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암살자.
도적 클래스가 ‘진한라면 순한 맛’이라면, 암살자는 ‘불치킨 볶음면’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은신 스킬, 그리고 상태이상에 이은 연계 스킬로 적을 단숨에 골로 보내는 대미지 공격까지.
다양한 스킬을 익숙하게 쓰는 암살자는, 적장에게 있어 최대의 적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단점도 많았다.
일단 파티 플레이나 다인전에서 더럽게 쓸모가 없었다.
적의 마법사나 신관, 지휘관을 잡을 순 있지만, 3~5명 규모의 파티에서 그걸 위해 포지션을 비울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킬 자체가 아이템 스틸, 암살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대부분의 암살자는 배신할 거라는 의심을 받으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암살자 유저는 파티 플레이에서 영 환영받지 못했다.
“아, 그게…….”
비밀은 당황해 말을 더듬다가 고갤 푹 숙였다.
“……죄송해요,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사실 저 암살자가 아니에요.”
“암살자가 아니라고요?”
“히든 클래스를 하고 있어서……. 밝히면 안 되거든요. 밝히면 페널티가 있는…….”
비밀의 대답에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말하고 있는데 이게 비밀인가?’
보통 비밀이라면 마지막까지 숨겨야 하는데, 이건 물어보는 대로 직업까지 전부 말해 줄 기세였다.
“그래서 기본 스킬만 썼는데……. 죄송해요. 제가 한 거니까 저희 언니까지 나쁘게 보진 말아 주세요…….”
“아뇨, 뭐.”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사전에 말을 해 주세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 그게 끝인가요?”
“네.”
딱히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정보를 숨기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었다.
“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비밀 님, 일반 오크들 처치도 좋지만 백인장이나 십인장 같은 놈들 먼저 죽여 주세요.”
“백인장이요……?”
“저기, 명령을 내리는 놈들이요. 너무 들어가지는 마시고요.”
“……네.”
명령을 내린 파프닐은 다시 해골병을 충원하며 다른 쪽으로 향했다.
한편 지시를 받은 비밀의 눈에 기묘한 빛이 일렁였다.
“명령을 내리는 오크들…….”
파프닐의 말을 되새기던 비밀의 시선이 타깃들을 잡았다.
“파프닐 님이 저놈들을 죽이랬지.”
스륵, 단검을 뽑은 비밀의 몸이 일렁이더니 오크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사이 파프닐은 해골마를 타고 전장 곳곳을 돌아보았다.
‘저기는 밀려나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군. 오히려 형태가 좋아지겠어. ……저기는 뚫리면 크게 밀리겠군.’
위기 상황이나 유리한 국면을 보면서 그대로 지나치기!
그런 발걸음이 멈출 때가 있었다.
‘여기다.’
자리에 내린 파프닐이 외쳤다.
“해골병 소환!”
주변에 있는 시체들이 해골병으로 일어나 공간을 채운다.
전방으로 깊이 들어온 오크들이 돌출된 돌출부의 공간.
그곳을 막은 파프닐은 해골병을 앞으로 보내고 자신은 뒤쪽으로 달렸다.
“취췩?!”
“취이익!”
순식간에 포위된 오크들을 잡아먹으며 경험치를 말 그대로 쓸어 담았다.
‘어차피 첫날 전투는 아무리 잘해도 크게 특출 나 보이지 않지. 그렇다면 이득을 챙기면서 성장한다.’
작은 거점의 승리나 패배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최대한 많은 경험치를 먹는 게 이득이었다.
오크들의 레벨이 높았지만, NPC 군대와 유저들도 여러 레벨과 장비 업그레이드로 충분히 스펙을 갖췄다.
-사기가 올랐습니다.
-공격력이 +3% 상승했습니다.
거기다 사기가 높아지며 생긴 버프까지.
파프닐도 실컷 사냥하며 레벨 업을 두 번 더 해 123까지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휘관님, 후퇴하면 안 됩니다.”
“어?”
“좀 더 몰아붙여야 합니다.
“자네 같은 모험가의 조언이라면 믿겠네. 다들, 전진하라!”
-공헌도가 높습니다.
-카이로스 백작이 당신의 조언을 받아들입니다.
높은 공헌도로 조언을 해 지휘관으로 하여금 오크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경험치, 돈 벌 시간이다!”
“쿠와아아!”
후퇴하던 오크들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순간, 파프닐의 검이 춤을 추었다.
***
-통합 전선의 전투 종료. (1일 차)
-우측 전선에서는 오크제국이 약간 우세합니다.
-좌측 전선에서는 바란왕국이 약간 우세합니다.
-중앙 전선에서는 바란왕국이 크게 우세합니다.
-1일 차 전투의 승리는 ‘바란왕국’입니다.
-바란왕국은 통합 전선 1일 차의 전투에서 상당히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플레이어별로 점수가 계산됩니다.
-해당 점수는 이벤트 종료 시까지 유지됩니다.
-왕국을 지켜 낸 영웅들에게 명예와 영광을!
-오늘 전선의 MVP는……. ‘흑사자왕’ 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첫날의 MVP는 흑사자 혈맹 길드의 길드장 흑사자왕.
무려 1만 포인트를 한 번에 얻어 냈다.
흑사자 길드를 이끌며 좌측 전선 전체를 유리한 판도로 만든 덕분이다.
‘역시 단체전은 어쩔 수 없군.’
그래도 파프닐도 6,000포인트가 넘게 벌었다.
순수한 개인으로서는 1위인 셈.
경험치에 집중한 게 아니라면 더 벌었겠지만, 어차피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 중인 만큼, 경험치에 집중해도 문제가 없었다.
“파프닐 님!”
“……헤헤.”
싸움을 마친 힐데 일행이 돌아왔다.
“저희 왔어요.”
“다들 살아 계시군요. 죽지 않아 다행입니다.”
힐데 일행은 물론, 비밀이란 여성 유저도 상상 이상의 활약을 했다.
‘과연 미래의 거물들……. 근데 비밀이란 사람은 소설 속에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알비온 길드가 묘사된 부분 중에 암살자는 없었다. 아무래도 비밀이란 사람과 이들 일행은 힐데 외엔 딱히 접점이 없는 듯했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드렉슬러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과시용으로 마나를 함부로 쓰다가 네크로맨서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면목이 없었다.
“신경 쓰지 마십쇼. 서로 돕는 게 파티 플레이니까.”
파프닐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베론이 물었다.
“그런데 파프닐 님, 네크로맨서신데도 저보다 잘 싸우시던데……. 혹시 히든 클래슨가요?”
“네? 아뇨.”
“그럼 생각보다 더 엄청나군요. 현실에서도 굉장히 잘 싸우실 것 같습니다.”
파프닐은 칭찬이 상당히 어색했다.
‘뭐지? 경험치만 먹고 할 것만 한 것 같은데? 그거 가지고 칭찬을 하나?’
이번엔 딱히 공헌도 욕심도 내지 않았고, 공짜로 널린 경험치만 먹었을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달랐다.
고레벨 NPC나 보스 몹도 아니고, 전방에서 싸우면서도 해골병을 만들어 내는 모습!
게다가 적절할 때 빠져서 다음 지시를 주거나 하는 여유까지 가끔 보였다.
사력을 다해 싸우던 두 명에겐 파프닐이 히든 클래스처럼 보였던 것.
“오늘은 다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다른 일이 있어서 따로 싸우지만, 응원은 하고 있겠습니다.”
“네, 그럼 내일 봐요!”
힐데 일행이 로그아웃을 하자, 파프닐은 다른 후방으로 향했다.
“여어, 우리 동업자님!”
불량배와 건달들이 가득한 장소.
그 한복판에서 병나발을 불던 킨도르한이 고개를 들었다.
“잘 왔어, 덕분에 이득이 쏠쏠하다고.”
킨도르한과 우미간 패거리는 파프닐의 제안을 듣자마자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직접 나가 싸우는 건 물론, 수도 후방 NPC들과 유저들에게서 산 아이템을 전방에 팔며 쏠쏠한 시세 차익을 남긴 것.
“오늘은 인원 합류랑 정비를 하느라 얼마 못 싸웠지만, 내일은 제대로 싸울 생각이야.”
킨도르한의 말에 우미간 유저들과 NPC들이 맥주잔을 들었다.
“가즈아!”
“싸움 만세!”
피서 전날 밤 해수욕장에 도착한 어린아이들의 모습!
“흠…….”
파프닐은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킨도르한, 할 말이 있다.”
“어?”
“내일, 그리고 모레 있을 싸움에 대한 이야기다.”
“어, 어.”
합류와 보급에 열중한 킨도르한과 달리, 파프닐은 첫날부터 열심히 싸웠다.
정보도 많이 얻었을 테니, 분명 그걸 바탕으로 좋은 작전을 세운 것이리라.
“말해 봐, 어떻게 하면 돼?”
“내일 너희는…….”
파프닐은 천천히 귓속말을 속삭였다.
“뭐?”
순간 킨도르한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
다음 날.
“아, 진짜 미치겠네!”
전선 후열에 있던 킨도르한은 목청 높여 소리쳤다.
“이게 뭔데!
실제로 금방이라도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전날 밤.
파프닐은 잔뜩 기대감을 안고 집합한 우미간 갱들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절대 전장에 나서 싸우지 말고 최대한 힘을 온존한 채 수비에 집중하도록.”
명령을 어긴 사람은 동업 관계에서 즉각 추방이라는 경고도 함께였다.
킨도르한은 물론 부하들까지 일제히 반발했다.
“이게 맞아? 남들은 지금 저 앞에서 이득 보고 있는데, 우린 경험치도 못 먹고 이게 뭐냐고…….”
우미간은 근본적으로 갱 유저로 이루어진 조직.
단기전의 폭발력은 우세하지만, 장기전이 되거나 수비하는 입장에서의 싸움은 그만큼 약했다.
킨도르한이 보기엔 장점을 죽이고 단점만 만들어 내는, 사실상 구경만 하라는 내용이었다.
“진짜 이게 맞는 거냐?”
“맞아.”
파프닐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다 계획이 있다. 사정상 지금은 말 못 해 주지만, 내일이면 알려 줄 수 있을 거다.”
“무슨 계획이길래 그런데?”
킨도르한이 다그쳤지만, 파프닐은 대답 대신 다른 지시를 내리기만 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이렇게 싸우는 와중에도, 파프닐의 모든 행동이나 대화, 메시지 등이 시스템을 관장하는 슈퍼컴퓨터 ‘폴라리스’에 기록되고 있다.
소설 속 지식으로 안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당장 어떤 조치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날 못 믿겠으면 그냥 앞에 가서 싸워도 된다. 그 대신 책임은 네가 져야겠지만.”
“젠장……. 진짜 손해 보면 그 책임은 더 크게 지울 거야.”
킨도르한은 투덜대며 우미간 인원들을 통솔했다.
파프닐은 그사이 앞쪽을 보았다.
“와아!”
“진격해!”
오크 병사들을 연신 밀어붙이며 나아가는 흑사자와 여러 통제 길드들.
중앙 전장은 물론, 양옆에서도 오크들을 몰아붙이며 대열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왔다.
‘슬슬 오겠군.’
파프닐이 지휘관이라면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밀어붙…… 어?”
한창 싸우던 유저들이 멈칫했다.
지금까지 밀려나던 오크들이 아예 물러나더니, 검붉은 오크, 혹은 푸른 오크들이 자릴 채운 것이다.
“크아아아!”
“크아!”
오크들이 한 차례 울부짖더니, 엄청난 기세로 달려 내려왔다.
“하, 기세만 좋았지 똑같구먼.”
스윽, 흑사자 길드원 한 명이 나섰다.
“그쪽은 우리가 찜한 놈이라고!”
동료 유저들이 반발하던 찰나.
빠각!
검을 들이대던 흑사자 길드원의 머리가 몸 안으로 박혀 들어갔다.
고통 싱크로 시스템이 약하다 해도, 저 정도면 한동안 목이 뻐근할 만큼 끔찍한 죽음.
“어?”
“뭐야.”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 순간 검붉은 오크가 괴성을 질렀다.
“쿠아아아! 지금이다!”
“카아아!”
“크아!”
취췩거리던 오크들이 일제히 괴성을 질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오크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우왓?”
“뭐, 뭐야!”
“이 녀석들 왜 이렇게 세?”
유저들은 물론, NPC 기사들까지도 밀려 나는 상황.
지금까지와 별다른 차이도 없는데, 갑자기 전선 곳곳이 크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오크들의 사기가 강해졌습니다.
-오크들이 뛰어난 지휘 버프를 받습니다.
-오크들이 독전관 버프를 받습니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오크 사이에 들어온 지휘관 오크들이 퍼뜨린 버프!
장비빨로 버티던 군대식 길드들이 더 강한 스펙과 지휘력을 채운 오크들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화력 집중해! 기사단들 어디 갔어?”
고액을 주고 고용한 교관이나 군 간부 들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현대전과 중세 전투의 교리는 크게 다르다. 거기에 마법과 몬스터들이 섞이자 기존의 전술을 적용하는 게 버거웠다.
“세상에…….”
킨도르한은 앞에서 일어난 지옥도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나가지 말라고 한 게, 설마 이걸 예상하고?”
“글쎄.”
“이걸 예상했다면 너는 진짜 대단한 건데……. 아무튼 덕분에 살았어. 나도 저 녀석들도.”
우미간 갱 유저와 NPC 들도 덜덜 떨며 앞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봐, 이거 도망쳐야 하나?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은데…….”
“아니, 기다려라.”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도망칠 필요는 없어, 이제부터 반격이 시작될 거다.”
여러 길드가 힘을 보였지만, 유저들이 모인 길드 중 아직 나서지 않은 곳이 있었다.
‘파이브스타……. 오성 그룹의 자본을 가득 먹어 성장한 그 대기업 길드가 이제 힘을 보이겠지.’
원작 소설 내에서 가장 거대한 길드 중 하나였던 파이브스타.
그 길드가 처음으로 소설 속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는 게 바로 이 전투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