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84)
584화
충격적인 맛의 몽은지 김치.
콩이 준비한 식사는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바나나를 이용해 단맛을 낸 몽갈비.
바나나로 장식한 양념 몽닭.
바나나로 장식한 회와, 거기에 찍어 먹는 바나나 약고추장까지.
수많은 기묘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는, 원숭이식 한식 메뉴는 바나나 떡과 탕후루에 이르러 막을 내렸다.
“맛있었나?”
콩의 질문에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맛없다고 말하는 건 눈치를 팔아먹은 짓이겠지.
“다행이야, 한국에 대한 공부를 한 보람이 있군.”
만족스레 웃은 콩이 말했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지.”
콩과 김강한은 사전에 약속을 했다.
롱암과 세이멍을 처치해 준다면 그에 맞게 보상하겠다고.
“이봐.”
“우호.”
고릴라 한 마리가 007가방을 들고 왔다.
“열어 보게.”
딸깍.
가방을 열자 그 안에 가득 찬 서류가 보였다.
“내가 보유한 타이탄사 주식의 10%……. 140만 주일세.”
“……! 왜 두 배가 됐지?”
“얼마 전 액면 분할을 했거든.”
타이탄사 주식의 최근 가격은 한 주당 150여만 원.
사실상 비X코인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초고가지만, 전 세계 각종 분야에 진출 중인 타이탄사를 생각하면 이 정돈 당연한 일이었다.
중공업, 첨단 IT, 로봇, 가상현실, 우주 개척, 핵융합 발전, 의료까지.
수많은 과학 기술 분야를 선도하며, 현실에 없는 많은 것들을 이루어 내는 게 바로 타이탄사.
세이멍 건 정도의 사고가 아니면 계속 오르는 게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타이탄사 주식이니 많아서 나쁠 건 없었다.
‘운이 좋군.’
김강한은 서류 가방을 받은 뒤 말했다.
“확인했다. 이건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겠지?”
“그럼. 세금 문제도 미리 처리해 뒀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그야말로 깨끗한 돈.
하지만 받아 낼 건 이것 외에도 많이 남아 있었다.
“다른 보상은?”
“물론 있지. 다만 여기서 줄 수 없는 것일 뿐.”
자리에서 일어난 콩이 김강한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최신형 VR 기기 두 개가 있었다.
한 개는 흔히 보이는 최고급 VR 기기의 형태.
다른 하나는 살짝 크기가 작은 기기였다.
“접속한 다음 잠시 기다리게. 금방 찾아가지.”
“찾아온다고?”
“아무렴. 그 정도는 허락받은 권한 안에 있으니까.”
기기 안에 들어가 눈을 뜨자, 익숙한 공방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찾아온단 거지…….”
그때였다.
파앗.
아무것도 허공에 포탈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손가락이 까닥였다.
“……이거군.”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일전에 봤던 공간이 보였다.
그리스식 신전 기둥들과 흰 대리석 타일이 가득 깔린 바닥.
그곳의 한가운데 있던 작은 원숭이, 콩이 손짓했다.
“이리로.”
“아이템이었군.”
게임 아이템이라면 게임 속에 접속해야 한다고 한 것도 말이 된다.
파프닐이 그쪽으로 가자 콩은 인벤토리에서 장비를 꺼냈다.
“자, 일단 이것부터.”
“이건…….”
헤드셋처럼 보이는 기기와, 꿀벌 인형 옷 한 벌.
그런데 사이즈나 모양이 사람이 입을 게 아니었다.
“반려동물……. 복돌이용 장비인가?”
“정답이야.”
“흠…….”
옷을 받아 든 파프닐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꿀벌 옷 세트]-등급 : 하이퍼
[T-X 헤드셋]-등급 : 하이퍼
……?
등급을 본 파프닐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이게 하이퍼?”
“하이퍼지.”
“꿀벌 옷이야 뭐 그렇다 치는데……. 이 헤드셋은 솔직히 무슨 효과인 지 모르겠군…….”
상태창을 보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자 알림이 나타났다.
-착용 전에는 옵션을 볼 수 없습니다.
“선물 포장지를 남이 뜯어 보면 안 되지.”
“흠…….”
파프닐은 콩에게 물었다.
“남이 선물을 뜯는다는 건……. 내 선물도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겠지?”
애초에 약속된 아이템 보상은 파프닐의 것.
복돌이의 장비와 별개로 파프닐을 위한 장비도 준비되어 있으리라.
“역시 날카롭군.”
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이멍을 막은 것은 자네의 계책인데 강아지에게만 보상을 줄 수는 없지.”
말을 마친 콩이 상자 하나를 꺼냈다.
“여기 있네.”
상자를 열자 그곳에는 속이 보이는 금빛 돌이 있었다.
그 돌 속으로 보이는 나무로 된 목제 열쇠 하나.
“이건…….”
“신의 위액이지. 이 열쇠를 봉인하기 위한.”
“대체 무슨 열쇠이길래?”
“그것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해.”
콩은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지금 호라이즌 전체를 통틀어서 그 아이템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일걸.”
“…….”
파프닐은 미심쩍은 눈으로 콩을 보다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잘 받도록 하지.”
열쇠라면 보통 어딘가의 문을 여는 물건일 터.
콩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아마 저 열쇠로 열 수 있는 곳은 보통 장소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솔직히 약간 아쉽군.”
“음?”
“복돌이 녀석도 직접 쓸 수 있는 장비를 받았는데, 나만 이런 열쇠라니.”
“크흠……. 나도 치트를 쓰고 있는 건 아니라서 말이야.”
“치트……가 아니라고?”
치트가 아니라면, 이 헤드셋과 꿀벌 옷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 물론 그 헤드셋과 옷은 운영진 모두가 만든 감사의 표시니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
“……믿지.”
파프닐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그리고 한 가지의 약속을 해 줬으면 하는데.”
“약속?”
“그래, 솔직히 이 열쇠가 좋은 건지 잘 체감이 안 되어서. 이 정도는 받아야겠군.”
“음……. 하긴, 덩그러니 이것만 내어 놓고 말하면 믿지 못할 법도 하겠어.”
잠시 생각하던 콩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해 봐.”
“일단 질문부터.”
파프닐은 미리 생각해 뒀던 질문을 꺼냈다.
“콩, 너는 이 게임의 운영자거나 시스템에 마음대로 개입할 권한을 가지고 있나?”
지금까지는 추측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해 둬야 했다.
그래야 이 약속을 받아 낼 가치가 있으니까.
“운영자……는 아니지. 당장 나라고 해도 이 게임에서는 한 마리의 유저로서 움직이고 있어.”
무언가를 생각하던 콩이 대답했다.
“그럼…….”
“하지만 네가 말한 질문이라면……. 그래, 그 정도 권한은 가지고 있다.”
예상대로였다.
“그럼 이것 하나만 약속을 받고 싶다.”
“음?”
“앞으로 나는 큰 세력전을 앞두고 있어, 그래서 그 전에 이걸 확답받고 싶었거든.”
“……들어 보고 결정하지.”
“내가 바라는 건…….”
파프닐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
푸쉬익-!
가상현실 기기가 열리자 김강한은 곧바로 기계에서 걸어 나왔다.
“그럼 잘 부탁하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런 약속을…….”
옆에서 나오던 콩은 미심쩍은 눈으로 김강한을 보다가 당부했다.
“잘 알아 둬. 버그나 시스템 오류의 악용, 현대 과학기술 보급 같은 건 절대 안 돼.”
“과학기술 보급은 왜지?”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굳이 과학기술의 보급을 막아 둔 건 이상했다.
“서버의 콘셉트를 바꿔 버리면 게임 장르가 바뀌어 버리잖아.”
“아.”
“어디까지나 한국 서버는 판타지 계열. 갑자기 게임 속 세계가 이 현대 문물처럼 변하면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냐고.”
“흐음…….”
생각해 보니 그건 맞는 말이었다.
NPC나 세계의 배경은 곧 게임의 장르.
문명의 발전은 곧 기존의 NPC들이나 게임 내부 퀘스트의 내용마저도 180도 바꿔 버릴 것이다.
당장 판타지 게임이라고 알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현대 서울의 모습이 펼쳐진다?
게임 속 세계의 발전과 별개로 유저가 그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진 않을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그럼 다행이군. 우끼끽.”
물론 김강한이 노리는 건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콩의 말에도 곧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운영진의 개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김강한이 생각 중인 최종 계획의 가장 큰 방해물은 플러시도, 파이브스타도 아니었다.
게임을 항상 주시하고 버그를 관리하며.
유저의 과한 폭주를 언제든지 막을 수 있는 운영자야말로 이 계획의 가장 큰 난적이었다.
당장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계획을 성공시킨다 해도.
운영진이 게임을 되돌려 버리면 없던 일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0%가 아닌 이상, 가능성은 항상 생각해 둬야 했다.
‘약속까지 받았으니 마음 놓고 진행할 수 있겠어.’
막는 게 없다고 생각하자 김강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바로 가나? 조금 더 놀고 가도 될 텐데.”
“이야기도 마쳤으니, 이제 할 일을 해야지.”
“기대되는 걸……? 이래 봬도 재미있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써서 말이야.”
콩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아마 충분히 만족할 거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다.
김강한은 씩 웃어 준 뒤 엘리베이터에 탔다.
“우호. 우호.”
라운지를 청소하던 고릴라들 중 한 마리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까 전 서류 가방을 가져왔던 그 고릴라였다.
‘……대체 라운지에 왜 고릴라들이 있는 거지……?’
심지어 저 라운지에 있는 모든 종업원들이 원숭이와 고릴라들이었다.
유칼립투스 코알라와 권투 캥거루, 노래 부르는 긴팔원숭이를 상대로 싸워 보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기묘한 광경.
‘……그보다 퇴근은 어떻게 하고?’
설마 저 라운지에서 24시간 상주하진 않을 것 아닌가.
엘리베이터를 쓰려고 해도 너무 크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콩의 성격상 쓰지 않을 것 같았다.
“……으음.”
주차장을 통해 나오던 김강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음? 무슨 일인가?
곧바로 전화를 받은 콩의 질문에 김강한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뭐, 마음대로 하게!
“그럼 기꺼이…….”
심호흡을 한 김강한이 궁금증을 꺼냈다.
“저 고릴라들 말인데, 퇴근할 땐 어떻게 퇴근하지?”
-음?
“아무리 생각해도 엘리베이터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아……! 그게 궁금했나 보군.
사소하지만 계속 생각하다 보면 감질나는 궁금증이었다.
콩이 말을 이었다.
-가르쳐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말하는 것보다 보여 주는 게 낫겠군. 마침 퇴근 준비도 끝났으니.
“보여 줘……?”
-호텔 뒤쪽 창문으로 오게나.
콩이 말한 곳으로 가자, 위쪽으로 건물과 라운지 창문이 보였다.
그런데 꼭대기에 있던 라운지 창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저…… 저건…….”
창문 너머로 나타난 거대한 형체의 고릴라들이 손을 뻗어 야자수를 잡았다.
설마……?
김강한이 놀라 있는 사이, 스마트폰 너머에서 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우리 호텔에 저렇게 큰 야자수가 있나 생각해 본 적 있나?
“……!”
-바로 저것 때문일세.
“우호.”
다음 순간.
고릴라가 그대로 야자수를 타고 내려오며 1층에 착지했다.
한 마리가 내려앉은 뒤엔 다음 고릴라, 또 그다음엔 다른 고릴라가 계속 잡고 있었다.
-출근할 때도 마찬가지 방법을 쓰네. 자, 어떤가. 우리 호텔의 비밀이?
“…….대단하군.”
-그럼. 원한다면 나중에 또 와도 되네. 공짜 티켓을 준비해 주지.
“……아니.”
김강한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것 같아.”
“우호우호.”
정원에 내려온 고릴라들이 손을 흔들며 한쪽 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김강한은 몸을 돌렸다.
“그럼 나도 제단 작업이나 확인해 봐야겠군.”
그동안 제단을 통해 게임 속에 던져둔 수많은 통발들.
세이멍을 잡은 지금, 슬슬 그것들을 회수할 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