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파프닐, 김강한은 현생에서 드래곤 헌터 게이머이기도 했지만, 전설의 리그의 프로 선수이기도 했다.
계약금을 많이 주는 하위권 팀에 있었지만, 오더와 컨트롤을 모두 도맡아 하며 팀을 세계 대회 결승전까지 끌어올린 천재.
그와 만난 상대팀은 파프닐을 견제하기 위해 항상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붙어 마크했다.
판마다 통나무를 짊어지고 싸우기 일쑤.
그때 파프닐이 가장 간단히 그것을 꺾은 방법이 있었다.
적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자원을 몰아받은.
가장 강한 플레이어를 철저히 피하면서.
두 번째로 강한 상대 플레이어의 챔피언을 쓰러뜨리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것.
‘가장 성가실 것 같은 상대 플레이어를 전투 시작 전에 죽여 놓아야 한다.’
힐러라도 좋고, 사이드라인을 도는 ‘전사’도 괜찮다.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난이도 차이를 생각하면, 무조건 잡고 시작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이번엔 그 타깃이 고호추였고, 파프닐의 선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근접전만으로 중국 4위 랭킹을 찍은 초고수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사망 처리되었으니 말이다.
“고호추 님!”
“이런 미친……!”
“으윽…….”
주변 마인들이 경악했다.
고호추를 단숨에 쓰러뜨린 것도 그렇지만.
하필 공격한 부위가 남자라면 무조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다리 사이.
동기화를 위해 고통 센서를 최대한 줄여 놓는 특성상, 아마 고호추가 느낀 고통은 요로결석이나 그에 버금가는 정도이리라.
“이놈…….”
“어떻게 그런…… 으헉!”
언성을 높이던 마인들이 기겁했다.
어느새 나타난 해골병들이 천마혈검대 마인들 사이에서 창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중국 서버의 랭커들 중에서도 최정점에 오른 자들만을 모아.
최고의 장비와 비급(스킬 북)을 익히게 한.
말 그대로 중국의 최강자들.
그런 그들답게 고호추의 급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세 해야 할 일을 했다.
파프닐과 해골병을 포위한 뒤, 검진을 펼치려 했다.
‘그건 안 되지.’
파프닐은 천마혈검대원들을 공격하며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철폭, 흑뢰, 흑뢰, 버섯 포자 증식.”
금속 폭발과 지고의 낙뢰, 거기에 포자까지.
하나만 해도 현 서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공격 스킬들이 세 개나 연달아 쓰였다.
천마혈검대의 검과 갑옷이 금속 파편과 번개를 맞고 검은빛을 냈다.
“크아아악!”
천마신교에서 걸은 사술과 호신강기 보호막이 공격을 버텨 내긴 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달려오는 해골병이 같은 부위를 찌르거나, 버섯 포자들이 내려앉으며 독기를 뿜어 HP를 떨어뜨렸다.
“하나, 둘, 셋.”
파프닐은 그렇게 쓰러지는 천마혈검대원들을 세며 주변을 빙 돌았다.
타깃은 고월추의 반대편에 있는 천마혈검대원들.
개개인은 매우 강하긴 했지만, 고월추도 막는 게 고작이었던 파프닐의 스킬 공격을 검진 없이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놈!”
고월추가 파프닐을 공격하려 했지만, 해골병들이 몸으로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사이 파프닐은 계속해서 천마혈검대원들을 쓰러뜨렸다.
“젠장, 저 녀석은 우리에게 한 놈이라도 더 피해를 입히려고 한다!”
“피해!”
“이 녀석이…….”
“감히!”
천마혈검대원들의 피해가 누적되자 만마전의 마두들이 나타났다.
NPC들이긴 하지만 다들 850레벨이 넘으며, 고유 스킬들도 있는 고위 NPC들.
“후후, 그동안 네놈을 치고 싶은 걸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천마혈검대의 애송이 녀석들을 잡고 분위기가 오른……. 컥!”
달려 나오던 환령마군, 염라야차라는 레벨 870의 마두 둘이 단숨에 창에 찔려 피를 뿜었다.
만마전의 장로라 해도, 스펙을 끌어올리고 동물 반란군의 보스와 싸워 이긴 파프닐의 적수급은 아니었다.
“미, 미친……. 이 녀석 힘이!”
“이판사판이다. 저놈을 여기서 잡지 못하면 계속 움직이며 피해를 줄 거다! 차라리 희생을 내더라도 끝을 보아야 한다, 공격해!”
이를 악문 고월추가 소리치며 무공을 펼쳤다.
혈검래세.
붉은 검기가 뻗어 나와 해골병들을 부수고 파프닐을 향해 내쏘아졌다.
그 뒤를 이어 천마혈검대 대원들도 몸을 던졌다.
자신이 죽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자폭병들처럼 파프닐을 붙들고 늘어지는 공격!
“……이런.”
더 이상 탈출하려 해도 탈출할 곳이 없다.
파프닐은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메탈 슬라임 킹을 소환했다.
“금속 지배, 금속 벽, 금속 벽, 금속 벽, 금속 벽…….”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 태세.
수많은 귀금속, 금속 합금이 만들어진 벽 위로 검기가 연이어 쏟아져 내렸다.
***
“동물 반란군이 흩어진다!”
“음?”
전방의 전선.
동물 반란군들을 공격하고 있던 프론티어 길드, 그리고 한국 서버 연합군은 상황이 변화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이건…….”
“동물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방금 전까지도 고통을 모르고 달려들던 사자나 호랑이, 곰 들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불에 타도 아랑곳하지 않던 모습은 사라지고.
성냥불이나 간단한 파이어 볼 계열 마법에도 펄쩍 뛰는 모습.
그뿐만이 아니다.
랭커들과 싸우던 반란군의 대열들이 점차 무너져 가고.
전선에 있던 일반 동물들도 탈주를 시작했다.
진영.
동물들의 군대와 규율이 무너지고, 야생동물들의 무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
원인은 간단했다.
“파프닐이…… 성공했다!”
“동물 반란군 우두머리를 처치했대!”
“미친……. 진짜로 혼자 레이드 한 거야?”
연합군 플레이어들은 경악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파프닐이 해낸 것들을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파프닐 만세!”
“오오!”
한국 유저들은 열광하며 동물 반란군을 공격했다.
그러던 도중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동물 반란군을 이긴 파프닐이, 중국 유저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
그게 사실이라는 걸 눈치채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미친…….”
“짱X 녀석들, 같은 인간이건 자시건 적이라 이거지?”
“지구의 암 덩어리 같은 녀석들……. 가자! 놈들을 잡으러!”
“와아아!”
수많은 유저들이 분노에 차 움직였다.
그러나 그와 달리, 최상위 랭커들은 오히려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보았다.
“…….”
“…….”
단신으로 천라지망 속에서 날뛰고, 종래는 천마혈검대와 만마전의 장로들의 협공 속에서도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 모습.
일대다 상태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 방식이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건 별개다.
사방에서 거리를 유지하며 공격하는 검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고.
눈앞에서 공격하는 상대 우두머리의 검을 보면서도 부하를 먼저 노리는 건 어지간한 배짱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갈 수 없다.’
‘십……. 저걸 어떻게 이겨?’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패배감이었다.
지금까지 파프닐도 유저 중 한 명이라 생각했지만, 이 모습을 보고 나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중국 서버 최강이라던 천마혈검대와 마인들의 협공을 받는데……. 저렇게까지?
다른 서버의 최상위 랭커들도 흥미롭게 방송을 지켜보았다.
-대단한데……?
-네크로맨서의 스펙으로 저 정도라니.
-검사나 기사, 하다못해 전사 쪽 직업이었다면 혼자서 미쳐 날뛰었겠어.
네크로맨서, 마법사 등의 클래스는 기사, 전사에 비해 힘과 민첩, 체력 등의 스테이터스 상승 폭이 부족하다.
게다가 근접 계열 클래스 전용의 패시브나 액티브 스킬들을 익힐 수도 없고, 익히더라도 심화 계열로 갈 수 없다.
그런 페널티를 가지고서도 근접 검사들을 압도하는 컨트롤까지.
-동물 반란군과 싸운 후에도 이 정도의 실력을…….
-천마혈검대는 세계 PVP 대회에서도 256위권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랭커들인데……. 하늘 위에는 또 하늘이 있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로군.
랭커들은 파프닐의 실력을 보며 찬사를 토했다.
그러나 파프닐이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적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천라지망 진법 때문에 HP, MP 회복량이 대폭 줄고, 포션을 써도 회복 효과가 반 토막 났지.
-완벽하게 포위해 공격하려 할 땐 그 때문에 틈이 생길 수도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붙들고 늘어지면 파프닐도 답이 없으니까.
100%의 전력으로 싸운다면 모를까.
동물 반란군과 필사의 전투를 마친 파프닐은 많은 부분에서 약해져 있다.
가장 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진 미스틸테인도 없고, 네크로맨서 군대의 뼈대라 할 엘리트 해골병들도 절반 이상이 부서진 상태.
1호가 살아 있긴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
“후후…….”
방송이 곳곳에서 송출되는 가운데.
어둠 속에서 화면을 보던 한 남자가 미소를 흘렸다.
등에는 자신보다 커다란 무언가들을 한가득 짊어진 모습.
“파프닐, 아직 살아 있군.”
남자는 화면 속의 파프닐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온갖 곳에서 활약하며 스펙을 올린 모양인데……. 예전도 강했지만, 정말이지 지금은 한국 서버 랭킹 1위라 해도 되겠어.”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표정엔 광기와 분노, 그리고 희열이 같이 섞여 일렁였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지. 더 힘내 보라고. 저 짱X 녀석들까지 전부 다 죽여 버리란 말이야.”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야 내가 쓰러뜨릴 맛이 날 테니까.”
“크워엉. 시간이 됐다.”
어둠 속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녀석들이 왔나.”
“네 말대로 함정에 걸려들었다.”
“좋아.”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파프닐, 내가 곧 찾아갈 때까지 죽지 마라. 네놈을 죽이는 건 내가 될 테니까……!”
***
쾅, 콰쾅.
수많은 검기와 주술 화염구, 마기의 구체, 화살 등이 금속 벽을 때렸다.
대부분이 부서지고 허물어져 곳곳에 구멍이 난 모습.
그런 금속 벽을 바라보는 고월추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미친.’
고작 한 명.
저 파프닐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데 천마혈검대원 36명이 죽었다.
144명의 대원 중 1/4나 사망.
아마 그들은 한동안 레벨 스케일링, 숙련도 복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리라.
다른 마인과 주술사, 강시들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는 손해가 난 셈이다.
‘일단 처치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손해가 너무 커졌다.’
입지를 넓히기는커녕 문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만회하기 위해선 동물 반란군은 물론, 일본이나 한국 서버에도 추가로 큰 피해를 주어야 하리라.
‘자원이 많은 곳, 혹은 강력한 네임드 보스를 처리해야겠어.’
우선 파프닐부터 처리한 뒤 생각해 봐야 할 일.
다음 순간 공격을 버티지 못한 금속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제 너 혼자 남았다, 파프닐.”
지쳐서 무릎 꿇은 파프닐 앞에 선 고월추가 검을 들었다.
“실력에는 찬사를 보낸다만, 결국 단신으로 활동하다 보면 이렇게 되는 법이지.”
예로부터 장군이 최전선에 서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잘 가라.”
“잠깐.”
그 순간 파프닐이 씩 웃으며 고갤 들었다.
“과연 나 혼자만 남아 있을까?”
“……?”
“해골병들을 말하는 거라면 그 녀석들도 모두……. 음?”
그때였다.
갑자기 주변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뭐냐!”
천마혈검대뿐만 아니라 일반 마인들까지 웅성거릴 정도.
“지진?”
“아닙니다. 딱히 땅에서 이상이 느껴지진…….”
그때 천마혈검대 대원 한 명이 급히 보고를 올렸다.
“대, 대주님. 급보입니다!”
“음?”
“동물들이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개 한 마리가 수많은 동물을 이끌고 저희를 포위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
“동물 반란군은 분명 붕괴되었을……. 설마!”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멀리서 우짖는 개 한 마리의 하울링이 전장 한복판에 퍼져나갔다.
“아우우우! 주인님을 구해라!”
그 소릴 들은 파프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슬아슬하지만…… 계획대로 되었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