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7)
577화
아베노 세이메이.
1천 년 전, 헤이안 시대 때부터 대음양사라고 불린 그는 사망한 후에도 수많은 매체에 나올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일본에서 음양술을 다룬 영화나 게임, 서브 컬쳐에서는 반드시 한 번은 언급이 될 정도.
그런 그라 해도 게임 속에서 진짜 주술을 쓰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주술은 세상의 이치를 속이는 힘.
포장해서 이 정도지,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이다.
사기를 칠 때도 물건을 내보이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주술을 쓸 수는 없다.
물론 세이멍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약한 주술은 가능하긴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큰 주술은 하수인들의 도움을 받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부분을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이유? 간단하다.
동물 반란군 이벤트를 통해 신이 되면서, 반란군들의 영혼을 거둘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물 반란군들을 고스란히 전장으로 내몰고.
죽은 그들의 영혼들을 전부 모아 주술의 제물로 만들었다.
실제 동물들은 거두지 못했지만, 수많은 AI 동물들의 영혼들에 있던 데이터는 고스란히 세이멍의 힘이 되었다.
전 세계에 퍼진 동물 반란군의 숫자는 무려 수천만 마리.
그중 AI로 만들어진 것만 쳐도 최소 1천만 개 이상의 영혼이 주어진다.
‘1천만 개의 영혼…….’
옛날이었다면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일본의 전체 인구가 고작 5백만여 명이던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영혼이 넘쳐 나서 죽을 지경.
비록 대부분이 0과 1로 만들어진 정교한 가짜이지만, 중요한 건 이것으로 주술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야말로 끝이다.”
세이멍이 수인을 맺자, 이번엔 검은 불꽃의 손이 파프닐이 있던 공간을 훑었다.
걸리는 모든 것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리는 무시무시한 공격.
‘즉사기를 제한 없이 쏟는다고?’
파프닐은 블링크 스킬들을 쓰며 흑뢰를 내리꽂았다.
그러나 수많은 적을 상대로 유효타를 보였던 검은 번개는, 세이멍이 수인을 맺자 나타난 결계에 너무나도 간단히 막혀 사라졌다.
“이건…….”
“피하는 실력은 여전하군.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까.”
세이멍이 재차 수인을 맺자, 주변의 공간 전체가 일그러졌다.
‘환술……?’
단순히 직접 공격뿐만 아니라, 환상을 일으키는 환술, 저주를 걸거나 없었던 걸로 돌리며 막아 내는 저주술까지.
아무리 파프닐이 수많은 게임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눈앞에서 보다니……. 솔직히 말해서 작가 녀석, 작정하고 나를 없애려고 수를 쓰는 것 같은데.’
분명 소설로 읽었을 때는 이런 묘사가 전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묘사되지 않은 뒷부분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마주치는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내가 이곳에 들어온 것부터가 이런 비틀림의 시작일지도 모르지.’
생각을 계속하기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급박했다.
어느새 일그러지던 주변 공간들은 수많은 요괴와 악귀 들이 꿈틀거리는 지옥도로 변했다.
수많은 악귀들이 회오리처럼 뭉친 자리.
악귀 여러 마리가 이쪽으로 창을 뻗어 왔다.
‘환술이라면 실체가 없겠지만……. 혹시?’
파프닐은 창을 맞대는 척하면서 몸을 뒤로 뺐다.
다음 순간 무기가 맞닿은 부분 주변의 공간에 맹수가 할퀸 듯한 발톱 자국이 나타났다.
그 자리에 있던 금속 가루나 조각 들이 단숨에 갈려 나갈 정도의 위력.
‘……예상대로군.’
방금 저 공격뿐만 아니라, 주변의 악귀들이 하는 공격 모두가 실체를 가지고 있다.
최소한 에픽급 스킬, 어쩌면 그 이상.
‘저 악귀들 전부를 대처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군.’
환술 때문에 공간 자체를 인지할 수도 없으니, 해골병들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
만약 세이멍이 그사이 개입할 수 있다면 파프닐은 안 그래도 불리한 상태에서 다대일의 싸움을 해야 했다.
‘하는 수 없군.’
파프닐은 마나를 모은 뒤 해골 자폭병을 소환해 던졌다.
끼에엑!
끼아악!
“딱딱!”
악귀들이 해골병을 공격한 순간,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나며 파프닐의 몸이 한참이나 뒤로 날아갔다.
-폭발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익숙한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체력이 떨어졌지만 환술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세이멍은…….”
“크아앙!”
기다렸다는 듯 옆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멍! 주인님!”
“이 빌어먹을 개XX가……!”
그곳에는 눈에서 빛을 형형히 내뿜으며 앞발을 휘두르는 복돌이와,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물러서는 세이멍이 보였다.
“잘했다.”
“멍!”
“환술을 억지로 풀었나……! 역시 보통 놈이 아니로군.”
세이멍은 감탄과 더불어 연달아 수인을 맺었다. 그때마다 파프닐을 향해 보이지 않는 파동이나 땅에서 솟구쳐 나온 묘비, 하늘에서 쏟아지는 번개나 공간을 가르는 검은 불길 등이 내쏘아졌다.
하나하나가 즉사기 아닌 기술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들.
심지어 세이멍은 다른 보스들처럼 서두르지조차 않았다.
천천히, 확실하게 파프닐을 몰아붙이며, 퇴로를 봉쇄했다.
‘이건…….’
파프닐도 계속 무언가를 하려 했다.
해골병들을 소환해 앞으로 움직인 뒤 본체는 흑뢰를 쏟거나, 금속 지배의 금속들을 소환, 혹은 직접 창을 휘두르며 맞섰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변수를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
그러나 모든 공격을 튕겨 내는 세이멍의 결계 때문에 어떤 공격도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해골병의 공격도, 저주나 마법도, 심지어는 직접 궁드닐로 쏘아 보낸 검기도 세이멍이 수인을 맺기만 하면 막힌다.
웬만한 필살기 정도의 공격은 먹히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결계가 항상 온몸을 감싸고 있는 셈.
결계를 뚫을 만큼 강력한 스킬 공격을 하려고 해도, 그때마다 세이멍의 환술이 파프닐을 덮쳤다.
‘저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싸워 본 보스 몬스터나 플레이어들.
그들도 물론 대단했지만, 세이멍은 궤 자체가 달랐다.
게임 속 보스 몬스터부터 롱암까지는 어떻게든 잘 싸워서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면.
세이멍에게 하는 공격은 허깨비나 물에 비친 신기루를 공격하는 기분이었다.
“하는 수 없나…….”
파프닐은 좀 더 뒤로 물러나려 했다.
“소용없다, 멍!”
순간 세이멍이 한 차례 짖자 파프닐의 주변 사방에서 검은 불꽃이 일었다.
‘피할 수 없다……!’
판단을 내린 파프닐은 급히 몸을 굴렸다.
검은 불꽃을 최소한으로 맞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피해를 최소화한 것.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맞은 어깨 부분은 그대로 화상을 입으며 HP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방어구와 관계없이 공간을 찢고 불태우는 세이멍의 주술이기에.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도 거의 대미지가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다.
“너무 일방적인데?”
“소용없는 짓. 어차피 네 녀석의 공격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밀려 나는 파프닐을 형형히 바라본 세이멍이 꼬리를 흔들었다.
허공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그 안에서 일본 무사 형태의 식신들이 걸어 나왔다.
“너희는 저놈들을 막아라.”
-예.
식신들은 파프닐 양옆으로 달려드는 해골병들을 막아서서 일본도를 휘두르거나, 손에서 불이나 번개, 얼음을 내쏘았다.
하나하나가 레벨 7~800대인 정예 해골병들이지만, 식신들의 철벽같은 수비를 뚫을 수는 없었다.
그사이 세이멍은 파프닐 앞에서 수인을 맺었다.
“나와라, 견옥 참마도……!”
츠즈즈즈.
세이멍의 입에서 붉은 수실이 달린 일본도가 뽑혀 나왔다.
그것을 입에 문 세이멍이 파프닐을 향해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멍! 기다려라!”
파팟, 파프닐과 세이멍 사이로 복돌이가 난입했다.
“크르릉…….”
“멍멍! 네놈이 주술을 그렇게 잘 쓴다며?”
대놓고 쏘아붙인 복돌이가 말을 이었다.
“나도 내 주술을 보여 주지! 주술 대결이다!”
“호오……. 주술 대결?”
세이멍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입에 물고 있던 검을 잠깐 밀어 낸 그가 말을 이었다.
“주술을 쓴다고? 네가?”
“그렇다, 멍! 새로운 개의 주술을 보여 주겠다, 멍!”
아무리 봐도 저 개에게서는 주술의 힘이 느껴지진 않는다.
검을 휘두르거나 요력을 베는 근육이라면 모를까.
한데 주술이라…….
‘세상이 이렇게나 바뀌었으니, 저런 개도 주술을 쓸 수 있겠지.’
바뀐 세상이라면 그에 맞는 주술도 있을 수 있는 법.
하물며 세이멍은 1천 년 전, 인간의 몸일 때부터 주술 때문에 개의 몸으로 환생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정도로 주술에 진심이었다.
“재미있구나.”
그런 세이멍의 호기심이 동했다.
“어디 한번 써 보아라, 어린 개여. 새로운 개의 주술이란 것을.”
“크릉……!”
복돌이는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복돌아, 잠깐만.”
저 자세는 설마…….
“물론 내가 당해 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말을 마친 세이멍의 주변에 빛으로 된 한문 수십여 개가 떠올랐다.
불경 두루마리처럼 생긴 형태 위에 쓰인 한문들이 빛을 내더니, 세이멍의 정면에 엄청난 에너지의 구체가 모여들었다.
“마견파!”
그대로 에너지를 빔처럼 쏘아 보내는 세이멍.
다음 순간, 복돌이가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엉덩이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도그 포그 브레스]“……!”
“뭣!”
평정심을 유지하던 세이멍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동시에 쏘아지던 마견파의 파장이 흔들리며, 가스가 세이멍과 주변까지 퍼져 나왔다.
“크, 크아아아악!”
세이멍은 저도 모르게 코를 양손으로 감쌌다.
꿀과 각종 단 음식으로 숙성된 복돌이의 개 방귀.
후각이 인간의 몇십, 몇백 배인 개의 몸으로.
게다가 게임 속에 그대로 빙의했기에 동기화율 같은 옵션 없이 감각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
“멍, 지금이다!”
그사이 기세를 잡은 복돌이가 춤을 췄다.
[멍키 매직]쉼 없이 쏟아지는 불과 물, 그리고 바람의 고위 마법들이 세이멍의 주술과 식신 들을 걷어 냈다.
“크…… 크르르릉! 네 이놈!”
냄새를 걷어 낸 세이멍이 이를 드러냈다.
“감히 나를 이딴 식으로 속여?”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세이멍은 분노를 뿜어내며 양손에 화염구와 얼음구를 모았다.
“전부 쓸어버리겠…….”
그때였다.
공격을 하려던 세이멍에게 파프닐이 다른 창 한 자루를 내질러 오는 게 보였다.
“소용없다. 나의 음양절계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으며, 꼬리가 절로 몸 쪽으로 말려 들어왔다.
세이멍은 저도 모르게 몸을 옆으로 피했다.
푹.
다음 순간 세이멍의 옆구리에 창날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입에서 피를 뿜으며 중얼거리는 세이멍.
“역시 이 창으로 하는 공격은 통하는군.”
그 모습을 보며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 손엔 설탕 시럽, 아니 꿀 시럽이 가득 묻은 창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롱기누스의 창을 괜히 준 게 아니었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