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4)
574화
파프닐이 비결을 공개한 후.
금오성의 여러 뒷골목 조직들 모두가 일제히 탕후루를 팔기 시작했다.
지옥 흑벌의 마력꿀을 듬뿍 써서 만들었기에, 같은 탕후루는 물론 다른 음식들까지도 압도하는 가성비와 맛까지.
“거대 당랑마(사마귀 악마) 잡으러 가야 하니까, 방어력을 올려 주는 골후루를 먹어야지.”
“무난하게 HP와 일반 공격력은 고기가 든 육후루를…….”
“속성 방어력이면 이 과후루 종합 세트를 먹으십시요! 나으리들.”
각 조직의 탕후루 가게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붐볐다.
호라이즌에서 식사가 주는 버프 효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스테이터스가 5.
맛있는 식사를 하면, 일시적이나마 필요한 스테이터스가 15에서 30 가까이 오른다.
심지어 탕후루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항시 조리하고 있기에 길게 잡아도 3분이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맛도 좋았다.
보통 탕후루는 설탕을 많이 쓰기에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입 안에 텁텁한 맛이 남는다.
흔히 말하는 불쾌한 단맛.
그런데 이 금오 탕후루는 달랐다.
입 안에서 녹일 땐 극한의 단맛을 내는데.
일단 목으로 넘어가면 깔끔하게 넘어가 사라진다.
이런 탕후루가 널리 팔리는데, 굳이 다른 탕후루나 음식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금오성의 중국 유저들은 탕후루 가게들을 쉴 새 없이 들락거렸고, 그 명성은 주변 지역들까지 뻗어 나갔다.
-여기 금오 탕후루 팝니다! 개당 12철전!
-금오? 여기서도 금오 탕후루를 파나?
-잠깐, 이거 효과가 이상한데…….
명성에 빌붙은 가짜 탕후루 상인들도 우후죽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금세 들통이 났고, 그 후에는 험상궂은 조직원들의 방문을 받았다.
뒷세계 조직들의 벌이 중 하나로 탕후루가 생긴 만큼, 품질 관리와 가짜 탕후루 팔이는 이들이 먼저 단속하는 것이다.
-감히 우리가 파는 탕후루의 브랜드 가치에 똥칠을 했겠다…….
-사, 살려…….
-살려 줄 수는 있지. 일단 이걸로 번 수익부터 받아 볼까?
뒷세계 조직원들이 알아서 잡아 주니, 가짜 건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팔린 탕후루로 도핑한 중국 유저들의 사냥 효율은 기존보다 한층 더 올라갔다.
기존 개척지에 있던 사냥감들은 씨가 말랐고.
미개척지에 있는 고레벨 몬스터들도 중국 무림맹 소속, 녹림 소속 유저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눈에 띌 정도로 가파른 성장 속도.
성 전체에 일어난 탕후루 열풍은,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사람들마저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뜨거웠다.
“최근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
금오성 중앙의 성채 안.
검은 밀실에 있던 금발 벽안의 청년이 물었다.
“금오 탕후루란 게 있다면서?”
“예. 최근에…….”
“웃기는군, 나도 모르는 새 내 땅에서 탕후루가 팔리게 되다니.”
청년의 웃음기 섞인 말투에 주변의 남자들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엎드렸다.
그럴 만했다.
청년의 이름은 재키 챙.
중국 서버의 4대세력 중, 녹림과 장강수로채, 흑도칠문을 합친 사파 세력의 우두머리였으니까.
서열로 치면 천마신교의 교주와 황제, 무림맹주에 이은 4위.
NPC인 황제를 빼면 사실상 중국 서버의 동메달리스트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천마신교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뒤.
꼬리 만 개처럼 도망쳐야 했지만.
한 번도 사망을 경험한 적 없기에 레벨과 스펙, 장비는 그대로인 것은 덤.
사실상 전 세계에서 20위 안에 들 정도로 강한 자인데, 최근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자신들이 죽는 건 물론, 리스폰 때마다 계속 사냥당할 수도 있었다.
“가져와 봐.”
“하, 하지만…….”
“가져와 보라고.”
그리고 그런 재키 챙의 미각은 극히 엄격한 걸로 유명했다.
뛰어난 효과를 지닌 요리더라도, 맛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극한의 미식가.
“여, 여기 있습니다.”
지목당한 부하가 우물쭈물하며 탕후루 꼬치 서너 개를 내밀었다.
만족할 만한 맛이 아니라면, 탕후루 장수는 물론 이 상황을 방치한 간부들도 책임을 면치 못하리라.
“흠……. 때깔은 나쁘지 않은데.”
탕후루를 살펴본 재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런 녀석들이 안쪽은 썩기 마련이지.”
그대로 입 안에 탕후루 알을 넣은 재키가 턱에 힘을 주었다.
오도독.
천천히 탕후루의 맛을 음미하던 재키의 눈이 감겼다.
부하들은 침 삼키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걸 파는 녀석이 누구라고?”
빈 꼬치를 내려놓은 재키의 물음에 부하가 곧바로 대답했다.
“강한이라는 탕후루 장수입니다. 유저 같은데, 딱히 그 전의 행적은 안 보이는 걸 봐선 평범한 녀석 같습니다.”
“그래?”
“예,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 정도 맛이면 딱히 성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건 아니겠군. 그럭저럭 먹을 만해.”
놀랍게도 강한이 팔던 탕후루는 재키의 합격점을 넘어섰다.
수많은 미식, 고급 요리 들이 그 선을 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일이었다.
“그럼 판매는 이대로 내버려 두는…….”
“딱히 문제없잖아? 맛있는 탕후루를 파는 게 죄는 아니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그럼 내버려 두는 걸로…….”
“그래, 그리고 이 탕후루 파는 친구에게도 연락을 해 둬.”
“예?”
“내가 한번 보자고 말이지.”
“……!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을.”
“좋아, 나는 볼일이 있어서.”
부하들을 보낸 재키는 어디론가 향했다.
몇 겹의 문을 열고 도착한 곳은 수십 개의 부적과 주술적인 문양으로 가득한 공간 이동 포탈이 있었었다.
그곳을 넘자 재키의 주변 배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아공간에 진입했습니다.
사방이 새소리와 동물 소리로 가득한데, 벽과 바닥은 어둠과 촛불만이 가득한 곳.
양초가 비추는 주변엔 벽과 바닥에 빼곡히 적힌 주술 표식과 한자 등이 보였다.
그 한가운데 있던 비글 개 한 마리가 눈을 떴다.
“멍! 재키 님이로군.”
“세이멍…….”
재키는 비글을 보며 말했다.
세이멍.
세이메이의 영혼이 깃든 강아지이자, 동물 반란군을 배후에서 일으킨 배후 조종자가 바로 그였다.
“지난번에 온 후로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 이번엔 무슨 일로 오셨소?”
“할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 보겠소이다.”
천마신교와의 전투에서 시운이 따르지 않아 패주한 후.
살기 위해 도망치던 그가 만난 게 바로 이 신기한 강아지였다.
각종 주술을 써서 천마신교의 추적대를 흩어지게 만들어 주고.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스킬들을 전수해 준 기묘한 동물.
‘아마 동물 반란군의 NPC겠지.’
동물 신을 섬기는 최고 간부이기에 자신들에게 새로운 스킬을 내려 줄 수 있었던 것이리라.
반란군과 따로 있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협력하게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본 세이멍은 인간 타도 같은 것보다 자신의 이득이나 흥미를 위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그것 때문에 다른 동물 반란군 간부들과 마찰이 있었으리라.
당장 지금 인간들과 협력하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중요한 건 이 강아지가 자신에게 특별한 스킬을 전수해 줬고, 또 지금 손을 잡고 있다는 것.
천마신교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강아지가 아니라 강아지 할아버지의 손이라도 잡을 거다.
“재키.”
“아, 흠흠.”
재키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새로운 인재를 한 명 발견해서, 시간을 내어 줬으면 하는데.”
“인재?”
“그래, 버프용 탕후루를 기가 막히게 만들더군. 원정에 대비해서 영입해 두면 좋겠어.”
재키는 말을 마치고 탕후루를 건네려다 손을 거뒀다.
“생각해 보니 개가 탕후루를 먹을 수 있나?”
“게임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보통은 그렇겠지만……. 혹시 모르니 좀 더 알아보고 맛보여 주지.”
세이멍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면 섭혼술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일단락된 후.
재키가 아공간을 나가자 홀로 남은 세이멍은 심호흡을 했다.
“……확실히 아직 완전히 신용을 얻진 못했는가.”
방금 재키가 말한 말에는 다분히 깊은 의미가 있었다.
개 주제에 인간의 음식을 탐하지 말라는 뜻.
허튼짓을 꾸미는 순간 세이멍의 제삿날이 될 거라는 경고이리라.
“영웅도 뭣도 아닌 녀석이 시스템의 힘으로 큰소리를 치는 꼴이라니…….”
일반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스스로 주술을 쌓아 올리고, 죽음을 극복한 그에게는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어디 얼마나 오래 그 태도를 지킬 수 있는지, 기대가 되는군.”
세이멍의 입꼬리에 비웃음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사실 재키는 진지하게 개가 탕후루를 먹어도 되는지 의문을 가졌을 뿐이고.
오랜 시간 살아오며 노회한 세이멍이 그걸 정치적 견제용 발언으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재키는 애완견 세 마리를 키우는 애견인이었다.)
***
흑사회에서 마련해 준 안가.
그 안에서 파프닐은 손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흠…….’
계산을 마친 파프닐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궤도에 올랐군.’
자신뿐만 아니라 흑사회, 사도문, 혈룡각 등 뒷세계 조직들이 같이 탕후루를 팔아 준 덕분이다.
대규모 조직이 설비를 갖추고 많은 인원의 힘으로 탕후루를 뽑아내자, 그 수익은 파프닐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오늘 치 재료 부탁드립니다.
-여기 가지고 가도록.
물론 그 재료들은 전부 파프닐로부터 공급되고 있었다.
꼬치를 만드는 뼈, 꼬치에 들어가는 과일이나 고기, 탕후루를 만드는 시럽과 꿀까지.
특히 꿀만큼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 해도 불가능했다.
지옥 마력꿀은 다른 곳에서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비결이기 때문.
다른 조직들이 탕후루의 비법을 퍼뜨릴수록, 파프닐의 장사도 잘되고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되었지.’
파프닐은 알림창을 확인했다.
-대규모 판매를 성공했습니다.
-대규모의 적자 판매를 성공했습니다.
-상업(노말)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상인의 자질(레어)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손해 감추기(매직)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적자, 그것도 엄청난 적자인가.’
어쩔 수 없었다.
이 탕후루는 애초에 팔 때마다 손해가 누적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지옥 마력꿀에 특수한 뼈, 그리고 신선한 과일이나 고기 등의 재료까지.
재룟값만 해도 5실버는 나갈 것을, 10코퍼에 팔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적자를 보는 파프닐의 얼굴엔 놀랍게도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계획대로군.’
파프닐의 눈이 길거리를 향했다.
공공 쓰레기통에 수많은 뼈 꼬챙이가 담겨 있었지만, 그 주변으로도 수많은 꼬챙이가 가득했다.
탕후루 신드롬, 탕후루가 유행하는 거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문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탕후루의 재료를 수입한다는 명분으로, 바깥에서 수많은 꿀과 다른 약재, 소비품 들을 감시에 걸리지 않고 들여올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작전을 시작할 수 있겠어.’
물론 탕후루의 품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선한 재료 공급을 이어 감과 동시에.
탕후루 마스터라는 칭호를 가진 중국 유저를 고용한 후, 아주 특별한 탕후루를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준비는 완벽하다.’
남은 건 중국 유저들의 상층부가 함정에 걸리길 기다리는 것뿐.
정보가 맞는다면 이곳에 분명 세이멍이 있으니, 놈을 끌어내기 위해선 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슬슬 여유도 생겼으니, 사냥이나 나가 볼까?’
굳이 수레를 끌고 나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남는다.
그동안은 지하 수로 등에서 경비를 약화시키거나, 근처의 고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이어 가곤 했다.
‘오늘은 금속을 조금 더 벌어 놓아야겠군.’
그때였다.
“강한 님! 강한 님!”
안가의 문이 열리고, 흑사회주 포노의가 나타났다.
“무슨?”
“큰일입니다!”
“큰일이라니.”
설마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공격하려는 건가?
‘만약의 경우엔 도망칠 준비도 해 둬야겠군.’
동요를 감춘 뒤, 짐짓 태연한 모습을 한 파프닐이 물었다.
“설마 탕후루가 너무 달아서 금지한다는 말이라도 나왔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그……. 성주님, 아니 사도련주님께서 초청장을 내셨습니다.”
초청장.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그럼…….”
“3일 후, 성 내부 대연회장에서 열리는 잔치에 참석해서 솜씨를 빛내 달라고 합니다!”
포노의가 무어라 더 말했지만, 파프닐의 귓가엔 들리지 않았다.
‘됐다.’
파프닐은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마침내 세이멍이 미끼를 물은 것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