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바란왕국.
국가 하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생각보다 이 땅의 크기는 압도적으로 넓다.
호라이즌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바란왕국 바깥으로 나간 유저가 극히 드물 정도.
단순히 크기만 클 뿐 아니라, 대도시나 콘텐츠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 바란왕국 전체가 오크들과의 전쟁에 휩싸였다.
자연히 수많은 전선이 난이도별로 생겨났고, 모든 유저가 자리 걱정 없이 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곳만은 달랐다.
인원수 제한도 전혀 없지만, 이곳만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극한 전선 (헬)(0/무제한)
항상 0명으로 적혀 있는 입장창.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이벤트가 시작되자 각 길드는 모든 난이도 전선에 정찰대를 보냈다.
각 길드의 2군. 최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정찰대다.
결과는 참담했다.
-출몰 몬스터 최소 레벨 180, 엘리트, 보스 몬스터 다수 출현, 사천왕 반드시 출현.
-트롤 보스 확인, 오러 사용 오크 기사단 확인.
말도 안 되는 오크 진영의 군세.
그래도 문제 되는 게 전장의 난이도뿐이라면 어떻게든 도전했을 것이다.
-사망 시 레벨 1 다운, 일반 사망 시와 페널티 동일. 이후 추가 1일 동안 모든 오크제국의 발호 이벤트 관련 콘텐츠 개입 불가능.
하루 불가.
헬 모드에 도전할 정도의 플레이어라면 대부분 랭커를 노리는 고수들.
그런 이들에게 하루 게임 접속 불가 페널티?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이벤트 기간.
그 간극을 메우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게 될 터.
‘……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지금이 기회다.’
파프닐은 눈앞의 대평원을 보았다.
“게시판으로만 볼 땐 몰랐는데, 진짜 무시무시하긴 하군.”
지평선 너머에서 중무장한 오크 기사단이 다가온다.
갑옷을 두른 트롤들이 집채만 한 쇠 곤봉을 든 채 선두에 서고.
수만 마리의 정예 오크가 그 뒤를 따른다.
‘못해도 십만 마리 이상이군.’
혼자 서 있자 숨이 절로 막히는 광경.
저런 걸 유저들이 상대하려니 답이 안 나올 만도 했다.
원작 소설 시점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모든 상위 길드가 뭉쳐도 저 군대에 비해 힘이 부족했다.
그래도 파프닐은 태연했다.
“다들 준비됐나?”
“예!”
“좋아, 바란왕국에 영광을!”
“하!”
두두두. 파프닐의 뒤쪽에서 은빛 갑옷을 입은 병사와 기사 들이 가까워졌다.
-바란 왕실 기사.
-바란 왕실 기사.
-바란 왕실 기사.
금빛 사자 문양을 새긴 갑옷과 방패.
바란왕국의 최정예 기사단인 왕실 기사단이다.
그 뒤를 수많은 병사와 마법사 들이 따랐다.
“후. 후.”
전장을 눈앞에 두고도 규칙적인 숨소리.
정예병이었다.
“왕국을 위하여!”
“발사!”
슈슈슈슝, 마법사들의 마법이 움직였다.
오크들의 머리 위에서 불덩어리가 터지고, 번개가 내리쳤다.
“취취익!”
“췩!”
천재지변급의 재앙.
그러나 막상 오크들은 생각보다 많은 수가 살아남았다.
“공격해라!”
“막아라!”
수많은 인간 NPC가 오크들을 맞이해 싸운다.
수만 대 수만의 전투가 일어나는 전장의 풍경은 장엄함마저 느껴졌다.
‘예상대로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유저 숫자가 부족하면 NPC들이 지원한다는 게 사실이었어.’
유저들이 많이 참가한다고 하지만, 비는 전선이나 열세인 전선, 혹은 사람이 빠지는 시간대가 생길 수 있다.
그때 유저들을 지원하는 게 바로 바란왕국군 NPC들이었다.
‘그럼 NPC 버스 좀 타 볼까.’
파프닐은 해골병과 페넬로페를 소환했다.
그때였다.
“뭐 하나! 장비도 안 고르고.”
장비를 가져다주는 보급관이 온 것이다.
“자, 이것들을 입게.”
[왕국군 정예병 갑옷 상의]-등급 : 노말
-레벨 제한 : 110
-내구도 : 200/200
-물리 방어력 : 205
-마법 방어력 : 7
-5세트 효과 : 원거리 물리 공격 대미지 12% 감소
-설명 : 바란왕국군 병사의 정예 갑옷이다.
[왕국군 정예부대 창]-등급 : 노말
-레벨 제한 : 110
-내구도 : 140/140
-물리 공격력 : 160~180
-설명 : 바란왕국군 병사가 사용하는 정예부대의 창이다.
헬 난이도 전선의 오크들이 전부 정예다 보니, 이에 맞서는 왕국군의 장비들도 일반 전선과 달랐다.
한층 더 튼튼한 갑옷과 날카로운 창칼로 무장한 해골병들이 정렬한 모습.
‘좋아, 이 정도면 최소한 툭 치는 걸로 부서지진 않겠군.’
시간은 돈이다.
파프닐은 곧바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페넬로페.”
“무슨 일이지?”
“작전을 바꾼다. 날 따라다니지 말고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어차피 이제부터는 굳이 모여 다닐 이유가 없었다. 수만 단위의 싸움에서 해골병 수십은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무력했다.
“벨, 너도 마찬가지다.”
“명령을 받들게요.”
“너무 무리하진 말고, 왕국군을 도와 보조하는 식으로만 싸우도록.”
어디까지나 왕국군 NPC들의 서포트 역할.
파프닐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 강조했다.
“되도록이면 막타는 절대 양보하지 말고, 놈들의 뒤를 노려라.”
“막타?”
‘왜 막타를 쳐야 하는 거지?’
페넬로페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별말 없이 지시를 받아들였다.
“알았다, 그게 명령이라면……. 따르겠다.”
스륵, 검을 뽑은 페넬로페가 전장으로 향했다. 뒤이어 박쥐로 변한 벨이 사라졌다.
파프닐은 재차 명령을 내렸다.
“2호, 너는 해골병 열 기를 이끌고 후방에서 무기랑 갑옷을 계속 리필해. 나머지는 각자 흩어져서 적에게 위협을 당하는 병사들을 돕도록.”
“딸각!”
“막타를 노리라는 건 너희들도 같다, 오케이?”
“딱!”
“혹시 무기가 부족하면 거점으로 가서 보충해.”
“따닥!”
고개를 끄덕이는 해골병들이었다.
지시를 내렸으니 이제 싸울 차례.
파프닐은 해골병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섰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긴장감이군.’
피유우웅, 쿵!
바로 옆으로 투석기의 돌이나 마법이 날아와 터진다.
VR을 이용한 게임으로는 느끼기 힘든 긴장감!
‘그럼 싸우러 가 볼까?’
파팟, 그대로 달리던 파프닐이 고개를 양옆으로 돌렸다.
그러던 도중 어느 곳을 발견한 파프닐이 빛을 냈다.
‘저기다.’
그대로 그쪽으로 달려간 파프닐이 검을 휘둘렀다.
“취엑!”
NPC 병사 한 명을 밀쳐 내고 찌르려던 오크의 가슴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괜찮습니까?”
“아, 아…….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전 이만.”
파프닐은 병사를 본체만체하고 다른 곳으로 달렸다.
잠시 후 다른 희생자를 본 파프닐이 그쪽으로 향했다.
‘저 오크들 모두 레벨이 140 이상인데, 특수 병종들이랑 트롤까지 감안하면 싸움은 불가능하다.’
파프닐의 레벨은 현재 116.
20레벨이 넘는 차이를 상대로 그냥 싸워 봤자 병사 한 명만 못하다.
그렇다면 파프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정답이었다.
‘NPC랑 싸우는 놈들만을 찾아서 막타만 친다!’
유저라면 경험치를 나눠 받겠지만, NPC를 도울 경우 경험치는 전부 파프닐의 것이 된다.
사실상 폭업 시즌이 한 번 더 온 것과 다름없었다.
‘꼬우면 NPC가 막타 가지고 따지라고 하든가.’
다른 길드나 랭커들은 꿈에도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아무래도 벌써 해골병이 막타를 치기 시작한 듯했다.
‘이거 한동안은 바쁘겠군.’
씨익, 파프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
2차 전선이 시작된 후 4일이 지났다.
그동안 파프닐은 새벽같이 전선에 나섰다가 늦은 밤에 접속을 마치길 반복했다.
식사와 운동, 용변 등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시간을 전선에서 보내는 살인적인 일정!
조금 여유롭게 해도 되긴 하지만, 눈앞의 이득을 두고 농땡이를 피울 순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헌도 10만 점을 달성했습니다.
-압도적인 공헌도를 쌓았습니다. 전선의 일반 정예병들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고위 지휘관과 귀족 들이 당신의 말을 주의 깊게 듣습니다.
-새로운 업적 ‘야전 지휘-엘리트’를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베테랑 지휘관’을 획득했습니다.
-카리스마가 +1 상승했습니다.
-혼자 참전한 전쟁터에서 열흘 연속으로 MVP를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업적 ‘고독한 전장’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전장의 모험가’를 획득했습니다.
-힘이 +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지혜가 +1 상승했습니다.
-카리스마가 +3 상승했습니다.
각종 공헌도와 칭호를 쓸어 담으며 스테이터스 획득.
덕분에 공헌도는 10만이 넘었고, 레벨도 5나 올라 121이 되었다.
“생각보다 막타 전략이 잘 통하는군.”
워낙 오크들이 강하다 보니 막타 경험치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큰 공이다.
병사들의 지휘, 혹은 기사 구출이나 거점 방어 같은 퀘스트 보상은 덤!
덕분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서버의 공헌도 1위가 되었다.
-파프닐 10만 돌파 ㅊㅊㅊㅊㅊ
-대박!
대형 길드에게 치이고, 해외 유저들에게 밀리던 와중 들려온 희소식.
-대한민국의 자존심!
-근데 진짜 어떻게 혼자서 저렇게 벌었냐. 지금 길드들 다 죽 쑤고 있지 않음?
-그러게. 요새 이지 난이도 전선에서 보이지도 않던데. 노말이나 하드로 갔나?
-ㄴㄴ 안 보임.
유저들은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면서, 파프닐이 어떻게 그런 점수를 벌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다 때려치워!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죄송합니다!”
한편 용혈문은 난리가 났다.
“물샐틈없이 수색하고 있다며! 근데 저 새끼는 뭔 재주로 공헌도를 벌고 있냐고! 버그 쓰냐?”
“죄송합니다, 외부 퀘스트도 알아보겠습니다.”
“내가 말하기 전엔 생각도 못 했단 거지? 아냐, 하지 마. 내일부턴 접속도 하지 말고.”
용혈문 길드의 길드마스터 진용왕.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그였기에, 파프닐의 소식을 들었을 때 길길이 날뛰며 바로 추적대를 보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용혈문 추적대가 죽 쑤는 사이, 파프닐은 10만 점을 찍고 전 세계 공헌도 1위가 되었다.
“놈! 두고 보자, 어디서 공헌도를 벌었는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길마님. ”
그때였다.
지켜보던 간부 김건마가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버그 아닐까요?”
“버그?”
“네. 호라이즌은 버그가 없다고 하지만, 치트나 바이러스 같은 걸 쓸 수도 있지 않습니까.”
“흠…….”
“물론 길마님께서도 생각하셨겠지만, 운영진에 제보를 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여쭤보는 겁니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버그가 맞으면 운영진이 알아서 제재할 테고, 아니면 소재를 좁힐 수 있을 테니까.
“안 그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걸 제안한 건마 네가 한번 총대를 메 보도록.”
“알겠습니다. 바로 문의 넣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되겠냐?”
“증거 자료로는 척살조들이 모은 스샷이 있으니 충분히 볼 겁니다.”
“……좋아! 움직이도록.”
“네.”
용혈문이 영입 제안을 한 사람들은 모두 잠재력이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네임드들이었다.
가지지 못한다면, 언젠가 용혈문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커지기 전에 부숴 버릴 뿐이다.
한편 파프닐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번에 간 곳은 다름 아닌 수도.
뒷골목으로 향한 파프닐은 곧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요새 좀 잘나가던데? 부럽다?”
히죽거리며 인사하는 킨도르한.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 얘기 때문에 온 참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