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83)
583화
“후우.”
컷씬이 끝난 후.
파프닐은 눈을 떴다.
“천마라…….”
뱀파이어의 혈문자, 뱀파이어만이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봤을 때부터 숨겨진 사연이 있을 것이라곤 예상했다.
하지만 설마 중원에 뱀파이어, 그것도 신과 싸울 수 있을 정도의 고위 진조 뱀파이어가 있었을 줄이야.
‘그 정도면 마왕급 아닌가?’
뱀파이어의 위계는 보다 피의 신에 가까울수록, 즉 오래 산 뱀파이어일수록 높다.
신들의 시대에서부터 있었던 뱀파이어라면 현재 피의 마왕인 라브노스, 그리고 그 아래 마장군인 헤모라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하긴, 나도 지금 그 정도까진 올랐을지도.’
헤모라가 얼마나 강한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온갖 몬스터를 잡으며 성장한 지금,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진메탈 담피르라는 새로운 직업 겸 종족을 개척했고.
네크로맨서로서도 선두에 서서 미지의 영역을 달리고 있다.
‘실제로 해츨링 드래곤을 잡았던 게 옛날이니까, 이젠 성룡 정도까진 잡겠지.’
그러나 파프닐이 알지 못하는 게 있었다.
그때 잡았던 드래곤은 해츨링이 아닌 성룡이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파프닐의 컨트롤과 가진 스킬, 장비, 세력을 전부 쏟아붓는다면 성룡보다 더한 개체들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나서지 않을 뿐.
‘그나저나 천마를 잡는 퀘스트라니.’
파프닐은 퀘스트 설명창을 열었다.
[천마와의 악연]-등급 : 레전더리
-완수 조건 : 현재의 천마와의 대결에서 승리(0/1)
-보상 : 버즐의 피(???), 리리스의 각인(???)
-설명 : 아주 오랜 과거, 고대의 뱀파이어 버즐은 천마와 모든 것을 건 승부를 겨뤘다. 비록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승자는 정해지지 못했지만, 후대의 제자들이 생겨난 시점에서 승부는 다시 한번 이어지게 되었다.
천마를 꺾음으로써 암흑혈마의 무공이 더 강함을 세상에 증명하고 버즐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버즐은 기꺼이 자신의 피 그리고 피의 신에게서 받은 각인을 줄 것이다.
-천마와의 전투에서 패배 시 퀘스트 실패로 간주됨.
-퀘스트 실패 혹은 포기 시 암흑혈마공 소멸 및 뱀파이어 계열 스킬 레벨 1 감소.
‘……절대 실패하면 안 되겠군.’
메탈 담피르의 금속 관련 스킬들은 파프닐의 육성 계획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파프닐은 심호흡을 내쉬었다.
“하긴, 다른 이유 때문에라도 실패하면 안 되긴 하지.”
중국 서버에 바람처럼 나타난 신임 천마.
소천마 상관기홍이나 검왕 주위현.
사도련주 재키 챙까지.
수많은 적들을 무릎 꿇리고 중국 서버를 통일한 그는, 한 가지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놀랄 만큼의……. 운빨.’
상관기홍과 부하들을 쓰러뜨릴 땐 모든 폭약이 발동되지 않았고.
논타깃 스킬이나 광역기도 기가 막히게 그 천마만을 피해 다른 곳에 꽂혔다고 한다.
거기까지라면 컨트롤이라고 여길 여지가 있다.
하지만 무림맹과 싸울 땐 맹주가 갑자기 현실 크리를 타 전장에서 이탈해야 했고.
황궁에서 나서려 할 땐 기가 막히게 동물 반란군들의 습격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천마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들을 운 덕택에 몇 번이나 이긴 것.
파프닐이 아는 한 이 세계에서 그 정도 운빨을 가진 건 단 한 명뿐이었다.
“플러시…….”
인어 마을에서 행적이 사라졌었다고 알고 있었던 그 녀석이다.
어떻게 중국 서버까지 흘러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천마는 틀림없이 플러시가 맞았다.
“그 녀석을 쓰러뜨리는 건 나로서도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니, 퀘스트를 걸어 준다면 나야 좋지.”
그래도 다행이었다.
정보에 의하면 플러시는 아직 한 서버의 최강자 수준.
소설 속에 나오던 ‘우주 시대’의 플러시만큼 크지 않았다면, 아직 외통수를 만들 여지는 남아 있었으니까.
“자, 그럼 다음 작업을 확인하러 가 볼까?”
미리 자동 사냥을 돌려 둔 제단들.
커뮤니티에서 흔히 말하는 ‘통발’의 진행도를 보고 회수할 시간이었다.
‘연구소가 어려워 보이긴 했는데, 50% 정도는 공략했을지 모르겠군.’
그때였다.
막 파프닐이 제단을 확인하려 할 무렵.
갑자기 메시지창이 빛났다.
“음?”
발신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보이스 콜 연락을 받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네가 왜 나를 찾지?”
-내가 찾는 게 아니다.
메시지창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전체 랭킹 1위, 아진의 목소리였다.
-그 녀석이 전해 달라더군. 보상을 주고 싶으니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콩이라는 원숭이 녀석이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그 원숭이, 대체 타이탄사의 어느 정도 직급이지?’
자신에게 자유자재로 연락하고, 주식을 주겠다고 하는 걸 보면 최소한 한 국가 지사의 지부장 정도는 따위로 취급할 만큼 초고위층인 게 분명했다.
‘설마 회장……은 아니겠지.’
타이탄사의 회장.
인류사에서 비교할 사람이 없는 천재의 정체는, 원작 소설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이 세상의 문명 수준을 현실에 비해 10% 정도 더 끌어올릴 정도의 천재고.
그런 천재가 전력을 다해 만든 게임이 바로 이 호라이즌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다.
“…….”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니 왠지 입맛이 썼다.
-시간은 괜찮나?
“물론, 바로 만나도 되고.”
고개를 살짝 내저은 파프닐이 대답했다.
그 순간 아진이 대답했다.
-바로는 힘들 텐데?
“음?”
-현실에서 만나자고 전해 달라더군. 그 녀석이.
현실에서?
파프닐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
타이탄호텔.
서울에 있는 호텔이며, (주)타이탄사가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크기는 다른 초거대 호텔들에 비해선 약간 작은 편.
그러나 내부 시설이나 경관만큼은 서울의 다른 어느 호텔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곳은 호텔 명판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타이탄사의 귀빈들이나 내부 중역들만이 쓸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오성 그룹의 오성호텔과 더불어 한국 3대호텔의 하나이기도 한 이곳의 입구에 한 개의 안내판이 붙었다.
[오늘은 예약으로 인해 최상층 라운지에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손님분들의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뭐, 뭐라고?”
“허 참…….”
호텔을 찾았던 사람들은 혀를 찼다.
한국 3대호텔이자, 미슐랭 비공식 4성, (주)타이탄의 기술력이 모두 들어간 곳.
그런 곳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중견 기업 회장 등 한국 사회에서 상위 0.1%에 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한데 그들마저도 쓸 수 없다니.
“아니, 우리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대체 누가…….”
“죄송합니다.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물어보아도 종업원들은 말을 아꼈다.
타이탄사의 직원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허가받지 않은 정보는 절대 풀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자신들도 믿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쩝……. 하는 수 없지.”
“그런데 대체…….”
결국 묵고 있던 사람들은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호텔의 최상층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호텔의 최상층. 한강이 보이는 라운지에 김강한이 들어섰다.
“왔군.”
은은한 조명이 켜진 라운지.
자리엔 양복 차림의 자그마한 원숭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
복돌이랑 같이 있으면서 여러 경험을 했지만, 원숭이가 사람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건 아무래도 익숙지 않았다.
“음?”
김강한은 원숭이 앞에 놓인 술병을 보았다.
먼저 잔을 기울이고 있었던 듯, 병당 수억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이 이미 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나를 불렀다고.”
“미안하군, 세이멍 처치 후 뒷수습으로 바쁠 텐데.”
“아니, 괜찮아.”
김강한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무조건 현실에서 이야기하는 게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아쉬운 것은 사실.
자리에 앉은 김강한은 곧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계약대로 롱암과 세이멍을 처치했다.”
“확실히 보았지, 대단하던걸? 탕후루로 녀석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콩은 진심으로 놀랐는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나는 단순히 해골병을 만들 뼈를 들이려는 용도라고 판단했었는데.”
“그보다 문제는 없는 거겠지?”
칭찬이 길어지려 하자 김강한은 화제를 바꿨다.
“혹시 그 봉인이 소용이 없어서 세이멍이 영혼에서 풀려나오거나, 롱암이 재접속해서 다시 동물 반란군을 일으킨다면…….”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콩이 대답했다.
“네게 당한 순간 롱암의 뇌는 과부하로 타 버렸고, 세이멍은……. 그럴 몸도 없이 양자 세계의 데이터 속에 봉인되어 있지. 네 봉인은 완벽했다.”
현재 호라이즌에 안정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반려동물용 VR 기기는 개나 고양이 정도가 한계다.
동물 반란군의 동물들은 그것을 불법 개조해 접속했는데, 그 대신 한 번 강제 사망하게 되면 뇌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안심해라. 더 이상 동물들이나 세이멍이 네게 복수할 일은 없을 테니.”
“그래……. 다행이군.”
콩에게서 직접 확답을 받자 몸의 긴장이 풀렸다.
지금까지 온갖 요소가 자신을 방해해 왔지만, 이제 안정적으로 플러시와 파이브스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꼬르륵.
김강한의 배에서 깊은 소리가 울렸다.
“이런, 내가 정신을 놓고 있었잖아? 은인을 앞에 두고 음식도 대접하지 않고.”
“식사라고?”
“기대해도 좋을 걸세. 이봐!”
콩이 박수를 두 번 치자, 원숭이 웨이터들이 은쟁반과 그릇에 담긴 요리들을 내어 왔다.
“이건…….”
김강한의 표정이 묘해졌다.
“일단 식사라도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지.”
접시가 열리자 안에는 따끈한 흰 쌀밥과 갈비, 그리고 고춧가루에 양념된 커다란 초록색 잎 김치가 있었다.
“밥과 국…… 갈비랑 김치?”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조금 했지. 한국인이라면 식탁에 반드시 김치가 올라야 한다면서?”
흠, 그건 맞는 말이다.
소설 속 세계에 온 뒤.
수십억 대의 수익을 올리는 지금도 김강한의 집 냉장고에는 김치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계속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김치의 아삭함과 매콤함은 포기하기 힘든 게 맞았다.
“그래서 직접 준비했다네.”
“고맙긴 한데……. 이건 아무리 봐도 배추김치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김치인지 묻는 질문에 콩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김치인지 먹어 보고 맞히는 것도 식사의 기쁨이지.”
“흠……. 그럼 어디.”
설마 괴식은 아니겠지.
젓가락으로 큰 이파리를 집은 김강한은 단숨에 그걸 입 안으로 가져갔다.
“음…….”
입 안에 그것을 넣은 순간, 김강한의 표정이 벌레를 씹은 듯 일그러졌다.
“이…… 이건!”
“어떤가.”
꿀꺽. 간신히 목구멍으로 넘긴 김강한이 말했다.
“열대 나무 이파리 같은데……. 이 안에 있는 물컹물컹한 건…….”
“건?”
“……바나나?”
“바로 맞히다니……!”
콩의 눈이 커졌다.
“놀랍군. 두 번 정돈 틀릴 거라 생각했는데…….”
“바나나라니…….”
“바나나 나무의 잎과 바나나를 발효시켜 만들었지. 내가 직접 고안한 몽은지 김치일세.”
“…….”
몽(키)(묵)은지 김치.
물컹물컹한 맛 때문에 도무지 취향이 아니었지만, 김강한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그럴 줄 알았지. 이것들도 먹어 보게나.”
“…….”
다른 음식들을 보던 김강한이 문득 질문했다.
“이거 설마 전부 바나나가 들어간?”
“역시 자네는 통찰력이 뛰어나군. 세이멍을 이긴 플레이어다워.”
“…….”
김강한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러 담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