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46)
546화
-사망했습니다.
든든.
전사 랭킹 13위 유저인 그는 동물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사망 메시지를 보아야 했다.
“후우……. 어렵군.”
산전수전 다 겪고, 온갖 상황에서 승리를 거둬 온 베테랑 유저인 든든.
그런 그에게도 동물 반란군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정면과 좌우는 물론, 공중이나 땅속에서까지 튀어나오는 각종 고레벨 동물들.
한 마리에게만 집중해서도 안 되는 게, 싸우다 정신을 차리면 몸으로 밀어붙이는 코뿔소 무리를 마주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 전투에서 그는 충분히, 아니 넘쳐 날 정도로 활약했다.
파티 플레이긴 하지만 동물 반란군의 간부를 둘이나 잡았고.
동물 반란군 무리가 아군의 등 뒤를 공격하려는 걸 몇 번이나 막았다.
비록 마지막에 코뿔소 무리의 돌진을 막다가 죽긴 했지만.
덕분에 같은 부대에 소속된 동료 50여 명이 무사히 피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3일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건데…….”
동물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죽을 때의 사망 페널티는 일반적인 죽음과 동일했다.
일전 오크 전쟁이나 세력전과 달리, 플레이어가 사망 후 공백 기간 동안 성장이나 퀘스트를 할 수 없게 만든 것.
이 때문에 일단 전장에서 사망하면 페널티가 풀릴 때까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뭐 하지? 다른 게임이나 할까……?”
VR 머신 속 흰 공간에서 손을 젓자, 주변에 웹 서핑창과 각종 홀로그램들이 떴다.
호라이즌이 가상현실 게임이라 하지만, 다른 게임도 많다.
방송 영상을 둘러보던 든든의 눈이 한 곳에 가 멈췄다.
“파프닐 vs 천마신교 LIVE 중계?”
천마신교라면 중국 서버를 통일한 거대 길드다.
한국 서버의 파이브스타나 프론티어급.
서버 인구의 차이를 생각하면 열 배 이상 큰 규모일 터.
그런 천마신교랑 파프닐이 갑자기 싸우고 있다고?
“중국 녀석들이 또 이상한 짓을 했나 보군.”
든든이 중국 사람들에게 가진 감정은 딱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작업장, 핵, 황사 등을 겪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마찬가지이리라.
“어디…….”
든든은 자신도 모르게 방송을 클릭했다.
개인적으로는 파프닐이 중국 유저들을 시원하게 격파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서.
우웅-.
방송이 재생되자 주변 전후좌우로 거대한 전장의 영상이 펼쳐졌다.
4D, 아니 촉감까지 중계하는 5D 영상 속.
파프닐은 천마신교의 마인들 사이를 그야말로 휩쓸고 있었다.
‘이건…….’
네크로맨서 랭킹 1위이자 현 서버 랭킹 10위 안에 드는 유저.
근접전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영상을 보니 확실히 그랬다.
‘잘 싸우는데……?’
네크로맨서임에도 불구, 최상위 랭킹의 전사 유저들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모습.
압도적인 스펙도 있지만 적의 공격을 모조리 흘려보내거나 덜 치명적인 부위로 맞으면서 싸우는 기술이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었다.
‘아니……. 잘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대회나 대규모 보스전, PVP 랭킹 1~5위들끼리 싸우는 천상계 대전.
그런 곳에서도 저 정도의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상대는 전투라면 잔뼈가 굵은 중국 유저들.
몇몇 간부들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데, 파프닐은 그런 놈들을 마을 바깥의 토끼 잡듯 유린했다.
-와, 스펙이 되니까 네크로맨서로도 양학하고 있네
-짱X 놈들 털리는 거 개꿀잼ㅋㅋ
-쟤네 핵 못 쓰니까 진짜 별것도 없는데?
-꺼어어어어어어억!
채팅창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파프닐이 해골병과 함께 마인들을 처치하는 모습.
‘아니……. 단순히 강한 스펙과 컨트롤뿐만이 아니야.’
중국 유저들의 진영에서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피해를 입힌다.
몇 수 앞의 행동을 미리 준비하며, 동시에 언제든지 위치를 바꿀 수 있는 탈출로까지 항상 신경 쓰고 있는 모습.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파프닐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든든은 어느새 다른 게임을 한단 생각도 못 한 채 파프닐의 영상에 빠져들어 갔다.
영상을 보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동물 반란군과의 싸움에서 로그아웃된 다른 랭커들.
중국 서버 유저들의 전투를 보거나, 파프닐의 전력을 탐색하고자 하는 유저들 모두가 영상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친놈…….’
‘어떻게 이게 되는 거지?’
‘동물 반란군과 싸운 상태에서 이 정도까지……. 진짜 싸움에 미친 놈이군.’
동시에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어쩌면 정말로 파프닐이 동물 반란군과 중국 원정군을 모두 처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
파프닐이 마인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고 있을 때.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월추와 고호추의 표정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동물 반란군의 우두머리를 처치하면서 패를 많이 썼을 텐데?’
동물 반란군과 싸우며 엘리트 해골병들을 잃고, HP와 MP, 포션 및 장비 내구도가 모두 바닥인 상태.
부상까지 감안하면 파프닐은 사실상 전투를 이어 가는 게 기적이었다.
진작 죽었어야 정상인데 역으로 공격해 온 것도 모자라, 강력한 마인들의 포위 공격을 상대로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HP와 MP가 얼마나 많은 거지?’
‘저 마인들의 협공을 상대로 저렇게 버틴다고?’
처음 천마신교 주술사들을 습격했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욱 힘을 얻어 날뛰고 있는 것 같은 모습.
실제로 스킬의 위력이나 범위 등이 처음보다도 최소 30% 이상 강해졌다.
파프닐이 가진 사자왕의 심장이 2단계로 작동하며, 추가 MP를 사용해 더 강한 대미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고월추는 만약 파프닐이 막다른 길에 몰리면 일대일 생사결(PVP)을 걸 생각도 하고 있었다.
천라지망에 갇혀 빠져나갈 구석이 없게 몰아 둔 뒤 일대일의 대결로 완벽히 승리하는 것이다.
교주의 특명도 있고, 파프닐을 잡는 건 천마신교 전체의 업적에 새겨질 만한 일.
그걸 자신이 해낸다면 중국 내에서 자신의 입지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리라.
중국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호라이즌의 인기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럴 터.
솔직히 그게 아니더라도 한 서버의 최강자를 이기는 건 개인적으로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업적이었다.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게 둘 수는 없지.’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천라지망에 포위당한 상태에서 진법의 영향을 받아 강해진 마인들이 역으로 잡아먹히고 있다.
방송, 문파 내부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던 천마신교의 장로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파프닐을 빨리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파프닐을 천라지망에 몰아넣은 지금이 기회다. 그리고 이대로 계속 마인들이 죽다 보면 놈이 쓸 수 있는 시체도 늘어나게 된다.’
원정군의 마인들은 천마신교 내부에서도 최고의 정예들.
파프닐이 해골병들을 소환해 공격할 때마다 사상자가 점차 늘어 갔고, 저주와 버섯 포자에 당해 쓰러지는 마인들도 늘어 갔다.
‘적이지만 대단하군. 이 정도까지 싸울 수 있을 줄이야.’
동물 반란군이 아니었다면 역으로 사냥당하는 건 자신들이 되었으리라.
다시 말하면 지금이야말로 다시없을 기회.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는 것에 고월추는 가슴이 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고월추 : 천라지망을 발동한다! 무인들은 물러서고 주술사, 창 무인들은 파프닐을 집중 공격 해라.
쓸데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전방의 마인들이 뒤로 물러났다.
날이 저물며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마인들에게 달려들어 착 붙었다.
-고월추 : 그냥 공격해라, 어차피 내버려 두면 더 큰 희생이 날 거다.
주술사들이 본격적으로 쓴 파괴 주술들이 파프닐과 마인들까지 타깃으로 삼아 쏘아졌다.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검은 불꽃이 일어나며, 사방에선 날카로운 바람이 회오리를 만들어 공격했다.
파프닐은 금속 벽을 만들어 방어하며, 마인들이 물러서는 방향으로 계속 붙었다.
“계속 쏴! 쏴라!”
수만 명이 일제히 파프닐을 죽이려고 하는 가운데.
이제는 선택을 내려야 했다.
‘남은 HP와 MP는 46%……. 꽤 남아 있긴 하지만, 이런 광역 공격을 맞다 보면 순식간이지.’
파프닐도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고, 미스릴 합금 방벽만으로는 수천 명의 광역 공격을 맞고 버틸 수 없다.
천라지망 진법으로 강해진 마인들의 근접 총공세도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진법의 효과는 안에 갇힌 사람의 HP, MP 회복을 막고 소모치를 늘리는 것.
아무리 파프닐이 해골병들을 일으킨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리라.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사냥 방법은…….’
파프닐은 마인들에게서 이탈해 앞으로 달렸다.
고월추와 고호추, 그리고 천마혈검대가 있는 방향.
적의 우두머리가 있는 장소인 만큼, 주변엔 가장 강력한 마인들이 있다.
광역 공격을 쏟아붓는 버림 패로 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자, 잠깐!”
파프닐이 달리는 뒤로 해골병들이 따라붙는다.
사방에서 쏘던 공격이 순간 흩어지며 멈췄다.
아무리 잘 훈련받고 실전 경험이 많다지만, 설마 저런 자살식 공격을 할 줄이야.
“막아! 저놈이 한 점을 뚫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인들이 사방에서 쫓아왔지만, 쏟아지는 아군의 주술 공격과 해골병들의 인간, 아니 골간 방패로 막지 못했다.
만마전의 마두들이 급히 앞을 가로막았지만, 파프닐의 공격 앞에서는 일반 마인과 다를 바 없이 사망.
순식간에 마인들을 돌파한 파프닐은 성공적으로 수뇌부가 있는 진영에 도착했다.
“파푸닐…….”
눈앞엔 짧게 머리를 깎은 남자와 더벅머리를 한 남자.
그리고 주변에 도열한 검은 갑옷의 무인 수십여 명이 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이야. 역시 교주님께서 특별히 지목한 남자답군.”
머리를 깎은 남자가 말했다.
“나 원정군 총사령관 고월추, 네놈의 힘에 경의를 표해 최선을 다해 죽여 주마.”
말을 마치자마자 사방의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천마혈검대.
중국 서버 최정예 부대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포위망 바깥에 있던 마인들이 일제히 진영을 갖춰 전진해 왔다.
우두머리를 노리는 건 좋지만, 대신 파프닐도 중국 유저들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셈.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혼자인 이상 여기 모두를 이길 수는 없겠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말을 마친 파프닐의 주변으로 엘리트 해골병, 데스나이트들이 일어났다.
“쳐라!”
“오오!”
천마혈검대 대원들이 검은 검기를 쏟아 냈다.
이에 맞서는 파프닐도 창에서 검은 검기를 뿜어내었다.
수많은 검기와 하나의 검기의 충돌.
놀랍게도 승자는 하나의 검기 쪽이었다.
“크윽!”
“컥!”
천마혈검대원들이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사이, 해골병들이 포자를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이런……!”
“당황하지 마라!”
대열이 흐트러지려는 순간.
파프닐의 앞을 짧은 머리 남자, 고월추가 막았다.
깡!
대도를 든 고월추의 몸이 흔들렸다.
“이놈……!”
양손 무기인 대도임에도 창에게 힘으로 밀린다.
그만큼 파프닐의 스펙과, 힘을 쏟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
그러나 고월추는 혼자가 아니었다.
“……!”
재차 공격하려던 파프닐이 뒤로 돌아서 날아오는 망치를 막았다.
망치를 던진 고호추가 씩 웃으며 파프닐의 뒤에 섰다.
파프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녀석…….’
“쳐라!”
“와아아!”
천마혈검대원들과 고호추가 파프닐을 덮치는 순간.
파프닐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내던졌다.
“딸깍!”
온몸에 폭탄을 둘둘 만 해골병이 씩 웃었다.
“이런……!”
고호추가 망치를 휘둘러 해골병을 부수는 순간.
천마혈검대원들은 급히 호신강기를 둘렀다.
딱, 망치에 부딪친 해골병은 그대로 산산조각 나 땅에 떨어졌다.
폭탄 해골병이 아닌, 일반 해골병을 미끼 삼아 던진 것.
“뭣…….”
고호추의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
모두가 폭발에 대비해 방어 스킬을 쓰고.
그러느라 파프닐의 움직임을 놓친 짧은 순간.
파프닐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고호추의 정면으로 간 뒤 그대로 다리를 올려붙였다.
“억!”
고호추의 신형이 앞으로 꺾였다.
얼마나 큰 고통인지 차마 말도 못 한 채로 꺽꺽대던 그가 무릎을 꿇었다.
“호추야!”
놀란 고월추의 비명을 배경음으로, 파프닐은 궁드닐을 휘둘러 고호추의 목을 베어 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