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1)
571화
신대륙, 뮤 대륙은 모든 서버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항로가 개척되어 있어야 하고.
먼바다를 항해할 만큼 커다란 배, 혹은 공중에서 오랜 시간 날아다닐 수 있는 비공정이나 소환수 등이 필요하다.
일단 이동 수단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가는 길 자체가 쉽지 않다.
레벨 4~500대의 해양 마수가 심심찮게 배를 노리며. 신대륙에 도착해도 강력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 신대륙 콘텐츠가 알려졌을 땐 서버 간에 먼저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고 갖가지 방법이 발견된 지금도, 대륙 간 이동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즉, 본래 서버에서 있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가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바로 뮤 대륙이라는 이야기다.
“레벨 710! 조인족 왕국 사냥 갈 표사들 구함!”
“청룡권갑 금자 30냥에 팝니다!”
뮤 대륙 봉래 산맥.
중국 서버 인근답게 중국식 지명으로 불리는 이곳엔 커다란 도시가 여럿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중원에서 도망친 범죄자, 권력 다툼에서 밀린 황족 등이 재기를 꿈꾸며 온 곳.
천마신교의 신임 교주가 말도 안 되는 운빨로 기적적인 전투를 여러 차례 이긴 후.
무림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해지자 남은 정파 무림 유저들이 재기를 위해 터전을 옮긴 것이다.
물론 천마신교에서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몇 차례나 원정대를 보내 공격했지만 전부 격퇴당했을 뿐.
이유는 간단했다.
무림맹 잔당 인원들의 평균 레벨도 높았지만.
토벌대가 올 때마다 기묘한 주술들에 당해 밀려났기 때문이다.
바다를 건너는 배는 사흘에 한 번씩 폭풍에 휘말렸고.
해안가에 도착해 배를 내릴 때도 엄청난 맞바람 때문에 배가 바다로 밀려나는 걸 막아야 했다.
희생을 감수하고 상륙한 토벌군은, 무림맹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50레벨 가까이 무림맹 플레이어들의 스펙이 낮은 상황에서도, 전투만 하면 토벌대 유저들이 연달아 패배를 거듭했다.
무려 다섯 차례.
그중 마지막은 천마신교의 고위 장로와 신선, 그리고 황궁이나 정파 무림맹에서 편을 바꾼 간부진이었다.
중국 서버에서도 정말 한가락 하는 최정예.
다른 서버로 향했다면 원정군 소리를 들을 정도의 부대다.
그런 그들마저 패배하자, 천마신교 측에서도 더 이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해 쓸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머지않아 보류로 넘어갔다.
한국 서버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자 이쪽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봉래산맥과 주변 필드에 있던 정파 무림 잔당은 신 무림맹이란 간판을 내걸고 뮤 대륙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인원수는 정예 간부가 3만여 명. 일반 유저나 NPC까지 합치면 30만 명이 넘고, 심지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워낙 중국 서버가 크다 보니 작은 무리라도 어지간한 대형 길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최근엔 중국 서버의 영역 바깥인 한국, 유럽이나 미국 서버의 개척지에도 중국 유저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확실히 이상하군.”
봉래 산맥의 산 중 높게 솟은 봉우리 한 곳.
파프닐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보며 눈을 빛냈다.
‘해골병을 보냈는데 갑자기 연결이 끊겼다.’
도시의 수비를 피해 잠입하던 해골병은 어느 순간 갑자기 소환이 해제되며 사라졌다.
정찰에 특화된 레벨 800의 금속 해골병을 단숨에 역소환시킬 정도의 무언가가 저곳에 있다는 뜻.
경우의수는 두 가지다.
저곳에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거나.
세이멍이 이쪽의 침입을 눈치채고 수를 썼다거나 둘 중 하나다.
‘저곳이 신성력이 많은 땅이라 사라진 걸 수도 있지.’
물론 이것만으로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파프닐에겐 100% 확률의 판독기가 있었다.
“복돌아, 네가 보기엔 어떠냐?”
“……멍! 냄새가 느껴집니다! 멍!”
복돌이가 땅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일반적인 개들이라면 헛소리 말라 하겠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아수라견의 피를 타고난.
원작의 플러시에게 여러 번 큰 도움이 되었던 주인공의 개.
한번 세이멍의 냄새를 맡았다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런 복돌이의 말이라면 믿을 만하다.
“좋아, 가 볼까.”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만 이번엔 지난번 동물 반란군처럼 마구잡이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
저곳에 세이멍이 있다면 파프닐을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을 터.
그곳으로 그냥 뛰어드는 건 세이멍에게 나를 죽여 달라고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경비는 어떨까.”
성문을 보자 경비대 수십여 명이 출입하는 유저, NPC 들을 잡고 검사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망루와 주변의 초소에도 물 샐 틈 없이 경비들이 있는 게 보였다.
‘그냥 들어가긴 힘들겠군.’
일단 소란이 일어난다면 세이멍이 반드시 눈치를 채고 반응할 텐데,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흠……. 어떻게 하지…….’
고민에 잠긴 파프닐.
그사이 심심풀이로 커뮤니티, 웹 사이트를 틀어 놓고 보던 복돌이가 눈을 빛냈다.
“멍멍! 꿀! 꿀멍꿀!”
“응?”
“탕후루! 탕후루다, 멍!”
홀로그램 너머의 영상에선 탕후루 홍보가 나오고 있었다.
[“후, 배부르다. 뭔가 간식이 좀 땡기는데…….”] [“어? 그럼 매운탕?”] [“야, 우리 방금 밥 먹었잔항. 뭔 매운탕이야.”] [“자, 먹어 봐.”] [“이건 탕……후루?”] [“매운 탕후루! 지금 전국의 탕후루후루에서 만나 보세요!”]홍보를 보던 파프닐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건…….”
탕후루라면 얼마 전 접점이 있었다.
김강한이 특허를 낸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에, 민트 초코 맛 탕후루를 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 온 것이다.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 거절했었는데, 저렇게 보니 수락해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멍멍! 주인님! 탕후루 먹고 싶다, 멍!”
“개가 탕후루는 뭔 탕수육 같은 소리야.”
안 그래도 최근 꿀을 주다 보니 군살이 좀 생겨서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안 돼.”
“멍! 탕후루 의외로 칼로리 별로 없다고 했다, 멍!”
“그건 다른 음식에 비해서 낮은 거고. 애초에 설탕 녹여서 싼 중국 간식이 칼로리가 낮겠냐?”
중국요리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가 바로 기름과 설탕이다.
모든 음식을 기름에 볶거나 튀기고, 또 설탕을 잔뜩 뿌려 간을 강하게 하는 게 중국요리의 특징.
방심하고 먹다 보면 몸에 사람 한 명이 들어찬다 할 정도였다.
“자꾸 그러면 꿀도 안 줄……. 음?”
핀잔을 주던 파프닐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복돌아.”
“멍?”
“너 탕후루가 그렇게 먹고 싶냐?”
“……! 멍! 당연히 먹고 싶다 멍!”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면서 대답하는 복돌이.
그 모습을 본 파프닐이 씩 웃었다.
“좋아, 네가 먹고 싶어 하는 탕후루. 실컷 먹게 해 주마.”
***
봉래산 아래의 대도시, 금오시.
뮤 대륙에 있는 중국인 도시 중 가장 큰 이곳의 사대문은 24시간 365일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언제 본토에서 첩자가 숨어 들어올지 모르고, 다른 곳에서도 자신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들이 많으니까.
이 때문에 그곳을 지키는 병사들은 24시간 눈을 빛내며 수상한 사람을 찾아낸다.
혹시 소요 사태가 일어나면 즉각 제압할 수 있도록, 최소 700레벨 이상의 정예들인 것은 덤.
“다음.”
지금까지 천마신교의 첩자를 몇 번이나 잡았던 경비대원들의 눈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훑었다.
“잠깐, 거기 정지.”
“네?”
경비대원들은 곧바로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만. 저는 의원입니다!”
“이 배낭은 뭐지?”
“그건 제 침구랑 약재…….”
“열어 봐.”
덜컥. 경비대원들에 의해 열린 배낭 안에서 길이가 다른 금속 침, 약초, 으깬 쑥 덩어리 등이 떨어졌다.
“보, 보십시오. 정말 의료 도구밖에…….”
경비대원이 가방에 부적을 붙인 순간, 가방 안에서 빛의 구멍이 열리더니 수많은 무기가 쏟아져 내렸다.
의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순간. 양옆의 경비대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양팔을 잡아 꺾었다.
“잡아. 끌고 가.”
“예.”
곧바로 연행되는 가짜 의원.
순식간에 한 명을 보낸 경비대원들이 손짓했다.
“다음.”
“히, 히익…….”
죄가 없더라도 절로 겁먹을 만한 모습.
그때 경비대원 한 명의 눈길이 다가오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뭐야?”
“아, 탕후루입니다.”
포장마차를 끌던 청년이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요즘 탕후루가 그렇게 인기라면서요.”
“흠.”
“그래서 저희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비법으로 꿀 탕후루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말해 봤자 설득력 없지만……. 맛 하나만큼은 진짜 왕서방만큼 맛있다고 자신합니다.”
“왕서방?”
“누군진 모르겠지만……. 딱히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경비대원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탕후루 마차에 부적을 갖다 대거나 안쪽 재료, 도구 들을 살폈다.
“흠…….”
“별거 없는데?”
딱히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한 경비원들이 물러났다.
그렇게 조사가 끝난 뒤.
“……저,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경비대장은 청년의 질문에도 청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잠깐…….”
청년이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경비대장이 어떤 말을 할지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으니까.
수십 분 같은 수십 초가 흐른 뒤.
마침내 경비대장이 입을 열었다.
“어이.”
“예, 나으리.”
심호흡을 하는 청년에게 경비대장이 말을 이었다.
“그 탕후루, 지금 줄 수 있나? 30개만.”
“네?”
“나랑 이 녀석들 간식으로 하나씩 사고 싶네만. 하나에 몇 전이지?”
“아이고, 개당 동전 10개만 주십쇼!”
“10개당 은자 하나라, 알겠네.”
경비대장이 돈을 건네자, 청년은 금방 각종 과일 탕후루를 만들어 내밀었다.
“음? 이거 맛있는데!”
“아주 달콤해, 설탕이 아니라 꿀을 쓴 거 같은데?”
경비대원들의 눈이 커졌다.
“그럼 전 이만…….”
“그래, 장사 잘하고.”
“밤늦게까진 하지 말아. 통금 시간을 어기면 우릴 다시 보게 될 테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요.”
검문을 통과한 청년의 탕후루 수레가 안으로 향했다.
보는 눈이 없는 도시 한복판까지 들어온 청년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일단 여기까진 성공이군.’
“멍! 주인님.”
“그래, 잘 참았다.”
탕후루 마차 아래쪽에서 흰 진돗개, 복돌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청년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파프닐.
탕후루를 파는 상인으로 위장한 뒤, 수레를 끌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특제 꿀 탕후루를 판다는 건 진짜지만.’
설탕과 허니비 섬 마력꿀로 만든 탕후루.
재료만 따지면 호라이즌에서 나오는 탕후루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거다.
‘일단 여기서 유명세를 얻는 것부터 시작한다.’
파프닐은 마차를 펼쳐 탕후루 좌판을 만든 뒤 곧바로 꿀을 입히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방으로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