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미스트 섬 중앙엔 연구소 시설이 하나 있다.
결계가 걸려 있는 튼튼한 담장 안쪽.
열대여섯 개의 성채, 그리고 중앙의 거대한 연구동으로 이루어진 연구소다.
이 연구소에 무엇이 있는지, 언제 누가 만든 것인지는 원주민들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선대 원주민들이 살던 시절에도 저 연구소는 계속 자리에 있었지만.
가까이 가려고 하면 공룡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조사한 결과, 파프닐은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연구소 주변에서 공룡 키메라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연구소 내부에서 거대한 발사 시설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
“아마 이 연구소 안에는 미스트 섬의 보스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빅스비가 특정 조건, 시간대에 나타나는 히든 보스라면, 연구소 안의 보스 몬스터는 일반 보스 몬스터.
“다수로 들어가는 것보다 소수 공격대를 짜서 공략하려고 한다. 혹시 파티에 끼고 싶지 않으면 가도 좋아.”
“그 벌들이랑 싸우고 바로 보스전이라…….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냐?”
기지개를 켜자 칠흑의 사신의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커흠, 헛기침을 한 가습기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서둘러야 해.”
“네?”
“이대로라면 3개월을 넘기기 전에 식량이 전부 다 떨어진다. 벌 놈들에게 타격을 너무 크게 입었어.”
거점은 물론 원주민 마을들까지 초토화된 게 컸다.
게임으로 치면 본진이 한 차례 무너진 데다, 자원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원주민들까지 합류하며 챙겨야 할 입은 더 늘어난 상황.
유일한 방법은 자원이 풍부한 멀티를 차지하는 것뿐.
물론 적의 병력이 가득 지키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있긴 하지. 전부 버리고 탈출하는 것.”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원래는 나 혼자 공략하려 했지만, 같은 길드원이니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그야 당연히 참가해야지.”
가장 먼저 대답한 건 칠흑의 사신이었다.
“그 정도 고레벨 사냥감이 가득한 곳은 쉽게 못 찾으니까. 스킬 수련할 때 허드렛일을 맡길 녀석들이 필요했거든.”
고레벨 던전엔 함정이나 미로, 복잡한 길이 많은 만큼 암살자인 칠흑의 사신은 큰 도움이 되리라.
“저희도 참가하고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투력이…….”
가습기가 말끝을 흐렸다.
기상술사인 가습기와 연금술사, 화학자인 비타민.
농업이나 대규모 세력전이라면 광범위한 약물 살포나 비료 등으로 큰 힘이 되겠지만.
던전 공략이나 레이드에서는 없느니만 못한 게 그들이었다.
“가습기와 비타민에겐 의뢰를 하고 싶군.”
“네?”
“벌들의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약물을 부탁하지.”
“……!”
지옥 흑벌의 여왕벌 유체를 손에 넣으면서, 파프닐은 남은 지옥 흑벌들과 비 스켈레톤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벌들을 고기 방패로 쓰고, 방어가 뚫린 사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계획.
“재료는 흑마법사들에게 말하면 가져다줄 거고, 부족하다면 커뮤니티 우편을 이용하고 나중에 내게 청구하도록.”
“알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파프닐은 다시금 대균열로 향했다.
약품이 완성되고 준비가 되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은 상황.
연구소에 돌입하기 전에 시험해 볼 게 있었다.
‘이 스킬들…….’
블랙 노바.
자성 제어.
그리고 마도 전환.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은 스킬이지만, 좀 더 연구를 한다면 훨씬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 게이머의 정점으로서.
그리고 그 후, 드래곤 헌터라는 극한 난이도의 게임을 마스터하다시피 한 게이머로서의 촉이었다.
‘연구는 당연히 실전으로 해야 하고.’
훈련장 같은 곳에서 스킬을 연습하는 유저들도 물론 많다.
그러나 파프닐은 훈련보다 실전을 중시했다.
‘훈련 같은 거 할 시간에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랑 아이템이 그만큼 더 들어오니까.’
어쨌든 이 스킬들의 연구를 마친 다음 연구소 안으로 돌입하면 된다.
“멍멍! 주인님!”
그때였다.
갑자기 다가온 복돌이가 파프닐의 앞에서 혀를 빼물고 말했다.
“보여 드릴 게 있다, 멍!”
“음?”
“새 필살기를 가져왔다, 멍!”
파프닐의 전투에서 복돌이는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이 된 지 오래다.
사실상 한 명의 플레이어보다 더 잘 싸우는 복돌이.
그런 녀석에게 새로운 필살기 스킬이 추가된다면 사냥 효율이 크게 오를 수 있었다.
“흠…….”
그러나 파프닐은 칭찬 대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그것처럼 하는 거 아니야?”
사실 복돌이가 필살기를 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동물 반란군을 처치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복돌이는 파프닐에게 필살기를 봐 달라고 대련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흔쾌히 대련을 받아들인 파프닐은 복돌이의 공격을 상대해 주다가 필살기를 막을 준비를 했고.
다음 순간 복돌이는 엉덩이를 파프닐에게 들이대며 외쳤다.
-멍! 도그 포그 브레스!
그때를 떠올리자 벌써부터 귀와 코가 시큰해져 왔다.
“아, 아니다. 멍!”
파프닐의 의심 어린 반응에 복돌이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번엔 입 냄새일 게 뻔한데.”
“진짜 이번엔 아니다! 멍! 이번엔 정말 고심해서 나온 거다. 멍!”
“흐음…….”
입술을 핥은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만이다.”
“멍! 알겠다 멍!”
처억, 자세를 잡은 복돌이의 눈이 빛났다.
‘이번엔 실수해서는 안 된다, 멍.’
복돌이의 눈앞으로 지난 몇 개월간의 기억이 영화처럼 떠올랐다.
***
“끼이잉…….”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이 난 복돌이는 눈물을 삼켰다.
도그 포그 브레스.
길거리의 개나 고양이들이 싸울 때 쓰던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자신만의 필살기다.
원거리 공격도 되고, 대미지나 상태이상 효과도 제대로 먹히는데.
어째서 주인님이 저렇게 화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좋은 필살기인데……. 모르겠다. 멍.”
결과는 스킬 봉인.
두 번 다시 그딴 스킬은 쓰지 말라고 했으니, 이 스킬은 어쩔 수 없이 봉인이다.
“브레스가 퇴짜를 맞았으니…….”
한숨을 내쉰 복돌이가 스킬 북 하나를 꺼냈다.
“그럼 결국 이것뿐인가, 멍.”
책장을 넘기자 그 안에는 원숭이의 그림과 몸 주변에 파도가 흐르는 듯한 꼬불꼬불한 선들이 적힌 게 보였다.
-몽키 매직(하이퍼)
“……멍!”
몽키 매직.
동물 반란군의 수괴 롱암이 쓰던 스킬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복돌이는 두 발로 선 채 노래를 흥얼거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신바람 김박사입니다…….”
가사를 말하면서 팔다리를 움직여 춤을 춘다.
리듬에 맞춰 꼬리와 엉덩이를 씰룩이는 것은 덤.
다음 순간 복돌이의 주변으로 푸른 마나가 모여들었다.
“꽃 피는 봄이에요, 앗싸!”
복돌이의 코에서 콧노래가 나왔다.
스킬의 효과도 있지만, 노래 자체로도 흥이 넘치는 노래였다.
‘이대로라면……!’
그때였다.
심호흡한 복돌이가 말을 이었다.
“몽키 몽키 몽……. 컹! 케헤취!”
-스킬 시전에 실패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모여 있던 푸른 마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폭발했다.
“깨갱!”
그대로 자세가 흐트러져 넘어진 복돌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일어섰다.
“끄응……. 힘들다, 멍.”
앞의 파트는 어떻게든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원숭이 나무에 올라가 파트, 그리고 몽키 매직을 부르는 가사 부분이다.
“자꾸 재채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마나를 모아 본격적으로 마법을 쏘아야 할 소절인 몽키 매직.
그런데 그 부분의 가사를 말하려면 매번 재채기가 나와 실패하고 만다.
“킁…….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멍!”
몽키 매직은 그야말로 복돌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스킬이었다.
쉴 새 없이 마법을 쏟아 내는 특성에, 타이밍만 맞추면 완벽한 무적 상태로 만들어 주는 회피 스킬까지.
심지어 이 스킬로 나오는 마법들은 지식이 아닌 힘 스테이터스로 공격력이 결정된다.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춰야 한다는 페널티(?)를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하이퍼급 스킬에 걸맞은 위력.
원숭이 녀석이 쓰던 스킬임에도 주인님이 자신에게 이 스킬을 준 것은, 그만큼 이 스킬이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좋아, 해 본다. 멍!”
복돌이는 그 후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재채기가 나오지 않도록 코를 휴지로 틀어막고 노래를 부르거나.
일부러 그 부분을 가사 없이 어중간하게 생략하려 해 보거나.
심지어는 재채기 안 나는 약을 먹고 노래를 불러 보았다.
결과는 모두 실패.
어떤 방법을 써도 마나가 흐트러지며 스킬이 취소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크흥! 킁!”
대신 얻은 것은 코가 얼얼할 정도의 통증과 어지러움.
바다 동물이 육지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일에 도전하는 기분이었다.
“젠장……! 난 왜! 햄볶할 수 없는! 멍!”
끈기 있게 수행하던 복돌이였지만 이런 상황에선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복돌이를 어둠 속에서 지켜보던 형체가 있었다.
“저 녀석인가옹?”
“……그렇소.”
검은 형체의 주변에서 나타난 닌자 자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 파프닐 놈의 애완동물이자, 인간의 편에 서 동물 반란군을 배신한 동물이오.”
“흥…….”
형체는 코웃음을 쳤다.
“인간이 먼저니 동물이 먼저니 하는 건 지겹다옹. 너희의 싸움을 자꾸 내게 말하지 말라옹.”
“그럼 어째서 우리의 의뢰를 받았지?”
“그야…… 고양이는 개를 죽이는 게 당연하니까다옹.”
말을 마친 형체가 걸어 나갔다.
다른 닌자 자라들이 말리기도 전 움직인 형체가 질문했다.
“네놈이 복돌이인가……?”
“멍?”
복돌이가 눈을 돌리자 형체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내 소개를 할 시간이군.”
“……?”
“나는 천 년 수행을 쌓은 레전더리 캣, 냐아옹이다옹.”
“…….”
복돌이는 주변을 둘러보고 표정을 굳혔다.
“크릉, 저 자라들이랑 같이 왔다는 건, 나를 적으로 보고 있다는 거 맞겠지?”
“굳이 자라가 필요한가옹.”
냐아옹은 그렇게 말하며 손톱을 세웠다.
“천년묘권, 마구마구 할퀴기!”
손톱 끝에서 나온 우윳빛 마력이 검기가 되어 복돌이의 전후좌우를 덮쳤다.
복돌이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뒷발 차기를 날렸다.
순식간에 수십 합의 공방을 교환한 양쪽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착지했다.
“크릉……!”
복돌이의 몸 곳곳엔 손톱 같은 찰과상이 났다.
반면 냐아옹은 팔에 개 발자국 모양의 멍이 찍힌 것 외엔 멀쩡했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멍.’
일단 물러난 뒤 주인님과 함께 싸우는 게 현명한 판단.
도망치려던 복돌이의 앞으로 몇몇 자라들이 내려섰다.
“어딜 가나.”
“넌 여기서 죽는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칠흑의 사신에게 쓰라린 패배를 맞이한 후.
다른 형제들은 게임 시스템의 단속으로 인해 곧바로 지성이 사라지게 되었다.
남은 건 운이 좋아 처리 과정이 취소된 그들 둘뿐.
주어진 두 번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단 파프닐 녀석의 강아지부터 목을 따고자 하는 게 이들의 계획이었다.
“도망은…… 못 치겠군. 멍.”
사방을 둘러본 복돌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파프닐 앞에서 보여 주던 순둥한 기색이 사라지고.
하늘을 상대로 이빨을 드러낼 듯한 투견의 형상이 등 근육에 나타났다.
“……야오오오옹! 아수라견이라, 오랜만에 싸우는 녀석이다옹.”
냐아옹은 히죽이며 말을 이었다.
“좋다옹! 이래야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옹!”
“……야.”
“……?”
복돌이는 현실에서 의족이 있던 왼쪽 앞발을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들어올 거면 빨리 들어와. 고양이 XX 앵앵거리는 거 참기 귀찮으니까.”
“야옹, 역시 수행 없는 투견 출신들은 어쩔 수 없다옹.”
말을 마친 냐아옹이 돌진해 왔다.
이에 맞서 복돌이는 포효를 터뜨리며 몸을 회전시켜 발 차기를 날렸다.
개와 고양이의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