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69)
569화
세상 어떤 유저도 자동화된 기능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니터 앞에 엉덩이 딱 붙여서 해야 하는 고전 시대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보조 직업들이 돈을 받고 힐과 버프를 걸어 주고는 했다.
또 어떤 게임은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돈을 받고 낮은 레벨의 유저와 파티를 맺어 던전을 무한정 돌며 레벨을 키워 주었다.
소위 말하는 쩔 작업.
허니비 서비스는 당연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성행했다.
-요새 비싼 돈 주고 뭐 하러 아이템 얻냐? 걍 허니비 가면 되지.
-야 꿀벌! (돈) 넣을게!
점핑 시스템이 있다지만 초보들이 바로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점핑은 모든 유저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고, 점핑으로 레벨이 200, 300을 찍는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이 제일 낮은 레벨이란 건 두말할 것 없다.
가진 게 몸밖에 없는 유저들은 밖에서 신나게 노가다를 해야 했지만.
돈 좀 있는 유저들, 특히나 돈은 있지만 시간이 빠듯한 아저씨들 같은 경우에는 빠르고 간단한 성장을 원했다.
문제는 그런 유저들은 대개 근거 없는 자부심과 허영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법.
‘아, 내가 아이템이 구려서.’
‘아, 내가 스킬 숙련도가 딸려서.’
‘아, 파티원들이 게임을 못해.’
‘아,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전문적인 파티 서비스가 지금까지 호라이즌에 없던 건 아니다.
대부분 정말 재벌들이나 부잣집들을 대상으로 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쌌을 뿐이다.
이유? 간단하다.
애초에 호라이즌은 현금 거래가 되는 게임이다.
굳이 초보들 코 묻은 푼돈이나 긁어모으는 것보다, 자기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 가서 직접 뛰는 게 돈을 더 벌 수 있다.
힘들게 얻은 전리품을 자기한테 투자하는 게 아니라 현금화시키면 그게 일이 되는 거다.
따라서 그 이상의 수입이 없는 이상 그들은 초보들과 같이 사냥을 나서지 않는다.
시간 대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니비 서비스는 달랐다.
‘저렴한데?’
‘저렴해.’
시간당 3골드.
난이도에 따라 추가금이 붙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그 정도 금액밖에 안 든다.
물론 과거였다면 비싼 금액일 수도 있지만, 신대륙이 개척된 이후로 누구나 점핑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으로서는 초보자들에게도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야 허니비 서비스입니다.
물론 파견되는 용병들이 좀 무섭게 생긴 게 흠이긴 하지만…….
‘역시 내 실력은 좋다니까.’
-김제훈 고객님, 나이스 배쉬!
용병의 탈을 쓴 리치들은 말 그대로 성심성의껏 고객들을 우선하며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들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기에 자존심 같은 것도 없었다.
‘아! 왜 몹 막타 치세요!’
-고객님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기에……. 죄송합니다.
‘아! 진짜, 그거 먹으면 레벨 업인데! 어떻게 책임질 거야?’
-다음 몹은 무조건 막타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뱃심만 그득한 초보 아저씨들의 강짜짓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
움직임이 딱딱한 게 흠이긴 하지만 레벨 600대로 레벨 2~300 정도의 초보자들 정도는 능히 캐리할 수 있는 스펙을 바탕으로 허니비 서비스는 한국 서버뿐만이 아니라 글로벌적으로도 유명해져 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 근데 레벨이 올랐는데도 사냥이 왜 이리 힘들지?’
‘허니비 부를까? 근데 이제 돈도 없는데…….’
좋은 낚시꾼은 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 준다 했다.
하지만 허니비 서비스는 그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고객 만족을 우선으로 최상의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고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허니비 서비스를 이용한 플레이어들은 도태되어 간다.
‘내 레벨이면 이제 한 번 부를 때 드는 비용이……. 쩝.’
그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저렴했던 서비스 금액도 점진적으로 늘어만 갔다.
야허비도 파프닐도 자선사업가가 아니니까.
따라서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허니비 서비스를 쓰다가 저도 모르게 대부분의 골드를 탕진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투 경험도 쌓지 못하고 레벨만 오른 플레이어들이 맨몸으로 필드에 나가서 사냥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었다.
지금은 몇몇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너무 강력해서 마모된 감이 있지만, 애초에 이 게임은 한 마리의 동 레벨 몬스터를 잡는 데 4인 기본 파티가 전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하드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자존심만 강한 초보자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저, 혹시 외상은 안 되나요?”
따락.
전사 김부장의 물음에, 그간 그와 수십 번의 사냥을 나섰던 용병이 고개를 돌렸다. 로브 후드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언제나처럼 그림자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외상은 곤란합니다, 고객님.”
“그럼 어떻게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해서라도…….”
“…….”
분명히 느껴지는 시선에 전사 김부장은 땀을 삐질 흘렸다.
지금까지 그가 갑질을 해 온 이 허니비 용병은, 로브에 그려진 귀여운 꿀벌 마크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실력의 소유자.
듣자 하니 소문에 의하면 장비를 고의로 망가트리거나 돈을 떼먹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징벌과 응징을 가한다던데…….
‘……으으, 괜히 물어봤나?’
“고객님.”
“에, 예?”
“가진 돈이 부족하신가 보군요.”
“예에……. 뭐, 그렇죠.”
전사 김부장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그러나 들려온 건 온화한 목소리였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하하. 안 그래도 저희 헤이 허니비에서 그런 고객님들을 위해 특별한 플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트, 특별한 플랜이요?”
용병은 품속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더니 척, 하고 전사 김부장에게 내밀었다.
바로 입사 지원서였다.
***
필드와 던전에서 새로운 길드원들이 생겨나는 동안.
강제로 헤이 허니비 길드에서 묶여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아…….”
대륙 서부, 미노스 광산.
겉으로는 동물 반란군이 쓸고 지나간 동굴이지만.
사실 이곳엔 엄청난 양의 골렘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미스릴들이 잠들어 있다.
고급 장비에 반드시 들어가는 귀금속인 미스릴.
하지만 이걸 캐기 위해선 골렘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
최소 600레벨이 넘는 골렘들은 움직이는 생명체를 보면 곧바로 선공을 날릴 정도로 흉포하다.
야허비 길드가 싼값에 사들인 이 주변은 별다른 개발도 없이 방치된 상태.
그 아래에서 미스릴들을 캐내는 건 해골병도, NPC도 아니었다.
“허억. 허억.”
“아이고, 힘들다.”
문드와 다리오스, 울라프는 곡괭이를 휘두르며 진땀을 흘렸다.
한때 북방의 학살귀라 불리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성실히 광산에서 광물을 캐는 산업 역군, 아니 호라이즌 역군이 된 지 오래.
게임 바깥의 그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 모습이었다.
“하, 씨……. 언제 작업 끝 사인 나오나.”
“그 소리 50번째 듣는 것 같다.”
“씨X, 그럼 어떻게 하냐고. X같이 힘들어 죽겠는데.”
문드는 울라프에게 대꾸하다가 칼칼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
-광산 먼지를 들이마셨습니다.
-스태미나 회복 속도가 저하되었습니다.
“크아악……!”
50분 같은 5분이 지난 후.
마침내 그들의 귓가에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작업 끝! 휴식!”
“후아아.”
“와! 씨X, 드디어!”
“가자.”
세 사람은 곡괭이와 미스릴 자루를 들고 위로 향했다.
다른 갱도들에서도 그들과 비슷한 차림의 남녀 플레이어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허니비 길드와 거래하며 내용물에 장난질을 치거나, 드워프 장비를 먹고 도망치려던 사기꾼.
혹은 무력으로 길드의 재산을 털려던 약탈자들이었다.
레벨은 3~400부터 700대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공통된 점이라면.
모두 허니비 길드의 최정예 리치들에게 당했다는 점이다.
“광물은 이쪽으로!”
“제출하면 주거 구역으로 가도록!”
갱 입구엔 리치 해골병 여럿이 자리 잡은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문드와 다리오스, 울라프가 그곳으로 가 자루를 내밀자 해골병은 무게를 잰 뒤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12만 허니카니까 변제를 빼면 1.2만이군.”
“너는 9.8만 허니카, 변제를 빼면 4.9만 허니카다.”
“너는 10만 4천 허니카, 여기 5.2만 허니카다.”
광산에서 일하는 플레이어들은 캐낸 미스릴 광석의 양에 따라 허니카를 지급받는다.
허니카의 가치는 1허니카당 1원가량.
벌어들인 허니카의 절반은 무조건 빚의 변제에 쓰이지만, 나머지는 플레이어 본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추가로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매점에서 술, 음식을 사서 가상현실 속 식도락을 즐기거나 좋은 곡괭이, 목장갑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바깥 녀석들도 이걸로 월급 받는다던데.”
“리얼?”
“리얼. 우리의 열 배래.”
“쓰벌……. 일은 여기가 열 배만큼 더 힘든데, 돈은 그쪽이 더 받네.”
하루 종일 광물을 캐야 10여만 원, 그중에서 절반은 강제로 배상금 변제에 쓰인다.
바깥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벌던 시절에 비하면 푼돈이나 다름없는 벌이.
“X 같은데……. 그냥 접을까?”
“캐삭하고 다시 만들어?”
문드는 투덜대며 바닥에 누웠다.
셋 모두 진짜로 그럴 의지가 있었으면 진짜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러기엔 키운 캐릭터와 받고 있는 허니카가 아까웠다.
뜯어먹고 있지만, 아예 게임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
“에라이……. 씨.”
할 수 있다는 게 없는 걸 안 문드는 공연히 발에 힘을 주어 찼다.
다음 순간 아래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 어떤 XX야!”
텁수룩한 밤송이 수염 중년 남자가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난데?”
“이 새X가 사람 머리를 쳐 놓고…….”
“어쩔 건데? 꼽냐? 꼬우면 니도 치든가. 대머리 주제에.”
리치들에게 잡히긴 했지만 문드도 한 성질 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죄수들 모두, 바깥 세계에서 허니비 길드를 상대로 사기를 쳐 볼 만큼 한가락 하던 유저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놈이!”
“크악!”
밤송이 수염 남자의 주먹질로 시작된 싸움은 곧 다른 죄수들이 끼어들며 난장판이 되었다.
리치 해골병들이 곧바로 개입해 싸움을 막고 제압하지 않았다면, 광산 전체가 휘말렸을 정도.
“……모닝샤인에겐 벌금 30만 허니카, 문드에게는 벌금 50만 허니카.”
“내가 왜 더 많아?”
“그야 네가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리치 해골병들은 몸을 구성하는 뼈만큼이나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까지 털어 왔던 유저들과 달리 힘으로 윽박지르는 게 통하지 않는 상대.
문드는 화를 내거나, 상대방 탓을 하다가, 협상을 시도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울면서 하소연했다.
그러나 리치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
순식간에 50만 허니카를 빼앗긴 문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5일 치 보수가 순식간에 날아간 데다가, 블랙리스트에 찍혀 매점 및 휴식 시설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다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이곳은 현실과 달랐다.
“X……바……알…….”
이를 악물고 있던 그에게 누군가가 접근해 왔다.
“이봐요, 형씨.”
“뭐야, 넌.”
“난 윈드시프란 사람인데. 아까 당신이 잘못 없이 끌려가는 걸 봤었단 말이지.”
“……그래서?”
퉁명스레 대답하던 문드였지만, 남자와 계속 말을 섞으며 어느 정도 화가 풀렸다.
윈드시프란 남자는 기가 막히게 문드의 편을 들어 주면서, 적당히 기분을 풀어 주었던 것이다.
“흠흠, 말이 길어졌군. 아무튼 보니까 형씨가 꽤 똑똑해 보여서 말인데.”
“내가 좀 그렇긴 하지.”
“그럼, 그럼. 그래서 제안할 게 있는데…….”
“무슨?”
“형씨, 혹시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거 아시우?”
“돈 놓고…….”
“마작, 섰다, 뽕, 친치로 같은 것들 말이요.”
“…….”
“잘만 풀리면 아까 벌금 낸 것 따윈 순식간에 메우고도 남는다니까? 어때요. 오늘 한 번에 따서 여기 당당하게 나가지 않을라우?”
“……해.”
“응?”
“안내하라고! 그런 게 있으면 진작 알려 줬어야지.”
앞장서서 걸어가는 문드.
그 뒤를 걷던 윈드시프의 눈이 음흉하게 반짝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