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9)
579화
세이멍.
대주술사인 그가 게임 속에 빙의했을 때, 시스템으로부터 그는 동물의 신이라는 직위와 칭호, 그리고 능력을 부여받았다.
게임의 룰을 넘어선 주술들을 구현하지 못하는 너프 대신 주어진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그러나 호라이즌에 빙의한 후 세이멍은 그런 스킬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AI 동물들의 영혼을 가득 모아, 주술로 다른 걸 해결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동물 신이란 것 자체를 기억에서 지웠다.
비록 개의 몸으로 환생했다곤 하나, 개와 고양이의 주술만 얻게 되면 몸 자체에는 딱히 미련이 없었다.
인간이란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 따위로 여겨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동물 신으로서 쓸 수 있는 능력들은 모두 잊혔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크아악!”
세이멍은 악에 받쳐 앞발을 내지르고, 뒷발로 탕후루 시럽을 걷어찼다.
그때마다 쏟아지던 탕후루 시럽이 요동쳤지만, 몸에 붙은 탕후루 시럽은 떨어지지 않은 채 붙어 있었다.
“이 탕후루가……. 탕후루를 떼어야…… 이익!”
어떤 주술을 써도 탕후루의 꿀이 마력을 흡수해 버리기에, 결국 이렇게라도 해서 꿀을 떼어 놓아야 했다.
힘으로 긁어내던 세이멍에게 파프닐의 블랙 노바가 쏘아졌다.
“꺼져라!”
세이멍은 스스로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주술을 썼다.
그러자 뜯어진 털들이 빛을 내더니, 곧 코알라와 캥거루, 고라니나 호랑이, 뱀 등이 나타났다.
“저건……!”
동물 반란군의 최고 네임드 간부들의 등장.
손오공이 털로 분신술을 쓰듯, 세이멍도 털로 간부들을 소환한 것이다.
“설마 진짜인가?”
“아니다, 멍!”
파프닐이 경계하는 순간 복돌이가 앞으로 나와 코알라를 단숨에 때려눕혔다.
“이 녀석들은 몸과 능력만 있는 가짜다! 멍!”
“확실히 그렇군.”
달려드는 캥거루의 캥프시롤 펀치를 막아 낸 파프닐도 동의했다.
걱정되는 경우라면 부활 시간이 다 된 동물 반란군 네임드들이 광역 소환 스킬로 올 때였는데, 확실히 저 녀석들은 꼭두각시들에 불과했다.
‘놈들이 무서운 건 지성과 경험을 가지고 싸워서이지, 능력만 복제해 온 AI는 바보나 다를 바 없지.’
심지어 그렇게 나타난 최고 간부들도 절반은 세이멍의 몸에 붙은 탕후루를 떼어 내려고 노력하느라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
“소용없을걸. 그 탕후루 시럽은 복돌이도 떼어 내지 못한 거거든.”
달려드는 야수 간부들을 정리한 파프닐이 말했다.
탕후루 시럽의 점성을 테스트하는 용도로는 복돌이만 한 녀석이 없었다.
세이멍과 같은 종의 동물인 데다, 힘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아수라견의 혈통.
만약 벗어나면 몸에 붙은 탕후루 시럽은 전부 먹어도 된다는 조건까지 달자, 복돌이는 신나서 실험에 동참했다.
그 결과는 1백전 1백패.
복돌이가 온 힘을 써도 직접 몸에 붙은 탕후루를 떼어 낼 수 없었다.
‘강력 접착제보다 몇 배는 더하지.’
그 순간 파프닐은 세이멍을 잡는 데 탕후루를 쓴다는 발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이, 이놈이……!”
마차가 터지며 사방에 깔린 탕후루 꿀 시럽들이 한데 모여 세이멍의 몸에 재차 엉겨 붙었다.
일단 붙은 탕후루들은 마력을 계속 빨아들이며 세이멍의 주술 사용을 봉쇄했다.
“뭐 이딴……. 치워, 치우란 말이다……!”
“탕평책. 그 말은 말 그대로 ‘탕후루 평평하게 펴는 방책’의 줄임말이다.”
파프닐은 계속해서 발버둥 치는 세이멍을 보며 말을 이었다.
탕평책.
말 그대로 탕후루를 평평하게 펴는 방책.
일단 지옥 마력꿀을 탕후루 시럽으로 만든 뒤.
세이멍을 막을 만큼 충분한 양을 이곳 도시 전체에 유통시킨다.
입에 들어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팔리지 않은 탕후루 시럽이 들어갈 창고를 곳곳에 만들었다.
뒷골목 조직들이 탕후루를 유통하며, 의심받지 않고 시럽 창고를 늘린 것은 덤.
그렇게 퍼뜨린 탕후루 마차를 배치하고, 전투가 시작되면 해골병들이 탕후루 마차를 부숴 탕후루를 도시 바닥에 넓게 편다.
모든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넓게 도시 필드 바닥 위에 탕후루 시럽을 퍼뜨리면 준비 완료.
그렇게 덫을 만들고 세이멍이 오면, 자성 제어와 금속 제어를 통해 탕후루 시럽들을 한데 모으는 게 계획의 마무리 단계였다.
“탕후루……. 그래서 탕평책이라는 거냐?”
“정답.”
파프닐은 굳이 직접 나서지 않은 채, 탕후루만을 조종해서 세이멍을 감쌌다.
99%만큼 승리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1%의 방심을 하는 건 파프닐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지독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한 뒤.
세이멍의 팔다리를 점차 탕후루 늪 속에 잠기게 하고, 마침내는 거대한 탕후루 덩어리 아래에 깔린 세이멍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파프닐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라 파충류의 차가운 피가 흐른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은 광경.
“크, 크아아아악!”
세이멍이 앞‧뒷발을 흔들거나 온몸으로 공중제비를 돌아도.
털을 계속 뜯어 부하를 만들며.
종래는 마침내 피를 토하며 쓰러질 때까지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 유저들의 공격을 막거나, 동물 분신들을 막기 위해 해골병을 소환, 혹은 금속 벽을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탕후루만을 계속 끌어와 세이멍을 몇 겹으로 감싸는 데 몰두할 뿐.
결국 모든 수단이 봉쇄된 세이멍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비글의 몸이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끝이 다가왔다.
“파…… 파프닐…….”
그때 세이멍이 피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차라리…… 죽여라……. 네놈의 검이나 창으로…… 죽이란 말이다……!”
1천 년 전부터 몸을 바꾸며 살아온 대음양사로서.
하다못해 무기로 깔끔하게 죽고 싶었다.
“흠.”
파프닐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뒤 대답했다.
“거절한다.”
“뭐…….”
“가까이 다가갔다가 주술에 걸리면 그것만큼 바보짓이 없으니까.”
“……커……커어억…….”
결국 세이멍이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네 이놈……! 이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비록 이번 육신은 여기서 죽지만, 그는 영혼을 다루는 데 극에 이른 대음양사.
죽은 후에 새 몸에서 다시 부활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그렇게 다시 몸을 얻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리라.
저 인간과 개부터 먼저 처리한 다음 궁극의 주술을 실행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파프닐에게 원독에 찬 말을 하던 세이멍의 모습이 점점 탕후루에 감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세이멍과의 전투가 끝난 자리.
눈앞엔 어느새 작은 건물만 한 크기의 검은색 언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꿀과 탕후루 시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언덕.
세이멍을 통째로 거대 탕후루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 마지막이군.”
그렇게 돼서야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1호.”
“딱.”
파프닐의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 1호가 나타났다.
파프닐은 그런 1호에게 지시했다.
“이 창을 저 가운데에 찔러 넣어라.”
“딱.”
롱기누스 스피어를 받아 든 1호는 명령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들어 찔렀다.
푹! 탕후루 속을 파고든 롱기누스 스피어는 저항 없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이걸로 완성이군.”
세이멍을 죽인다 해도 영혼이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면 의미가 없다.
완전히 영혼까지 소멸시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봉인하는 것.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결국 해냈군.”
꿀은 마나를 흡수해 보관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영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탕후루 시럽 자체가 세이멍의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 되는 것.
거기에 롱기누스의 창을 찔러 넣어, 신력을 쓰는 것도 봉인한다면?
“내 예상이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 간섭할 수 없다는 뜻이지.”
탕평책 작전의 완성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파프닐은 해골병들에게 지시해 탕후루 언덕을 땅에서 분리시킨 뒤, 특수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인벤토리에 담았다.
“후우…….”
원작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강적이었다.
게임 시스템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과 주술이라는, 현실의 요소까지 자유자재로 다뤄서 공격해 오는.
그런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식에서 벗어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이겼군.”
몸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롱기누스의 창과 탕후루를 이용해 영혼까지 완전히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쉴 수는 없었다.
“저기 있다!”
“저놈이 성에 시체들을 풀어놓은 놈이다!”
성 내의 해골병들을 정리하고, 전열을 갖춘 중국 유저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파프닐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이제 남은 녀석들을 처리해 볼까?”
그 옆에서 일어난 해골병들이 일제히 귀화를 번득였다.
탕후루 대는 전부 떨어졌지만, 문제는 없었다.
시체는 이미 많이 생겨 있었으니까.
***
“후우, 여긴가?”
금오성 지하 복도.
바깥의 소란에도 이곳을 지키는 무림 유저들은 굳건히 수비 태세를 갖췄다.
이곳은 성 내의 여러 재보나 감추고 싶은 것들을 모아 두는 곳.
설령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받은 게 바로 지하 수비대였다.
그러나 이번의 상대는 그런 지진이나 천재지변보다도 한층 더했다.
어둠 속의 전투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유저.
수비대들도 최정예 중의 최정예였지만, 칠흑의 사신은 그런 그들을 탕후루 빨아 먹듯이 손쉽게 정리했다.
“커, 커헉…….”
마지막 수비대원을 쓰러뜨린 칠흑의 사신은 채찍을 품에 넣으며 입맛을 다셨다.
“냄새가 나는군.”
중국 세력의 보물고.
단순히 반천마신교 잔당들이라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 게, 이들 중국 유저들이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긴 게 바로 각종 보물이었다.
현실에서도 그 덕분에 대만 박물관에 엄청난 양의 유물들이 남아 있지 않던가.
게임 속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라, 금오성 지하 창고에 있는 아이템은 어지간한 서버의 최고급 아이템들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정보에 의하면 레전더리랑 하이퍼급 아이템이 다섯 개는 넘게 있다는 건 확실하지.’
칠흑의 사신이 직접 중국 서버에서 얻어 낸 정보이니만큼 틀림없었다.
무림맹, 황궁, 사파 등에 있던 진귀한 보물들.
그것을 몽땅 털어 낼 생각에 칠흑의 사신은 살짝 들뜬 기색으로 눈앞의 철문으로 향했다.
“자물쇠는……. 에이, 문에 비해서 너무 보안이 허술한데?”
달칵달칵, 몇 번의 손질을 거치자 자물쇠는 금세 열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남은 거대한 문을 밀던 칠흑의 사신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
철문을 열자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문 쪽으로 달려 나왔다.
오랜 세월 동안 강제 노역이나 실험에 동원된 듯, 그들의 몸엔 수많은 상처가 가득했다.
“사, 살려 주세요!”
“Help! Help!”
“저희 한국 서버에서 잡혀 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보물을 찾아야 하는데, 엉뚱한 곳으로 온 것.
물론 지금 곧바로 다른 쪽으로 간다면 보물고를 금방 찾을 수 있긴 했다.
아직 지상에서의 전투는 한창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들을 구하지 않으면, 이곳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
칠흑의 사신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내쉰 뒤 외쳤다.
“……조용!”
“…….”
순식간에 조용해진 사람들을 향해, 그녀는 단검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다친 사람들부터 한 명씩 풀어 줄 테니까, 소란 피우지 말고 기다려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