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57)
557화
벌들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곳이군.”
대균열을 바라보던 파프닐이 눈을 빛냈다.
‘예전에 벌집이 있던 곳으로 가 볼까 했는데, 정답이었군.’
거대한 공동 주변에 수많은 꿀 덩어리가 가득했고.
가끔 검은 벌의 형체들이 튀어나왔다.
“……크다 크다 하더니만.”
파프닐의 눈이 살짝 커졌다.
‘……진짜 말도 안 되게 큰데?’
일전에 봤던 거대 벌 몬스터들도 성인 남성보다 좀 더 크거나, 멧돼지 수준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최소 트럭, 최대로는 작은 건물 정도의 수준.
“……끼이잉.”
복돌이가 꼬리를 말았다.
“왜?”
“저기에 찔리면 진짜 아플 것 같다, 멍.”
“당연히 그렇겠지.”
레벨 100만 넘어도 몬스터의 공격 한 번 맞는 게 슬슬 힘들어진다.
하물며 저기 몬스터들은 레벨 900.
방어 스킬이 없다면 스치자마자 죽거나 빈사 상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일단 싸워 볼까.”
파프닐은 대균열 2층으로 향했다.
일전에 보았던 숲속으로 가자, 거대한 나무 아래로 커다랗게 보이는 벌집이 보였다.
“무시무시하군.”
벌집 주변으로 몇몇 벌들이 웅웅거리며 움직인다.
“버섯 포자 소환.”
파프닐은 외차원의 버섯을 소환한 뒤 주변으로 퍼뜨렸다.
새하얀 포자 가루가 대기로 퍼져 나가다가 바람에 밀려 넘어갔다.
‘벌집이 맺힌 나무, 벌들의 날개 진동이 포자들을 밀어내고 있군.’
일단 적에게 닿으면 포자의 효과는 엄청나지만.
닿지 않는 이상 대미지를 줄 수 없다.
‘하는 수 없군.’
플랜 B다.
파프닐은 몸에 꿀과 금속을 묻힌 뒤 직접 벌집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벌들 특유의 주파수를 낼 수 없기에.
금속으로 무생물인 것처럼 위장해 벌집 안으로 잠입한 것.
밀랍 벌집 안으로 들어간 파프닐은 아래쪽으로 향했다.
벌집 아래의 빈 공간을 확인한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역시나 있군.’
구덩이 같은 곳 주변에 수많은 뼈들이 널려 있다.
벌들의 먹이가 된 수많은 마수들의 뼈.
파프닐이 손을 내젓자, 뼈들이 움찔거리더니 그 사이로 해골 병사들이 일어섰다.
“일단 안쪽부터 공격해 볼까?”
재차 손짓하자 흰색 가루가 해골병들의 몸을 하얗게 뒤덮었다.
독성 포자를 퍼뜨리는 감염 해골병의 완성!
“딱, 딱!”
“딱!”
파프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해골병들이 벌집 곳곳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벌집 안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우우우웅!
부우우웅!
-해골병이 역소환되었습니다.
-해골병이 역소환되었습니다.
연이어 뜨는 메시지.
“슬슬 몰려오고 있군.”
벌집의 벌들은 벌집에 상주하며 애벌레를 지키거나, 바깥에서 꿀과 먹이를 모은다.
그 벌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벌집에 적이 침입하는 것 외에는 없다.
파프닐은 지옥불 리치, 불깍을 소환했다.
“따깍…….”
“불깍, 태양을 띄워라.”
“……딱.”
불깍은 그대로 손을 위로 뻗었다.
다음 순간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끼이이이익!
벌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괴성을 내질렀다.
검은 태양.
하이퍼급 마법으로 하늘에 떠 있으며, 어둠 속성 몬스터에겐 엄청난 능력치 향상과 회복을.
적에게는 지속적인 대미지와 각종 저주를 내리는 스킬.
그러나 파프닐이 이것을 띄운 건 장기전 때문이 아니었다.
“떨어뜨려라.”
하이퍼급 스킬을 그대로 낙하시키라는 명령.
보통 유저라면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겠지만, 불깍은 주인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딱!”
“아주 잘했다. 이제 이 주변에 방벽을 치도록.”
파프닐은 금속 벽을 몇 겹으로 만든 뒤, 금속 지배 능력을 이용해 땅의 흙을 양옆으로 벌려 아래로 내려갔다.
주변에는 모래를 씌우고, 그 사이사이에 금속을 박아 넣어 기둥을 만들고 골조를 세운다.
마치 거북이의 등딱지처럼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는 몇 겹으로 미스릴, 오리하르콘 합금을 씌웠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맞아도 한 번은 버틸 수 있는 절대 금속 방어.
“여기서 죽으면 웃음거리 그 자체지.”
자신이 쓴 마법 때문에 죽는 건 평생의 수치.
준비를 마친 파프닐은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일이 시작되었다.
쿵.
금속 벽 바깥에서부터 격렬하게 진동이 다가오더니, 곧 땅 전체가 뒤흔들리며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쾅! 콰쾅! 쿵! 쿠쿠쿠쿵!
마치 산사태가 일어날 때 옆에 있거나, 건물이 무너질 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사운드.
끼이이이익!
키에에에엑!
벌들이 괴성을 질렀다.
“어디…….”
파프닐은 미리 밖에 대기시켜 둔 해골병의 시야를 열었다.
바깥의 상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갑작스레 떨어진 검은 태양은 그대로 나무와 벌집에 내리꽂혔고.
밀랍과 나뭇가지를 불태우고 떨어진 태양은 그대로 떨어지며 벌집의 형태를 속이 오목한 그릇처럼 만들고 있었다.
키이이이이이!
키이익!
벌집 안에 있던 수많은 애벌레, 벌 들이 불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주변에서 벌집을 지키던 전투 벌들도 벌집을 지키러 오다가 휩쓸려 불타올랐다.
“……엄청난 위력이군.”
파프닐은 숨죽이고 땅 밑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내리누르던 태양의 형태가 계란 노른자처럼 갈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폭발.
콰-콰콰쾅!
콰쾅!
엄청난 검은빛이 해골병을 비롯한 모든 주변을 휩쓸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알림 메시지가 뜰 때부터 커뮤니티 사이트를 켰다.
확인한 건 시계.
현실의 시간을 표시해 주는 이것이 가리키는 대로, 파프닐은 숨을 죽였다.
10분, 30분, 1시간.
2시간이 되었을 때 파프닐은 천천히 금속을 거두고 나왔다.
“……후.”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나무와 벌집은 완전히 사라졌고 수많은 벌집이 불타고 있었다.
“……실험은 성공했나.”
수많은 역병을 뿜어내는 검은 태양.
그러나 그 자체를 떨어뜨린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벌집은 물론 주변 나무와 숲 전체가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변해 버렸으니까.
“이 정도면 여왕벌이랑 벌집 하나를 말끔하게…….”
그때였다.
“네놈……!”
숲 아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저건…….”
거의 작은 건물만 한 초거대 벌.
여섯 개의 날개가 달리고, 정수리엔 푸른 눈동자가 달려 있는 노란 벌이 입을 딸깍거렸다.
“나는 범블비……. 우리의 동족들을 학살한 네놈을 심판하겠노라!”
범블비가 움직이려는 순간.
파프닐은 손을 뻗고 스킬을 사용했다.
[블랙 노바.]손끝에서 움직인 어둠의 마나가 마법진 형태를 이루더니, 검은 광선이 그곳에서 내쏘아졌다.
파지지직!
광선은 그대로 범블비의 날개 한쪽을 뚫고 지나갔다.
크기가 크기인지라 티는 안 나지만, 대미지는 꽤 준 것 같았다.
“크아악! 이놈!”
분노한 범블비가 그대로 날개를 퍼덕이며 쏘아져 왔다.
건물 하나가 덮쳐 오는 듯한 중압감.
그러나 파프닐은 가볍게 그것을 피하고 블랙 노바를 쏘았다.
드래곤 헌터에서 작은 섬만 한 드래곤도 상대해 본 그다.
이 정도 크기의 벌은 섬찟한 기분이 드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광선, 에픽 스킬치고는 상당히 괜찮군.’
블랙 노바를 쏘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위력과 정밀도만 따지면 진 미스틸테인을 개방시켜 휘두르는 검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절삭 및 관통력도 마찬가지.
시전 모션도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즉시 쏠 수 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이면 최상급 몬스터 및 플레이어들과의 전투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 스킬이 ‘마법’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얻은 창술 스킬, 근접 공격은 대부분 물리 공격력과 힘에 의존했지.’
파프닐의 스테이터스는 대부분 지식과 지혜에 가 있지만, 힘과 민첩, 손재주 등도 어지간한 랭커급으로 높다.
좋게 말하면 물리, 마법에 모두 능숙하지만, 사실 깊이가 얕다는 뜻이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의 단점.
다른 유저들이 알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칠 일이지만, 파프닐의 근접전 스킬은 전체 힘의 3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격 마법은 컸다.
7할을 차지하는 지식, 지혜 스테이터스 계수를 그대로 받아 쏜다는 것이었으니까.
철폭이 넓은 범위를 철 조각으로 휩쓴다면, 이것은 한 점으로 쏘는 공격.
‘그럼 이건 어떨까?’
요리조리 피하던 파프닐이 자성 제어를 사용했다.
다음 순간 범블비의 몸으로 철 가루들이 쏟아졌다.
“크아아아!”
“……이건!”
파프닐은 순간 놀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깟 쓰잘데기없는 공격을! 날 놀리는 거냐!”
자성 제어 스킬의 효과는 철 가루들이 달라붙는 것뿐!
그 외의 대미지나 추가 디버프 같은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범블비에게 공격할 틈을 주었을 뿐이다.
“죽어라!”
초음속을 넘어선 범블비의 형체가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키며 돌진했다.
해골병을 소환하거나 흑마법을 쓸 수도 없을 만큼의 급가속.
그렇게 가까이 온 범블비가 독침을 들이댔다.
그 순간.
까앙!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범블비의 몸이 막혔다.
주변으로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퍼져 나가는 가운데, 파프닐은 심호흡을 했다.
-마도 반전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지능, 지혜가 힘, 민첩 스테이터스로 변환되었습니다.
“……하아아아.”
파프닐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 아니 실제로 피가 끓고 있었다.
조영제를 맞은 것처럼 뜨거워진 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이거 대박인데?”
파프닐은 그대로 범블비의 독침을 잡아챈 뒤, 놈을 끌어당기며 궁드닐을 내질렀다.
“크, 캬아아아아악!”
다음 순간 범블비의 비명이 대균열 전체에 울려 퍼졌다.
***
-범블비의 갑각(이모탈)을 획득했습니다.
-10등급 다크 마나 스톤(이모탈)을 획득했습니다.
-2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과 골드 획득 알림을 확인한 파프닐은 숨을 내쉬었다.
“대충 느낌은 알겠군.”
세 스킬 모두의 사용법과 효용을 파악했다.
“다른 두 개는 쓸 만하지만, 자성 제어는 당장은 도저히 못 써먹을 스킬이다.”
블랙 노바는 공격용, 마도 반전은 근접전 특화용으로 충분히 사용 가능했다.
‘그래도 셋 다 좀 더 연구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지만.’
세 스킬들은 분명 강했지만, 이게 이 스킬들이 가진 능력의 전부는 아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파프닐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자성 제어, 이 녀석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아무튼 덕분에 벌 떼를 완전히 토벌할 수 있었다.
여왕벌도 벌집째로 태워 버렸으니 더 문제는 없을 터.
“꽤 애먹을 상대긴 했지만……. 이제 안심이군.”
남은 건 돌아가서 거점을 복구하는 것뿐.
그때였다.
막 파프닐이 움직이려 할 때.
대균열 안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불길한 직감에 파프닐은 그대로 근처 바위 밑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주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가득 찼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한 대형 벌들의 무리.
수많은 말벌 사이엔 범블비만 한 녀석들도 여럿 보였다.
‘맙소사, 엄청난 양이군.’
그 벌집이 끝이 아니었나.
입술을 핥던 파프닐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벌들의 무리가 갈라지며 아파트만 한 벌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직감이라는 게 있다.
뱀을 보면 본능적으로 기겁하고.
불에 닿으면 뇌가 생각하기도 전에 저절로 손을 빼는 것처럼.
저 말벌을 본 순간 바로 그 직감이 파프닐에게 외쳤다.
지금 나타난 저 아파트만 한 크기의 흑말벌이, 미스트 섬에 나타난 말벌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말이다.
“오……. 오오……. 오오오오!”
아파트만 한 크기의 검은 말벌이 울부짖었다.
“……범블비를 죽인 적이 이곳에 있다……! 놈을 찾아서 내 앞으로 데려와라!”
키이이익!
키이익!
벌들의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기괴한 형태로 움직였다.
‘……볼 건 다 봤군.’
파프닐은 귀환 스크롤을 써서 거점으로 돌아왔다.
“파프닐 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바위나 바닥에 걸터앉거나 누워 있던 전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눈에는 기대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사냥을 포기하고 도망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옥 같은 곳이지만 조상들의 터전인 이 섬을 버려야 한다거나.
혹은 모두 죽어야 한다는 두려움.
“그 벌들은…….”
“가능할 것 같더군.”
파프닐이 입을 열었다.
“어렵긴 하지만, 해볼 만해.”
퇴치 준비를 시작할 때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