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55)
555화
“그나저나…….”
복돌이를 한바탕 혼내 준 후.
파프닐은 미스트 섬 안쪽을 살펴보며 눈을 빛냈다.
“무슨 일이 일어나긴 한 모양이군.”
기존의 강력한 몬스터들이 전부 땅으로 꺼진 듯 사라져 있다.
대신 그 자리에 있는 건 검은 밀랍과 벌집의 흔적, 그리고 어둠의 마나를 가득 머금은 어둠꿀들.
인간은 먹을 수 없지만, 이곳의 토착 생물들이 변형된 마수들이라면 환장을 할 만한 음식이다.
머리엔 꿀밤을 맞아 생긴 혹이, 몸엔 독 때문에 부어오른 두드러기가 가득해도 입맛을 다시는 복돌이가 그 증거.
그런데도 꿀들이 저렇게 널브러져 있다.
‘기존의 몬스터들이 꿀조차도 챙기지 못할 만큼 큰일을 당했다는 뜻이겠지.’
경우의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섬 중앙에 있는 연구소에서 움직임을 보인 것.
이 경우에는 미스트 섬의 최종 보스가 움직인 것이고.
둘째는 대균열이나 섬의 다른 곳에 있던 꿀을 만드는 무언가들이 섬 전체를 공격한 것이다.
‘어느 쪽이건 계획에 크게 위협이 되긴 해.’
기껏 만든 거점과, 협력을 구한 원주민 마을이 모두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원주민 마을은 그곳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 여러 개의 마을이 퍼져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기껏 섬 전체를 유기적으로,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는데, 그것이 송두리째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뜻.
파프닐의 걸음이 빨라졌다.
‘일단 거점의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계획은 그다음이야.’
지형이 많이 바뀌어 있었지만, 복돌이의 코는 귀신같이 옛 지형을 탐지해 냈다.
“멍……! 저기다, 멍!”
코를 킁킁거리던 복돌이가 외마디 소리와 함께 동굴을 찾아냈다.
입구와 주변에 깔려 있던 함정이나 방어 시설 들도 모두 부서져 있었다.
주변엔 수많은 마수의 사체가 가득했는데, 함정에 몸이 찢기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든 듯했다.
“이건…….”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자 처음 흑마법사들이 캠프를 설치한 대공동이 나타났다.
마지막에 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은 개발이 한창이었다.
천막 단계에서 졸업해 건물을 짓고, 대장간이나 흑마법사의 공방들이 올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폐허.
나무와 돌, 뼈로 만든 건물이나 연금술 공방, 화로 등은 모두 꿀에 덮이거나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잘려 있었다.
“……상태창.”
띠링!
[미스트 섬 흑마법사 베이스캠프]-레벨 : 0
-현재 인원 : ?
-주변 거점 : ?
-숙박 시설 : 현재 설치되어 있는 숙박 시설이 없습니다.
-설치된 시설 : 현재 설치되어 있는 시설이 없습니다.
-현재 캠프가 파괴되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종합 시설 레벨 : ?
[상태]-캠프의 모든 시설이 파괴되었습니다.
-캠프의 기능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캠프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며 몬스터가 출몰합니다.
-캠프 구성원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미친.”
파프닐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모든 시설이 전부 부서지고, 소속 인원들도 사라진 상태.
대형 길드에서도 이 정도 상황이면 아예 캠프를 철수하고 새로 건설을 하는 걸 선호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설마 전멸한 건가…….”
만약 흑마법사와 원주민들 모두가 사이좋게 당했다면 파프닐의 계획은 시작도 전에 끝장이었다.
비록 프론티어 길드가 남아 있고, 왕도나 다른 곳에도 영역이 많지만.
지금부터 해야 할 계획은 이곳에서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멍! 거기 누구냐, 멍!”
복돌이가 갑자기 종유석 사이로 뛰어들었다.
“으악! 사, 살려 줘!”
어둠 속에서 끌려 나온 것은 검은 피부를 가진 원주민 꼬마였다.
“주, 죽고 싶지 않……아?”
“서바이브 마을 주민인가?”
“새, 생존자가……! 여긴 위험해요! 빨리 절 따라오세요!”
“위험하다니?”
“그야 괴물들이……!”
“괴물들은 없다. 해골병들과 같이 살펴봤는데 텅 비어 있더군.”
“네? 하지만 아직…….”
꼬마는 순간 말을 멈추고 파프닐을 훑어봤다. 꼬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파, 파프닐 님?”
“다른 사람들은 괜찮나? 살아 있는 건 너뿐인가?”
원주민 꼬마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다들 지하 심층부에 있어요. 좁긴 하지만.”
“……안내해라.”
파프닐은 원주민 꼬마의 뒤를 따라 걸으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된 거야?”
“그……. 평소처럼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괴물들이 미친 듯이 이쪽으로 도망쳐 왔어요.”
“도망쳐 왔다고?”
“네, 바깥에서 검은 구름 같은 것들이 일어났는데, 그걸 보더니 온갖 괴물들이 전부 이쪽으로…….”
꼬마의 말을 듣던 파프닐의 표정이 굳었다.
단순한 자연현상이나 세력 다툼이 아닌, 섬 전체의 모든 몬스터들이 공포에 미쳐 버릴 정도의 큰일.
아마 사방에 널려 있던 꿀과 관련이 있으리라.
순간 파프닐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대균열 지하 2층, 여왕벌이 있던 거대한 벌집.
‘설마 그 벌들이?’
“여기에서 내려가면 돼요.”
파프닐은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드르륵, 리프트가 한참 동안 밑으로 향했다.
“여긴 광물을 캐던…….”
“네, 지금은 다들 이곳으로 도망쳐 왔지만요.”
자연 동굴과 절벽으로 뚫린 수백, 수천 미터의 지하.
리프트가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이 녀석! 나가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꼬마의 아빠로 보이는 검은 엘프 전사가 꼬마의 엉덩이를 걷어붙였다.
옆에는 드워프로 보이는 체형의 검은 원주민이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내가, 나가지, 말라고, 몇 번을!”
“흐아앙, 죄, 죄송해요!”
“바깥은 위험하니까 절대 나가지 말라는 말이 말 같지 않느냐? 정말 괴물들한테 죽어 봐야…….”
“잠시만.”
파프닐은 손을 들어 사람들을 막은 뒤 물었다.
“재회는 나중에 해도 좋지만, 일단 상황 설명을 좀 듣고 싶은데.”
“당신은…….”
“파프닐이다.”
“……!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전설의 용두 사냥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십 명의 전사들이 눈을 빛냈다.
그런데 전설의 용두 사냥꾼?
“호칭은 됐고, 야무크나 헬카이트 스승님은 어디에 있지?”
“아…….”
갑자기 주변에 있던 원주민 전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파프닐의 등골도 서늘해졌다.
“……설마?”
***
“오셨군요! 위대한 전사여!”
야무크는 파프닐을 보자 손을 들었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쪘군.”
“크흠.”
야무크의 몸은 예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어 있었다.
예전에는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전사였다면, 지금은 출렁이는 뱃살을 가지고 싸울 것 같은 모습.
“어떻게 된 일이지?”
“그게……. 먹을 게 없어서 꿀만 먹다 보니.”
“또 꿀인가…….”
복돌이도 그렇고 어째 저 꿀에 많이들 당하고 있었다.
하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사냥도 못 하고, 동굴 안에도 이끼나 식물이 조금 있긴 하지만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
당분 가득한 꿀은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가셨던 일은 잘 마무리 짓고 오셨습니까?”
“아직 마무리는 안 됐지만, 일단 큰불은 껐지.”
“다행이군요. 조금만 더 있었다간 저희 쪽도 답이 없었을 겁니다.”
“어떻게 된 거야?”
“……괴물 벌들입니다.”
“벌?”
벌들이라면 역시 그 녀석들인가.
“대균열에서 엄청나게 큰 벌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오더니, 그대로 섬 전체의 몬스터들을 학살했습니다.”
“이곳의 몬스터들도 한가락 했을 텐데?”
특히 섬 중앙 근처의 공룡들은 다른 몬스터들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녀석들이 아닌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중앙 쪽도 전부 쓸려 나간 모양입니다. 연구소를 제외하면요.”
“베이스캠프도 놈들이 부쉈나?”
“아니요. 캠프는 벌들에게 쫓겨 들어온 몬스터들의 짓입니다.”
벌들에게 쫓겨 다니던 몬스터들은, 자연스레 벌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동굴이나 물속을 찾았다.
평소엔 수많은 함정과 방어 시설이 있어 굳이 몬스터들이 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흑마법을 맞거나 창칼에 찔리는 걸 감수하고 동굴로 들어온 것이리라.
그만큼 바깥의 벌들이 강력하다는 뜻.
“벌들이라…….”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 벌들이 그렇게 강한가?”
“강합니다.”
야무크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순간 파프닐이 눈에 흥미를 띠었다.
서바이버 마을 최고의 전사 중 한 명이자.
바깥의 네임드 NPC들과 비교해도 그리 꿀리지 않는 대전사 야무크.
그런 그의 눈에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아주, 아주 많이 강합니다.”
“그래?”
“예. 저희 마을의 귀두 사냥꾼들 여럿이 벌 한 마리를 이기지 못했고, 대균열 4~5층의 마수들도 벌들 무리의 공격 앞에 1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먹이가 되었습니다.”
지상은 물론, 대균열 심층의 몬스터들도 벌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뜻.
엄청난 일이었다.
대균열 5층 아래는 게임사에서 작정하고 만든 ‘엔드 콘텐츠’급 수준의 사냥터.
마계를 비롯한 다른 외차원 공간과 이어진 장소이기에, 레벨 1,000대의 네임드 몬스터들도 가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 벌들은 레벨 1,000대 몬스터들도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뜻이었다.
“저희도 어떻게든 저항해 봤지만, 전투 벌 대여섯 마리를 죽이는 게 한계였습니다. 여기 있는 흑마법사분들도요.”
“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확인했다.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다음 질문을 했다.
“사상자는 어떻게 되지?”
“……저희 측 전사들이 13명, 흑마법사분들이 31명입니다.”
그 후는 피해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빨리 대피를 한 덕분에 사상자는 생각보다 적었지만, 외부 시설, 동굴 내의 중앙 베이스캠프와 근처의 보조 캠프는 전부 파괴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채광이나 버섯 채취용 광산, 지하 깊은 곳에 있는 공방들은 무사하다는 것.
야무크와 헬카이트 등 몇몇 네임드 NPC들이 벌들을 막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그런 땅굴에 숨어 살아남았다.
“그래도 많이 살아 줘서 다행이군.”
“그……. 국영수란 분이 활약했습니다.”
“국영수?”
“파프닐 님은 모르시겠군요. 그때 말씀하셨던 침입자의 이름입니다.”
침입자라면 기억이 난다.
베이스캠프에서 파프닐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했던 그자.
칠흑의 사신에게 맡긴 후 동물 반란군을 상대하러 왔었는데, 그 녀석이 아군이 되어 활약한 모양이었다.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저희나 흑마법사분들이 절반 가까이 당했을 겁니다.”
“실력이 대단했나 보군.”
“예,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보다 준비성이…….”
“준비성?”
파프닐의 질문에 야무크는 주변을 손가락질하며 설명했다.
“몬스터들이 마구 들어오자, 미리 파 둔 땅굴과 비밀 통로들을 열면서 사람들을 내려보냈습니다.”
“…….”
“베이스캠프는 물론, 주변 통로나 바깥에 있는 관문까지 전부 땅굴이 있더군요.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모두를 이 아래까지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수상할 정도로 땅굴을 잘 파는 암살자에.
가끔 말에서 묻어 나오던 북한식 억양까지.
‘……설마 진짜 간첩은 아니겠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