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0)
570화
지하 광산, 성벽이나 요새 건설, 먼바다로 나가는 항해. 혹독한 눈보라가 부는 극한지 경비, 정글 속 과일, 약초 채집, 연금술 공장 근무.
허니비 길드에 잡힌 채무자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힘들고 더러우며 위험한 3D(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배치가 되었다.
하루 종일 작업을 하고 얻는 보상은 10~15만 원가량.
그마저도 절반은 꿀벌 포션값이나 드워프제 장비로 생긴 배상금을 변제하기 위해 떼어 간다.
다 뒤집어엎고 싶지만 힘에서 밀리니, 어쩔 수 없이 시키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파프닐이 도입한 허니카 시스템 덕분에 악성 채무자들이 완전히 게임을 접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소한의 동기 부여와 보상, 그리고 휴식을 남겨 줌으로써 망설임을 부여한 것이다.
캐릭터를 완전히 삭제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쓴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일을 해 빚을 갚고 캐릭터를 보전할지에 대한 것.
사실 악성 채무자들에게 있어 그 정도의 노동은 몸풀기 운동밖에 안 될 것이다.
현실이라면 몰라도 게임 속에는 스테이터스가 있다.
혼자서 검을 휘둘러 거인을 베어 내고, 마법으로 반경 수십 미터를 얼려 버리는 초인들이 된 사람들.
그런 그들이 단순 노동 따위에 힘들 리 없었다.
문제는 지루함, 흔히 말하는 노잼이었다.
애초에 이들이 투입된 곳은 현실에서도 3D 작업이라 불리는 업종.
곡괭이질을 하거나, 공장 부품을 맞추거나, 약초를 캐는 걸 수 시간 동안 반복해야 한다.
차라리 위험한 몬스터가 있는 편이 나았다.
적어도 몬스터를 잡을 땐 사냥을 한다는 재미라도 있었으니까.
결국 견디다 못한 몇몇 사람들이 자신들을 관리하는 리치들에게 문의를 건넸다.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전투 쪽 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전투……?”
“어차피 금액이 비슷하다면 기왕이면 사냥이나 호위 일이 나을 것 같아서…….”
채무자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나름 레벨과 실력을 쌓아 온 베테랑들이다.
단순 반복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니, 전투 감각이라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
파프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들의 수준은 최소 레벨 6~700대였고. 몇 명은 리치 해골병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렇게 전투부대에 편성된 인물들이었지만, 곧바로 전투 임무에 투입될 수는 없었다.
죽어도 살아나는 리치와 달리 이들은 죽으면 레벨이 떨어지고 페널티를 받는 플레이어.
이 때문에 임무에 투입되기 전, 이들은 리치 해골병들이 마련한 훈련 코스를 수료해야 했다.
-1단계 : 교관 1명 상대로 승리
-2단계 : 교관 3명 상대로 승리
-3단계 : 교관 5명 상대로 승리
……(중략)……
-10단계 : 대형 오우거 형태 리치 일대일로 승리.
“이…… 이건?”
“3단계를 통과하면 B급 용병, 6단계를 통과하면 A급 용병, 10단계를 통과하면 최상급인 S급 용병으로 임무를 받을 수 있다.”
등급에 따라 허니카의 정산 비율에도 차이가 있었다.
경쟁이라면 익숙한 카오틱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부여해 준 것.
“10단계? 하. 11단계는 없나 보군.”
“바로 뚫어 주지.”
자신만만하게 도전하던 악성 플레이어들은 리치 해골병들의 연계 앞에서 순식간에 플/레/이/어가 되었다.
정말 실력 있는 몇 명은 리치 해골병을 제압했지만 7단계 이상을 넘은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럴 만했다.
8단계 이후의 리치는 보통 리치가 아니다.
마스터 마인드라 이름 붙인 생체 컴퓨터에서, 파프닐이 얻은 수많은 전투 경험을 그대로 가져와 이식한 리치들이었기 때문이다.
“3~8단계 통과자들인가. 자, 받도록.”
“이건……?”
“드워프제 장비다.”
시험을 통과한 악성 플레이어들에게는 드워프제 장비 대여 권한, 허니비 포션을 받아 사용할 권리가 주어졌다.
일반 허니비 길드의 용병들이 하는 것처럼 활동할 수 있지만.
보수는 다른 노역과 동일한 수준이며, 전액을 허니카로 받게 되었다.
악성이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인 플레이어들을 용병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많은 이득을 보게 된 것.
그뿐만이 아니다.
허니비 서비스를 이용하며 레벨을 올리다가 돈이 없어진 플레이어들.
그들도 헤이 허니비 길드에 입사한 뒤, 각종 잡일부터 여러 의뢰를 해결하는 용병이 되었다.
“오늘부터 용병으로 뛰게 된 백회장이라 하네. 잘 부탁하네!”
“나는 로도스라 하네. 그런데 우리가 할 일이 뭔가?”
“백회장 님은 점포 관리를 맡아 주시고, 로도스 님은 고객 영업을 맡아 주십시오.”
그런 용병들 상당수는 현실의 특기를 살려 점포 관리인이나 회계 직원, 인사팀 등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어차피 전투로 돌려 봤자 밥만 축낼 사람들.
차라리 현실에서 하고 있던 전문 분야를 살려 주는 게 효율이 좋았다.
그렇게 얻는 건 단순히 직원뿐만이 아니었다.
“어! 어어. 박 과장, 오랜만이야. 난데. 있잖아, 요즘 내가 게임을 하는데…….”
“네네, 호라이즌 레이드요? 아유, 제가 잘 아는 포션……. 네네. 허니비? 거깁니다! 거기!”
현실에서 지쳐 호라이즌으로 온, 돈 많지만 시간 없는 아저씨 유저들.
그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현실에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있다는 점이었다.
그 자리는 곧 인맥이 되었고, 인맥으로 데려온 사람들은 곧 허니비 길드 꿀 포션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고용인들은 천직을 살리면서 쩔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인맥으로 끌려 온 사람들은 좋은 포션과 용병 서비스를 쓸 수 있고.
허니비 길드는 손님이 많아져서 좋은.
그야말로 윈윈(Win-Win)인 상황.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클래스가 히든 마법사 클래스라, 이 정도 되는 걸 그냥 썩히기엔 조금 아깝달까? 허허…….
-내가 스킬만 얻어 봐, 그냥 랭킹권을 다 쓸어버리고 막……!
전투 클래스 용병으로 들어가, 캐릭터를 키우는 데 재미를 붙인 유저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파프닐은 새로운 훈련소와 훈련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속성으로 전투 경험과 스킬들을 머릿속, 몸속에 쑤셔 넣어 주는 노동.
플레이어들은 리치 교관들의 지시를 따라 각종 몬스터의 상대법, 대처법 등을 몸으로 익혀야 했다.
“좀 더 빨리! 실전에서 적들이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하나!”
“온다!”
크아아!
카아!
“우와아악!”
넓은 연병장.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그곳을 리치 해골병들이 몽둥이를 들고 누비고 있었다.
“살려 줘!”
“아악!”
“안 죽인다! 움직여!”
리치들이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것은 사람들.
정확히는 전투원 훈련 코스를 신청한 일반 유저들이었다.
약간의 재활 훈련만 마치면 곧바로 쓸 수 있는 악성 채무자와 달리, 이들은 기초 중 기초라 할 수 있는 스킬 연계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도 그렇게까지 없으니 한 명씩 가르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
어쩔 수 없이 리치 해골병들이 직접 두들겨 패며 문제점을 교정하는 것이다.
‘제, 젠장……. 무슨 해병대 훈련도 아니고…….’
훈련을 받고 있던 유저, 가드너는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이런…….’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같이 할 말이 없어서 서먹해진 아들.
그 녀석이 호라이즌을 하는 걸 알게 된 그는 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호라이즌을 시작했다.
레벨을 빨리 올리고 싶어 허니비 서비스를 썼지만, 스스로의 실력을 키워야 아들에게도 민폐가 되지 않으리라.
‘기다려라, 민석아. 내가 간다!’
가드너는 이를 악물고 리치 해골병의 빈틈을 노려 배쉬 스킬을 썼다.
그뿐만 아니라 각자의 사연이 있는 유저들은 리치 해골병들의 공격을 피해 내거나, 연달아 모의 전투를 치르며 스킬 숙련도를 키우고 있었다.
***
미스트 섬 남쪽의 구릉지.
시간이 난 파프닐은 새로운 스켈레톤 둘의 전투를 관람하고 있었다.
“크하!”
“키이익!”
온몸을 묵빛 갑옷으로 감싸고 창을 든 해골 기사 한 명.
그리고 맞은편에는 비 스켈레톤 한 기가 서로를 죽일 듯이 쇄도하고 있었다.
양쪽이 부딪칠 때마다 사방으로 검기 조각이 터져 나오며 주변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이 녀석……. 인간 주제에……!”
비 스켈레톤, 빅스비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설마 비 스켈레톤이 된 자신에게 이 정도까지 적수가 될 수 있는 인간, 아니 언데드가 있을 줄이야.
“죽어라!”
“하하하, 이 정도인가?”
해골 기사, 카라미트는 껄껄 웃으며 빅스비가 내쏜 검은 검기를 창으로 흘려 냈다.
무용을 보는 듯한 수려한 몸놀림.
과거에도 네임드 데스나이트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와도 차원이 달랐다.
그럴 만했다.
지금의 카라미트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각성 상태였으니까.
‘설마 저 정도였을 줄은…….’
전성기의 카라미트는 전설의 영웅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던 당대 최고의 기사라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카라미트도 빅스비와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려났다.
거기까지라면 그걸로 끝이었을 터.
그런데 카라미트가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고 소리치더니, 레벨과 스킬 위력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저렇게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저 카라미트랑 맞서 싸우고 있는 빅스비도 대단하긴 하지.’
기존의 카라미트도 호라이즌 게임 내 최상위 강자였다.
파워 인플레가 한참 진행되고, 고위 신격들이 모습을 드러낸 지금도 충분히 세계급 네임드 NPC라 칭할 수 있을 정도.
그런데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한층 더 강해진 지금은 단신으로 드래곤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런 카라미트와 맞서 싸우는 빅스비도 그리 밀리지 않는다는 것.
‘여왕벌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겠군.’
저 빅스비를 묶어 두고 있는 건 여왕벌 시리 덕분이다.
만약 시리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거리낄 게 없는 빅스비가 날뛰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리라.
‘뭐, 지금은 오른팔 왼팔처럼 든든하지만.’
허니비 길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스켈레톤들의 놀라운 스펙도 확인했다.
남은 것은 세이멍에 대한 실마리 잡기.
띠링!
그때 연락이 왔다.
누가 건 것인지는 뻔했다.
-나임세.
“홍길동 님.”
연락을 받은 상대편에서 익숙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보는 확인하셨습니까?”
-그래.
홍길동은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중국 유저들 3만여 명이 신대륙의 봉래 산맥으로 모인 것을 확인했네.
“의외로군요, 몇 배는 될 줄 알았는데.”
-녀석들의 평균 레벨이 최소 750 이상일세.
그 정도면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니다.
-천마신교의 지배를 받기 싫어 도주한 플레이어들 같은데, 기묘한 것은 그 친구들이 이상한 스킬들을 써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상한 스킬이요?”
-이펙트도 있고 효과도 나긴 하는데, 기존 무공 중에선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라 해야 하나……?
게임 시스템으로 정해진 스킬이 아닌, 실제 주술이나 무공에 가까운 모양새라는 것.
“세이멍이 아니라도……. 한번 파 볼 만은 하겠군요.”
-그렇지.
“알겠습니다. 조사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무얼 하면 되나?
“일단 물러나십시오, 제가 직접 보도록 할 테니.”
파프닐은 말을 이었다.
“준비 중인 스킬들의 강화가 완성되면 바로 가겠습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