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50)
550화
복돌이는 등의 근육을 제외하면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개처럼 보인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도 그렇고,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한 몸에 24시간 내내 빙빙 돌아가는 꼬리까지.
아수라견의 아들로 태어나긴 했지만.
유년기에 김강한에게 거둬진 후 그늘 없이 잘 큰 덕분도 있었다.
그것은 식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투견이나 맹견들이 고기, 그것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나 살아 있는 적과 싸워 이긴 고기만을 고집하고.
귀하게 자란 개들이 비싼 소고기만을 입에 대는 것과 달리.
김강한이 주는 거라면 복돌이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
“복돌아, 밥이다.”
“멍멍!”
밥이란 이야기에 달려간 복돌이는 곧바로 개 밥그릇으로 향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꿀버거 두 개!
“헥헥.”
그대로 꿀버거에 달라붙은 복돌이는, 혀를 이용해 버거 하나를 이리저리 핥았다.
남김없이 물고 빨며 버거 속에 있는 꿀을 모두 핥아 먹은 뒤.
“……멍.”
꿀이 없어진 햄버거는 슬쩍 쓰레기통에 담아 놓는다.
“헥헥……!”
두 번째 꿀버거도 마찬가지.
슬쩍 달라붙은 복돌이는 꿀만 빨아 먹은 뒤 버거는 그대로 버려 버렸다.
“헥헥……. 꿀 너무 맛있다…….”
꿀 버거.
처음 봤을 땐 끈적끈적한 감촉과 눅눅한 느낌 때문에 기피했다.
하지만 일단 먹어 본 복돌이는 곧바로 그 평가를 수정했다.
꿀버거, 정확히는 버거에 가득 들어가 있는 강아지용 꿀은 그야말로 최고의 맛 중 하나였다.
물론 최고의 음식은 아니다.
가끔 주인님이 주는 특식인 ‘민트 초코’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에서 순위를 꼽는다면 Top3 안에 들어갈 정도.
“인간들은 이런 맛있는 걸 만드는 건가…….”
꿀을 쩝쩝거리며 빨던 복돌이가 생각했다.
‘주인님도 그렇고, 이런 음식을 만드는 녀석들도 있는데 어째서 그 녀석들은 인간들을 멸망시키자고…….’
인간이 사라지면 꿀도 사라질 거고, 민트 초코도 없어질 텐데.
“끄응…….”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어릴 적 채찍으로 자신을 때리고, 철창 안에서 죽어 가는 자신을 내버려 둔 인간들도 있고.
애견 센터나 길거리, 주인을 따라 사냥하는 세계 속에서 본 인간들도 있다.
결국 좋은 주인을 만나서 이렇게 행복한 자신이지만, 입장이 바뀌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민트 초코는 모르지만 꿀은 자연에서 생성된다는 걸 복돌이의 작은 뇌는 이해하지 못했다.
“헥헥…….”
생각하는 사이 버거에 있던 꿀이 전부 사라졌다.
“멍…….”
슬쩍, 음식 쓰레기통에 햄버거를 버린 복돌이는 소고기를 좀 뜯어 먹은 후 누웠다.
“멍멍……. 이게 행복이지…….”
가능하다면 이대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싶었다.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가끔 주변을 잉잉거리는 파리는 꼬리로 쫓아내며.
저녁까지 늘어지게 자다가 꿀을 실컷 먹는 삶!
만약 개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모두들 그렇게 지내고 있으리라.
침까지 흘리면서 누워 자는 복돌이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이 녀석…….”
쓰레기통을 비우고 온 김강한이었다.
“뭔가 했더니, 꿀버거에서 꿀만 빨아 먹고 버거는 그대로 던져 버려?”
이 녀석 잘 걸렸다. 김강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문지를 휘둘렀다.
“깨갱!”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복돌이는 기겁해 펄쩍 뛰었다.
“주, 주인님?”
“이 녀석, 점심을 뭐 이렇게 빨리 먹나 했더니. 꿀만 먹고 음식을 버려?”
편식은 처음 기미가 보일 때 확실히 고쳐 놓아야 하는 법.
빈둥거리는 것까지 합친다면 더욱 그랬다.
“깨갱! 깽! 미안하다! 미안하다, 주인!”
“미안하면 버린 음식이 사라지냐? 어디 가, 이리 안 와!”
김강한은 계속 신문지를 휘두르며 복돌이를 쫓았다.
그 모습을 보던 미즈호의 눈이 커졌다.
“이…… 인간…… 대단한…….”
저 복돌이는 개들 사이에서 전설로 내려오던 아수라견의 피를 이은 후계.
현재 세상에 살아 있는 동물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
요괴라 할 수 있는 그녀도 복돌이 앞에서는 기를 쓰지 못할 정도.
그런데 그런 복돌이를 신문지 한 장만으로 제압하다니.
‘절대로 수작을 부리면 안 되겠어……!’
새삼 다시 한번 그렇게 다짐하는 미즈호.
그렇게 착각이 생긴 채로 지나가는 오후였다.
***
-서부 미개척 지방의 정보가 추가로 갱신되었습니다.
-러시아 서버가 있는 지역, 바이칼 대수림으로 연결된 길이 개척되었습니다.
동물 반란군 이벤트가 종료된 후 일주일가량이 지났다.
비록 롱암이 쓰러진 후 반란군 동물들이 격파되었다지만, 한국 서버는 그 뒷수습에 한창이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 반란군의 잔당 토벌.
수백만 마리를 처치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나머지 1천만 마리가 넘는 동물 반란군 동물들은 한국 서버 곳곳으로 도망쳐 파고들었다.
그중에는 레벨 800이 넘는 초거물급 동물 반란군 간부들도 여럿 있었다.
캥황, 샤이니만큼 강한 건 아니지만.
닌자 자라들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약간 못한 수준의 강력한 동물들.
그런 간부들은 군대가 붕괴되는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무리를 이끌고 한국 서버나 서부 개척지 곳곳으로 흩어졌다.
비록 동물 반란군이 흩어졌다지만 동물들의 신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
힘이 상당히 꺾였기에 동물들이 갑자기 주인을 배신하는 일은 더 없긴 하지만.
새로운 동물 반란군의 리더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지금, 소탕 작업을 함부로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켈타카 늪지대 가실 분! 레벨 720 기사, 레벨 715 법사 있어요!”
“안티 비스트 포션 팝니다. 개당 1.5골드!”
“제론 상단 호위 퀘스트 10분 후 출발합니다. 인원들 전부 집합!”
동물 반란군 처치는 일반 몬스터보다 많은 경험치를 주고 퀘스트의 보상도 훨씬 높다.
이벤트가 끝난 지금 더 이상 새로운 동물 반란군이 증식될 것 같지는 않은 상황.
유저들은 앞다퉈 동물 반란군 퇴치 및 관련 퀘스트 클리어에 나섰다.
“저희 베인블레이드 길드는 켈리아 하늘섬을 처리하겠습니다.”
“저희 사이버펑크 길드는 넬람 동굴을 맡지요.”
동물들이 도망친 곳 중, 고레벨 보스가 있거나 일반적인 전투가 어려운 곳들도 있었다.
공중에 있어 접근이 힘든 하늘섬.
좁은 입구로 인해 들어가기 힘든 동굴.
강력한 간부급 동물이 무리를 모으고 있는 숲속이나 옛 던전 같은 장소들.
일반 유저들 파티로는 몇 명이 들어가도 공략은커녕 털릴 뿐인 장소다.
그런 곳들은 대형 길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을 분담하고 토벌했다.
그럴 만했다.
자본과 인원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까지 한 토벌이지만.
일단 실패하더라도 동물 반란군이 떨어뜨리는 경험치나 아이템만으로도 손해는 메울 수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레전더리급 장비가 최소한 두 개 이상에, 막대한 공헌도와 업적까지 얻을 수 있는 셈.
그런데 토벌을 진행하던 길드, 유저 들은 뜻밖의 방해에 마주쳐야 했다.
“동물권 생존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어떤 청년 유저의 구호에 맞춰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소리쳤다.
손에는 동물권 생존을 보장하라, 동물 학대를 멈추라는 내용의 피켓 등이 들려 있었다.
“동물들의 반란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일어났다!”
“인간들의 일방적인 동물 탄압을 멈춰라!”
동물 보호,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난입.
한국 서버 전체가 연합했고, 반란군이 강성할 때에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파프닐이 롱암을 쓰러뜨린 후 큰 위기를 벗어나니 목소리를 높이며 나선 것이다.
“뭔 미친 소리야?”
“비켜!”
“죽여! 죽이고 지나가!”
“아, 안 돼! 공격하지 말라고 하셨어.”
힘으로 뚫으려던 플레이어들은 지시를 받고 멈춰야 했다.
“왜?”
“저 사람들을 건들면 귀찮아진대.”
“귀찮아져?”
“고소가 들어온다고…….”
“고소? 뭘로 고소할 건데?”
“동물 학대 법이랑 폭행…….”
물론 고소 자체가 받아들여지는가와, 승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고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플레이어나 인게임 길드들 정도는 귀찮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동물 보호 단체와 활동가들이었다.
그럴 만했다.
게이머들도 결국엔 현실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한 사람의 시민들.
만약 제대로 동물 보호 단체가 그런 플레이어들을 귀찮게 한다면, 길드나 유저들 입장에서는 귀찮은 혹 하나가 늘어날 수 있었다.
“미친……. 해 보든가.”
“공격!”
물론 무시하고 보호 단체를 공격한 유저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은 상상외로 강한 보호 단체 유저들에게 역으로 당해야 했다.
호라이즌은 동물 보호 단체 유저들에게 있어 좋은 돈벌이이자, 또 활동할 만한 영역.
자연히 보호 단체 회원들 중엔 호라이즌에서 꽤 높은 레벨을 가진 유저들도 많았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 우미간 애들이라면 그냥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보고를 받은 킨도르한이 물었다.
아무리 동물 보호 단체가 나름 강하다지만, 실전으로 단련된 우미간파 플레이어들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였다.
“아니, 굳이 나서지 마라.”
큰 보고들을 받아 처리하던 파프닐이 말했다.
“이미 조치는 해 뒀으니 다음 날이면 문제없이 해결될 거다.”
“조치?”
현실에서도 기고만장하는 동물 보호 단체를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설마 너……. 복돌이로 동물 보호 단체들을 때려눕힌단 건 아니겠지?”
“…….”
파프닐은 피식 웃고 대답했다.
“아마 보면 알게 될 거다.”
다음 날.
“저기 있다. 반란군들이다!”
“뭐? 반란?”
한창 유저들을 막고 시위하던 보호 단체 유저들을 향해 일단의 무리가 다가왔다.
은색 갑옷을 입은 왕국 정예 기사단.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백 명의 왕국 병사들이었다.
“왕국을 위협하는 동물 반란군 토벌을 막고, 동물 반란군에 이로운 짓을 하는 모험가들이 있다기에 왔는데……. 확실히 맞군.”
고개를 끄덕인 기사가 말했다.
“전부 잡아들여라!”
“와아아!”
NPC 기사와 병사 들은 플레이어처럼 현실에서 여론전을 펼칠 수도 없다.
병사들의 공격에 보호 단체 인원들은 마법을 쓰거나 검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반역도들의 저항이 꽤 거세군……. 거기 모험가들! 국왕 폐하의 신민이라면 우리를 조금 도와주지 않겠나? 나중에 상을 주겠네.”
-퀘스트 ‘반란군 체포’가 발생했습니다.
“오?”
“물론이죠!”
이 순간만을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이 너도나도 퀘스트를 받았다.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동물 보호 단체 인원들은 그대로 인게임 내부 감옥에 들어갔고.
막대한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거나 정해진 기한 동안 감옥에 갇혀서 가상현실 노역을 해야 했다.
“정말 해결됐네……?”
“파프닐 형님이 머리를 잘 쓰셨습니다.”
NPC들을 써서 감옥에 가둬 두면, 죽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방해를 막을 수 있다.
“그냥 체포에 도움을 준 거니까, 딱히 PK를 한 것도 아니고……. 현실에서도 퀘스트를 했을 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지……. 파프닐이 머리를 잘 썼어.”
킨도르한은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데자뷔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럴 만했다.
NPC들을 이용해 감옥에 가둬서 아무 의미 없이 보내게 만들기.
파프닐을 처음 만났을 때, 킨도르한 본인이 당했던 바로 그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파프닐에게 그것을 말하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당사자인 파프닐은 지금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까.
“여기군.”
서부 개척지의 대밀림 안쪽에 있는 작은 옹달샘.
거울같이 맑고 차가운 물 앞에, 작은 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래요.”
소녀, 웅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이 의뢰했던 창입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