그 주변에서는 흉흉한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끼긱!”
“끼에에엑!”
대다수의 동물은 그 진군을 보자마자 양옆으로 도망치며 길을 터 주었다.
몇몇 앞을 막는 동물 반란군들이 있었지만, 무인들이 휘두르는 검에 곧바로 베여 나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지만, 무인들의 정체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천마신교의 최정예.
개개인이 레벨 750을 넘으며 중국 서버의 수많은 실전으로 전투 경험도 숱하게 쌓은 진짜배기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동물들보다도 더 험난한 야생에서 살아남은 맹수들인 셈.
“6대 속도가 빠르다. 1할 정도 늦춰서 3대, 5대와 속도를 맞추도록.”
“하오.”
동물 반란군 사이를 가볍게 돌파하던 포위군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목표는 하나다! 기억해라, 파프닐이나 롱암을 발견하는 즉시 신호를 보내고, 천라지망을 준비하도록.”
지시를 받은 천마신교의 유저들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한 점으로 향했다.
그랬다.
그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파프닐이나 롱암.
둘 다면 가장 좋지만, 둘 중 하나만 남아 있어도 작전을 시행할 이유는 충분했다.
파프닐을 처리한다면 한국 서버의 최강(?)자도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고.
롱암을 잡는다면 동물 반란군 이벤트를 종결시킨 건 중국 서버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동물 녀석들이 대나무처럼 부서지는군.”
“정예부대라 해서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 약한데?”
진영을 돌파하던 중국 유저들이 술렁였다.
“형, 동물들이…….”
“알고 있다. 갑자기 녀석들의 힘이 약해졌지.”
천마혈검대장 고월추.
중국 랭킹 5위의 절대고수가 말했다.
“롱암이 당했겠지. 도주했거나, 아니면 죽었거나.”
그게 아니고서는 동물들이 약해진 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전 개요는 똑같아. 포위망을 펼치는 데 집중하고, 너도 위치로 돌아가라.”
“내 위치? 거긴 좀 지루한데.”
“호추, 이건 중요한 작전이다. 교주님께서도 지켜보고 계신.”
고월추와 대화하던 남자, 고호추는 혀를 찼다.
고월추와 형제이며 천마혈검대의 부대주인 그였지만, 실제 전투력으로 따지면 무려 중국 랭킹 4위의 괴물이다.
천마신교는 물론, 중국 서버 전체를 통틀어도 5위, 4위의 괴물 랭커들.
그런 그들이 이 원정군에 둘 다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서버에서도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는 뜻이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얘들아! 포위망에 집중하랍신다!”
명령은 곧 단체 채팅, 그리고 보이스를 통해 천마혈검대원 전체에게 전해졌고, 천마신교군 전체에 퍼져 나갔다.
중국 유저들은 그것에 따라 천천히, 자신만만하게 최심부로 나아갔다.
“근데 형, 파프닐이 눈치채면 어떻게 해?”
“상관없어.”
어차피 십만이 넘는 중국군을 몰래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쯤이면 파프닐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겠지.’
동물 반란군과 싸우며 지치고, 포션과 MP, 해골병들을 소모한 상태.
그런 상태로 천마신교의 원정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그래서 고월추와 천마신교 원정군은 당연히 파프닐이 이들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칠 것이라 생각했다.
전투는 먼 곳으로 도망치는 파프닐을 서쪽으로 몰아붙이며, 끝내 포위해 죽이는 것으로 끝나리라고 말이다.
이 때문에 한쪽 열의 마인들이 폭발에 당했을 때 천마신교 원정군의 반응이 느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파프닐이 자신들을 먼저 공격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해골병이다!”
“크아아아악!”
갑자기 터져 나오는 폭발, 그리고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금속 해골병들.
그러나 마인들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해골병들과 맞부딪치고, 힘에서 밀리지 않게 싸우며 시간을 끌었다.
그사이 주변에서는 곧바로 그 소식을 보고했다.
“파프닐이 저기 있다!”
“전군 집결!”
뿌우우우.
순식간에 사방에서 천마신교 마인들이 모여들었다.
금속 해골병들을 포위한 마인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마령참!”
“혈광쇄!”
수많은 검은색, 붉은색 마나가 초승달 모양, 일직선 모양의 검기가 되어 쏟아졌다.
후방의 주술사들은 검붉은 불덩어리를 만들어 쏘거나, 해골병들의 몸을 느리게 하고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저주를 걸었다.
금속 해골병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압도적인 숫자와 화력 앞에선 중과부적이었다.
“잡았다!”
“역시 지친 녀석이라 잡기 쉬운걸?”
신바람이 난 중국 유저들이 금속 해골병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잠시 후,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뭐야?”
“없는데?”
“무슨 일이야!”
간부들의 질문에 앞서 내려갔던 중국 유저들이 외쳤다.
“파프닐이 없습니다!”
“여긴 해골병들뿐입니다.”
“파프닐이 없다고?”
이곳에 있는 건 전부 금속 해골병, 그것도 일반 금속 해골병들뿐이라는 뜻.
그렇다면 파프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설마…….”
간부가 중얼거린 순간, 단체 보이스창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여긴 술법 지원부대! 술법 지원부대! 금속 해골병 군단에게 공격받고 있…… 파프닐이다! 파프닐이…….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성과 함께 보이스 채널에 있던 주술사들의 온라인 표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천마신교 무인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파프닐에게 속았고, 파프닐이 이미 자신들을 사냥감으로 삼았음을.
그리고 이 사냥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라는 사실을 말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