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59)
559화
나이야탈라스파탄.
이 외차원의 마물들은 아주 오래전 차원 균열을 통해 이 차원으로 들어왔다.
한없이 벌에 가까운 이들은 곧 지옥 흑벌이라 불리게 되었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지옥 흑벌이라고 불렀다.
대균열의 깊은 곳.
막대한 마력이 오가며 공간을 붕괴시키는 그곳에 자리 잡은 이들은 곧 세상에 악명을 떨쳤다.
고대 신들의 전쟁에서 신들과 싸우고, 세계의 수호자인 드래곤과도 싸우고.
전쟁이 끝난 후, 질서를 잡고자 하는 신들에 맞서 마지막까지 싸운 게 이들 지옥 흑벌들이었다.
빅스비는 그런 흑벌의 왕이 될 개체 중 하나로 태어났다.
전대 여왕이 처음 왕이 될 유충들을 낳았을 때, 그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애벌레였다.
여왕의 젤리는 모든 형제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갔지만.
다른 형제들이 그것을 먹고 빠르게 탈피를 시작할 때, 빅스비는 애벌레 상태에서 덩치만 커질 뿐이었다.
형제들은 그런 빅스비를 비웃다가 이내 무시했다.
어차피 최후의 승자가 되면 저런 녀석 따위 한 끼 식사거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서로 간의 싸움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빅스비는 허약한 게 아니라, 성장의 포텐셜이 말도 안 되게 컸던 것이고.
애벌레 유충으로 주는 젤리만 받아먹고 살던 빅스비의 몸 안에, 차원이 다른 양의 마력이 쌓이고 있음을.
1차 탈피를 마친 빅스비는 2차 탈피까지 마쳐 성충이 된 형제 한 명을 덮쳤다.
탈피를 한 성충과 1차 탈피만을 한 유충 간엔 어린아이와 성인보다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투가 끝난 후, 패자를 먹어치우고 살아남은 것은 다름 아닌 빅스비였다.
이미 빅스비의 몸에 있는 마력은 형제는 물론 과거의 왕들마저도 능가할 정도.
다른 형제들은 그런 빅스비를 막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그들은 하나하나 패배했고, 빅스비와 하나가 되었다.
벌집의 왕이 된 빅스비는 수많은 젤리와 꿀, 그리고 고기를 먹은 뒤 2차 탈피를 시작했다.
수백 년의 수면을 마치고 나온 그는 그야말로 드래곤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이제 사냥의 시작이다.”
2천 년에 한 번 일어나는 벌들의 대사냥.
하지만 빅스비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미스트 섬은 물론, 지상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 없애고 강해질 것이다.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나온 지상에서, 그는 자신의 무리를 공격하는 아주 작은 인간을 만났다.
“죽어라!”
빅스비의 침과 독기가 인간을 노렸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가벼운 공격도 주변의 산을 부수고 땅에 크레이터를 팠다.
사방에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벌 독으로 새까만 독 안개가 깔리는 싸움.
그 속에서 인간, 파프닐은 죽지 않고 금속을 날려 보내거나, 검은 광선을 쏘았다.
“귀찮구나!”
인간이 쏘는 검은 광선에 맞을 때마다 날개에 구멍이 뚫렸지만 그뿐.
마력을 집중하자 파괴된 날개 부위가 곧바로 재생되었다.
“하잘것없는 인간의 힘으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빅스비의 날개에서 바람의 칼날들이 뿜어져 나왔다.
지상에 있던 해골병 수천 마리가 순식간에 조각조각이 났다.
화아아악.
빅스비에게서 비롯된 마력의 파장이 살충제를 밀어냈다.
엘리트 해골병들이 곳곳에서 창을 던지거나 검기를 날렸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는 단단함!
“소용없는 짓이다.”
엘리트 해골병들의 대부분은 근접전 위주.
공중에 떠 있는 데다가, 워낙 거대하고 껍질도 단단하다 보니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까이 붙으려 해도 날개에서 나오는 강풍 때문에 떨어져 나갔다.
압도적인 체급과 능력치의 차이.
빅스비는 독을 뿜고 벌침을 휘두르며, 천천히 파프닐을 섬의 바닷가 쪽으로 몰아갔다.
“딱딱…….”
해변가에 몰린 파프닐을 향해, 빅스비가 독침을 겨눴다.
피하려면 바다에 들어가야 하지만, 바닷물 속에서 움직임이 크게 제약되기에 사실상 죽음을 아주 조금 뒤로 미룰 뿐.
“벌레처럼 잘 도망쳤다만……. 여기까지다.”
말을 마친 빅스비가 곧바로 독침을 겨누고 돌진했다.
그 순간 파프닐은 미리 준비한 함정을 발동시켰다.
화르륵!
빅스비의 주변에 시뻘건 불길이 일어났다.
“이놈!”
빅스비는 코웃음을 치며 재차 공격하려 했다.
그 순간 그의 온몸이 번개라도 맞은 듯 멈췄다.
“이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주변에 있던 공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호흡을 할 수 없는 건 물론, 날개를 움직여 바람을 낼 수조차 없다.
결계 마법이 빅스비를 덮었고, 동시에 화염 마법으로 내부 산소를 순식간에 태우며 빅스비의 주변이 아주 잠깐 진공 상태가 된 것.
“놈……!”
땅으로 가까워지던 빅스비의 몸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력을 이용해 몸을 억지로 붙잡은 것이다.
“이딴 잔재주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일반적인 벌 몬스터, 하다못해 일반 지옥 흑벌이었다면 숨을 쉬지 못해 쓰러졌겠지만.
빅스비는 워낙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인지라 아주 잠깐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그리고 파프닐이 예상한 것도 딱 그 정도의 효과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제 됐군.”
“뭐라?”
“다들 소환 해제.”
주변에서 싸우던 해골병들이 한순간에 일제히 사라졌다.
다음 순간 파프닐은 채팅창에 준비한 신호를 입력했다.
불 모양이 그려진 이모티콘.
다음 순간, 하늘 쪽에서부터 빛의 기둥이 빅스비를 덮었다.
“크…… 크아아아아아!”
빛에 휩싸인 빅스비의 몸이 그대로 불타올랐다.
“……계획대로군.”
파프닐과 빅스비의 머리 위로 또 다른 그늘이 졌다.
하늘 위에서 뼈로 된 날개를 펄럭이는 본 드래곤.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광선이 신의 대답처럼 내리꽂혔다.
***
다이야마토.
일본 서버의 모든 자원이 모여 만들어진 이 전함은, 전쟁이 끝난 후 파프닐의 소유가 되었다.
사실상 일본 서버를 꺾은 전리품이자, 지금까지 얻은 보상 중 가장 값어치 있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물건.
파프닐은 이것의 외피에 마룡 파프닐의 드래곤 본을 덮어씌웠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금속 코팅이 된 본 드래곤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드워프들이 몽땅 달라붙고, 수많은 귀금속과 마나석을 써 개조한 끝에.
지금의 다이야마토는 단순히 위장뿐만이 아니라, 진짜 본 드래곤처럼 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파프닐이 주목한 것은 그 다이야마토의 주포 화력이었다.
“다이야마토의 주포……. 내가 저걸 써 보는 건 처음인가?”
밀레니엄 네오 하이퍼 아케인 플라즈마 야마토 블래스터.
이름은 길고 난잡하지만 위력만큼은 진짜다.
파이브스타에서 작정하고 지키던 거점 도시 하나를 단숨에 지도에서 지워 버린 게 그 증거다.
‘아마 진 미스틸테인을 써도 저것만큼 세진 않겠지.’
비교조차 되지 않을 거다.
파프닐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한 사람이 수많은 기계 장치로 이루어진 주포의 출력을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저 녀석도 끝이겠지?’
파프닐은 빅스비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빛의 기둥이 휩쓸고 지나간 폭심지 주변은 땅이 끓고 나무가 녹아 있었다.
벌들이건 해골병이건 전부 포격이 쏟아진 순간 사라진 상태.
“…….”
빅스비의 몸은 그 공격을 맞고서도 남아 있었다.
땅에 볼품없이 널브러진 채, 몸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놈……!”
시체처럼 있던 빅스비가 팔다리를 꿈틀거리며 돌진해 왔다.
“……!”
주포가 충전되기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금 이 녀석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놓칠 수는 없지.’
파프닐은 궁드닐을 뽑아 들었다.
“죽어라!”
빅스비의 거대한 몸이 땅을 쓸며 가까이 돌진해 왔다.
이미 파프닐이 어디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 상태이겠지만, 주변의 기척을 느끼고 하는 최후의 발악이다.
심지어 그 정도임에도 속도나 파괴력만큼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
돌진이 몸에 닿기 직전, 파프닐은 마도 반전을 사용했다.
그 상태로 뛰어오른 파프닐이 스킬을 사용했다.
[트럼페터.]종말의 창술.
검붉은 빛의 강기가 빅스비의 드러난 속살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힘 쪽으로 갔기에, 평소에 쓰던 것의 몇 배나 되는 막강한 공격력!
“크아아아악!”
빅스비가 마구잡이로 몸부림치자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파프닐은 천천히 피하면서 꾸준히 공격하는 쪽에 집중했다.
얼마나 체력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고, 대미지 욕심을 내다가 다 이긴 전투를 순식간에 지는 것보다는 살아남는 데 전념했다.
“딱, 딱딱!”
죽어 주는 역할은 해골병들의 몫.
외차원의 버섯 포자, 그리고 벌 대용 살충제가 내려앉으면서 빅스비의 몸에 대미지를 누적시켰다.
운동장만 한 몸이 요동치는 걸 피하고.
거의 자동차만 한 독침과 거대한 벌의 앞발들이 쏟아지는 것을 곡예와 같은 몸놀림으로 피한다.
관객은 없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강력한 적을 사냥한다는 것 자체이지.
누군가가 그걸 봐 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
연달아 찌르고 들어가던 창끝이 멈췄다.
“인……간……. 분하…….”
빅스비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눈이 빛을 잃은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그 상태로 늘어진 빅스비.
다음 순간 상태창이 나타났다.
-종말을 불러오는 벌, 빅스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빅스비의 독침(???)을 획득했습니다.
-종말의 창술의 스킬 북(하이퍼)을 획득했습니다.
-외신 천 개의 눈을 가진 자의 눈(하이퍼)을 획득했습니다.
-105골드 30실버 99코퍼를 획득했습니다.
-빅스비의 갑각(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지옥 흑벌의 망토(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한 번에 무려 5레벨이나 상승.
아무리 다이야마토의 힘을 빌려 잡은 강적이라 해도 엄청난 보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이퍼급 아이템을 무려 두 개.
레전더리급 아이템도 두 개나 얻었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스킬 북이지.’
종말의 창술의 전체 스킬 북.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창술 스킬도 보충된 셈이다.
‘……대박이군.’
보상을 확인하자 잡았다는 실감이 든다.
저절로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였다.
띠링!
메시지 함이 빛나며 새 알림이 나타났다.
-킨도르한 : 잡았어?
다이야마토에서 지시하던 킨도르한에게 온 메시지였다.
파프닐은 천천히 답변을 보냈다.
-파프닐 : 그래.
-킨도르한 : 후, 다행이다. 이걸로 안 되면 이 녀석 떨어뜨려야 하나 고민했거든.
-킨도르한 : 농담인 거 알지?
“후우…….”
헛소리하지 말라고 보내려던 파프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저 녀석의 메시지 덕분에 몸에 약간이나마 힘이 돌아왔다.
“자, 그럼…….”
우두머리 말벌을 잡았지만 아직 사냥은 끝이 아니다.
벌집의 중심은 전투 벌도 아니고, 일벌의 무리도 아니다.
여왕벌.
대균열 안쪽에 저 빅스비를 낳은 여왕벌이 남아 있다.
최종적으로 잡아야 할 녀석은 다름 아닌 그 녀석이었다.
‘경험치는 얼마 없겠지만……. 아이템과 꿀들만으로도 본전은 찾고도 남으니까.’
방해되는 보스 몬스터를 잡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싹쓸이 사냥의 시작이었다.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 볼까?”
대균열 쪽으로 움직이는 파프닐의 뒤로 해골병들이 따라붙었다.
불길에 비친 해골병들의 얼굴 속에서, 푸른 귀화가 번득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