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80)
580화
“빨리 걸어!”
금오성 지하 통로.
지상의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지하에는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사슬에 묶여 걷고 있었다.
“안 움직여? 카오 니 마, 뒈지고 싶어?”
사람들을 인솔하던 대머리에 문신이 있는 근육질 남자가 채찍을 휘둘렀다.
공격에 맞은 여인 한 명이 비틀거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돕지 못했다.
괜히 도왔다가 자신도 채찍에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젠장……. 어쩌다 게임하면서 이딴…….’
사슬에 묶여 있던 청년 한 명이 이를 갈았다.
그의 이름은 김창석.
중국 영역에 있지만, 원래는 한국 서버의 유저이자 신대륙에 올 정도의 베테랑 마도 공학자였다.
수개월 전.
신대륙 깊은 곳에 있는 절명의 계곡에 희귀 광석인 이르시움(이모탈)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곧바로 탐험대를 조직했다.
레벨 700 이상이자, 상위 클래스 전직과 명성치 10만, 탐험가 점수 3만 이상의 베테랑들 혹은 자신이 직접 실력을 인정한 사람들만이 모인 대규모 파티.
그러나 중국인들의 기습에 그 파티는 너무나도 쉽게 함락당했다.
그 후의 일은 처참했다.
김창석과 동료들은 모든 장비를 빼앗겼고, 중국인들의 영역까지 맨몸으로 끌려왔다.
매일 일정 시간 접속해서 광석 채굴을 하거나, 오물을 치우는 등의 잡일을 하지 않으면 무한 킬and환생 포션 형벌을 받게 된 상황.
사실상 노예로 납치된 거나 다름없던 생활이 이어지던 도중, 갑자기 중국인들이 자신과 다른 노예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습격이라도 온 건가?’
중국 유저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들을 대피시킬 정도라면 세력 전체가 공격을 받은 것이라 보는 게 맞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면, 천마신교 본단에서 대규모 군대를 돌입시킨 것.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탈출할 기회였다.
김창석은 사슬을 잡고 힘을 주었다.
“여러분! 지금이 기회입니다! 다들 움직여요!”
“음?”
“탈출하는 겁니다!”
“이 자식이!”
분노한 감독관이 채찍을 휘둘러 왔지만, 작정하고 결심한 김창석을 그 정도 공격으로 막을 순 없었다.
“그, 그래!”
“여기서 이 짓 하는 것도 질렸어!”
어차피 계속 끌려가 봤자 중국 유저들 밑에서 노역을 해야 한다는 건 똑같다.
차라리 죽더라도 부활이 가능하니, 지금 싸우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오냐……. 그렇다면 소원대로 죽여 주마!”
중국 유저가 채찍 대신 방천화극을 들었다.
난동을 일으키던 다른 유저들 사이로 달려온 그가, 김창석을 향해 창끝을 내질렀다.
‘아, 젠장……. 죽었나.’
김창석의 눈이 질끈 감겼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적어도 마지막엔 꿈틀거리기라도 하고 죽었으니까.
‘……?’
그런데 로그아웃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멍! 크르릉!”
“끄아아아아!”
대신 감은 눈 너머에서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천히 눈을 뜬 김창석의 표정이 묘해졌다.
“지, 진돗개?”
전투라면 도가 튼 중국 유저들 사이를 흰색 진돗개 한 마리가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진돗개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용과 호랑이 같던 고수들이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졌다.
“자, 잠깐…….”
“개뿐만이 아니야!”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중국 유저들 너머를 가리켰다.
하수구의 물속,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나타난 금속 해골병들이 복돌이에 정신 팔린 중국 유저들을 하나둘씩 정리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김창석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저건 설마……. 파프닐?”
“멍!”
아래를 내려다보자 흰 진돗개가 혀를 내밀고 있었다.
“고, 고맙…….”
“멍멍, 혹시 탕후루 남은 것 있냐?”
“……?”
“저 해골들 몰래 주면 고맙겠다, 멍!”
“…….”
김창석이 있는 하수도뿐만 아니라 다른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두머리를 잃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중국 서버의 정예 인원들.
재키와의 연락 없이도 중간 간부들이 무림인들을 규합해, 천마신교와 싸울 때의 작전 계획대로 해골병들과 대적하고 있었다.
파프닐은 그런 그들을 본격적으로 사냥했다.
해골병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적들의 화력을 집중시키고.
그사이 땅속이나 건물 사이로 돌아간 별동대 해골병들이 적들의 진영을 곳곳에서 붕괴시켰다.
“탕후루 공격.”
저항이 격렬한 곳은 탕후루 시럽을 조종해 쏟아부은 뒤 해골병을 투입!
중국 사파 무림인들이 전부 정리당하는 데 든 시간은 6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전투를 마무리 지은 뒤 파프닐은 뒤처리에 들어갔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 있어 다행이군.”
“죄,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너희를 속여 버렸다.”
“허, 허억.”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포노의를 비롯한 흑사회, 사도문, 혈룡각 등 뒷골목 흑도 문파의 장들이 엎드렸다.
사실 그들은 오히려 안도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군지 알 수 없던 초월적인 상대의 정체가 파프닐이라는 게 밝혀졌으니까 말이다.
재키 챙과 사도련 간부들을 자리에서 도륙 내 버리는 것도.
성 전체를 순식간에 접수하는 것도 파프닐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제 파프닐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였다.
이용 가치가 다 사라졌으니 죽이기야 죽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죽음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괘씸죄를 물어서 잡아간 뒤 두고두고 노역만 시킨다면?
‘아, 안 돼…….’
중국의 서민은 가난하다.
돈을 벌어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게임은커녕 생계조차도 잇지 못할 것이다.
“제발…….”
“뭐, 너희는 잘해 줬다.”
파프닐은 그런 그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원한다면 일을 계속 맡기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면 그냥 보내 주지.”
“일…… 말입니까?”
“그래, 중국 쪽에 정보원이 필요한데, 너희가 그 일을 해 주어야겠다.”
폐쇄적인 중국 서버에 의심을 사지 않고 들어가기 위해선 중국인 신분이 유리하다.
이들이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활빈당이나 다른 조직의 손을 빌리는 것보다, 귀찮더라도 앞잡이를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겸사겸사 본토에서 탕후루도 팔아 주고.”
“그……. 그건…….”
“싫다면 지금 가도 좋다.”
“아, 아닙니다. 맡겨만 주십쇼!”
“성심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
감히 누구 말이라고 거부하랴.
포노의와 흑도 문파원 들은 온몸을 땅바닥에 붙이듯 하며 엎드렸다.
‘흠, 그럼 이쪽은 일단락인가.’
자신을 위해 일해 준 사람을 일방적으로 내치고 버린다.
아무리 중국인이라고는 해도, 그건 미래를 볼 때 좋지 않은 일이었다.
왜 굳이 안 사도 될 원한을 사야 하는가.
“그럼 이제 전리품을 챙길 차례군.”
파프닐은 정중앙의 금오성 내성 쪽으로 향했다.
곳곳에서 저항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의 적들이 죽었기에 대로변은 텅 비어 있었다.
‘정리는 얼추 다 되었군.’
하지만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재키의 부하나 동료가 남아 있을 수도 있고.
혹시 이 틈을 노린 천마신교나 다른 세력이 송곳니를 드러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긴장하는 건 공짜이니, 나쁠 건 없지.’
해골병들이 곳곳을 먼저 살피며 혹시나 함정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대연회장 앞마당에 도달했을 때,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저건…….”
레벨 700이 넘는 고수들이 수백여 명!
파프닐이 막 해골병들을 불러 모으려 하던 순간이었다.
“저기 있다!”
“파프닐 님이다!”
“감사합니다! 파프닐 님!”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파프닐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멍멍! 내가 구했다, 멍!”
그제야 파프닐은 사람들 다리 사이에 복돌이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파프닐 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짱X 놈들이 저희를 납치해서 막…….”
사도련과 중국 잔당들에게 납치된 수많은 사람들!
복돌이와 칠흑의 사신이 구출한 뒤, 혹시 적들이 공격해 올 때를 대비해 대연회장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모여 있는 게 더 싸우기 편할 테니 말이다.
“…….”
파프닐은 남몰래 해골병들을 불러모으던 명령을 취소했다.
***
“여기군.”
“그래.”
칠흑의 사신의 안내를 받은 파프닐은 곧 보물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녀석, 뭐가 그리 중요한지 위장용 더미 창고를 만들어 둬서 속이려고 했다니까, 심지어 진짜 창고를 찾았는데도 온갖 자물쇠로 숨겨 뒀지. 뭐……. 내가 아니었다면 통했을 거야.”
뭔가 길게 말하는 칠흑의 사신을 흘긋 보고 넘어간 파프닐은 천천히 창고 안을 확인했다.
수많은 금은보화와 귀금속, 금괴, 그리고 각종 고급 장비나 재료 아이템들이 산처럼 섞여 쌓여 있는 게 보였다.
‘확실히 엄청나군.’
사도련 본단과 중국 서버 곳곳에서 긁어모았다는 소문답게, 엄청난 양이었다.
“아무렇게나 쌓여 있긴 하지만, 가치 있는 것들뿐이군.”
“그렇긴 하더라, 중국 놈들치고는 눈이 높아.”
고개를 끄덕인 칠흑의 사신이 말했다.
“뭐, 그럼 이제 여기서 조금 챙겨 가도 좋아.”
“가져가라고?”
“응.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암살 시간을 달라는 거면 거절한다.”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칠흑의 사신과 거래를 한다?
차라리 복돌이에게 꿀단지를 맡길 거다.
“참 나, 내 신용도가 그 정도였어?”
“최소한 네가 날 암살할 각을 24시간 노리고 있단 건 알고 있지.”
“…….”
칠흑의 사신은 말문이 막혔다.
“그런 거 아닌데? 그냥 한번 만나자는 거였는데?”
“만나?”
“음……. 솔직히 좀 궁금해서 말이야.”
그동안 파프닐은 자신의 암살을 피한 걸 포함해서 여러 번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펼쳤다.
대체 현실에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다……라는 게 칠흑의 사신이 하는 말의 요지였다.
“흠……. 뭐, 그렇게 해라.”
“내가 딱히 별다른 꿍꿍이나 그런 게 있는 건 아니……. 응?”
“괜찮으니까 잡으라고. 그럼.”
한번 만나 주고 레전더리급 아이템이면 충분히 이득이 아닌가.
복돌이도 있으니 위험한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어쨌든 허락은 받았으니 파프닐은 마음 놓고 보물고를 둘러보았다.
“화씨지벽 원본(이모탈)……. 금강석으로 된 금강 거북(이모탈), 청룡의 여의주(레전더리)……. 무지갯빛 가마솥 장식의 보라색(레전더리)에…….”
어딜 봐도 보물 아닌 게 없다.
‘이건 원작 소설에서 나오지도 않은 곳이니 내 감으로 찾는 수밖에 없겠군.’
파프닐은 침착하게 하나씩 물건들을 훑었다.
단순히 값어치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저 도끼도 괜찮아 보이고……. 저건 신선의 정복인가? 고레벨 방어구지만 나한테 필요한 건 아니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더기를 훑던 도중 복돌이가 코끝을 킁킁대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래?”
“크르릉, 피비린내가 난다, 멍.”
“피비린내?”
“이거다. 멍.”
복돌이가 금화 무더기를 파헤치더니, 안쪽에서 한자가 적힌 죽간과 창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이건…….”
책과 창을 본 파프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사기와 피비린내.
범상치 않은 어둠 속성의 아이템이었다.
“어디 내용물을 한번 볼까?”
어둠 속성 직업으로 800레벨이 넘은 파프닐마저 순간 흠칫할 정도의 마기가 흘러나오는 창과 서적이라.
흥미를 가지기엔 충분했다.
띠링!
손을 가져다 대자 창과 서적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자세히 그것을 읽던 파프닐의 표정이 점차 묘하게 변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