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99)
599화
남국의 어느 휴양지 같아 보이는 섬 비버 게이트.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그런 생각은 점차 사라져 갔다.
“이건…….”
“…….”
칠흑의 사신이 눈을 빛냈다.
“흥미롭네.”
평화로워 보이는 집들 사이엔 비버 전사들이 눈을 빛내고 있고.
곳곳의 수풀 속에는 죽음의 함정이 입을 벌리고 있다.
만약 이 섬을 가볍게 여기고 공격했다간, 어느 세력이건 간에 큰코다칠 것이다.
해상 세력 중 가장 크다 할 수 있는 일본 서버라도 마찬가지.
“흐아아암~.”
물론 그건 이 옆에서 하품이나 하고 있는 멍청한 남자에겐 해당되지 않으리라.
‘정말 저딴 녀석이 어떻게 랭킹 TOP 10 안에…….’
하긴, 저래서 랭킹에 든 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걸 내놓아야 한다는 말처럼.
정점에 가까이 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뒤틀려 있었으니까.
‘나만 빼고 말이야.’
파프닐도 그렇고, 김철도 그렇고.
칠흑의 사신은 어깨를 으쓱하다가 왠지 볼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참 나, 이러면 안 되지.’
애써 진정시키는 사이, 두 사람을 안내하던 저스틴이 발걸음을 멈췄다.
“여깁니다.”
“음?”
“네 녀석들은?”
그곳에는 제각기 특색 있는 장비를 착용한 각국의 랭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죽 장화를 신고 권총을 든 카우보이 건슬링어.
온몸에 쫄쫄이를 입은 슈퍼 히어로들은 물론.
터번과 망토, 로브로 몸을 감싼 중동의 암살자부터.
가벼운 삼베 옷만 입고 있는 요가 수행자.
일본 서버에서 온 듯한, 전신 사무라이 갑옷을 입고 일본도를 든 무사에.
화려한 귀신 가면을 쓴, 아프리카 스타일의 전사들까지.
‘강자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장비들이지만, 랭커로서 쌓아 온 본능이 알려 주고 있었다.
저 사람들 모두 한국 서버였다면 프로메테우스 특무대에 소속될 정도의 최상위 랭커들.
확실하진 않지만 여기 있는 김철, 칠흑의 사신에 비교해도 그리 꿀리지 않으리라.
“그래서, 저 녀석들은 또 뭐 하는 놈들인데?”
“마이클.”
“만수르 살만이다.”
“라주 카푸르.”
“쿤타킨테.”
각국의 특색이 드러나는 이름들이 나왔다.
그때 저스틴이 덧붙였다.
“이분들은 모두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사람들인데……. 아는 사이십니까?”
“…….”
“…….”
“…….”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에서 라주라 불린 요가 수행자가 덧붙였다.
“난, 인디아 대륙.”
“아, 죄송합니다. 카푸르 님을 빼먹었군요.”
김철이 헛기침을 한 다음 저스틴을 향해 퉁명스레 물었다.
“그래서 우리를 왜 여기에 모은 거지? 어떻게 움직일지 명령이라도 해 달라는 건가?”
NPC들을 움직여 적을 막는 지휘 퀘스트는 흔한 양식이다.
그러나 저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손님들을 공격하면 비버 연합의 이름값이 땅에 떨어질 테니까요.”
“손님?”
단어에 미심쩍음을 느낀 칠흑의 사신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저스틴이 손짓하자 주변에서 비버 사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의 도움은 감사하지만, 저희 비버 연합은 굳이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설마 우릴 공격하려는?”
“여러분이 가만히 계신다면 저희도 딱히 여러분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저스틴이 말을 이었다.
“대신 여러분께서는 비버 연합과 천마신교 간 전투의 참관인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더 이상 비버 연합을 치려는 바보 같은 인간들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지요.”
천마신교를 막는 건 비버 연합만으로 충분하니, 비버 연합의 힘을 충분히 보고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려 달라는 뜻.
“뭐야, 기껏 왔는데 가만히 구경이나 하라고?”
모드레드의 옆에 있던 거구의 기사가 걸어 나왔다.
“천마신교 놈들을 쓸어버릴 생각에 잔뜩 기대했더니만……!”
기사의 이름은 아그라베인.
모드레드와 같은 원탁의 기사 길드의 최고 간부이자, 레벨 900이 넘는 네임드 플레이어였다.
“그 녀석들을 쓸어버리고 유럽 서버의 힘을 보여 주려 했더니, 갑자기 구경하라고 하니 좀 아쉽구만.”
입맛을 다시는 아그라베인.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지시에 따르는 편이었다.
어쨌든 지켜보고 있다가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면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였으니 말이다.
“괜찮겠어?”
단 한 사람, 김철만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 채 물었다.
“우리야 개꿀이긴 한데, 그러다 니네 뚫리면?”
“그럴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습니다.”
저스틴은 뻐드렁니를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저희 비버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신다면, 절대 그런 말씀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흠…….”
김철은 지그시 비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파프닐도 비버 연합이란 말에 난색을 표했었다.
무기도 제대로 없는 녀석들이니 내버려 두었지만, 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호승심이 끓었다.
‘뭐, 이번 전투가 끝난 다음에 한번 얼마나 잘 싸우나 볼까?’
그때였다.
이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흰 비버 한 마리가 달려왔다.
“저스틴 님!”
“왜 그러지, 저~스틴?”
서로 같은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비버들.
그러나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멀리서 포 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이 왔습니다!”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
그러나 검은 띠를 맨 저스틴은 자신만만했다.
“뭐, 말로 설명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여 드리는 게 낫겠지요.”
말을 마친 저스틴이 주먹을 쥐었다.
“보고 계십시오. 비버 연합의 힘을 보여 드릴 테니.”
***
“저기 보이는군.”
“저곳이 비버 게이트…….”
비버 게이트가 멀리 보이는 바다 위.
수평선을 가득 메운 수많은 천마신교의 배 위에서, 갑판을 가득 메운 유저들이 상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버 연합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다들 준비해라! 곧 상륙한다.”
간부들의 호령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마신교 플레이어들은 입가에 웃음기를 띤 채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어떻게 연합이 비버들…….”
“그냥 야생 몬스터들 영역 아닌가? 뭐 연합까지야…….”
“빨리 밀고 점심 먹으러 가자고.”
저 섬을 미는 데 3시간 정도 걸리리라.
상륙전을 앞둔 그들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럴 만했다.
비버 연합과 비버들.
수많은 요괴나 마수, 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 온 그들에게 귀여운 비버 따위는 적이라고 여겨지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학살.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연대장 이상의 고위 간부들은 달랐다.
함장과 부함장 등.
전투 경험이 많거나, 상부로부터 정보를 받은 그들은 비버들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긴장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전투를 밥 먹듯 해 온 중국 서버의 베테랑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버들의 공격을 조심하도록.”
“함포 사격은 준비되어 있겠지?”
“다시 한번 말한다. 비버를 상대로 무조건 1 : 3으로 싸우거나, 혹은 고기 방패가 있을 때 공격하도록.”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천마신교의 함정들이 바닷가에 도착해 닻을 내렸다.
“아직…… 없나?”
“……전진하라!”
“우와아아아!”
곧바로 내려온 천마신교 상륙 부대가 모래사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적이 없는 걸 확인하면, 최대한 빨리 바닷가를 벗어나는 게 상륙전의 기본.
그 순간이었다.
어느 정도 숫자의 인원들이 안쪽까지 들어왔을 무렵.
안쪽 숲에서부터 커다란 통나무들이 굴러왔다.
“부숴라!”
천마신교 무인들이 검을 휘두르자, 붉은 검강이 뻗어 나와 나무를 쪼갰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가 의도한 바였다.
“우드 봄!”
쪼개진 통나무들이 폭발을 일으키며 나무 파편을 사방으로 쏘아 보냈다.
달리던 무림인들의 전열이 흐트러진 순간.
“발사!”
비버들이 쏜 투석기, 2차 통나무, 다른 공격들이 계속 쏟아졌다.
“으아아악!”
곳곳에서 생기는 사상자.
그러나 해계광 및 간부진은 침착하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상륙 부대는 계속 돌격하고, 각 함포는 투석기가 날아온 곳을 타격해라.”
“예.”
잠시 후 배의 함포들이 불을 뿜자, 나무가 불타며 비버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공격!”
“우와아아!”
달려드는 무림인들을 향해 비버들도 이빨을 드러낸 채 쇄도했다.
양측 세력이 충돌한 순간.
비명과 피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이 외쳤다.
“찌이이! 전부 물어뜯어라!”
“찌이이이!”
사방의 숲에서 쏟아진 비버들이 상륙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는 사이로 들어온 비버가 그대로 목덜미를 물어뜯고, 주변의 다른 무인들을 다음 희생양으로 삼는다.
“마, 말도 안 돼…….”
“비버 따위에게…….”
천마신교 상륙대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던 해계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군.”
“어떻게…….”
“계속 병사를 투입해라. 지칠 때까지.”
비버들은 강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놀라지 않았다.
중국 서버의 정보력은, 저 비버들의 강함뿐 아니라 이 섬에 무엇이 있는지도 이미 파악을 완료한 지 오래.
당연히 저 비버들의 한계도 조사를 끝낸 뒤였다.
“비버들의 체력은 든든하지만, 저 전투력은 그 지구력을 한 번에 힘으로 쏟아 내서 나오는 것이지.”
끝없이 치고 빠지다 보면, 과하게 힘을 소모한 비버들의 체력이 떨어진다.
물론 지금은 그냥 무작정 쏟아붓는 것에 가깝지만.
그래도 된다는 것이야말로 중국 서버가 가진 장점이었다.
“계속 공격해라! 포 사격도 잊지 말고.”
“예!”
해계광의 지시에 따라 계속해서 배들이 상륙을 위해 갑판을 대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물량에, 비버들도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저스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해적단이나 정규군이 온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 숫자에 이만한 정예로 공격해 온 건 처음이었다.
“미, 밀립니다!”
“버텨어! 이잏!”
날렵한 비버들의 움직임이 점차 잦아들자, 광역 상태이상 스킬과 수많은 디버프가 쏟아졌다.
일단 한자리에 묶인 비버들은 집중포화를 받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저기, 저놈이 지휘관이다!”
“쳐라!”
천마신교의 주력 정예, 염왕대의 간부들이 일제히 마스터 쿵푸 비버 저스틴을 포위했다.
“죽어라!”
단숨에 살수부터 날리고 보는 고수들.
“이놈!”
저스틴의 손이 하나하나 공격을 쳐 냈지만, 미처 튕기지 못한 몇 개의 공격이 몸에 상처를 남겼다.
마무리를 짓기 위함인지, 채 상처를 수습하기도 전에 두 번째 공격이 곧바로 이어져 왔다.
“……!”
저스틴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금방 들어와야 할 통증이 없었다.
“……이건?”
“괜찮냐? 새X야.”
씩 웃는 김철의 주변.
둥둥 떠다니는 무기들이 간부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지금이다! 공격해라!”
“공격!”
주변에서 다른 플레이어 지원군들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선두에는 아까 보았던 아그라베인이 그야말로 무쌍을 찍고 있었다.
“크하하하! 다 죽어라!”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에 일어나는 피 구름.
원탁의 기사 최고 간부답게, 일반 유저들을 그야말로 학살하며 앞으로 걸어 나간다.
“어디 나랑 싸울 놈은 없느냐!”
당당하게 외치는 아그라베인의 앞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네놈은 또 누구냐.”
“해계광.”
“흥, 누군지 모르겠는데……!”
말을 마치기도 전, 아그라베인이 대검을 내리찍었다.
그 순간 해계광이 그물을 던졌다.
“이깟 거……. 음?”
가볍게 걷어 내려 했던 아그라베인이지만, 그물은 마치 의지라도 가진 듯 몸에 엉겨 붙었다.
“이 녀석이?”
아그라베인은 뒤이어 찔러 오는 해계광의 창을 간단히 막았다.
그 순간 해계광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다들 공격.”
“우오오오!”
다음 순간 사방에서 검기와 화살, 그리고 불덩어리 등이 날아와 아그라베인을 덮쳤다.
“누가 일대일이라고 했지? 어리석은 놈.”
“커……헉!!”
“아그라베인!”
“대장님!”
유럽 서버 유저들 사이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대장님!”
“대장님이 적장을 물리쳤다!”
경악과 환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해계광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는 최고 간부 전력들을 투입한다. 대기 중이던 정예, 예비대를 모두 투입해 저놈들을 밀어낸다. 그것이 천마님께서 내리신 명령이다!”
섬 전체를 피로 뒤덮을 전투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