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8)
598화
천마신교가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했다.
그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지금까지 타 서버에 교포로 위장한 중국인들이 내부 잠식을 시도한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토록 대대적으로 침략을 시작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나 첫 목표가 좀 이상했다.
비버 연합?
“비버 연합이 대체 뭐임??”
따라서 커뮤니티를 잠식한 질문은 이거였다.
대체 비버 연합이 뭔데?
대부분 유저들이 예측한 중국의 첫 침공 대상은 가까운 유럽 서버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약한 동북/동남아시아 서버였기 때문.
반면 비버 연합은 국가가 정해진 곳이 아닌 중립 지역에 위치해 있는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비버 연합 모름? 알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래서 비버 연합이 뭔데?ㅋㅋ.
특히 국내에서는 그 인지도가 거의 전무한지라 익명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었다.
반면.
“비버 연합이라고? 제길, 또 플러시인가…….”
이 소식을 접한 파프닐은 오만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비버 연합이 왜? 뭐가 문젠데? 그냥 비버들 있는 곳 아니야?”
곁에서 무구를 손질하고 있던 김철이 물었다.
현재 그들은 파프닐이 관리하고 있는 섬에 있었다.
수많은 유저를 수용할 수 있는 드넓은 땅이었지만, 특히나 파프닐의 개인 지역으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김철에게는 나름대로 높은 지위를 내주었기에 상관없는 얘기였다.
“됐으니까, 그거 내려놔.”
“……쩝.”
김철은 입맛을 다시며 무기를 내려놓았다.
이곳에는 그간 파프닐이 얻어 놓은 아이템 중 일부를 보관하고 있었다.
지금 김철이 들고 있는 검만 하더라도 예전 일본 서버의 사무라이를 죽고 루팅한 요도였다.
사무라이 직업 제한이 있어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굳이 일본 서버에 돌려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스펙을 지닌 유니크 아이템.
이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보관하고 있었는데 김철은 놀러 올 때마다 저 요도에 시선을 빼앗기고는 했다.
“야, 그냥 나 주면 안 되냐 이거? 너 어차피 쓰지도 않을 거잖아. 사무라이 스켈레톤 아니면 쓰지도 못한다며.”
“그 사무라이 뼈만 구하면 쓸 수 있으니까 내버려 둬.”
“아니 그냥 나한테 주면 그 쪽바리 해골보다 잘 싸울 거 같은데? 너 나 잘 대해 준다며!”
“내가 언제? 졌다고 소문만 안 낸다고 했지.”
김철은 팔짱을 끼고는 끄응 신음을 했다.
“아, 진짜 갖고 싶은데.”
“어차피 사무라이 말고는 쓰지도 못해.”
“이름도 지어 줬단 말이다. 하츠네라고. 얘가 얼마나 예쁘게 생긴지 아냐? 하여튼 심미안하고는…….”
“네 이론대로라면 남의 집 딸내민데 왜 네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 헛소리 말고 꺼져. 도움 좀 될까 하고 데려왔더니 허구한 날 놀러와서 정신만 사납게.”
“너야말로 게임하면서 왜 이런 곳에 짱박혀 있는 거냐? 이해가 안 되는 놈이네.”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몸만 던지면 되는 근접 전사 주제에 뭘 알겠는가.
‘하긴, 남들이 보면 그냥 게임 속에서 뒹굴거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겠군.’
그러나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지금 파프닐이 부리고 있는 리치 해골 용병이나 노가다 작업 중인 해골병들만 해도 약 5천여 기.
이걸 모두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시 마력을 보충해 줘야 한다.
한마디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습적으로 꿀을 복용하며 마력을 공급해 주고 있던 것.
물론 그러기만 하면 그야말로 무간지옥이 따로 없다.
꿀만 먹을 뿐, 따로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프닐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슬슬 이 게임의 패권을 잡고 플러시에게 이기기 위해서 작전을 짜고 계획을 섬세하게 다듬는 일이었다.
어차피 레벨 업이야 어느 정도는 자동으로 되고 있다.
얼마 전 바빌론시에서 폭업도 마쳤으니, 당장 전 세계에서 파프닐 개인의 무력보다 강한 유저는 몇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순수 스펙으론 없을 수도 있다.
아무리 히든 피스, 기연이 넘치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게임이라지만, 파프닐이 그동안 얻은 것도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비버 연합 침공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으니까 심심하면 어디 가서 놀기라도 해라. 저 밑에 대균열 가면 갖고 놀 만한 몬스터 많아.”
“그래, 편하긴 하더라. 완전 편하게 사냥할 수 있던데?”
파프닐은 기가 질린 표정으로 김철을 바라보았다.
“거기가 쉽다고?”
“마계랑 비교하면 X도 아니던데.”
“그래……. 하긴.”
대균열 최하층이라면 파프닐도 쉽게 사냥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공략이 완료되기도 했고 직접 사냥하는 거보다 마력 공급만 제대로 해 주면 되는 자동 사냥이 더 효율적이라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가지 않았지만, 무턱대고 가면 상당히 빡센 곳이었다.
설정상이라고는 하지만 괜히 세계를 삼분하던 종족인 벌들이 살던 곳이겠는가. 그 마기로 인해 강화된 몬스터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따라서 단계별로 강해지는 지하는 현재 길드에 충성하는 몇몇 정예들과 해골병들의 전용 사냥터가 된 지경.
물론 끝까지 공략한 건 파프닐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계라면 다르다.
바깥이라면 길드가 보급을 해 주고 같이 사냥할 수 있는 파티원도 있지만, 김철은 마계에서 홀로 떠돌던 자인 거다.
그뿐만 아니라 스킬 상성만 아니라면 자신을 상회하거나 동급의 실력자인 건 솔직히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고.
“그래서 비버 연합이 뭔데?”
“웬만한 고수들은 다 알 건데 넌 왜 모르냐? 나름 용병 1위 출신 아니냐?”
“난 싸울 적이랑 무기만 있으면 돼. 그러려고 게임하는 거고. 내가 왜 X밥들 이름을 줄줄이 외워야 되는 건데?”
“간단해서 좋네. 그리고 그 칼 내려놓으라 했지?”
“왜? 아니, 나 진짜 이거 잘 쓸 수 있다니까? 이거 스킬이 뭐가 내장되어 있는 줄 아냐? 거합일섬이랜다. 얼마나 멋지냐.”
“아까는 쪽바리가 어쩌고 하더니 어이가 없는 놈이군.”
“아무튼 진짜 나 주면 안 되냐? 일해 줄게. 나 저렴한 남자 아닌 거 알지?”
“하, 말했지? 사무라이 아니면 못 쓴다고.”
“내가 웨폰 마스터야. 몰라?”
파프닐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네?”
“그렇지.”
“…….”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 나랑 일 하나 하자.”
“뭔데? 칼 줄 거야?”
“줄 테니까.”
파프닐이 피식 웃었다.
“비버 연합에 가서 비버들 좀 도와줘.”
“오, 진짜냐?”
“그래. 제대로만 해 주면 여기 있는 무기 몇 자루는 더 줄게. 현금으로 치면 얼만지 알지?”
“으하하하!”
김철은 가슴을 두드리며 고릴라처럼 웃었다.
“나만 믿으라고, 하츠네 짜응만 있으면 못 해 줄 거 없지. 천마신교? 중국 놈들 몇 명을 상대해 봤는데 센 이름 붙여 봤자지, 크하하핫! 하츠네 짱 넌 내 거야!”
검에 뽀뽀를 갈기는 김철을 바라보며 파프닐은 한숨을 다 내쉬었다.
‘김철이랑 몇 명 정도 보내면 조금은 막을 수 있겠지.’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저 녀석도 TOP 10 안에 들어갈 실력자.
괜히 파프닐이 맡기는 게 아니었다.
‘비버 연합이 너무 빨리 뚫리면 곤란해.’
비버 연합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파프닐이 알고 있는 한 비버 연합은 문의 수호자인 곰들과 거의 동급인 존재들.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동물 반란군이 출현했을 때 아베노 세이멍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천마신교라면 얘기가 다르다.
부대의 질도 당연히 동물 반란군보다 우월하고 지휘관인 플러시는 애초에 주인공이다.
원작의 주인공을 상대로 그들이 승리하는 건 결국 불가능하다.
운빨로 무장한 플러시라면 더더욱.
‘최대한 막아야지.’
플러시가 비버들이 수호하고 있는 그걸 얻지 못하게 하려면…….
파프닐은 그리 생각하며 꿀을 들이켰다.
***
비버 연합은 중국 서버와 유럽 서버의 사이, 호라이즌에서 가장 큰 강인 나이아스 강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수없이 많은 지류 가운데 웬만한 바다보다 더 넓게 흐르는 본류.
그 가운데에는 어떤 섬 하나가 있었다.
비버 게이트라 불리는 그 섬에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나뭇가지로 지어진 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 솟아 있는 야자수 나무 아래로 ‘얍!’ 하는 기합성만 들릴 뿐이었다.
‘……응? 기합 소리?’
이제 막 배를 타고 비버 게이트에 도착한 김철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비버 게이트는 딱히 오는 여행자들을 가로막는 폐쇄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곳에는 초고레벨의 몬스터들이 득실거려, 사냥을 위해 찾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가득했다.
“지금 들린 게 비버 기합 소리였나?”
김철의 질문에 칠흑의 사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알은척하지 말랬지.”
“같은 일행인데 배에서부터 왜 그러는 건데?”
칠흑의 사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햇살에 찰랑이는 흑발이 아름다웠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냉담했다.
“너처럼 무기 잔뜩 들고 다니는 변태랑 엮이고 싶지 않거든? 같은 편 취급도 싫어.”
“허, 참. 이래서 여자들이란……. 무기의 아름다움을 모르니.”
“됐고, 됐고, 일이나 하러 가자. 나도 이번에 파프닐한테 정식으로 의뢰받은 거거든? 비버 연합에 정식으로 협조문 보내 놨으니까 길드원들이랑 같이 가기만 하면 될 거야.”
“비버 연합이라. 비버들은 어떤 무기를 쓸까.”
중얼거리는 김철을 차가운 시선으로 흘깃 보던 칠흑의 사신이 앞장서서 걸었다.
길드원들은 그 뒤를 따랐다.
곧 기합 소리의 정체가 밝혀졌다.
드넓은 모래사장.
보기만 해도 귀여운 털북숭이 비버들이 열심히 주먹질을 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와앗, 너무 귀엽다.”
칠흑의 사신이 입을 가리고 몸을 떨었다.
팔다리가 짧은 비버들이 영차영차 주먹질을 해 대는 건 작은 털북숭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만한 광경이었다.
“응? 근데 우리 말고도 일행이 있나 본데.”
반대쪽 해안에서 김철처럼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비버들을 가르치던, 검은 벨트를 찬 비버가 그들을 눈치채고 훈련을 제지했다.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포권을 하는 검은 벨트의 비버.
“안 그래도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마스터 쿵푸 비버 중 한 명인 저스틴이라고 합니다.”
비버 저스틴은 주변의 인간들을 슥 둘러보더니 공손히 말했다.
“반갑습니다, 비버 저스틴. 난 원탁 기사단의 일인인 모드레드라고 합니다. 저와 300의 성기사들이 당신들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반대편에 있던 진영에서 한 청년이 걸어 나와 그 인사를 받았다.
모드레드라는 말에 주변이 웅성거렸다.
아서, 멀린에 이어 영국 서버의 삼인자라 불리는 최강의 기사.
적기사 모드레드 하면 유럽 서버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었다.
또 그가 이끄는 성기사들은 정말로 클래스가 성기사이며 하나같이 레벨이 800을 넘는 정예로 유명했다.
프랑스 서버의 나폴레옹 5세가 이끄는 유격군에 한 번 패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PVP에서 져 본 적이 없었다.
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실제로 영국 서버 최강자인 아서왕의 아들인 인물이었다.
“쟤넨 뭔데 3백 명밖에 안 왔나 했더니, 길드 정예를 어떻게 다 투자했냐. 비버 연합이란 곳이 어떤 곳인데 저렇게까지?”
“야, 말 걸지 말라고.”
모드레드와 비버 저스틴이 김철 일행을 무언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흠흠, 밀담도 좋지만 이 자리에서는 자기소개라도 해 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시아 서버 여러분.”
“밀담이라니! 이딴 남자랑?”
“이딴 남자가 뭔데?”
“됐고, 저희는 한국 서버에서 비버 연합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인원은 5백 명. 그리고 여기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추가적으로 5천 기 정도는 더 있다 보면 돼요.”
“물 밑에 있는 죽은 자들 말이군요.”
비버 저스틴의 말에 김철과 칠흑의 사신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기척을 완전히 지운 수중 스켈레톤들.
파프닐이 몰래 붙여 놓은 병력이다.
그런데 저 비버는 그걸 어떻게?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그 정도 해골병들의 사기로는 이 비버 게이트의 성스러운 기운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 아무튼 숲으로 들어오시지요. 저희의 터전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어딘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띠는 비버 저스틴.
그와 그의 제자들이 뒤돌아서 숲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김철과 모드레드를 비롯한 이들은 서로를 한 번씩 훑어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비버 저스틴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