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6)
576화
재키가 내려간 뒤.
세이멍은 곧바로 섭혼술을 쓸 준비를 했다.
‘귀찮군,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어.’
동물 반란군의 혼을 거둬 만든 초월 주술의 시행도 슬슬 막바지다.
마지막 하나하나까지 조율해야 하거늘, 이런 곳에서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그나저나 한낱 탕후루 장수 따위에게 나의 섭혼술을 쓰게 될 줄이야…….’
일반 섭혼술은 단순히 몬스터나 NPC를 아군으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저를 상대로 쓰더라도, 잠시 공격을 하지 못하거나 행동을 못 하는 상태이상에 걸릴 뿐.
하지만 세이멍의 섭혼술은 상대의 혼에 간섭해 진짜 섭혼술 같은 효과를 낸다.
강력한 주술이지만, 그만큼 준비가 많고 해야 하는 과정도 번거로운 게 단점.
그렇다 해도 유명한 최상위권의 유저, 상대측의 고위 간부 등이라면 충분히 섭혼술을 쓸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맛있는 탕후루를 만드는 녀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섭혼술을 쓰라니.
‘주술이 얼마나 번거롭고 힘든지 모르는 범부의 사고방식이지…….’
쉬이익.
연회장 주변으로 희뿌연 안개가 몰려들었다.
시스템에 뜨지 않는 진짜 주술.
이 섭혼술에 걸린 게임 속 플레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재키와 세이멍에게 호감을 가지고, 이로운 일을 하게 된다.
‘자, 그럼 슬슬 걸어 볼까.’
세이멍은 섭혼술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 순간 탕후루 장수와 세이멍의 눈이 마주쳤다.
‘……저건!’
세이멍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변장을 하고 있지만 저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
“파프닐!”
세이멍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려 했다.
얼굴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몸이 자리를 피하려 한 것이다.
그 순간 파프닐이 스킬을 썼다.
-자성 지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파지직, 쿵!
떠오르던 세이멍의 몸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연회를 즐기던 간부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 순간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기자, 탕후루 꼬치들이 뭉치더니 해골병 언데드로 변했다.
“딱, 딱!”
“공격!”
“딱딱딱(딱딱)!”
말도 안 되는 일에 자리에 있던 간부들이 당황한 사이.
일어난 해골병들은 곧바로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어어, 어어어!”
“크아아악!”
중국 유저들이 난전과 접근전에 강력하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연회 중일 때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 장비는 보안 때문에 맡겨 놓은 지 오래.
전투 이전 버프 스킬이나 도핑도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상대 해골병들은 보통 해골병들이 아니었다.
파프닐이 직접 강화시킨 금속 해골병들.
블랙 칩을 멀티 코어로 착용했기에, 하나하나가 최상위 랭커 수준의 힘을 가진 언데드들이 거리를 뒤덮었다.
“언데드의 공격이다!”
“재키 님, 재키 님은 어디 계시지?”
“틀렸습니다. 미접속 상태입니다!”
“이, 일단 이 녀석들부터……!”
“딱, 딱!”
“딱딱!”
“미, 밀린다!”
“으아아악!”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 벌어진다.
연기처럼 나타나 거리를 장악한 검은 해골병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도시 곳곳의 학관, 무관, 무기고 등을 급습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시를 내려야 할 재키는 현재 사망 처리로 인해 강제 로그아웃된 상태.
지금까지 그가 가진 압도적인 무력에 의해 지배당하던 중국 유저들은 명령 체계가 무너지자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지휘관 역할을 대신할 만한 건 외지인이라 할 수 있는 세이멍뿐.
그러나 그 역시 움직일 수 없었다.
“오랜만이다, 세이멍.”
파프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세이멍을 쏘아보았다.
“정말 보고 싶었다고!”
“넌…… 네놈은…….”
또 이놈이다.
이놈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자신은 부활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부터.
동물 반란군을 일으켰을 때부터.
자신의 계획을 족족 방해하는 인간이 있었다.
범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경지에 오른 자신을.
고작해야 한 명의 인간 따위가.
시스템의 인과를 초월해 추적해 왔다.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세이멍은 그답지 않게 흥분하며 일갈했다.
파프닐은 합장을 하며 반갑게 답했다.
“미친개 잡는 개장수다, 이 개자식아.”
바로 그 순간 옆에서 몇 명 정도 되는 인영이 날아왔다.
“견공! 주군을 보지 못했습니까?!”
순식간에 파프닐과 세이멍 사이에 도착한 이들.
경공 수준으로 봐서 상당한 레벨에 도착한 무림인들이었다.
세이멍이 기억하기로 저들은 틀림없이 재키 휘하의 최고 간부들이었다.
“저자가 이번 사태의 흉수인가?”
또 다른 무림인 하나가 파프닐에게 검을 겨누었다.
“탕후루 장수 따위로 변장하여 우리를 기만하다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더불어 그들은 자신들이 최고 간부급에 낄 만한 정예임을 곧바로 증명했다.
세이멍과 대척하고 있는 파프닐을 보자마자 사태를 순식간에 파악.
수 초도 되지 않을 시간 만에 모두 같은 판단을 내린 뒤, 파프닐에게 검과 창을 들이민 것이다.
“그렇소, 저자가 재키 님을 해했소!”
세이멍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몰아갔다.
‘잠깐 힘을 빼는 용도로는 쓸 만하겠지.’
물론 그런 속내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재키에게 건네받은 정보에 의하면 저 간부들은 최소 레벨 900대에 도달한 고수들.
현재 호라이즌 내에서는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었다.
물론 파프닐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놈 역시 이 시스템에 속해 있는 세계에서는 초강자에 해당했으니까.
하지만 힘을 빼는 정도라면…….
“응?”
그러나 파프닐은 여유로웠다.
“너희, 먹었구만?”
“뭐?”
의아한 질문에 고수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것도 잠시.
파프닐이 손을 들더니 손바닥을 쫙 펼친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고수들은 순식간에 반응했다.
그들은 사파 무림의 정예들.
으레 무협지라면 사파 10대고수 정도로 꼽힐 만하며, 또 능히 그런 별호를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파천검, 야차왕, 독안귀…… 등등등.
재키의 오른팔로서 중국 서버를 종횡무진 하던 그들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경험으로 완벽한 합을 맞춰 파프닐의 사방을 점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일격.
이 일격은 무림맹주나 천마신교 교주라고 할지라도 쉽사리 받아 내기 어려운 성질의 공격이었다.
반면 파프닐은 그야말로 여유만만.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 전투를 하려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다.
‘잡아서 무간감옥에 집어넣어 죄를 치르게 해 주마!’
레벨만 낮춘 상태로 죽이지도 않은 채 무한의 고문을 가하는 형벌!
게임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실상 게임을 접지 않는다면 답도 없는 그런 상태를 만드는 것이, 사파 무림인들의 특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프닐이 펼쳤던 손을 접어 주먹을 쥐었다.
퍽! 푸슉!
“커……억.”
“크악!”
간부들의 숫자는 총 여덟.
그중 여섯 명이 공중에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대체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당해 버린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이미 덤벼든 남은 두 고수는 결국 공격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작 두 고수의 공격 정도로 파프닐이 당할 리 없었다.
어느 순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
전설의 기사라 할 수 있는 카라미트에게서 전수받은 창술이 그의 손에서 터져 나왔다.
“커허억!”
합격진은 완벽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
이미 깨진 합공은 오히려 단독으로 공격하는 것만 못하다.
따라서 남은 두 고수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 어떻게…….”
두 고수들은 피를 쏟으며 물러났다.
탱/딜/힐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기타 서버들과 달리, 중국 무림인들은 극단적으로 공격력과 기동성에 치우친 타입들이 대부분.
한마디로 극딜러들이 대부분이기에 몸이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일격에 죽지 않은 것은 그들이 파프닐의 공격을 한두 번이나마 막을 정도의 호신강기를 내보일 수 있는 강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도 별 의미 없는 것이었지만.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뼈후루에서 뼈는 처먹지 말라고.”
“……?”
“그거 다시 씻어서 팔 거라니까, 아무튼 니들은 다리 달린 건 의자 빼고 다 먹는다더니……. 다리도 없는 걸 그리 다 처먹냐.”
그 순간.
두 고수의 얼굴에 오한이 깃들었다.
……딱.
……딱!
쓰러진 여섯 동료의 시체에서.
인간의 뼈가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완성되지 않는 스켈레톤의 조각들.
그건 바로 뼈후루의 꼬챙이 부분이었다.
파프닐은 눈앞의 세이멍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탕평책이라고 해야 하나?”
“……탕평책이라고?”
“이름하야 탕후루 평평 책략.”
“……설마.”
“그래.”
파프닐이 가볍게 손짓하자, 해골병을 이루는 몸체이자 한때는 ‘뼈후루의 대’를 하고 있던 것들이 원래의 자기 몸을 맞추기 위해 어디론가 향했다.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탕후루를 그렇게 싸게 왜 팔아? 모두 해골병들을 이 도시에 잠입시키기 위해서였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금오 탕후루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간 수많은 탕후루.
비록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수십만 명이 연일 사 먹으면서 그 이상의 꼬챙이를 바닥에 흩뿌렸다.
배 속에 들어간 것들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
“……설마…….”
“지금쯤 최소 10만 마리는 될걸. 내가 조종할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있지만, 뼈가 이렇게 많으면 여유분도 충분히 차고 넘치지.”
당당하게 말하는 파프닐의 양옆.
축제를 즐기던 다른 간부들을 정리한 해골병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허어…….’
역시 보통 놈이 아니다.
세이멍은 그리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낡은 건지도 모르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당대의 음양사들을 답답히 여겨, 주술의 진보와 미래의 안녕을 위해 제 한 몸 불살랐던 세이멍, 아니 아베노 세이메이.
지금은 초월에 사로잡힌 상태라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관조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나를 이 정도로 궁지에 몰아붙인 건 네가 유일하다. 역사적으로, 그 누구도 내게 대항할 수 없었지.”
세이멍은 앞발로 코를 쓸어넘겼다.
얼핏 보면 비글 한 마리가 애교를 부리는 듯한 귀여운 모습.
그러나 파프닐은 그 순간 한기를 느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인간 따위’나 ‘시스템에 사로잡힌 우매한 놈들’ 중 하나로 치부하던 세이멍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를 내 적수로 인정하마. 역사적으로 내게 대항해 오던 서역의 연금술사나 마법사들, 동양의 퇴마사와 주술사들 따위보다 네가 더 위협적이구나.”
그 순간.
비글이 두 발로 섰다.
솜털이 쭈뼛하는 감각.
‘보스가 즉사 패턴을 쓸 때면 꼭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파프닐은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선택지는 둘.
회피와 반격.
보스의 패턴을 모를 때는?
일단 회피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그를 살렸다.
비글이 순식간에 맺은 수인.
그 조그만 발가락으로 용케도 수인을 완벽하게 맺는다.
순식간에 발동되는 건 허공을 불태우는 검은 불꽃.
꺼림칙한 불쾌감을 머금은 그 불꽃은 조금 전까지 파프닐이 서 있던 곳을 불태웠다.
아니, 뭔가 이상했다.
단지 불타고 있는 게 아니다.
공간.
차원 그 자체가 점차 찢겨 나가고 있었다.
아니, 먹히고 있었다.
“피했나. 이 일격으로 끝내려 했는데, 멍…….”
세이멍은 아쉽다는 듯 말했지만, 이미 다시 수인을 맺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
공간을 찢는 스킬?
그런 건 아직 나와서는 안 될 스킬이 아닌가?
‘잠깐, 스킬이 맞긴 해?’
“내 주술의 먹이가 되어라. 가짜 세계라고 네 목숨이 안전할 거란 생각은 접어라.”
세이멍의 최후통첩이 혹시나 하던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저 새끼! 게임에서 진짜 주술을 쓰고 있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