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2)
592화
4시간 후.
대소환술사의 모습은 처참하게 변해 있었다.
거대한 심장 형태의 곳곳엔 칼로 베이거나 창에 찔린 상처가 가득했고, 그곳에서 검은 핏물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특히 약점인 근육, 혈관이 모여 있는 부분은 완전히 찢어져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상태.
그뿐만이 아니다.
몸에는 외차원의 버섯 포자가 가득 덮여 지속적으로 대미지와 독, 저주를 누적시키고 있고.
피를 운반해야 할 혈관에는 입자가 가장 무거운 텅스텐 입자들이 한가득 쌓여 혈액 이동을 막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만든 파프닐도 멀쩡하진 않았다.
몸에 상처가 나진 않았지만.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탈수로 인해 눈앞이 흐릿했다.
“……후우.”
대소환술사와의 전투는 간단했다.
심장을 공격하다 보면 보호막이 쳐지고.
몬스터 웨이브가 사방에서 몰려오며 가디언이 생성된다.
가디언과 웨이브를 쓰러뜨리면 보호막이 사라지고.
그때 심장에 대미지를 몰아넣는 식.
그러나 파프닐이 알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각 웨이브를 공격할 때마다 다른 가디언이 나오고, 웨이브 후반이 될수록 가디언이 더욱 강해진다는 게 그것이다.
‘설마 레벨 900대 극후반까지의 몬스터가 가디언으로 나타날 줄이야…….’
빵집 아저씨나 동네 경비병의 영혼은 애교 수준.
고대 제국의 근위 기사, 대현자의 영혼이 변한 가디언을 상대로 싸울 땐 제약을 깨고 해골병과 고레벨 장비로 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심장을 공격할 때야 극딜을 해야 하니 모든 스킬을 썼지만.
가디언과의 싸움은 스킬 수련을 위한 것이었으니 새로 얻은 스킬들만을 이용해 싸웠던 것이다.
‘플러시 녀석이 사냥할 땐 이런 게 없었는데.’
플러시가 처치한 건 거지 꼬마의 영혼 가디언 한 마리뿐이었다.
다른 영혼들은 때마침 주변에 온 침입자나 다른 적들을 상대하느라 나오지 못했던 것.
그러나 파프닐이 나왔을 땐 그런 행운이 없었기에 모든 가디언이 나온 것이다.
‘뭐…… 상관은 없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경우에는 진짜로 그랬다.
가디언들이 주는 경험치는 물론, 놈들에게 스킬을 쓸 때마다 스킬 숙련도도 눈에 띄게 상승.
전투에 돌입하기 전보다 스킬 숙련도가 크게 상승했다.
“안 돼……! 절대 못 가!”
마지막 가디언으로 나타난 건 놀랍게도 처음 나타났던 거지 꼬마였다.
“린은 안 돼!”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꼬마의 모습으로 나타난 가디언은 엄청난 속도로 파프닐에게 달려들었다.
파프닐은 그것을 피하며 말했다.
“네 여동생은 더 이상 살아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게임 속 NPC들이라고 하지만, 저 둘의 서사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거지라는 가난한 환경에 길지 않은 생이지만 서로를 아껴 가며 살았겠지.
이 때문에 더욱 여기서 저 몬스터를 잡아야만 했다.
[블랙 노바]-블랙 노바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네 개의 검은 핵에서 모인 검은 광선이 꼬마의 몸에 직격했다.
그럼에도 앞을 막는 소년이었지만, 파프닐은 자성 지배로 꼬마 유령이 휘두르는 검의 궤도를 튼 뒤 몸에 창을 찔러 넣었다.
-자성 지배의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스킬 숙련도는 41%입니다.
-스킬 숙련도가 40%가 넘어 자성 지배의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이거 개꿀이군.’
스킬을 쓸 때마다 숙련도가 눈에 띄게 올랐다.
‘역시 고레벨 네임드 몬스터 보스전인가.’
호라이즌에서 전투 스킬 숙련도를 키울 땐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강력한, 고레벨 몬스터에게 스킬을 명중시키는 것이 약한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더 높다.
그 외에도 약점 부위에 명중시키거나, 치명타 적중, 다양한 자세나 상황에서 스킬을 써 효과를 보면 숙련도가 크게 오른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미쳐 날뛰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그런 곡예를 부리는 게 쉬울 리 없으니까.
그래도 만약 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사냥에 비해 스킬 숙련도를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바로 지금의 파프닐처럼 말이다.
[혈룡명적.]암흑혈마창에 검붉은 기가 모이더니 수많은 검기로 빠져나와 거지 꼬마의 몸에 명중했다.
순간 사라졌던 꼬마의 모습이 곧바로 파프닐의 뒤에서 나타났다.
“죽어!”
그대로 검을 내리치는 꼬마.
다음 순간 파프닐의 주변에 붉은 검기가 구름처럼 피어났다.
“크아아악!”
대미지를 받은 꼬마가 밀려나는 순간.
파프닐은 꼬마의 약점에 다시 한번 창을 내질렀다.
-마지막 가디언 ‘이름 없는 소년’을 처치했습니다.
-암흑혈마공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모든 암흑혈마공 초식의 위력이 상승했습니다.
마지막 가디언을 처치하자 심장에 있던 보호막이 사라졌다.
“이제 끝이군.”
혼자 왔다면 일부러 내버려 둬서 가디언과 몬스터 웨이브를 더 불러냈겠지만.
파프닐은 메시지창을 열었다.
[베오울브 : 한계네!] [베오울브 : 제발 빨리!] [김철 : ㅆㅂ] [김철 : 뒤진다] [김철 : 너] [김철 : 아 ㅁㄴㅇㅅㄱㅂㅈㄷㅅ]아무래도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파티원들 쪽도 한계에 다다른 듯 싶었다.
‘나도 슬슬 힘이 빠지고. 있고…….’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은 적들의 공격을 한 번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대미지를 입는 것도 전부 스치는 수준.
어쩔 수 없었다.
500레벨대 장비를 착용한 지금.
만약 한 대라도 맞았다면, 그 순간 파프닐은 죽고 레이드는 실패했을 테니까.
해골병들에게 전투를 맡기고, 레벨에 맞는 장비를 착용했다면 문제없었을 거다.
“후우…….”
파프닐은 자성 지배를 부여한 뒤, 혈마창을 내질렀다.
콰직!
심장에 깊숙이 박혀 들어간 창대의 주변.
대소환술사라 불린 거대 심장이 요동쳤다.
쿵! 쿵!
이미 수많은 공격 때문에 한계에 달했던 심장이다.
이번 공격은 거기에 마무리를 하는 것일 뿐.
아마 이 심장은 그 전부터, 어쩌면 파프닐이 오기 전부터 한계였으리라.
“이제 그만 가라.”
파프닐은 살짝 뒤로 물러났다.
다음 순간 심장 곳곳이 터지며 사방으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끼에에엑!
끼아아악!
사방에서 계속 소환되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괴성을 내질렀다.
김철과 헌터스 길드원들을 향해 휘둘러지던 무기들이 멈추더니, 빛의 입자가 되어 흩날렸다.
-대소환술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3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디멘션 부츠(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외신의 숨결(하이퍼)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레전더리 아이템 하나, 하이퍼 아이템 하나.
‘대박이군……!’
파프닐의 표정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고마워요.
어디선가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같은 게 살짝 들려왔다.
“…….”
이 고대 도시는, 마법이 잘못되어 모든 거주민들이 방금 전 대소환술사와 같은 괴수로 변했다고 했다.
그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게 방금의 대소환술사.
아마 소년은 그 대소환술사의 오빠였을 거다.
“…….”
파프닐, 현실의 김강한은 형제나 자매가 없기에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
하지만 빙의한 오진환에게는 동생과 다른 가족들이 있었다.
만약 오진환이 죽거나 크게 다친다면, 그들도 저런 반응을 보일까.
“잡았다!”
“크아아아!”
멀리서 다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가 봐야겠군.”
파프닐은 돌아서기 전,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잠시 후.
파프닐이 떠난 대소환술사의 빈자리엔, 윤기 나는 과일 탕후루 대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
“끝났다!”
“사냥 성공이다!”
바빌론시 필드.
헌터스 길드원들은 파프닐에게 모두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바빌론시 보스 클리어에 성공했습니다.”
“퍼스트 클리어이자 라스트 클리어가 우리라니…….”
대소환술사는 고위 네임드 몬스터이자, 도시 메인 스트림의 중심이다.
일반 던전의 보스들처럼 리젠되는 게 아니라, 처치하는 순간 그 영향이 필드 전체, 나아가 호라이즌 월드 전체에 업데이트되는 식.
사실상 유일한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것이니만큼, 사냥을 목표로 한 헌터스 길드원들에게 있어서는 큰 업적이 하나 추가된 셈이었다.
“젠장, 저 XX들 뒷바라지하느라 죽는 줄 알았네.”
옆에 있던 김철이 투덜대자, 베오울브는 곧바로 그쪽에도 고개를 숙였다.
“물론 킴……처르 님께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헌터스 길드원들도 사람인지라, 웨이브가 계속될수록 점차 지쳐 갔다.
완벽하던 어그로와 탱킹에도 위기가 오고.
MP가 부족해 공격이나 힐 스킬이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상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
그때 돌아다니며 불을 끈 게 바로 김철이었다.
-잘 좀 해 봐라, XXX야!
-스킬을 좀 쓰세요, 스킬을! 레벨 그따위로 먹으면서 스킬 쓰는 것도 못 배웠냐?
-악으로 깡으로 모르지? 겨우 그걸로 지칠 거면…….
수많은 욕설을 싣고 움직이는 각종 병장기는 헌터스 길드원들이 빈틈을 드러낼 때마다 어김없이 역할을 다 했다.
비록 몬스터 막타를 쳐도 잠깐의 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잠깐의 틈 동안 숨을 돌리거나, 포션을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적일 때도 놀랐지만, 아군이 되니 너무 든든해서…….”
“어……. 흠흠. 그래. 알면 됐어.”
처음 겪어 보는 반응에 김철은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 후.
아이템 분배에서는 단 한 명을 빼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말했다.
“대소환술사 아이템은 파프닐 님이 가지십시오.”
“저희 영국인은 물욕에 연연하지 않죠. 그 정도야…….”
“……우리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국으로서 이 정도 판별은 해야…….”
“그게 무슨 소리니, 너 분명 지난번 사냥 때…….”
“갈!”
헌터스 길드는 어디까지나 사냥을 돕는 역할이었다.
보스 몬스터인 대소환술사의 보스 룸을 찾은 것도 파프닐이고.
직접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것도 파프닐.
공헌도로 따지면 혼자서 5할 이상을 수행한 셈이니, 당연히 그렇게 받아야 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쉬고, 다음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부르십시오.”
헌터스 길드원들이 접속을 종료한 뒤.
파프닐의 옆에 앉은 김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X……발…….”
김철은 울고 있었다.
손을 눈에 갖다 댄 채로.
“보스전이 그렇게 어려웠나?”
“미친놈……. 어떻게 그렇게 강해진 건데…….”
악마교단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마계에서 수많은 적을 쓰러뜨리며 마왕 자리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갔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이길 수 없다니.
“좀……. 질 수도 있잖아……! 씨X…….”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독한 새X……. 크흐윽……!”
계속해서 펑펑 우는 김철.
파프닐은 그런 김철의 등에 대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난 플레이어 중 네가 제일 어려웠다.”
“…….”
움찔.
잠시 멈춰 있던 김철의 고개가 슬쩍 들렸다.
“……진짜냐?”
“그래, 진짜로.”
동물 반란군의 동물, 세이멍을 몬스터라고 생각하면 사실이긴 했다.
자성 제어나 금속 지배가 없었다면 저 공격을 그대로 받아 내야 했을 테고, 그렇다면 지는 건 파프닐이 되었을 정도로.
“……아마 다음번엔 내가 질지도 모르겠군.”
“……후후.”
김철의 어깨가 들썩였다.
잠시 후 번쩍 일어난 그가 말했다.
“역시 내가 이렇게 도전할 만한…… 녀석이로군. 다음번에 지는 건 진짜 네 녀석이 될 테니, 그때까지 이번의 승리를 즐겨 두라고……!”
“…….”
눈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외치는 표정을 본 파프닐은 입술에 힘을 준 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