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60)
560화
벌들을 가리켜 사회적인 곤충이라고들 한다.
거대한 군락을 이루어 벌집에 모이고.
계급에 따라 철저히 역할을 구분해 움직인다고 말이다.
지옥 흑벌도 그 특징을 철저히 모방했다.
수많은 벌이 하나로 모여, 빅스비의 지휘 아래 미스트 섬을 휩쓸고 정복했다.
각각의 마리들만 해도 네임드 몬스터급인데, 그런 놈들이 군대를 만들자 다른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약점은 있었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빅스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
군대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사라진다면, 흑벌 무리는 데이터 끊긴 스마트폰처럼 먹통이 되어 버린다.
붕붕붕!
부우우우웅!
파프닐은 그런 벌들을 하나씩 사냥해 나가며 대균열로 향했다.
‘지옥 흑벌들의 진짜 둥지는 그곳이 아니야.’
애초에 대균열 2층의 벌집은 빅스비 같은 초거대 벌을 키울 공간이 없다.
즉 지난번에 파괴한 그 벌집은 일종의 분점.
진짜 원조, 본점인 벌집은 그보다 훨씬 안쪽에 있었다.
‘추적은 간단하지.’
파프닐은 처치한 지옥 흑벌 한 마리를 데드 라이즈 마법으로 살려 냈다.
해골병으로 만드는 게 아닌, 생전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움직이는 시체 언데드.
“부르륵…… 부부부부!”
지옥 흑벌은 잠시 꿈틀거리다, 곧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가자.”
파프닐과 해골병들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대균열 아래쪽으로 날갯짓하는 지옥 흑벌.
‘벌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돌아가려는 장소, 바로 그곳이지.’
뒤따라가던 파프닐의 눈에 거대한 밀랍 덩어리가 비쳤다.
‘여긴…….’
대균열 5층, 용암 지대로 넘어가는 곳의 근처.
한랭 지대이지만 열기가 올라와 적당히 따뜻해진 그곳의 땅 위에 커다란 검은 밀랍 산이 있는 게 보였다.
‘저곳이군……!’
습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기온을 갖추고 있고.
주변에 어둠의 마나가 가득 흐르는 지맥까지 완벽한 명당 그 자체였다.
“덕분에 찾기도 편했지만.”
파프닐이 손을 내젓자 해골병들이 벌집 안을 공격했다.
“부우우우!”
“부우우!”
남아 있던 벌들이 독침을 쏘거나 턱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에 전투원이 아닌 육아용, 그리고 벌집 수리용 벌들.
해골병들은 순식간에 벌들을 정리했고, 얼마 후 여왕벌의 방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여왕벌을 잡기 전까진 끝이 아니지.”
벌집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여왕벌.
아무리 네임드인 벌을 잡았더라도, 여왕벌이 살아 있으면 벌집은 언젠가 다시 살아난다.
이참에 뿌리를 뽑아야 했다.
“여기군.”
쩌억, 쩍.
밀랍을 부수고 보스 룸에 입장한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네, 네놈은 누구냐……!”
“이건…….”
상체는 인간형에, 하반신 쪽은 벌의 형태를 띤 2m 정도의 형체.
일반 벌보다 작은 여왕벌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유체군.’
전대의 여왕벌은 빅스비를 낳고 죽었고.
그 뒤를 이어 새 여왕벌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리라.
“네놈……!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여왕벌이 말했다.
“빅스비와 전투 벌들이 돌아오면 넌 죽은 목숨이다!”
“빅스비는 죽었다.”
“뭐라고? 그게 무슨…….”
“탓하지는 않겠지. 놈이 먼저 우리를 죽이려고 했었으니까.”
“거짓말……! 거짓말이야!”
여왕벌의 더듬이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마다 페로몬 작용으로 나온 달콤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마 저 여왕벌과 빅스비는 단순히 여왕과 네임드 전투 벌이 아닌, 좀 더 깊은 관계이리라.
“말도 안 돼……. 그 녀석이 너 같은 인간 따위에게 질 리 없어! 그 녀석은…….”
“믿기 싫으면 믿지 않아도 좋다.”
파프닐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난 그 녀석을 이겼고, 이제 너희의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대화가 끝난 것 같자 해골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키이익!”
“킥!”
여왕벌을 지키던 일벌들이 달려 나섰지만, 해골병들은 능숙하게 일벌들을 제압, 처치했다.
1호가 입을 열었다.
“딱……. 죽일까요?”
파프닐은 대답 대신 여왕벌을 보았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임에도, 여왕벌은 흐느끼며 빅스비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흠…….’
지시만 내리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지만, 파프닐은 손을 거뒀다.
“아니. 저 녀석은 생포해라.”
“……딱.”
수많은 동료들이 벌들과 싸우다 죽었음에도, 해골병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여왕벌을 밧줄로 묶었다.
그 모습을 보던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꽤 큰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겠군.’
***
‘여긴…… 어디지?’
빅스비의 마지막 기억은 수많은 해골병들이 자신의 몸을 찢던 것이었다.
뜨거운 빛에 맞고, 몸에 구멍이 뚫리고 익어 버린 뒤.
마지막엔 인간과 해골병들에게 먹잇감으로써 다뤄지기까지.
분명 그렇게 죽었을 텐데.
‘나는 대체…….’
빅스비의 눈이 떠졌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크기가 수백 분의 1로 줄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성인 남성 두 명보다 약간 큰 정도.
그리고 몸에서 살과 근육이 사라지고, 대신 뼈와 금속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일어났군.”
다음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빅스비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인간 남성 한 명이 씩 웃으며 서 있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인간이자 자신을 죽인 원수 파프닐.
“네놈은……!”
“죽음에서 돌아온 소감은 어떻지?”
“……죽음에서 돌아왔다라.”
상황을 파악한 빅스비가 뇌까렸다.
아마 자신은 그곳에서 죽었고, 저 남자에 의해 언데드로 되살아난 것이리라.
“감사 인사를 해야겠군.”
“감사?”
“네 녀석 덕분에 죽음을 정복하고 돌아와, 다시 세상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으니…….”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된다.”
“안 된다고?”
“그래, 이젠 나를 위해 일해 줘야겠어.”
“내가…… 너를 위해서?”
빅스비의 앞턱이 딱딱거렸다.
“어리석은 녀석……! 이 마법을 믿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
자신을 시체에서 되살린 저 남자가 쓰는 마법.
그러나…….
“이까짓 것!”
빅스비가 날개를 펄럭이자 사역마가 네크로맨서에게 복종하게 하는 효과가 전부 사라졌다.
-빅스비가 사역 스킬에 저항합니다.
-빅스비가 사역 스킬의 무효화에 성공했습니다.
언데드 몬스터의 반란.
네크로맨서의 스펙이 낮으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파프닐의 스테이터스로 이런 일을 겪는 건 처음이었다.
마법을 부수고 언데드 몬스터가 된 빅스비가 말을 이었다.
“죽음을 초월한 나는 이번에야말로 이 섬을……. 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비록 언데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딱히 문제는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미스트 섬에 가득한 어둠의 마나를 받아들이기엔 그편이 나았다.
“나를 되살려 준 건 은혜이니, 되도록 편안하게 죽여 주도록 하마!”
그때였다.
파프닐의 옆에 있던 해골병 두엇이 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그 벌을 본 빅스비의 몸이 얼음이라도 된 듯 공중에 그대로 멈췄다.
“시, 시리, 어째서 네가 여기에……!”
“빅스비 님…….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이 녀석들을!”
여왕벌, 시리의 부르짖음에도 빅스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대로군.”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왕벌의 유체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 언데드가 된 지금도 효과가 있나.”
“그녀를 놓아줘라!”
“웃긴 소릴 하는군. 내가 왜 여왕벌을 놓아줘야 하지?”
놓아주면 빅스비는 당장 파프닐에게 독침을 들이댈 거다.
“지금부터는 처신을 신중히 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여왕벌도 네 뒤를 따라가게 될 거다.”
“이놈…….”
“나도 여왕벌까진 굳이 죽이고 싶진 않지만, 정 네 녀석이 계속해서 독침을 들이대면 생각을 다시 해 볼 수밖에.”
“크으으으윽……!”
빅스비의 독침이 파들파들 떨렸다.
“네놈……. 내가 이대로 널 꿰뚫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할 수 있으면 해 보든가.”
“멍멍! 으르르릉!”
복돌이가 이를 드러내며 꼬리로 땅을 쳤다.
누가 봐도 이쪽이 악당이고, 벌들 쪽이 정의의 히어로 같은 상황.
“나도 시간이 없으니, 빨리 결정해 주면 좋겠……. 복돌아!”
“크르릉, 컹컹컹!”
복돌이가 순간 여왕벌에게 얼굴을 가져다 댔다.
“꺄아악!”
기겁하는 여왕벌.
그 순간 빅스비가 급히 외쳤다.
“그만둬!!”
“그럼?”
“……약속하겠다. 네 녀석의 밑에 들어갈 테니, 여시리는 내버려 다오…….”
결국 빅스비는 파프닐에게 독침을 휘두를 수 없었다.
죽음조차 초월해 한층 강해진 지금.
마음만 먹는다면 저 녀석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럼 계약을 받아라.”
파프닐의 손에서 나온 검은 마나가 빅스비의 몸에 파고들었다.
-해골병 사역 스킬이 복구됩니다.
-곤충 스켈레톤 ‘빅스비’가 사역됩니다.
어둠의 마법이 빅스비의 육체와 혼을 속박했다.
만약 빅스비가 방금 전처럼 날뛰려 한다면 이 흑마법이 빅스비의 영혼을 잡고 이성이 없는 인형으로 만들 것이다.
“젠장…….”
이를 악문 빅스비에게 파프닐이 말했다.
“그럼 이제 계약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계약 조건?”
“너는 지상 전체를 지옥 흑벌들로 정복하고 싶어 했었지?”
미스트 섬은 물론, 섬 밖의 모든 세계에 있는 다른 포식자들을 정리하고.
신들의 간섭마저 꺾어 낸 뒤 벌들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야망.
“그래, 네놈에게 꺾였지만…….”
“내게 협력한다면 벌들의 땅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지.”
“벌들의 땅?”
“그래, 이 지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
흑마법사 베이스캠프.
흑벌들에 의해 한 번 완전히 파괴되었던 이곳은, 지금 복구가 한창이었다.
“움직여라!”
“딱딱딱.”
흑마법사들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해골병들이 부서진 목재를 치우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기존에 있던 몬스터들이 싹 다 사라져 있었기에, 밤에도 계속해서 쉬지 않고 작업이 가능했다.
“파프닐 님 덕분에 살았군.”
“저 밑에서 얼마나 있어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깊은 지하 광산이나 동굴들은 오래 있으면 건강을 해치고, 몸을 제대로 움직일 공간도 충분하지 않다.
벌들을 금방 처리해서 망정이지, 자칫하다가는 그곳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뻔했다.
“혹시 저희도 계속 여기 있어도 되겠습니까?”
“마을들은요?”
“돌아가 보니 벌들이 집을 전부 다 부숴 버려서……. 물론 공짜로 신세 질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도 복구 작업을 돕겠습니다.”
“뭐,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미스트 섬 원주민들까지 더불어 복구를 돕자, 베이스캠프와 주변은 실시간으로 건물들이 세워지고 배수로나 방책 등이 만들어졌다.
더 이상 몬스터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바깥의 숲이나 주변에도 계속해서 건물을 짓는 중.
파프닐이 칠흑의 사신과 가습기, 비타민을 부른 건 그때였다.
“우와, 재밌는 보스전은 혼자 다 즐겨 놓고서 이제 와서 불러낸 파프닐이네?”
“그 벌들…… 엄청나던데요. 정말 이겨서 다행입니다.”
“비타민 E는 식물성기름, 견과류, 토마토, 감귤, 브로콜리 등에 많으며…….”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세 사람을 향해, 파프닐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일?”
“지금 작업 속도로 봐선 아무래도 새로 제작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섬 중앙에 있는 연구소.”
미스트 섬에서 더 높은 레벨 구간의 사냥터로 가는 길은 두 곳.
첫 번째가 바로 대균열이고, 두 번째는 섬 중앙에 자리 잡은 연구소 건물이었다.
“이제부터 거길 공략할 거다.”
파프닐이 말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