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67)
567화
파프닐이 헤이, 허니비(HEY, HONEYBEE) 길드를 만든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남아도는 꿀을 팔아 수익을 내고, 양봉 지식과 포션 제조를 통해 남아돌아 문제가 될 만큼 채취되는 지옥 흑벌꿀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원인은 다름 아닌 비 스켈레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스켈레톤들이 일을 하며, 흑벌 무리가 모두 먹고도 꿀이 한참 남아돌게 되었다.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섬 전체가 꿀에 뒤덮일지도 모르는 상황.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꿀을 팔 거래처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는 프론티어 길드와 관련되지 않은 별도의 세력 육성을 위한 것이다.
플러시와 파이브스타 길드, 중국 서버 등의 적들에게, 프론티어 길드는 이미 시야 안에 들어와 있다.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대응하기 그만큼 쉬워진다는 뜻.
하지만 전혀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용병들과 언데드를 키운다면, 그런 적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적들과 싸울 때, 예상치 못한 순간 이들을 움직여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뜻.
갤럭시 크래프트나 월드 크래프트 같은 RTS 게임 유에 흔히 보이는 몰래 멀티 전략과 같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름 아닌 세이멍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이멍은 게임 속 동물들의 지배자이자 동물들의 신.
동물들의 자취나 움직임, 필드나 던전 곳곳에 남아 있을 흔적이나 조짐들을 모으면 거의 100%의 확률로 세이멍의 은신처가 나타날 것이라고 파프닐은 확신했다.
“제일 큰 게 바로 세 번째 이유지.”
미스트 섬의 공방.
파프닐은 제단을 하나 더 만들며 뇌까렸다.
세이멍은 주술로 현실과 게임 세계 양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녀석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싹을 잘라야 했다.
일이 시작되면 이미 늦은 뒤니까.
‘용병단들이라면 미개척지를 돌아다닐 거고, 얻을 수 없는 정보들도 얻을 수 있겠지.’
야허비를 찾은 건 존스 박사, 김 교수 덕분이었다.
프론티어 길드와 어떤 연관 관계도 없는 데다가.
양봉 경험자이면서 행적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호라이즌 유저.
적당한 사람이 없는지 찾던 파프닐에게 존스 박사가 한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나쁘지 않았지.’
일단 합격점을 만족하자, 파프닐과 야허비는 곧바로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야허비가 다른 길드에 다리를 걸친다면.
지옥 꿀벌의 마력꿀 공급을 끊어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헤이 허니비 길드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꿀 재고의 처리는 물론, 용병업과 정보 수집이라는 목표들까지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중.
‘이대로라면 조만간 세이멍 녀석의 은신처도 찾아낼 수 있겠어.’
그때였다.
파프닐의 커뮤니티창에 보이스 콜 알람이 들어왔다.
누가 보낸 건지는 뻔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인사부터 건넸다.
“네, 야허비 님. 말씀하시면 됩니다.”
-오……. 파프닐 군!
야허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 나왔다.
-정말……. 미안하네!
“미안하다뇨?”
-장비를……. 장비를 도둑맞고 말았다네.
“도둑……이요?”
분명 언데드 병사들이 장비를 지키고 있을 텐데.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실은……. 새로 영입된 용병들 중에 악성 카오틱 플레이어들이 있었던 모양이야.
정체를 숨긴 채 가입한 카오틱 플레이어.
이들이 노린 건 헤이, 허니비(HEY, HONEYBEE) 길드에서 대여해 주는 드워프제 장비들이었다.
일단 가입한 뒤 몇 차례의 의뢰 해결을 통해 신용을 쌓고.
드워프제 장비들로 전신을 무장하는 대출을 하자마자 연락을 끊어 버린 것이다.
-커뮤니티 채팅으로 어떻게든 계속 접촉하려 했지만, 패드립과 욕설만 돌아오더구만. 어차피 촉법이니 잡을 테면 잡아 보라고…….
“…….”
-모든 게 내 잘못일세. 내가 좀 더 사람을 잘 보고 판단했어야 하는데…….
야허비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연신 사과했다.
그럴 만했다.
드워프제 장비는 최소 600레벨대 이상에 에픽 등급.
인플레가 진행된 지금도 현금으로 교환한다면 6천~8천만 원 정도는 될 거다.
그런 장비 세트 다섯 개가 사라졌으니, 최소 3억에 달하는 피해가 난 셈이다.
믿고 맡겼는데 그런 사기를 당했다면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법적 공방에 들어가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심지어 절도죄로 고소하려 해도 상대 말대로라면 죄를 물을 수 없다.
그러나 파프닐은 태연했다.
“흠, 그렇군요.”
-정말 미안하네. 내가 어떻게든…….
“사과는 됐습니다. 그보다 템 먹튀한 녀석들은 누구죠?”
-문드, 다리오스, 울라프라는 놈들일세.
“알겠습니다. 그 건은 신경 쓰지 말고 작업하십시오.”
-신경 쓰지 말라니……. 설마 자네, 프론티어 길드가 움직일 셈인가?
“그럴 것까지도 없습니다. 이미 움직였을 테니까요.”
-으응?
그 돈을 뜯겼는데 신경 쓰지 말라니.
야허비가 더 물어보려던 순간, 집무실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길드 마스터님.
-응?
-연락이 두절됐던 세 용병이 스스로 찾아왔습니다. 모든 장비를 반납하고, 정말 죄송하다면서…….
-어엉??
경악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파프닐의 고개가 미미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파프닐 군, 이게…….
“보안 시스템이 잘 작동한 모양이군요.”
***
야허비가 파프닐에게 하소연을 하기 수 시간 전.
세 카오틱 플레이어는 아지트에서 축하의 연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궈궈던~!”
“크으…….”
“그 새X 안달 난 거 봤냐?”
“난 진작에 차단했지.”
세 사람은 한국 서버 북부 쪽에서는 악명이 높은 카오틱 플레이어였다.
파프닐과 오크 전쟁, 대형 전투가 있던 남부와 달리.
북부는 척박한 환경 덕분에 상대적으로 개척 진행이 더뎠다.
신대륙이 개방된 후로 북부의 사람은 더욱 줄어들었다.
고레벨 콘텐츠와 커다란 퀘스트들이 가득한 신대륙을 내버려 두고, 굳이 한국 서버에 있을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렇게 빈자리에서 이들은 남아 있던 히든 피스와 퀘스트, 보상과 세력 등을 독차지했다.
야만족 약탈단을 이끌고 마을을 약탈하며.
위험한 흑마법사 NPC나 부패한 영주.
학살자 등의 밑에서 일하며 보상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 왔다.
같은 플레이어도 약탈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모험을 즐기러 온 초보 플레이어는 모든 아이템과 골드를 내놓을 때까지 탈탈 털었고.
실력자인 랭커는 NPC의 힘을 빌려 처리했다.
어느덧 상위 랭커 1% 안에 들고, 북부에서는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 그들.
그런 그들의 다음 타깃은 다름 아닌 중앙 대륙에서 새로 나타난 길드들이었다.
“요새 동물 반란군 보상 얻고 레벨 올린 녀석들이 설친다던데…….”
“가 볼까?”
자신은 있었다.
프론티어나 파이브스타, 철혈 같은 쟁쟁한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새로 나타난 어중이떠중이들이라면 절대 그들 같은 베테랑을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저 꿀벌 길드가 돈이 많은 것 같은데……. 저기부터 하자.”
“어떻게?”
“일단 드워프제 장비부터 받아 볼까.”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헤이 허니비(HEY HONEYBEE) 길드에 가입한 그들은 드워프 장비 세트를 받고 곧장 탈주했다.
몇 번 추격대가 왔지만, 그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이걸로 놈들을 계속 때려잡으면 되는 건가?”
“그렇지.”
“이번에 털면 뭐 사지……?”
“벤츠나 하나 뽑자.”
“그거 좋네!”
그때였다.
세 플레이어들이 다음 계획을 논의하는 사이.
아지트의 입구 쪽으로 해골 기사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
“……!”
눈짓을 한 해골 기사들이 아지트의 철문을 검기로 베어 냈다.
그 뒤로 일제히 몰려드는 해골 기사들.
그러나 아지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무슨?”
해골 기사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널브러진 식탁 아래에서 도끼 세 자루가 튀어나와 기사들을 베었다.
“크하하하, 어딜!”
“크아!”
다리오스와 울라프는 마나가 잔뜩 들어간 도끼를 마구 휘둘렀다.
그때마다 해골 기사들의 팔다리가 하늘을 날았다.
“반격…….”
“빈틈을 노려!”
해골 기사,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고 창을 던졌다.
그 순간 나머지 한 명, 문드가 몸으로 앞을 막았다.
“드루와, 드루와!”
퍽, 퍽. 퍼퍼퍼퍽.
압도적인 HP로 공격을 전부 다 받아 내는 모습.
해골 기사, 마법사들은 모두 700레벨대 초반이었지만, 세 사람 모두 상위 1%급 랭커인 만큼 이 정도 적들은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이놈들이 추격자인가……?”
“쳇, 여기가 들키면 좀 멀리 가야겠구만.”
“근처에 다른 아지트가 있어.”
바깥의 기사들을 처리한 셋은 혀를 차며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5분 정도 걷던 중, 그들의 앞을 아까의 해골 기사들이 가로막았다.
“이것들이 진짜……!”
“죽어!”
재차 일어난 싸움에서도 10여 분 만에 정리하고 승리.
그렇게 움직이던 그들의 앞을 재차 해골 기사, 마법사들이 또다시 가로막았다.
한 번, 두 번, 네 번.
횟수가 쌓일수록 세 명이 해골 기사들을 쓰러뜨리는 데 드는 시간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열 번째로 온 해골 기사들을 막을 땐, 숨겨 둔 비기 스킬까지 쏟아 내며 간발의 차이로 살아남았을 정도.
“어…… 어떻게 된 거지?”
HP와 MP, 스태미나가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이 해골 기사들을 상대하는 데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말이 안 됐다.
“서, 설마…….”
“이 새X들…….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어.”
다리오스가 진땀을 흘리며 뇌까렸다.
“도대체 어떻게?”
“씨X, 이건 사기지! 핵 아냐?”
“신고해, 신…….”
“온다!”
어느새 11번째 해골 기사, 마법사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아니, 해골 기사와 마법사들이 아니다.
여기 있는 해골들은 전부 리치였다.
검을 휘두르고, 창을 내지르지만.
라이프 포스 베슬이 있어 무한으로 몸을 재생하며 다가오는 리치.
“제, 젠장.”
“으아아아!”
세 플레이어는 그걸 눈치챈 순간부터 싸울 의지를 잃었다.
무한히 부활하며, 그때마다 강해지는 리치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도주는 금세 가로막혔다.
아까의 몇 배.
수백 기에 달하는 리치들이 모든 도주로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놈들이냐……!”
“씨X, 누가 보냈어!”
마지막 저항도 순식간에 제압당한 세 명은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 꿇려졌다.
으르렁거리는 그들에게 리치들은 텅 빈 눈구멍에서 귀화를 빛내며 입을 열었다.
“허니 길드에서 장비를 받고 탈주했다지.”
“장비들을 반납하고 배상금을 내라.”
“……병……X, 하겠냐?”
울라프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촉법이야. 씨XXX들아.”
“해 보시든가. 야허비 그 XX부터 죽인다. 해 봐, 죽여 보라고!”
리치들에게 제압당했는데도 기세가 살아 있는 셋.
그러나 이어지는 리치의 말을 들은 셋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께서 먹이라고 한 이 약을 먹여야 한다.”
말을 마친 리치 한 명이 흰 포션을 꺼냈다.
“헉…….”
“화, 환생 물약……!”
문드, 다리오스, 울라프의 얼굴이 약물보다 하얗게 질렸다.
게임 속에서 이들의 악명은 그야말로 전과 수십의 중범죄자 수준.
지금까진 힘 때문에 살아남아 왔지만.
원한을 가진 채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다.
만약 레벨 1이 된다면 그들이 그때도 가만히 있을까?
“마지막 선택…….”
“……사, 살려 줘! 다 반납하고 시키는 대로 할게!”
문드가 외쳤다.
촉법소년이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문제를 막아 주는 것.
게임 속에서 칼날을 들이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좋……다.”
리치가 대답했다.
‘휴, 다행이다.’
‘일단 여기서는 좀 숙여 주고……. 저 녀석들이 소환 해제되면 바로 도망쳐야지.’
아직 기회는 남아 있었다.
소환물들이 영원히 소환되어 있진 않을 테니.
녀석들이 사라지거나 잠시 경계가 풀어진 틈.
혹은 로그아웃 로그인을 통해 빈틈을 만들면.
그때를 틈타 탈출하면 되는 거다.
‘일단 빠져나가면…….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거다.’
멀리 도망치면 아무리 저 녀석들이라 해도 찾지 못할 거다.
그때였다.
리치 한 명이 세 플레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
“……?”
“이제 모든 장비를 내놓고 맨몸으로 우릴 따라와라.”
“매, 맨몸?”
“팬티 바람으로??”
흠칫 놀라는 셋에게 모든 리치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너희 이름은 이제부터 춘식 1, 2, 3호다. 장비값과 위약금을 전부 다 치를 때까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