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87)
587화
선공이 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야생의 세계에서 선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수풀 속에 숨어 있다가 한 방의 공격을 날리는 산의 왕 호랑이.
호라이즌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체 PVP에서는 기사나 마법사가, 일대일 PVP에서는 무도가가 1순위로 강하지만.
모두가 암살자를 무시하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는 법.
현재 파프닐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평상시의 장비라면 한두 대쯤 맞아도 죽지 않겠지만.
최소한의 장비만을 입고 나온 상황에서 초고레벨 유저의 공격을 맞는다면 엇 하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이 때문에 파프닐은 남자가 총을 드는 걸 보자마자 거리를 벌리려 했다.
이 남자의 동료들까지 상대하려면 장비는 필수일 테니 말이다.
“스틸? 아…….”
서양 유저가 말을 이었다.
“크크……. 이거 우리가 모르고 막타를 쳐 버렸군.”
“…….”
다음 순간 그 유저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
들고 있던 드롭 아이템을 파프닐에게 가볍게 던진 것이다.
-1골드 36실버를 획득했습니다.
-혼돈의 나무껍질(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갑자기 아이템을 던지다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 파프닐에게 서양인 유저가 히죽 웃어 보였다.
“네 몬스터라고 했잖아?”
“……?”
“그러니까 이 드롭 아이템은 너 가지라고. 딱히 미안하진 않지만 말이야.”
말을 마친 서양인 유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일전을 각오하고 있던 파프닐은 계속 경계를 풀지 않고 지켜보았지만, 그는 뒤 치기나 역습을 하지 않고 가 버렸다.
“……뭐야, 저 녀석.”
파프닐은 벙찐 표정으로 서양인 유저의 뒷모습을 보았다.
PVP를 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아이템을 위해 막타를 먹은 것도 아니라니.
“이상한 녀석이군…….”
하긴 상위 0.01%에 올라선 사람들 중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히려 어딘가 뒤틀리지 않은 채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이 극히 드물 정도.
당장 바둑 천재 이창호도 일상생활에서는 신발 끈조차 제대로 매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현실에서 프로게이머를 하던 시절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딱히 놀랍진 않았다.
“하긴 이시우 그 녀석도 그렇지.”
국내 1위 대기업의 후계자면 그 기업이나 잘 물려받아 운영하지.
뭣 때문에 대규모의 자산을 투자해 게임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이 세계에서 호라이즌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기업의 후계자로서 그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시 나 말고는 싹 다 이상한 녀석들뿐이라니깐.”
“…….”
복돌이가 지그시 바라보는 것을 느낀 파프닐이 시선을 돌렸다.
“왜? 똥 마려워?”
“끄응……. 아니다, 멍.”
“싱겁기는. 그보다 계속 사냥하자.”
“알겠다. 멍!”
파프닐은 복돌이를 데리고 다음 몬스터를 찾았다.
수많은 형태가 섞인, 마치 만들다 만 몬스터처럼 생긴 몬스터들 수십 기.
“저 녀석들을 잡아야겠군.”
파프닐은 다시 한번 녀석들을 잡으려 했다.
그때였다.
멀리서 날아온 흰 빛의 구체가 몬스터들 사이에서 터지며 주변을 싹 쓸어버리고.
곧바로 달려온 전사와 아까의 레인저가 남은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아니…….”
“이런, 이런……. 또 거기 있었나? 몰랐는걸.”
“크큭…….”
두 사람이 씩 웃었다.
“어쩔 수 없지. 보상은 네 녀석에게 주는 수밖에.”
-1골드 80실버를 획득했습니다.
-혼돈의 전갈 꼬리(매직)를 획득했습니다.
-베르가리우스 소드(레어)를 획득했습니다.
-슈퍼 기가 허니비 포션(에픽)을 획득했습니다.
-골든 드래곤 엘릭서(에픽)를 획득했습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꿀 절임 고기 덩어리(레어)를 획득했습니다.
포션?
파프닐이 고개를 들자 두 유저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어이쿠, 내 포션이 어디 갔지?”
“이런 데서 그 포션이 없으면 큰일인데 말이야.”
“……저기.”
“너 같은 늅(noob)한테 들을 말 따윈 없는데?”
“몬스터 콜이야! 가자!”
그대로 사라지는 두 사람.
누가 봐도 일부러 같이 내놓은 티가 났지만, 이미 잡기엔 너무 멀어졌다.
“……독이라도 들었나?”
뚜껑을 확인해 봤지만 열려 있다거나 구멍이 뚫려 있진 않았다.
순수한 엘릭서와 허니비 포션.
“설마…….”
“멍! 저 사람들, 말은 거칠어도 마음은 착한 것 같다, 멍.”
먼저 고기를 뜯던 복돌이가 말했다.
“그거 괜찮아?”
“멍! 독도 없고 괜찮다, 멍.”
“…….”
도와주고 싶어서 왔다면 파티 신청을 했을 것이고.
아예 죽이려고 했다면 저렇게 허술하게가 아닌 작정하고 은밀하게 덤볐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행동에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슈퍼 기가 허니비 포션을 복용했습니다.
-HP와 MP, 스태미나가 아주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골든 스태미나가 5% 생성되었습니다.
-저주나 마기, 탁기, 독기 등 몸에 피해를 주는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배고픔이 해소됩니다.
슈퍼 기가 허니비 포션답게 여러모로 향상된 효과를 보여 주었다.
“일단 계속 사냥하자.”
“멍멍!”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파프닐은 계속 사냥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외국인 파티는 계속해서 멀리서 몬스터를 죽이고, 보상을 내어 주거나 중간에 대미지를 주길 반복했다.
그렇게 열댓 번 가까이 몬스터를 놓치자, 파프닐은 저 외국인 파티의 의도를 대략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녀석들, 설마 우릴 걱정하는 건가?’
해골병들이 살펴본 결과.
총을 쏜 레인저와 파티원들은 사냥을 하면서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파프닐이 몬스터와 마주치면 몬스터가 공격하기 전 먼저 공격해 잡아 주고.
아이템 종류는 도발과 함께 던져 주길 반복.
어딜 봐도 초보가 죽지 않게 이곳저곳을 신경 써 주는 모습이었다.
‘허 참…….’
차라리 이쪽을 노리는 거라면 역으로 죽여 버리면 그만인데.
저렇게 걱정해 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래 장비랑 해골병 들을 준비하면 스킬 수련이라는 의미가 없어지고…….’
결국 답은 저 녀석들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계속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
‘하는 수 없지. 지금은 장단을 맞춰 주는 수밖에.’
파프닐은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적당히 보고 움직이며 파티를 이끌었다.
멀리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는 분지나 바위산 뒤편, 도시의 광장 등으로 일부러 몬스터를 유인!
그 뒤를 따르던 헌터스 길드는 파프닐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정신없이 요격해야 했다.
“이거 사냥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은데?”
“쉬지 않고 하고 있으니 그런 거 아냐?”
“그런 말 할 때냐, 저 녀석이 또 끌고 왔다고!”
“온다!”
여유롭게 사냥하던 이들 팀은 쉴 틈 없이 파프닐을 따라가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최소한의 정비만 하면서 계속 사냥을 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사냥보다 훨씬 편하면서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 레벨 업.”
“뭐지……?”
“블랭크, 분명 어제 레벨 업 하지 않았냐?”
“그렇긴 한데…….”
헌터즈는 사냥의 베테랑들이 모인 길드.
멤버 모두가 최상위 랭커답게 모두 레벨 900이 넘는다.
아무리 대소환술사의 유적이 몬스터가 많이 나온다곤 하지만.
최소 1레벨을 올리기 위해 사흘 정도는 사냥에 몰두해야 했다.
그런데…….
“나도…….”
“장천 너……. 아닛.”
-레벨 업!
“나도…….”
곳곳에서 헌터즈 길드원들이 레벨 업을 했다는 알림을 보냈다.
베오울브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이거……. 우리가 역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건가?”
분명 처음엔 은밀히 저 유저가 죽지 않도록 하면서 사냥터에서 내보내려는 계획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저 유저를 커버하러 다니면서 오히려 자신들이 이득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목동이 이끄는 양 떼가 되었다는 이야기군.’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가슴이 뛰었다.
저 정도 되는 포지셔닝, 지휘가 가능한 사람은 자신도, 헌터즈 공대 전체를 통틀어도 없다.
그런 인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어…… 어떻게 하지?”
“일단 계속 도와주자고. 저기서 죽으면 끝이니까.”
사냥이 끝나면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말을 걸고 영입하리라.
그때였다.
“비상! 비상!”
데미안의 눈이 커졌다.
“무슨 일이야?”
설마 또 그 동양인 유저가 움직이나?
고개를 돌린 베오울브에게, 데미안이 고함을 내질렀다.
“필드 보스 떴다!”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다!”
“도망쳐! 무조건 도망쳐!”
길드 인원들이 급히 짐을 챙겼다.
터미네이터.
보스 몬스터의 특징을 보고 이들이 지은 별명이지만, 놈의 실제 파괴력은 터미네이터 그 이상이다.
절대로 맞서 싸워서는 안 될 상대.
그때였다.
“그럼 저기 강아지랑 주인 놈은?”
짐을 챙기던 베오울브와 일행들의 몸이 움찔했다.
잠시 후 베오울브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 네가 가서 저 녀석 대피시키고. 그동안 우린 시간을 끈다. 다들 준비해!”
***
“이제 좀 지쳤으려나.”
파프닐은 주변 언덕을 보았다.
아까까지 계속 따라오면서 사냥을 방해하던 외국 유저들의 모습이 이젠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지치도록 계속해서 움직였으니 지금쯤 하나둘씩 한계에 도달했으리라.
그래도 평소 사냥하는 것에 비해선 여유롭게 다룬 편이다.
걱정해 주는 녀석들을 말려 죽이기까지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럼 이제 정말로 스킬 수련을 할 수 있겠군.”
몬스터를 몰이사냥 하면서 어느 정도 블랙 노바와 자성 지배의 숙련도를 올리긴 했지만, 제대로 사냥을 시작하면 보다 빠르게 올릴 수 있으리라.
그때였다.
멀리서 폭음과 금속 부딪치는 소리, 충격파가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평범한 사냥과는 사뭇 다른 모습.
파프닐이 그쪽을 흘긋 본 순간, 멀리서 아까의 레인저, 데미안이 달려 내려오는 게 보였다.
“또 무슨…….”
“헉, 헉……. 야! 도망쳐!”
“도망?”
“필드 보스가 떴단 말이야! 여기 있으면 너 무조건 죽는다고!”
필드 보스?
파프닐이 알기로 이 바빌론시 유적엔 필드 보스라 할 만한 게 없었다.
일반 몬스터보다 강한 엘리트 몬스터들은 가끔 보이지만, 네임드 필드 보스라 할 만한 개체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대소환술사의 소환물에서 그 정도 보스가 나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
“도망쳐야 해! 날 따라와!”
“그 보스란 놈, 어디 있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시간이 없어.”
“어디 있냐고.”
파프닐이 굳은 표정으로 묻자, 데미안은 멈칫하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분명 600레벨대 장비를 장착한 풋내기일 텐데, 눈을 보자마자 뱀 앞의 개구리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어……. 저쪽에서 시간을 끌고 있…….”
“고맙다.”
타탓, 파프닐은 장소를 듣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일단 어떤 놈인지 확인해 볼까.”
“멍멍!”
언덕을 오르자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게 보였다.
검사 베오울브, 도적 블랭크, 무도가 장천, 그 외에 여러 사람이 한 명을 포위한 채 공격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그들의 합격을 여유롭게 받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파프닐이 놀란 건 그 사람의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수많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등에는 그 몇 배에 달하는 무기들을 수납하고 있는 남자.
파프닐이 남자의 정체를 눈치챈 순간, 그 남자의 눈도 파프닐을 향했다.
“파프닐……!”
남자가 외쳤다.
“드디어 찾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