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1)
591화
바빌론시 중앙 광장.
대소환술사가 있는 아공간은 이곳에서 사냥 횟수를 만족한 뒤 진입해야 했다.
“흥……. 네 녀석을 도와 몬스터 잡기라니…….”
김철은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댔다.
하지만 이미 그는 파프닐에게 졌다.
힘의 차이를 인정한 이상, 파프닐의 지시를 잠시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완전히 굴복한 건 아니었다.
한번 쓰러진다고 포기하는 건 김철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베로니카…… 라일라……. 너희의 원수는 반드시 갚아 주마……!’
파프닐과 싸우거나, 파프닐 때문에 부서진 자신의 연인들!
무겁지만 든든한, 가볍고 빨라 상큼한,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들은 지금 모두 자신의 곁을 떠났다.
직접적으로는 악마 교단이 부순 게 맞지만, 생각해 보면 그 녀석들과 싸우게 된 것도 파프닐 때문이었다.
한편 다른 헌터스 길드원들은 파프닐에게 질문했다.
“설마 여기에 정말 보스 몬스터가 있습니까?”
“여긴 우리가 몇 번이나 온 곳인데…….”
기존에 사냥을 하면서 여러 시간대에 걸쳐 확인했지만, 딱히 보스 몬스터와 연관된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흠…….”
파프닐은 광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원래 보스 룸으로 가기 위해선 퀘스트를 받아 와야 한다.’
제국 황제의 왕홀을 가져와 영력을 채우고.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과거 시민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그들이 대소환술사가 있는 이차원으로 보내 주는 식.
그러나 지금 그 방법은 쓸 수 없다.
‘고대 제국의 왕홀도 없고, 영혼을 데려올 수도 없으니.’
사실상 현시점에서 보스를 만나는 건 불가능한 셈.
그러나 파프닐에게는 상식을 벗어난 답안지가 있었다.
“여기 같군.”
광장 한 구석으로 향한 파프닐은 그곳에서 탕후루와 수레를 꺼냈다.
“그건 무슨…….”
“아, 탕후루! 저거 길거리에서 많이 봤었는데!”
헌터스 길드원들 중 중국 출신이던 장천이 외쳤다.
“달긴 하지만 엄청나게 맛있지. 파프닐 당신, 안목이 있군.”
“그렇게 맛있나?”
“영국 요리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지.”
“뭐라고……? 홍차 맛도 모르는 녀석이…….”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다툼은 흔했다.
본격적으로 싸우려던 둘에게 파프닐이 탕후루를 내밀었다.
“자, 드십시오.”
“아, 고맙…… 음! 맛있다!”
“오오…….”
금오성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렸던 파프닐의 탕후루.
그렇게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으려니, 곧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끄워어!
그어!
헌터스 길드원들이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는 사이.
파프닐은 계속 탕후루를 만들며 기다렸다.
그러던 도중, 어떤 꼬마 아이가 탕후루 차 근처에 나타났다.
“…….”
이쪽을 보며 우물쭈물하는, 열 살도 되지 않았을 꼬마아이.
몸엔 거적때기만 두른 게 딱 거지꼴이었다.
선뜻 말을 걸지 못하는 꼬마를 향해 파프닐은 짧게 손짓했다.
“이리 와.”
“…….”
꼬마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천천히 걸어왔다.
파프닐은 갓 뽑은 탕후루를 내밀어 쥐여 주었다.
“……우…… 우와!”
탕후루를 핥던 꼬마가 감탄했다.
“맛있어요!”
“그럼, 누가 만든 탕후루인데.”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네 집에 갈 수만 있다면 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이 멀어서 안 되겠구나.”
“집이요?”
“그래. 집에 가야 이걸 다 주지.”
“……!”
꼬마의 눈이 번쩍였다.
“그…… 그럼 그걸 가져갈 수 있으면 전부 다 주시는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그…… 그럼 가요! 제가 알려 드릴게요!”
말을 마친 꼬마의 옆 에 포탈이 열렸다.
그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꼬마.
“됐군.”
파프닐은 헌터스 길드원들과 김철을 불렀다.
“엇, 저 포탈은?”
“하오…….”
헌터스 길드원들의 시선에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기가…….”
“좋아, 가 볼까!”
등에 무기를 가득 짊어진 김철이 먼저 들어가려 했다.
“복돌아, 막아!”
“멍!”
달려든 복돌이가 김철의 무기들을 마구 핥으려 했다.
“머, 멈춰! 이 변태 자식아!”
급히 몸을 돌린 김철이 복돌이를 떼어 냈다.
“변태?”
“그야 내 아기 고양이들의 민감한 부위를 마구 핥으려고 하잖아. 저 더러운 혀로!”
“멍……. 더러운……!”
복돌이는 충격을 받은 듯 흠칫하더니, 구석에 쭈구려 앉았다.
그 옆으로 간 꿀타르가 복돌이의 등을 토닥거렸다.
“크웡, 너무 슬퍼하지 마라. 저래 봬도 속은 따뜻한 녀석이다.”
“낑낑……. 내 혀 안 더럽다, 멍. 매일 치약으로 깨끗이 닦는데…….”
두 동물이 대화하는 사이.
파프닐은 김철을 데려와 앉혔다.
“이번 공략은 해야 할 일들이 각자 있으니, 그걸 수행하면서 진행하도록 하죠.”
“알겠네.”
“나야 괜찮지만……. 저 러시아 녀석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물론 나는 잘할 수 있다. 저 중국 놈이…….”
“아니, 난 대만인…….”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 아닌가?”
“그거 PVP 신청, 맞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파프닐은 짧게 말했다.
“자꾸 그러시면 저 혼자 공략하겠습니다.”
“…….”
순식간에 일행이 조용해지자,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대소환술사 공략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
대소환술사.
말이 대소환술사지, 인간이 아니라 괴수에 가깝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이나 행동, 생체반응을 하지 않은 채, 끝없이 바빌론시에 외차원과 다른 세계의 괴물들을 소환하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그런 대소환술사가 있는 곳은 평범한 공간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마력 때문에 시공간이 일그러져, 현실과 격리된 곳.
공허와 어둠만이 가득한 아공간이 대소환술사를 상대하는 보스 룸에 들어온 파프닐과 일행들을 반겼다.
“여기가 보스 룸…….”
“이런 데 있었으니 못 찾았지.”
마치 우주 공간 한복판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
그 속에서 파프닐은 아까의 거지 꼬마가 거대한 심장처럼 생긴 덩어리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린, 맛있는 거 가져왔어. 오빠가 금방 줄게.”
심장 덩어리에게 말을 건 꼬마가 파프닐 쪽을 향했다.
“제 여동생이에요. 예쁘죠?”
“…….”
“여동생은 몸이 약해서 움직이지 못해요. 죄송하지만 그 달콤한 음식……. 저와 제 여동생에게 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군.”
파프닐은 차갑게 말을 잘랐다.
아까와는 딴판인 태도에 거지 꼬마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어째서……?”
“그야 저것은 이미 네 여동생이 아니니까.”
“아니야! 린은 살아 있어! 린은 여기에…….”
“저게 정말 린이냐?”
“크르릉! 컹컹! 아우우우우!”
복돌이가 하울링을 하자, 소년의 표정에 분노가 깃들었다.
“린은 살아 있어……. 나쁜 어른들……. 모두 죽어!”
쿠쿠쿠쿠.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더니 거대한 은빛 심장 주변에 보호막이 쳐지고, 주변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크어어어!
끼에에에.
“보스전 시작입니다.”
“위치로!”
베오울브가 대검을 뽑고 외치자 헌터스 길드원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1웨이브군.’
대소환술사와의 보스전은 대규모 몬스터를 막는 웨이브의 형태로 진행된다.
괴수인 대소환술사 자체는 직접적인 전투 능력이 없고.
몬스터들을 계속 쓰러뜨려서 마력 부족으로 잠시 보호막이 사라지는 틈을 타서 공격하는 식.
하지만 공략이 결코 쉽지 않다.
대소환술사가 직접 소환하는 몬스터들은 같은 개체라도 전부 칭호가 붙은 네임드들.
혹은 어떤 스펙이 크게 세진 강화형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들이 수백 마리씩 몰려오니, 어지간한 멤버들이라면 금방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헌터스 길드원들은 어지간한 멤버가 아니었다.
구 철혈 길드원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사냥에 미친 사람들.
심지어 그들과 달리 실전 컨트롤이나 반사 신경, 운동신경 등 모두가 날카롭게 단련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인재들이기에 가능한 일.
그런 그들이기에 수많은 몬스터 웨이브를 맞이하고도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팽팽한 전세.
그 상황을 깨는 것은 또 한 명의 이레귤러였다.
“크하하하하, 날뛸 시간이다!”
몬스터들 사이로 뛰어들어 간 김철이 사방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손엔 금도끼와 은도끼가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골드와 실버.
지옥 연못의 악마 신령이 낸 금도끼와 은도끼 실험을 무시하고.
신령을 두들겨 팬 끝에 저 두 도끼를 얻어 냈다고 한다.
“크하하하하, 다 죽어, 죽어!”
분노에 가득찬 김철의 도끼가 휘둘러질 때마다 대여섯 마리의 몬스터들이 뒤로 넘어가거나 부서졌다.
도끼날에 닿을 때마다 황금이나 은으로 변하는 몬스터들의 모습!
“……끼잉. 무섭다. 멍.”
“그러게.”
파프닐에게 져서 잔뜩 독이 오른 김철은 몬스터들에게 있어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1웨이브의 몬스터들이 처리되자, 파프닐도 암흑혈마창을 들었다.
“가 볼까.”
크르릉!
복돌이와 함께 심장으로 향하는 파프닐.
그때 그 앞을 아까의 꼬마가 막아섰다.
“못 가!”
“비켜라.”
“못 비켜 줘. 여동생을 죽일 생각이잖아.”
“저건 이미…….”
한숨을 내쉰 파프닐은 창을 들었다.
그 순간 소년의 몸이 꿈틀거리며 은색의 뿔 달린 갑옷 기사처럼 변했다.
“절대, 못 보내 줘!”
갑옷 기사가 돌진했다.
까앙!
창을 부딪친 파프닐의 표정이 변했다.
‘강하다.’
이 기사, 스펙만 보면 최소한 김철급이다.
‘어떻게 이딴 힘이…….’
그러고 보니 원작 소설에서도 이런 비슷한 몬스터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 흘러 내려가던 슬라임 형태의 몬스터였는데, 아마 이 녀석이 다른 변화로 인해 붕괴된 개체였을 확률이 높았다.
‘그놈이 맞는다면 굉장히 성가신 놈인데…….’
단순히 전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력을 빼앗으며, 가끔씩 막는 게 불가능한 특수 스킬 ‘갈취’를 사용한다.
딱히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저것만큼은 절대 맞고 싶지 않은 스킬.
이유는 간단하다.
갈취는 다름 아닌 플레이어의 레벨, 스테이터스를 영구적으로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길게 싸우면 손해인 놈이니…….’
파프닐은 암흑혈마창에 힘을 주어 기사의 머리 쪽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달려들던 기사는 창날을 그대로 맞으며 파프닐을 노렸다.
[메탈 슬라임 실드!]그때 나타난 메탈 슬라임 킹의 방패가 파프닐을 감쌌다.
다음 순간 파프닐의 혈마창이 기사의 머리를 꿰뚫었다.
“크악!”
공격받는 걸 도외시한 파프닐의 연속 공격에 기사는 그대로 뒤로 밀려 났다.
다음 순간 파프닐은 종말의 창술을 시전해 암흑혈마창을 내리꽂았다.
푸욱!
창날이 박힌 순간 은빛 기사의 몸이 떨리더니, 그대로 녹아 내렸다.
그 안에 있던 소년이 무언가 말하려 했다.
“내가 쓰러지면…….”
“걱정하지 마라.”
파프닐은 그런 소년에게 말했다.
“너와 네 여동생은, 좋은 곳에 갈 테니까.”
파스스.
소년의 영혼이 가루로 변해 휘날렸다.
창을 회수한 파프닐의 눈앞에 작은 건물만 한 은빛 심장이 뛰고 있는 게 보였다.
“좋아, 늦지 않았군.”
파프닐은 해골 자폭병을 소환한 뒤, 심장을 향해 던졌다.
다음 순간 커다란 빛과 함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쿵쿵쿵쿵!
쿠오오오!
사방에서 쏟아져 흘러들어 오는 마력.
동시에 심장을 둘러싼 실드가 재생되고, 파프닐의 주변에도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군.”
파프닐은 암흑혈마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원작에서 나온 바로는 이 녀석의 웨이브 소환 패턴은 최소 여덟 번…….’
플러시의 운빨을 감안하면 10웨이브 이상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뭐……. 나쁘지 않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안 그래도 일반 몬스터들만으로는 스킬 수련이 슬슬 효과가 떨어지던 참이다.
‘덕분에 무공이랑 스킬 숙련도는 원 없이 올릴 수 있겠어.’
다음 순간, 사방의 엘리트 몬스터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