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6)
596화
-천마신교 군대. 토황산맥 앞에 주둔하다
-천마의 지시로 진군이 멈춰……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천마신교의 수백만 대군이 산맥 앞에서 멈췄다.
그 소식은 금방 웹 사이트를 통해 퍼져 나갔다.
-우와, 저 군대가 다 중국군이야?
-진짜 숫자 하나는 엄청나게 많네.
수많은 유저들은 화면 속에 보이는 군세를 보며 경악했다.
지평선 너머까지 꽂혀 펄럭이는 군기와 천막,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메운 무림인들.
21세기 제일의 판타지 영화라던 반X의 제왕을 간단히 뛰어넘는 스케일의 군대가 화면으로 생생히 방송되었다.
“…….”
“와…….”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사람은 놀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천마신교에서 나온 3백만 중국군 전투부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말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게 게임 속 중국……?”
“현실에선 포병으로 한 번에 쓸어버리면 되는데……. 게임 속이니까 진짜 답이 없네…….”
“야야, 동물 반란군도 막았는데 저 정도쯤이야.”
괜찮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렇게 일반 유저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대형 길드나 최상위 랭커들, 세력을 이끄는 군주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친……. 저게 다 700레벨이 넘는다고?”
“우리 측 랭커들은 몇 명이지? 인원 파악해!”
“현재까지 대략 1,500명입니다.”
“1,500……. 하…….”
단순히 숫자만 많다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문제는 저들 모두가 PVP 경험이 풍부한 고레벨 하드 플레이어라는 것.
12억 인구수 중 상위 5%만 따져도 6천만 명인데, 그중에서 700레벨이 넘는 인원을 치면 최소 150만 명이 넘었다.
인구수가 곧 무기인 호라이즌 세상에서 저 정도의 숫자는 알아도 막을 수 없는 무기에 가까웠다.
“맙소사…….”
“허……. 허허…….”
“계획을 세워 봤자 의미 없지 않나……?”
한국 대형 길드 연합 회의실.
모여 있던 길드장과 간부 들은 허탈함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개미와 코끼리의 차이.
아무리 파이브스타와 프론티어 길드가 참가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이 정도나 차이가 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프론티어 길드가 참가해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고작해야 개미 한 마리가 1.1마리로 늘어난 정도.
코끼리 앞에선 그게 그거다.
그 사실을 느끼기에 절망감은 더욱 컸다.
“저 녀석들이 언제 다시 움직일 것 같나?”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확실히 답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저 막강한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이벤트 시나리오도, 대기업이나 국가도 아니다.
천마.
중국 서버를 일통한 초거물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면 저 군대는 다시 진군을 시작하고, 적들을 향해 폭탄 물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지.”
누군가가 말했다.
“천마가 정복 지점을 찍는 순간 그곳은 멸망할 거라고.”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기에.
한편 그 시각.
모두가 두려워하는 천마 플러시는 직접 산을 타고 있었다.
“헉, 헉…….”
플러시의 눈에 산 중턱 바위 사이에 있는 금속 문이 보였다.
천마신교 소속 마인들 여럿은 주변에 시체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건…….”
“오셨습니까.”
“만세, 만세, 만만세!”
먼저 와 있던 천마신교 무인이 예를 갖췄다.
“만세는 됐고, 왜 이렇게 된 거야?”
플러시가 물었다.
“수색대가 다섯 번 다 죽고, 마지막엔 집법원 장로까지 당했다고?”
“예.”
천마신교 집법원은 교 내의 법을 집행하는 곳.
그곳의 장로는 레벨 900이 넘는 정예 전력이다.
플러시가 직접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모를까.
강자라면 직접 해결해야 하니까.
“……나 혼자 처리하겠다.”
플러시는 그렇게 말하고 문 안쪽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이그나이트의 불빛이 밝혔다.
“……아무도 없죠?”
-그래.
“하아아아아…….”
니케의 대답에 플러시는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겠느냐?
“당연히 안 괜찮죠.”
괜찮을 리가 없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산맥을 뒤지느라 시간을 쓰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설마 단 3시간 만에 이 던전이 발견되리라고는 플러시도 상상치 못했다.
심지어 그 던전의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 던전은…….”
천마신교의 정예들이 다섯 번 원정을 해서 다섯 번 모두 실패한 상황.
최소한 900레벨 이상의 네임드 플레이어, 그중에서도 특출 난 사람이 여럿 있어야 공략을 시도할 만한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천마님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천마신교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저 던전을 공략하겠습니다!”
간부들은 그렇게 말하며 다음 토벌군을 준비시켰다.
그러나 플러시는 그들을 막아선 뒤 직접 나섰다.
“천마는 이런 일도 해야 하나……?”
초고레벨 던전이 없어서 못 들어간다고 하지만.
플러시는 이미 온갖 고생을 다 겪어 지친 몸이었다.
적당히 꿀이나 빨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쓸데없이 죽는 걸 더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정 원했다면 부하들을 몇 번 더 보내도 되었을 텐데.
“됐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으면 저를 향해 의심의 눈길이 올 테고, 그럼 천마 자리의 권위도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권위가 흔들리면 의심의 시선이 오고, 자연히 플러시의 꿀먹 라이프를 즐긴다는 목표에 애로 사항이 생겨난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이렇게 ‘천마’의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막기 위해서는 이렇게 나설 때 나서 주는 겁니다.”
-흐음……. 그렇구나.
-흥, 속내가 따로 있는 것 안다.
“그럴 리가요.”
플러시는 이그나이트의 말에 살짝 웃으며 생각했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진짜 의도는 따로 있지만.’
두 신에게도 말하지 않은 속내는 간단했다.
천마신교군이 멈춰 있는 건 이 던전 때문.
즉, 여기서 플러시가 직접 공략하면서 시간을 끌면, 그만큼 진군을 하는 시기도 늦춰지지 않겠는가.
‘기왕 던전을 발견한 것, 이렇게 된 이상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혼자 들어온 것도 그것 때문이다.
천마로서의 위엄도 세울 겸, 공략 속도가 늦어져도 바깥에 할 말이 생기니 말이다.
-후후…….
그런 플러시를 바라보던 여신 니케가 미소 지었다.
-솔직하지 못하긴. 사람들이 죽는 게 싫은 거면서.
그녀가 보아 온 플러시는 소시민적이고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올곧은 사람이었다.
-흠흠, 만족스럽도다.
한편 그 옆의 이그나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싸우기 좋은 강적과 고난, 어려운 미궁은 무조건 남들보다 먼저 먹어 치워야지.
서로 다른 이유로 플러시를 보면서 만족해하는 두 신.
그사이 플러시는 계속해서 던전 아래로 향했다.
“음? 이건 레전더리급 유물?”
“여기에 이런 비밀 통로가 있었군.”
“저건…… 몬스터들끼리 싸우고 있잖아? 둘 다 한꺼번에 처리할 절호의 기회군.”
레전더리급 유물이나 장비 들을 길 걷다가 100원짜리 동전을 줍는 것처럼 줍거나.
수많은 함정이 가득한 복도 입구에서 아래로 뚫린 구멍을 발견.
몬스터 무리끼리 싸우는 걸 퇴치하며 경험치를 얻는 등의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다.
그렇게 던전 밑바닥에 도착하자, 플러시의 눈앞에 거대한 문이 보였다.
“이건…….”
보자마자 직감이 든다.
이 문 너머에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그리고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보스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흠흠.”
플러시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플러시! 여기가 보스 같구나!
“그…… 혹시 함정 방 아닐까요?”
-아니야! 내 감각으로 봤는데 진짜 보스가 맞는 것 같아!
“……아무래도 다른 곳도 마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다 얻어야죠.”
니케에게 대답한 플러시가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그긍.
그때 갑자기 철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같잖은 벌레들이 감히 나의 잠을 깨우다니.”
그 안에서 나타난 건 검푸른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인이었다.
최소 10m는 될 법한 신장의 거인은 손에 불의 창을 든 채 일갈했다.
“잘됐구나! 이 몸, ‘끝없이 피어오르는 포악함, 타이란트’가 네놈들을 죽여 그분께 바치는 제물로…….”
그때였다.
플러시의 몸속에 있던 이그나이트가 반응했다.
-타이란트?
“음? 누가…….”
-타이란트인가?
“잠깐, 설마…….”
다음 순간이었다.
플러시의 왼쪽 어깨 위에서 검붉은 불꽃 한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말을 이었다.
-놀랍군. 살아 있었다니.
“그럴 수가……!”
플러시는 살짝 놀랐다.
평소에는 나서고 싶어서 근질거린다고 하면서도 잘 나오지 않던 저 녀석이 이렇게 모습을 보이다니?
그러나 더욱 놀라운 건 불의 거인이 보인 반응이었다.
당장 창을 휘두를 것 같던 거인은 불꽃 덩어리를 보자마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그래.
철그렁! 작은 건물만 한 크기의 검은 묵빛 창이 거인 옆에 떨어졌다.
-뭐, 뭐야?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입니까?”
니케와 플러시의 물음에 이그나이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나의 수하 중 한 명이다. 전장에서 포악의 군단을 이끌었지.
“흠…….”
이런 곳에서 옛 인연을 만나다니.
플러시는 고개를 들었다.
“나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마지막까지 내 옆을 지켰었지. 이제 고개를 들어도 좋다.
“주군이시여! 살아 계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불의 거인, 타이란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주군께서 언젠가 돌아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쓰러지고 난 후 어떻게 되었지?
“주군께서 간악한 신들의 협공에 쓰러진 뒤, 저희는 일제히 주군을 구하고자 달렸습니다.”
이그나이트의 수하들인 그들은 주인을 구하기 위해 전장을 내팽개치고 신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들 같은 준신이 아닌 완벽한 신.
그것도 분노의 대신격 이그나이트를 없애기 위해 작정하고 모인 고위 대신격들이었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찢기고 분쇄된 그들은, 봉인의 용기에 담겨 세계 각지의 깊은 곳에 봉인되었다.
그곳에서 세계를 지탱하는 데 쓰이는 생체 연료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죽이지 않은 그놈들의 잔학함에 치를 떨었지만, 이렇게 위대한 주군을 다시 뵈니 그 녀석들이 고마울 지경입니다!”
-잘 살았다. 나의 수하여.
“원하신다면 저의 힘과 능력, 그리고 이곳에 있는 여러 보물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후후. 신하의 조공 감사히 받겠노라.
“이 산맥엔 저 말고도 제 수하들 여럿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어서 그들을 모두 깨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합니다!”
이그나이트와 타이란트의 이야기를 듣던 플러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 뭐가 뭔진 모르지만 잘됐나?”
어쨌든 저 불의 거인과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봐도 저 거인은 레벨 1,000 이상의 초월자.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온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 싸우면 굉장히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우릴 위해 싸워 준다니 더욱 다행이고.’
저 정도 되는 초월자가 아군으로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리라.
만족스러워하던 플러시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잠깐만, 그럼 이 던전은 공략하기도 전에 이미 클리어가 된 건가?’
던전과 주변이 클리어되면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플러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젠장, 망했다!’
기뻐할 만한 소식이지만 마냥 기뻐하기도 뭣한 상황.
그 앞에서 플러시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