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8)
58화
“뭐? 우리 애들이랑 같이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자초지종을 들은 킨도르한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너 따라가서 손해 볼 일은 없겠지. 그래서, 어딘데, 우리가 이번에 갈 곳이?”
“극한 전선이다.”
“그래, 극한 전…… 뭐?”
극한 전선이 어딘진 킨도르한도 알고 있었다.
“방금 한 말은 취소. 너 미쳤냐!”
킨도르한은 득달같이 소리쳤다.
“거기가 어딘지 내가 모를 줄 알고? 헬 난이도 전선이 얼마나 빡센 덴데 우리한테 추천해?”
처음 극한 전선은 길드 외에도 여러 유저가 호기심 삼아 들어가 보았다.
그런 유저들이 퍼 날라 준 정보에 의하면…….
“오크 기사단에 트롤 부대에 별의별 게 다 나오잖아. 탱커고 뭐고 앞에 서면 그 순간 터지고. 흑마법사랑 궁수 부대에 공성 병기까지 있는 건 말 안 하냐?”
정예 병종뿐만이 아니다. 킨도르한이 말을 이었다.
“사천왕 상시 출현에 와이번 공군까지 있고, 심지어 거기서 가끔은 황제도 나온다더라? 근데 뭐? 거기서 사냥을 하면 개꿀이라고?”
출몰 몬스터만 따져도 최악의 난이도.
게다가 이번 2차 전선은 빅 이벤트다.
막대한 보상과 공헌도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사망 시 페널티도 컸다.
“하루 접속하지 않는 사이에 옆에 있던 놈들이 2~3레벨씩 앞서갈걸. 그 손해를 메우려면 열 배는 더 열심히 게임을 해야 할 텐데 왜 지금 갑자기 거길 가는 건데?”
우 박사라도 빙의한 듯 설명을 이어 가는 킨도르한.
파프닐은 킨도르한이 저 정도로 길게 말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야 간단하지.”
파프닐은 태연히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빈틈을 노리는 거다.”
“…….”
“이제 2차 전선도 중후반이다. 슬슬 커다란 규모의 전투가 일어날 거다.”
“그래서?”
“대형 길드들이 슬슬 전력을 다할 거야. 극한 전선이라고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할 정도로.”
이벤트의 끝을 장식하는 대규모 전투!
원작 소설은 물론, 현실의 여러 게임에서도 자주 쓰는 패턴이었다.
“그럼 더욱 거기 갈 필요가 없지 않나?”
킨도르한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차피 대형 길드가 중요한 콘텐츠는 다 먹을 텐데, 우리가 굳이 거기까지 가서 뭐 할 게 있겠냐고.”
우미간파가 최근 세가 늘어났다 하지만, 대형 길드들의 전력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였다.
게다가 대형 길드들은 자신들의 먹이에 다른 유저가 끼어드는 걸 좋아하지 않을 터.
“그건 다 방법이 있다, 킨도르한.”
“무슨 방법, 네 해골병이 돼서 소모품으로 쓰이는 거?”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 위험도는 꽤나 높지만, 이득은 그 이상이라는 것도.”
“…….”
설명이 끝나자 킨도르한은 미간 사이를 찌푸렸다.
파프닐은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쳤다.
“그래서, 할 거냐?”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싫다면 강요하진 않겠다. 그만…….”
“해야지! 한다고!”
“그래, 좋다.”
씩, 그제야 파프닐의 입꼬리에 미소가 어렸다.
“그럼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계약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정보 공유는 믿을 만한 초고수 몇 명에 한정.
순수익의 30%는 파프닐이 지분을 가진다.
사망 시에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
여기까지 말한 파프닐이 덧붙였다.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음?”
“전투가 끝난 다음 나오는 잡템들은 내가 독점으로 전부 사고 싶은데, 혹시 따로 맺은 계약이 있나?”
전장에서 막타를 먹다 보면 여러 아이템이 쌓인다.
재료나 원석, 오크의 물품들 같은 잡템부터 쓸 만한 레어급 장비들까지.
한 번 전투를 끝내면 비어 있던 인벤토리가 절반 가까이 찰 정도다.
“뭐……. 다른 계약이 없긴 한데, 혹시 이상한 데 쓰려는 건 아니지?”
“시세 이상으로 올리진 않을 거다.”
“그럼 좋아.”
“좋아, 전부 동의하는 사항이라면 여기 서명해라.”
파프닐은 계약서 서류와 펜을 내밀었다.
슥, 펜을 받더니 곧바로 거기에 서명하는 킨도르한.
확실히 지금 제안은 경험치까지 감안하면 굉장히 싼 대가였다.
‘어차피 그 전장을 나 혼자 커버하는 건 무리였다.’
수만 단위의 병력이 매일같이 부딪치는 극한 전선.
거길 전부 돌아다니며 이득을 보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그렇다면 이참에 사업도 진행하고, 새 거래도 트는 게 낫지.’
우미간파가 성장해 도움이 되고, 이들이 얻은 아이템의 판매 수익을 받으며 추가 보너스까지 받는다.
그런데 잡템은 어째서 모으냐고?
‘다 쓸 데가 있지.’
이제는 두 번째 대비를 할 차례다.
파프닐은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번엔 수도의 양지바른 카페였다.
“거래 건 때문에 절 찾으셨다고요?”
“네.”
“일단 축하드립니다. 최근 파프닐 님 닉네임이 화제더군요.”
제라르.
파프닐과 인연을 맺은 아이템 및 정보 거래 상인이었다.
“공헌도만 따지면 전 세계에서 파프닐 님이 1위라던데요?”
“한국 서버 한정입니다.”
“다른 서버도 비슷한 이벤트 하고 있으니, 전 세계 1위가 맞지요.”
최근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제의 인물!
그런 인물이 자신과 거래한다는 것만으로도 제라르의 가치도 오른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용건은 판매인지요, 구매인지요?”
“팔 겁니다.”
“어디, 어떤 걸…….”
“일단은 이걸 좀 팔아 주셨으면 합니다.”
파프닐은 인벤토리의 잡템들을 쏟았다. 오크 전장에서 무더기로 얻은 잡템들이 가득 쌓였다.
“이, 이건…….”
상인 유저는 아이템 거래나 매매, 계약 등의 활동을 통해 주로 경험치를 얻는다.
어떨 때는 의도적으로 잡템을 손해 보면서도 샀다가 파는 경우도 있었다.
즉, 눈앞에 있는 건 제라르에게 있어 거대한 경험치 덩어리인 셈.
“품목은 망가진 무기나 갑옷, 보급품 같은 겁니다. 요새 열심히 사냥을 하다 보니 잡템이 쌓여서요. 어떻게…….”
“물론 가능합니다! 잘 처리하겠습니다, 고객님.”
제라르는 혹시 파프닐이 마음을 바꾸기 전에 재빨리 쓸어 담았다.
“그리고…….”
“네!”
“파는 건 처리했으니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는데, 이건 꼭 좀 부탁드립니다.”
“부탁이요?”
“네.”
파프닐은 제라르에게 속삭였다.
잠시 후 내용을 들은 제라르의 표정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떠올랐다.
***
바란왕국군의 개입!
2차 전선이 진행되자 극한 전선뿐만 아니라 다른 전선에서도 곳곳에서 왕국군이 보이기 시작했다.
“쫓아라!”
“바란왕국의 영토에 발을 디딘 몬스터를 한 마리도 놓치지 마라!”
화려한 왕국군 기사들이 오크 기병대를 무찌르고, 금빛 수실과 모자를 갖춰 입은 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쉴 새 없이 쏟아붓는다.
각 전선에 파견된 왕국군의 활약!
-돌발 퀘스트 ‘영광된 돌격’이 생성되었습니다.
-돌발 퀘스트 ‘구국의 방패’가 생성되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귀족가의 기사단들이 각 전선에 등장할 때마다 여러 퀘스트들이 나타났다.
기세등등한 유저들이 재차 오크들을 밀어냈고, 그때마다 대량의 포인트가 들어왔다.
[NPC들의 저력! 바란왕국군 다수 출현.] [이벤트는 중반으로, 과연 수훈갑은 누가 될 것인가?] [파프닐의 독주는 여전! 그의 정체는?]기사엔 파프닐 외에도 왕국군 NPC와 유저들의 활약상이 연달아 올라왔다.
[흑사자 길드 ‘바리안성 수성 성공’] [순수악동의 ‘최준혁’, 오크 ‘천부장’ 처치. 창의적인 발상으로 교환비 1000 : 13의 대승리를 일구어 내다.]특히 홍보거리가 많고, 랭커들이 다수 있는 길드들의 기사가 가득했다.
누가 최고가 될지, 어떤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수많은 논쟁이 가득한 커뮤니티!
그래도 유저들 사이에 한 가지 공통된 공감대가 있긴 했다.
>이대로면 뭐, 큰 문제 없이 클리어하고 끝날 듯?
>첫 이벤트라고 난이도 낮게 내줬네.
>그러니까ㅋㅋ 이건 인정함.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실제로 전선도 곳곳에서 승리 소식이 나오고 있고, 대형 길드와 왕국군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위기감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안 되지. 안 되고말고.”
활빈당주, 홍길동은 하회탈 가면 속에서 중얼거렸다.
“형, 준비됐다는데?”
“좋아. 들어가자.”
옆으로 다가온 전우치의 말에 홍길동도 움직였다.
눈앞의 성채 안으로 들어간 둘은, 곧바로 중앙의 홀로 안내되었다.
기사들이 양옆으로 비키고 문이 열리자, 매 문양이 걸린 홀이 나타났다.
“늦지 않게 왔군.”
홀 중앙의 옥좌에 앉아 있던 장년의 남성 NPC가 말했다.
새치 섞인 검은 머리에 안대를 한 눈.
선대 바란왕국 국왕의 동생이자, 왕국 제2의 권력자인 고윈 대공이었다.
“자네들이 마련해 준 물자와 장비가 큰 도움이 되었네.”
“세상을 바르게 다스릴 분께 저희 재물이 쓰인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이 공헌, 나중에 몇 배로 보상하겠네.”
홍길동을 치하한 고윈 대공이 주변에 물었다.
“준비는 어떤가? 충분히 했나?”
“예, 모든 준비가 완벽합니다.”
“알겠네. 그럼 이제 거사를 행하러 가지.”
척, 고윈 대공이 일어서자 양옆의 기사들이 다 같이 검을 뽑아 들었다.
고윈 대공이 말했다.
“이 일이 끝났을 때, 나는 천하의 주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주)타이탄의 본사.
고객 센터에서 내용을 살피던 직원 한 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잉? 이게 뭐야?”
“뭔데?”
옆으로 다가온 다른 직원이 눈을 비볐다.
“……버그 프로그램 사용 의심?”
만약 진짜 버그 프로그램을 쓴다면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프로그램 사용도 그렇지만, 호라이즌의 보안이 뚫리고 가상현실의 세계에 버그를 넣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확인해 보지.”
보고를 받은 개발부 1팀장, 이 팀장이 말했다.
“유저는 파프닐, 부정한 방법으로 공헌도 취득이라…….”
호라이즌의 시스템과 보안은 완벽했다.
본사의 외부 보안은 어떻게 뚫을 수 있어도, 슈퍼컴퓨터 ‘폴라리스’가 직접 관리하는 호라이즌 자체에 간섭하는 건 불가능했다.
“어디…….”
전용 PC에서 내용을 돌려 보던 이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아니구만.”
아무리 봐도 버그성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았다.
공헌도도 정상적으로 오르고 있고, 플레이에도 딱히 버그성이 보이지는 않았다.
“자료를 보아하니 개인적인 사견으로 보낸 거잖아. 다음부터 이런 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네, 팀장님.”
“한 번만 더 이런 일로 우리 쪽에 건수 보내면 내가 직접 간다고 하고.”
지시를 들은 직원이 멀어지자, 이 팀장은 혀를 찼다.
“고객 센터 놈들, 매일 별일도 아닌데 호출을 한단 말이지.”
덕분에 템포가 끊겼다.
이럴 땐 담배 한 대 태운 뒤 재차 작업하는 게 최선이다.
“으음.”
착, 착. 이 팀장이 당당하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가볍게 기지개를 켠 이 팀장이 마지막으로 영상을 훑어보았다.
지금 진행 중인 이벤트는 호라이즌의 첫 세계급 이벤트.
혹시라도 자신이 놓친 게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친구, 이거…….”
가볍게 영상을 보던 이 팀장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손가락 사이에 불을 피운 담배를 낀 채 영상을 시청하던 이 팀장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거…….”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 비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돌진!
변변한 스킬 없이 오직 컨트롤만으로 오크들의 공격을 흘려 내며 사냥을 이어 간다.
더욱 놀라운 건 매 순간 깃들어 있는 전략적인 판단.
부상자가 생겨 무너지기 직전의 진영이나, 위험에 처한 기사 등을 기가 막히게 돕는다.
‘저 한 명이 최소 100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치익, 타들어 간 담뱃재가 손가락에 닿았으나 이 팀장은 그것도 모른 채 홀린 모습으로 파프닐의 영상을 지켜보았다.
‘대단한걸. 컨트롤과 대국적인 판단. 그리고 이 시점에서 극한 전선에 홀로 들어오는 용기…….’
한참 감탄하던 이 팀장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주변에서 싸우는 해골병들이 공통적으로 착용한 장비들.
워낙 작은 점으로 보이기에 놓치기 십상이겠지만, 이 팀장은 그 해골병들의 장비를 정확히 확인했다.
‘거기에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는 배짱까지.’
대단한 유저지만, 마지막 점은 조금 괘씸했다.
팔짱을 끼려던 이 팀장이 손에 있는 담배를 보고 혀를 찼다.
“아, 이런.”
불만 붙였던 담배가 어느새 필터까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곧바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이 팀장이 문서창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이건 조금 괘씸하니까.’
타타타탁, 문서 위로 글자 하나가 새겨졌다.
-몬스터 제국의 발호 긴급 패치안.
-1. 전장 입장 시 장비 대여에…….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