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4)
594화
‘중국 서버가 벌써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오랜만에 게임을 끄고 쉬고 있던 김강한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들고 있던 태블릿 패드 위.
화면에는 게임 관련 커뮤니티나 포럼에서 중국 서버의 태동에 대해 다루는 기사나 글 들이 보였다.
‘플러시 놈이 중국 서버에 들어가는 건 원작대로라면 훨씬 이후의 일이니까.’
따라서 예측이 되지 않는다.
원작에는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서버의 전력을 생각해 보면……. 사도련 따위보다는 훨씬 강하겠지.’
사도련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파프닐이 굳이 탕평책이라는 작전을 짜내면서 귀찮게 대적한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정면 승부? 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호라이즌의 전쟁은 한 번 죽는다고 끝이 아니다. 네임드급들은 사로잡은 뒤 환생 물약이라는, 사실상 게임 목숨을 사형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책을 썼다. 더러운 수법이었지만 어찌 됐건 이기면 되는 거다.
문제는 플러시에게는 그런 수가 통하지 않으리란 것이다.
그놈은 세계의 운을 타고났다. 애초에 소설 작가가 그리 설정한 놈이다. 이 세계의 토대가 되는 소설 제목부터가 운빨로 게임 지존이다.
예상할 수 있는 재주와 계책은 통하지 않는다. 모든 우주가 놈을 비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그림이 필요하다. 놈을 이기기 위해서 그려야 할 그림.
계획은 있었다.
‘그래도 너무 이른데…….’
김강한은 턱을 매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소한 한국 서버를 통일할 때까지만 플러시가 움직여 주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됐을 거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 서버에는 파이브스타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길드들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혈 길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명문 길드들은 게임 초장부터 꾸준히 작업해 온 결과 거의 개박살을 내 놨으니까.
“일단 프로메테우스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곳곳에 밀고 들어올 중국 서버 애들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이거 참.”
난처한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김강한은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세계에 들어오게 됐는지 몰랐다.
그깟 악플 몇 개 달았다고 사람을 장난감처럼 부리는 이 세계의 작가에게 화가 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먹먹하다.
그만큼 중국 연합과 파이브스타는 강적이다.
하지만 난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그 답답함은 곧 쾌감이 되어 돌아왔다.
공략 대상은 힘들면 힘들수록 좋다.
그래야만 자신이 빛나니까.
프로 게이머란 그런 존재였다.
***
“예?”
베오울브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지금 그와 동료들은 파프닐의 초청을 받아 섬에 와 있었다.
대단하다.
처음 느낀 감상은 바로 그거였다.
헌터스 길드원들은 길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직 사냥을 목적으로 결성된 파티다.
소수 정예인지라 대형 길드들에 의해 통제되는 사냥터를 이용할 수 없으니, 미개척지를 탐험하며 공략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류였다.
애초에 게임 내 이권 다툼에는 관심도 없고 자연스럽게 몬스터 사냥과 스킬 기술치를 올리는 걸 업으로 삼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곳은 처음이다.
어지간한 대도시들보다 더 발전됐고, 드워프를 비롯한 아인종부터 동물들 같은 이종족들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는 곳.
사람의 발길은 물론 소문조차 무성한 이곳의 주인 파프닐은, 마치 던전의 보스 같은 신비한 인상을 자아냈다.
바로 그 파프닐이 지금 헌터스 길드에 하고 있는 제안은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뭘 그리 놀랍니까? 여러분을 저희 길드 식구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간단한 얘기인데. 우리 같이 사냥도 한 사이잖아요?”
정중한 어조이지만 말 속에는 칼이 있었다.
베오울브와 일행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초대해 주신 건 고맙지만……. 그, 저희는 애초에 소수 정예로 사냥만 하는 친목 길드인데…….”
“그건 알고 있고요.”
“게임 초창기부터 같이 활동하던 길드를 이제 와서 해산하기에는 좀…….”
베오울브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더 헌터스의 대표이자 거침없는 사내였지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이곳은 파프닐의 진지.
그의 명령 한마디라면, 자신들을 사로잡아 게임을 접게 만드는 건 어린애 손목 비틀듯 쉽게 할 것이다.
특히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형 벌들.
보는 순간 게임 고인물인 베오울브의 솜털을 비죽 솟게 만들었던 그놈들이라면, 굳이 파프닐 본인이 나설 필요도 없을 거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애초에 이런 위험을 상정해 뒀어야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랭커의 초대다 보니 기대감이 더욱 커서 방심하고 말았다.
베오울브가 진땀을 흘리는 순간, 파프닐이 웃었다.
한가로이 개껌을 흰 강아지한테 던진 그는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진 알겠는데, 굳이 길드를 해산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우리 밑에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산하 길드란 게 있잖아요.”
“…….”
“그리고 딱히 뭘 강제할 생각도 없고……. 그냥 우리가 전쟁하면 가끔 용병으로 와서 뛰어 주면 되는데요. 이건 계약서니까 한번 읽어 보시죠.”
파프닐이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이를 읽어 본 베오울브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이 조건으로 괜찮다고요?”
“무슨 조건인데 그래?”
“한번 읽어 봐.”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베오울브는 물론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길드원들은 모두 각기 다른 국가에 속해 있는 랭커들로, 전부 자존심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이었다.
“당신들 몬스터 헌팅하는 영상 봤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을 높이 평가한 거죠.”
툭 던지는 듯한 한마디.
그러나 계약서에 적혀 있는 조건들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비록 게임 머니이긴 하지만 매달 월급을 지급하고, 탐험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나 물품 들을 전부 파프닐 쪽에서 댄다는 내용.
그뿐만 아니라 대형 길드 간의 전쟁이 아닌 이상 딱히 그들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있었다.
게다가 피의 맹약도 적혀 있다.
계약 사항을 어길 시 2년간 스테이터스 디버프에 더해 게임 내에서 치명적인 저주가 하나 더 걸린다.
“정말 이 조건으로 괜찮습니까? 너무 손해를 보시는…….”
“투자라고 생각하죠. 이제 중국 놈들도 쳐들어오는데 어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전 당신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말했다시피 뮤튜브에 올린 헌팅 영상 봤는데, 실력이 대단하더군요. 당신들이라면 우리 길드의 이름도 높여 줄 거라 생각해요.”
베오울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을 바라봤다.
모두 결심을 굳힌 듯한 표정.
‘저주도 그렇고 진심으로 우리 힘을 빌리기만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우릴 부리는 대가만 충분하다면 누군가의 사냥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애초에 겁먹을 필요 없었다.
잘나가는 스포츠 선수에게 중동 부자가 스폰서로 붙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래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부터 헌터스 길드는 당신 산하로 들어가죠, 보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파프닐이 씨익 웃었다.
“그래? 그럼 관광들 좀 하다가 일들 보라고. 이제 한식구……. 패밀리가 됐는데 편하게들 쉬다 가. 아, 지급해 주기로 한 보급품들은 바로 건네주지. 복돌아.”
“멍.”
갑자기 태도가 바뀐 파프닐이었으나 헌터스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애견을 뒤따라가며 뭘 받게 될지 희희낙락하는 표정이었다.
‘피의 맹약을 걸어 놨으니 이제 배신은 못 하겠지.’
계약서에 맹시되어 있는 피의 맹약.
맹약 위반 시 쌍방이 타격을 입게 되어 있지만, 그건 사실 함정이었다.
맹약 자체가 파프닐이 만들어 낸 술법이기 때문.
릴리스에게서 받은 피의 힘과 암흑혈마공을 섞어 스스로 창안한 규율이다.
물론 디버프가 걸리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의 피를 촉매로 사용했기에 그 효과가 미비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텟 디버프 외에 걸리게 되는 큰 저주.
바로 음식이 쇠 맛으로 바뀌는 저주다.
이건 애초에 파프닐에게는 걸리지도 않는다.
이미 걸려 있으니까.
‘더 헌터스라……. 분명 원작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자들이니 패로는 쓸 만하겠지.’
중국 세력이 들고일어난 이상 앞으로 세계가 전란에 휩싸이는 건 확정된 사실이다.
원작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구태여 추측할 필요도 없는 기정사실.
그러면 여기서 취해야 할 자세는 당연히 힘을 키우는 거다.
얼마 전 사냥을 갔던 것도 개인의 무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현재 파프닐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지금까지 꾸준히 히든 피스들을 섭취하기도 했고, 이번에 아베노 세이멍과 동물 반란군을 무찌르면서 폭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어떻게 해서든 세계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조정을 하고 있을 거란 말이지.’
각 길드의 수장들은 못해도 파프닐과 동수거나 혹은 한 수 아래 정도는 될 거다.
문제는 그들이 부리는 부하, 세력의 크기가 파프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이건 애초에 자신이 온갖 퀘스트들을 벌집 쑤시듯 쑤시고 다녔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대외적으로 자신의 길드에 대한 홍보 전략은 다소 미흡했으니.
애초에 현실에서 광고를 남발하는 대기업들에 비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자본금이 많아도 기업을 이길 정도의 억만장자는 아니었기 때문.
‘호라이즌 지분을 얻긴 했지만,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갖고 있어야겠지.’
단순히 게임만 신경 쓰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지금 작가에게서 얻는 혜택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
‘일단 대외적으로 길드원을 받고 있으니 병력은 얼추 맞아떨어지겠지만, 정예가 터무니없이 부족해.’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게임.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무력으로 집단을 이길 수 있었다.
애초에 파프닐이 네크로맨서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일인 군단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정예 해골병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일반 플레이어 부대들을 상대하는 데 써야만 효율적이다.
네임드급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러면 손해가 너무 막심해지기 때문.
실제 전쟁에서 정예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는 데에는 역시 같은 플레이어를 써야 했다.
‘더 헌터스 같은 놈들을 모아서 유격대를 만들면 충분히 요격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정한 모든 사태는 한 길드와 일대일로 붙었을 때의 얘기.
2 : 1, 3 : 1의 상황이 돼 버리면 그마저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파프닐은 이미 거기까지도 생각해 놓은 뒤였다.
‘벌써 중국이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슬슬 나도 대비를 해 둬야겠지. 오래전부터 짜고 있던 계획을 진행할 차례다.’
밑 작업은 거의 마쳐 두었다.
이제는 실행할 뿐.
생각을 마친 파프닐이 향한 곳은 드워프들의 공방이었다.
***
한편.
중국 서버가 있는 중원 대륙.
천마신교 교주실에 앉아 있던 플러시는 죽을상이었다.
그 모습은 수천만 중국 유저에게 피의 전쟁을 명령한 폭군이 아니었다.
똥 마려운 강아지 포즈로 쪼그려 앉아 있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또 무슨 전쟁이야.”
플러시는 지끈거리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얼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